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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지연, 英런던서 최우수 배우상 수상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연기”

배우 임지연이 영화 ‘리볼버’로 제9회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 베스트 액터 어워드(최우수 배우상)을 수상했다.지난 23일 영국 런던 오데온 럭스 레스터스퀘어에서 열린 이번 영화제에서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작 ‘탈주’가 개막작으로 선정된데 이어서 영화 ‘리볼버’의 배우 임지연이 베스트 액터 어워드(최우수배우상)를 수상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임지연은 영화 ‘리볼버’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정윤선 역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영화제 측은 “임지연 배우는 ‘리볼버’에서 카리스마와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올해 동아시아 영화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고 밝혔다. 이에 임지연은 “런던아시아영화제에 초청되어 영광이다. 오승욱 감독님과 한재덕 대표님께 특히 감사하고 ‘리볼버’ 스텝분들께 이 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앞으로 한국 영화가 더욱 발전하길 바라며, 저도 세계적인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임지연은 오늘 24일 ‘리볼버’ 상영 후 진행하는 GV에 참석해 전 세계 관객과 만난다. 지난 3일 부산에서 열린 2024 부일영화상에서도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임지연은 스크린과 OTT,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한편 개막작으로 상영된 ‘탈주’에 대해 영화제 측은 “분단이라는 소재는 영국 관객들에게 깊이 와닿고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는 주제”라며 “자유에 대한 갈망을 탐구하는 한국적인 서사가 전세계적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하길 바란다”고 선전 배경을 밝혔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24 16:03
영화

제29회 BIFF 결산…“14만 명↑방문·역대 최고 좌점율” 성료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1일 막을 내린다. 사상 최초 OTT 개막작 선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역대 최고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를 짓게 됐다.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11일 오전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지난 2일 개막한 이번 영화제는 63개국 224편(커뮤니티 비프 포함 총 278편)이 상영됐고 좌석 점유율은 84%를 기록, 총 14만 5238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제 측은 “이는 300편 이상을 선정하던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도 역대 최고의 좌석점유율”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영화제는 전년보다 15건 증가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어 감독과 배우, 관객의 활발한 소통을 이끌어냈다. 관객과의 대화(GV)는 303회 진행됐으며, 오픈 토크 12회, 야외 무대인사 13회, 스폐셜 토크 4회, 액터스 하우스 4회, 마스터클래스 3회가 열렸다. 또한 CJ ENM과 넷플릭스 등이 개최한 포럼을 통해 영화계의 인사이트를 나누고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도 가졌다.각 부문 수상자도 발표됐다. 뉴 커런츠 상은 박이웅 감독의 ‘아침바다 갈매기는’과 테 마우 나잉 감독의 ‘침묵의 외침’에게 돌아갔다. 지석 상은 리마 다스 감독의 ‘빌리지 락스타 2’, 린슈위 감독의 ‘옌과 아이리, 모녀 이야기’가 받았다.비프메세나 상은 프랭키 신 감독의 ‘홍콩 노점, 2019’, 박민수·안건형 감독의 ‘일과 날’이 수상했다. 선재 상은 송지서 감독의 ‘유림’, 엘레노어 마무디안과 마츠이 히로시 감독의 ‘겨울정원’이 받았다. 올해의 배우상은 ‘3학년 2학기’에 출연한 배우 유이하와 ‘허밍’에 출연한 배우 박서윤에게 돌아갔다.또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는 52개국 2644명이 참가했고, 총 2만 6435명이 방문해 전년 대비 37% 증가한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세일즈마켓에서는 275개 판매업체와 563명의 바이어 간의 활발한 콘텐츠 거래가 이뤄졌고, 아시아프로젝트마켓과 부산스토리마켓을 통해 1676회의 비즈니스 미팅이 열렸다. 다음해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예년과 달리 9월 개막 예정이며, ‘경쟁’ 부문도 도입한다. 박광수 부산영화제 이사장은 “추석 명절과 전국 체전 등 일정을 고려해 내년 영화제는 9월 17일에 열흘 동안 열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영화제에서 수차례 지적된 온라인 티켓 예매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적으로 긴밀히 논의를 하겠다”라며 “영화제 티켓 예매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것은 예산이 부족해 영화제가 감당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오후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최수영과 공명의 사회로 열리는 폐막식에 이어 폐막작 에릭 쿠 감독의 ‘영혼의 여행’ 상영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1 14:11
연예일반

BIFF 개막작이 넷플릭스 영화라 문제가 아냐..‘노 홀드백’이 문제지 [현장에서]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화제성, 대중성만 쫓는 행보로 빈축을 사고 있다. 개봉이 임박한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함으로써 영화제 근간을 흔들고 시장의 생태교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축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었지만, 자체 재원 조달을 늘려 전년 대비 약 8% 증가한 63개국 224편의 영화를 초청하며 영화 팬들을 불러 모았다.초청작 중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건 단연 개막작 ‘전,란’이다.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개막식 직후 탄탄한 서사와 다채로운 캐릭터 향연, 이를 연기한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 배우들의 열연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하지만 이보다 더 뜨거운 건 영화 외적인 관심이었다. ‘전,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BIFF의 첫 OTT 개막작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영화제 전부터 의견이 분분했다. BIFF의 정체성에 반하는 결정이란 의견과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반응이 상충했다. 영화제의 오랜 팬이나 관계자들의 중론은 전자였다. 독립·예술영화, 극장 영화를 소개하는 BIFF에서 상업성이 짙은 OTT 영화를 얼굴로 내세우는 건 영화제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물론 ‘전,란’의 상영이 시대 흐름에 발맞춘 변화라는 BIFF 의견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OTT 영화를 초청해오고 있다.문제는 공개일이다. ‘전,란’은 BIFF가 폐막하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정식으로 베일을 벗는다. OTT 전용 섹션인 ‘온 스크린’ 초청 시리즈가 영화제 시즌 공개된 경우는 있었지만 영화는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전례 없던 일이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넷플릭스에서 3개월 뒤에 공개됐다. 이는 ‘전,란’이 올해 영화제의 화제성, 대중성을 이끌었음에도 불구, BIFF의 전략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그간 영화계는 홀드백(극장 상영 후 2차 시장 공개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제도) 준수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후 관객이 급감하고 영화 시청 주경로가 OTT로 바뀌면서 홀드백 법제화 필요성까지 제기됐다.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25년 예산 지원 영화업계 토론회’에서도 영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홀드백 의무화를 주장했다. 이들은 “외국 영화인들이 홀드백을 안 하면 영화 생태계가 망가진다는 사실을 한국을 보며 배운다더라. 홀드백이 잘 되어있는 프랑스는 영화산업이 코로나19 이전 90%까지 회복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결론적으로 BIFF의 이번 선택은 코로나19 팬데믹과 OTT 공세로 어려움을 호소했던 영화인들의 목소리에 반하는 행위이자 나는 되고 남은 안 되는 ‘내로남불’식 사고에 불과하다. 당장에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영화 생태계 교란을 부추기는 악수를 두며 BIFF의 고유한 역사와 가치마저 스스로 깎아 먹은 셈이다.내년 서른 번째 축제를 앞둔 BIFF가 ‘대중성 확보’라는 자화자찬으로 올해 영화제를 마무리하며 퇴보의 길을 자처할지, 현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영화제의 근간을 되찾을 방법을 모색, 재도약의 길로 향할지 주목된다. 결과는 언제나처럼 BIFF의 선택에 달렸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9 14:29
영화

[29th BIFF] 집주인 바뀌었나…넷플릭스가 장악한 부산영화제 [중간결산②]

이쯤 되면 공생을 넘어서 주객전도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올해 영화제는 ‘넷플릭스의 축제’라는 평가가 들리고 있다.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 2일 열린 개막식에서 개막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상영했다. BIFF가 개막작으로 극장 영화가 아닌 OTT 작품을 선정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넷플릭스가 부산영화제에 얼굴을 처음 비친 지 3년 만이다.◇폐막식 날 공개되는 넷플릭스 신작 개막작 선정…홍보 수단 전락 우려‘전,란’의 개막작 선정은 지난달 발표 직후부터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의 빈축을 샀다. 영화제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특히 ‘전,란’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11일) 당일 정식 공개를 앞둔 작품으로, BIFF가 넷플릭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까지 일었다. 실제 해외 영화제에서도 이렇게 공개 시점이 밭은 OTT 영화를 초청하는 경우는 없었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로마’ 역시 베니스영화제 이후 3개월 뒤에 넷플릭스에서 정식 공개됐다. 이와 관련,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에 선정 기준을 뒀다”는 말만 반복하며 “‘전,란’은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좋은 영화이자 완성도도 높은 작품이다. 그래서 꼭 개막작으로 관객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외 구체적인 선정 의미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비껴갔다.불행인지 다행인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란’은 현재까지 공개된 BIFF의 초청작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개막식 다음 날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오픈 토크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영화를 먼저 접한 언론과 평단의 호평도 이어졌다. 정식 공개를 앞두고 화제성과 입소문을 챙기는 데 성공한 셈이자, 일각의 우려대로 BIFF가 넷플릭스의 홍보 수단으로 제대로 쓰인 셈이다.넷플릭스 입장에서야 잃을 게 없다. 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는 “‘전,란’이 개막작으로 공개돼 저희는 너무너무 기뻤다. 이번 BIFF에서 ‘전,란’을 공개하고 다양한 관객을 만난 건 (넷플릭스에) 너무 좋은 자양분이었다”고 돌아보며 “이 경험을 염두에 두고 학습해서 더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 그래서 내년 BIFF에서 또 영화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까지 다졌다.BIFF는 이번에 개막작 외에도 3편의 넷플릭스 작품을 더 초청했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2와 일본 시리즈 ‘이별, 그 뒤에도’, 대만 작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이다. ‘온 스크린’ 섹션 초청작들로, 전체 초청작(7편) 중 넷플릭스 지분이 가장 높다. ◇기회 잡은 넷플릭스, 영화 팬들부터 관계자까지 포섭넷플릭스는 물 들어온 김에 부지런히 노를 젓고 있다. 일례로 영화제 기간 BIFF 메인 스테이지인 영화의전당 맞은편 건물과 해운대 한 복판에 대형 옥외광고를 내걸어 자사 초청작을 홍보 중이다. 또 곳곳에 넷플릭스의 상징인 빨간색 ‘N’ 조형물을 설치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지난 2022년부터 영화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운영해 온 ‘넷플릭스 사랑방’ 역시 변함없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넷플릭스가 선보였던 작품과 선보일 작품들의 포스터를 전시 중이며, 스티커 등을 제작해 신규 콘텐츠를 홍보하고 있다. 특히 사랑방 한켠에는 넷플릭스 전용 포토부스를 마련해 MZ 영화인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넷플릭스는 또 그간 대형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열어왔던, 이른바 ‘부산의 밤’ 행사를 영화제 대목인 개막 사흘째 저녁에 개최했다. 4일 열린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에는 언론 및 영화계 관계자, 넷플릭스 임직원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작품들의 연출자 연상호, 변성현, 김병우 감독 등이 대거 참석했다. 넷플릭스는 이 자리에서 자사 신규 라인업을 공개하고 영화 시장 내 파이를 확대해 가겠다는 포부를 분명히 전했다.이어 6일에는 BIFF 부대행사 일환인 포럼을 진행했다. 넷플릭스가 BIFF와 협업해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다.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크리에이터들과 넷플릭스 아태지역 콘텐츠팀, 프로덕션팀이 참석, 3시간 동안 넷플릭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올해 BIFF 포럼에 참여한 투자배급사는 CJ ENM 외 넷플릭스가 유일하다.이처럼 매년 커지고 있는 부산영화제 속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대해 BIFF 측은 여전히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른 상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해마다 영화계에서 넷플릭스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고 넷플릭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러다 영화제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영화 생태계에도 적신호가 켜질까 걱정”이라며 “대중성, 화제성이 아닌 영화제의 본질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7 06:00
영화

[29th BIFF] 류성희 미술감독 “여성 성공=우연? 10년간 장르 영화 하며 편견 돌파했죠” [종합]

“감사합니다. ‘한국 영화 멋있다’라는 말을 계속 들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류성희 미술감독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설된 까멜리아 상 첫 수상 영예를 안았다. 이를 기념해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5일 취재진과 만난 류 감독은 “첫 수상자가 된 것을 무한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 영화 산업에는 다양한 분야서 전문 인력이 왕성히 활약하고 있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까멜리아 상은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문화·예술적 기여를 알리기 위해 올해 신설된 상으로, 부산의 시화이자 브랜드 ‘샤넬’의 설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좋아했던 꽃 동백꽃(까멜리아)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류 미술감독은 ‘올드보이’, ‘괴물’, ‘아가씨’ 등 다양한 한국 영화의 미학적 완성에 한 축을 담당했으며, 특히 프로덕션 디자인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와 상징성을 다진 장인으로 이번 최초 수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016년에는 영화 ‘아가씨’로 그해 칸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류 미술감독은 이날 한국에서 미술감독의 길을 걷게된 계기를 돌아봤다. 그는 홍익대 도예과를 졸업한 뒤 아메리칸 영화연구소(AFI)에서 영화를 공부한 후 미국 현지 독립영화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런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사막에서 한 서부극을 촬영하면서다.“동경했던 서부 문화지만 여성이 대부분 서부영화 속 ‘콜걸’처럼 그려졌어요. 그 영화를 찍을 때 ‘내가 왜 여기 있지? 내게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다면 서양인이 한 것을 답습하며 애쓰기보단 실패하더라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하면서 내 시간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하고 깨달았어요.”그는 ‘동방불패’와 같은 홍콩 영화를 들어 “여성도, 남성도 아닌 임청하 같은 분들이 나온다. 총 대신 무술 한걸음에 세계를 그리고, 역사를 만들고, 우주를 얘기하는 듯한 중성적인 웃음소리, 술 한 모금 마시며 상대를 대접하는 세계에 매료됐다”며 “그래서 한국은 아직 영화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더라도 저 사막의 ‘판타지’를 꿈꾸고 싶다고, 모든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털어놨다.한국에서 미술감독, 그것도 여성으로서 출발은 쉽지 않았다. 류 미술감독은 “당시 업계에는 창조적인 일, 영화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여성은 예산이나 기술 측면에서 선입견이 있어서 제가 직업을 갖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멜로나 로맨스 작품이라면 함께 해보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수년의 기다림을 가진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류승완 감독이었다. 이후 그의 소개로 봉준호 감독, 박찬호 감독 등 한국영화 르네상스기를 이끈 새 세대를 만나며 류 미술감독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이 산업에서 여성의 성공은 우연이라 여겨졌어요. 저는 그렇게 여겨지지 않기 위해 10년간은 장르 영화만 하겠다고 결심했죠.”누아르나 스릴러 등 장르물을 하며 업계의 선입견을 돌파해 온 그만의 철학을 묻자, 류 미술감독은 “아름다움과 추함이 무엇인지 답을 갖고 고집하는 게 아닌, 시대에 맞춰 열린 마음을 갖고 사람들과 함께 다시 질문을 던지고 서로 영감을 갖고 느낄 수 있게 표현하는 것”이라며 “선입견을 최대한 제거하고 새롭게 발견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저는 이 일을 ‘고고학적 판타지’라고 정의해요. 대본을 수차례 읽고 제가 느낀 감정과 미술 설계를 정리한 후에는 음악이든 책이든, 사진이든 방대한 양의 리서치를 진행하는데 제 일이 역사학자가 아닌, 누군가의 마음에 판타지를 만드는 일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해요.”까멜리아 상은 다른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상이기도 하다. 류 미술감독은 “제 목표는 ‘탁월함’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언가 한 분야에서 탁월함이 될 수 있을까, 아직 그 과정 중에 있기에 스스로 기대감도 있다”면서 “여성 영화인들이 성별을 떠나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잡고, 조금 더 박차를 가하면서 ‘탁월함’에 이르면 편견은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편견 자체에 부딪히면 힘에 부치니까 오히려 편견을 ‘문’으로 보면 어떨까요. 제가 장르 영화를 했던 건 그를 제 정체성으로 만들어서, 선입견을 돌파하는 문으로 만들어왔다고 생각해요. 부딪칠 벽보다는 문으로 만들 기회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이번 수상으로 새 족적을 남긴 류 미술감독이 바라보는 다음은 어디일까. 그는 “판타지와 SF를 만들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어 “사실 SF 판타지는 쉽지 않다. 그런 시대와 문화를 온전히 구현하려면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산업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나라도 SF 판타지 멋있다’는 말 듣도록, 좋은 후배들도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상을 받을 때 쑥스러운 건 제가 개인 작가면 몰라도 영화는 많은 분과 함께 만드는, 협업이 본질이기 때문이에요. 그 점을 잊지 않으려 해요. 그래도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저를 이야기할 때 ‘여성 미술 감독’이 아닌, ‘미술감독 류성희’라고 소개하는 겁니다. 그것이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요.”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05 19:25
영화

[29th BIFF] 윤상현 CJ ENM 대표 “과거 성공 방식 유효하지 않아…콘텐츠 투자 늘려갈 것”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가 스토리텔링의 힘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K콘텐츠를 위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에서는 ‘CJ 무비 포럼 – 내비게이팅 더 뉴 패러다임’(CJ Movie Forum – Navigating the New Paradigm)이 진행됐다. 이날 윤상현 대표는 “이번 포럼은 한국 영화 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한 CJ의 고민과 의지를 담아서 마련했다”고 소개하며 “콘텐츠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고 과거의 성공 방식이 유효하지 않을 것이란 고민도 있다. 하지만 CJ ENM은 세상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힘을 믿는다. 결국 중요한 건 웰메이드 스토리”라고 강조했다.이어 “크리에이터 상상력이 최고의 작품으로 빛날 수 있도록 글로벌을 향한 도전과 성공에 힘을 보탤 것”이라며 콘텐츠 사업 전략으로 △(콘텐츠)우수하고 유망한 크리에이터 확보 통한 선진 제작 시스템 구축 △(플랫폼)리니어-디지털 간 플랫폼 시너지 창출 및 선제적 유통구조 확립 통한 경쟁력 확보, 티빙의 콘텐츠 포트폴리오 최적화 및 수익모델 다각화 △(글로벌)지속가능한 글로벌 사업구조 확립을 꼽았다.윤 대표는 “내년에 CJ ENM이 창립 30주년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CJ ENM은 지난 30년 동안 전 영역에 걸쳐서 한국영화계 시스템 구축과 미래를 위해 힘써왔다. K콘텐츠 가치에 대한 믿음 하나로 아낌없이 지원하며 K콘텐츠를 지금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해 왔다. 그 의지와 열정은 변함없다”고 짚었다.윤 대표는 “저희는 다시 한번 콘텐츠업 본질, 기본기에 충실하고자 한다”며 “CJ ENM은 지금까지 연간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이어왔다. 이 투자도 꾸준히 늘려나가겠다. 크리에이터들의 상상력이 최고의 작품으로 세상에 빛을 볼 때까지 함께 성장하고 동행하겠다. 과거에도 앞으로도 영화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끝으로 윤 대표는 “CJ ENM은 온니원(ONLYONE) IP 경쟁력을 글로벌로 전파해 또 문화 사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No.1 IP 파워하우스’로 거듭나겠다”며 “유능한 창작자들이 꿈꾸는 콘텐츠가 실현되고, 함께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4 11:01
영화

[29th BIFF] 축제가 시작됐다…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인들 축하 속 화려한 개막 [종합]

부산국제영화제가 국내외 영화인들의 뜨거운 축하 속 막을 올렸다.올해 제29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되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본식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는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박보영, 안재홍을 비롯해 이정재, 장동건, 강동원, 김희애, 정준호, 차승원, 조진웅, 이준혁, 송중기, 박정민, 박성웅, 정우, 조우진, 지창욱, 김현주, 심은경, 수현, 이동휘, 공승연, 김성철, 공명, 주현영, 정지영 감독, 김성수 감독, 허진호 감독, 김종관 감독, 노덕 감독, 구혜선 감독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 사카구치 켄타로, 아리무라 카스미, 장률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미겔 고미쉬 감독 등 해외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해 영화제 개최를 축하했다.박보영, 안재홍의 인사로 시작된 개막식은 올해 신설된 까멜리아상 시상으로 연결됐다. 까멜리아상은 영화산업에서 여성의 문화·예술적 기여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상으로 첫 수상자로는 류성희 미술감독이 호명됐다. 무대에 오른 류 감독은 “여성 영화인들을 위한 의미 있는 상을 만들어줘서 감사드린다”며 “편견을 버리고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앞에 펼쳐질 가능성은 무한할 거다.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모든 여성 영화인에게 바치겠다”고 인사했다.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광수 BIFF 이사장이 무대에 올라 개막을 선언했다. 박 시장은 “태풍도 영화제를 피해 물러갔다고 한다. 영화의 바다로 나아갈 모든 준비가 끝났다. 좋은 영화, 화려한 스타, 안락한 상영관도 채비를 끝냈다. 영화 팬들만 올라타면 된다. 이제 돛을 올리고 출발하고자 한다”고 외쳤다.개막 선언 후에는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을 소개했다. 올해 뉴커런츠 심사위원에는 모하메드 라술로프 감독, 이명세 감독, 배우 주동우와 카니 쿠스루티, 바냐 칼루제르치치 로테르담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위촉됐다. 한국영화 공로상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이 받았다. BIFF는 이선균의 출연작과 인터뷰 글귀를 담은 영상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박보영과 안재홍은 “너무 안타까운 이별이었다.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인사처럼 이제는 편안함에 이르셨길 바란다”며 “공로상은 유족께 잘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했다.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큐어’, ‘회로’, ‘절규’ 등 뚜렷한 개성의 장르영화를 만들어 온 기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받았다. 봉준호 감독 등의 축하 영상 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기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상상도 못 했다. 이런 명예로운 상을 받을 수 있어 정말 감격스럽다”며 “BIFF에서 올해 두 편의 신작을 공개한다. 많이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이후 개막작 소개가 진행됐다. 올해 개막작은 넷플릭스 한국영화 ‘전,란’으로, 김상만 감독과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이 직접 무대 위로 올라와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영화 재밌게 보고 오늘 밤 마음껏 즐겨달라”는 강동원의 당부를 끝으로 영화가 상영되면서 개막식은 마무리됐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오는 11일까지 열흘간 진행된다. 전 세계 총 69개국 224편의 영화가 초청됐으며, 폐막작은 싱가포르 감독 에릭 쿠의 ‘영혼의 여행’이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2 20:15
드라마

[빌드업코리아] 최문석 에이스토리 제작본부장 “대본만 1년간 4만 페이지 읽죠” [창간55]

“일간스포츠와 30년의 역사를 함께 했습니다.” K콘텐츠의 전세계적 위상이 높아진 지금, K콘텐츠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스토리는 필수다. 참신함으로 무장한 신인작가의 중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들의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는 콘텐츠 전반의 다양성에 일조하는 동시에 K 콘텐츠의 토대를 단단히 뒷받침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최문석 에이스토리 제작총괄본부장은 신인작가를 발탁하는 데 최선봉에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빅마우스’, ‘모래에도 꽃이 핀다’, ‘유괴의 날’부터 지난 6월 인기리에 종영한 ‘크래시’까지. 국내 대표 드라마 제작사인 에이스토리는 그 어느 곳보다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일간스포츠 창간 55주년을 맞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에이스토리 본사에서 만난 최 본부장은 먼저 창간 축하 인사를 건네며 “만화가 고(故) 고우영 선생님이 일간스포츠에 만화 ‘일지매’(1975~1977)를 연재하신 것을 보고 자랐다. 그 이후에도 지하철에서 일간스포츠를 구매해 보면서 다녔다. 족히 30여 년을 일간스포츠와 함께 했다”고 특별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어떤 창구로든 독자가 뉴스를 소비하더라도, 뉴스가 있는 한 일간스포츠가 언제나 곁에서 독자를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어 올해 일간스포츠의 창간 테마 ‘빌드업코리아’를 위해선 경쟁력 높은 IP(지적재산권)는 물론, 이를 뒷받침할 신인작가의 발굴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인작가들에겐 기회가 무척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회의 문은 넓어야 한다. 이들이 드라마 업계에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할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34년간 콘텐츠 업계에 몸담고 있다. SBS PD 공채 2기로 입사해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온리 유’, ‘크리스마에 눈이 올까요?’, ‘초인가족 2017’ 등을 연출했고 기획, CP 등을 맡다가 2018년 에이스토리로 이적했다. 이곳에서 드라마 제작의 출발점을 맡고 있는 최 본부장은 터를 옮긴 후 가장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손 잡고 개최한 신인작가 발굴 및 육성을 위한 공모전이다. 최근엔 에이스토리가 독자적으로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 400여 편의 작품이 지원작이며 그 중 6편이 선정됐다. 에이스토리는 이들에게 작품 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취재 및 자문 지원, 창작지원금 지급 등을 제공한다. 과거 신인작가들의 주요 등용문이었던 방송사들의 입지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신인작가 등장의 토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터라, 에이스토리의 이 같은 프로젝트는 작가를 꿈 꾸는 이들에게 소중한 기회이자, K 콘텐츠의 저변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최 본부장은 “1년간 약 4만 페이지 정도를 본다”며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단 공모전뿐 아니라 다양한 루트로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데 애쓰고 있다.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처럼 영화계에 먼저 발을 들인 작가를 찾아내는 것은 물론, 타 방송사들의 공모전에서 탈락한 작품까지도 살펴본다. “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눈은 비슷하더라도 결국 제작 여부의 판단은 주관적이에요. 저는 제 기준에서 재밌다면 그 작가와 계약해요. ‘30여 년간 이 업을 하고 있다는 건 내가 정답이다’라는 확신이 그 밑바탕이고요. 후배들에게도 항상 재밌는 걸 하라고 하죠. 다만, 대중이 싫어할 만한 작품은 하지 말라고도 강조하고요. 드라마는 대중문화예요. 우리와 대중의 취향이 항상 일치할 수 없지만 이를 절대 놓치면 안 되죠. 전국민이 뉴진스를 좋아하는데 자신만 싫으면, 다시 한번 뒤돌아 봐야 하는 것처럼요. 이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작품의 소재, 캐릭터, 대사 등을 보고 발전의 여지가 있는지 없는지 끊임없이 읽어봐야 하죠. 저 또한 매일 하는 일이 이 작업입니다.” 최 본부장의 사무실 책상과 책장에는 대본이 적힌 A4 용지가 가득 채워져 있는데, 인터뷰 전까지도 검토하고 있던 대본은 무려 14번의 수정이 이뤄진 상태였다. 자신을 옛날 사람이라고 칭하며 프린트된 활자로 읽어야 대본이 눈에 들어온다고 웃은 그는 “잘 읽히는 작품을 일단 모아두고, 안 읽히는 작품은 다시 읽는 작업을 하는데 그 횟수가 많아질수록 아웃될 가능성이 높다”고 작업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최 본부장은 작품 선정 기준을 ‘재미’라고 밝혔는데, 그 밑바탕은 당연히 ‘공감’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드라마 제작은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 대중과 함께 느끼지 못하면 그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무척 슬픈 것”이라고 말했다. 늦게 빛을 보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크래시’다. 교통범죄수사팀의 활약을 그린 ‘크래시’는 약 6년 만에 시청자를 만났다. 최 본부장은 이를 “냉동시켰다”고 표현했다. “제작사의 작품도 결국 방송사 등 플랫폼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거절 당하는 것들도 있죠. 크래시도 그랬죠. 하지만 ‘크래시’는 소재든, 공감 포인트든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작품이에요. 중산층 기준으로 한 가족에 자동차 두 대 이상이 있는 것처럼 시청자 대부분이 운전자라서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고, 자동차와 관련된 범죄만 다룬다는 팀이 있다는 작품의 출발점도 차별성이 있었죠. 냉동시켜 놨다가 신선한 것처럼 꺼내 보일 수 있는 작품이라 믿었죠.” 최근 편성권을 지니고 있는 방송사들이 광고 수익 감소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방송가의 상황은 그닥 좋지 않다. 에이스토리 또한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 최 본부장은 새로운 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메시지를 던지는 좋은 작가와 좋은 작품이 계속 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자로서 우리의 목표점은 분명해요. 드라마를 잘 만들고,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는 거죠. 그 과정은 쉽지 않고, 신인 작가 또한 고된 작업을 거쳐야 하죠. 사실 제작사로서는 이미 검증이 된 작가들과 계약해 작업하는 게 흥행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하지만 그랬다면 ‘우영우’ 등과 같은 작품들이 시청자를 만나기 쉽지 않았겠죠. 신인작가의 발굴이 그래서 중요해요. 개인적으로도 이 작업이 무척 즐겁고요. 제가 발굴한 작가가 처음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나중엔 입지를 다져가는 모습을 같은 업계에서 지켜보는 것에 무척 보람을 느끼죠.”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10.01 09:41
해외연예

“영원할 줄 알았던” 매기 스미스 별세…‘해리 포터’ 인연들 추모 [왓IS]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맥고나걸 교수 역으로 사랑받은 영국 배우 매기 스미스가 세상을 떠났다.BBC, 로이터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매기 스미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9세. 외신에 따르면 매기 스미스의 두 아들 토비 스티븐스와 크리스 라킨은 이날 “어머니는 오늘 이른 아침 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며 성명을 냈다. 구체적인 사인은 밝히지 않았으나 고인은 오랜 기간 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매기 스미스는 1934년생으로, 1950년대 영국 연극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후 70년 넘게 영미권 연극·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아카데미상과 에미상, 토니상을 석권한 명 배우로, 1990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경’(Sir)의 여성형인 ‘데임’ 칭호를 받았다.2000년대 들어서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의 별세 소식에 ‘해리 포터’ 시리즈 인연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 해리 포터 역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28일 자신의 SNS에 “매기 스미스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9살이었다. 그는 강렬한 지성을 지닌 사람이자 놀라울 정도로 날카로운 혀를 가졌으며, 위협적인 동시에 매혹적이고, 매우 재밌는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이어 “촬영장에서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었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항상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전설이라는 단어는 그에게도 해당된다”고 존경을 표했다. 론 위즐리 역의 루퍼트 그린트도 “그와 함께 세트를 공유할 수 있어서 몹시 행운이다. 특히 함께 춤을 출 수 있어서 더욱 그랬다”며 ‘해리 포터’ 영화 속 한 장면을 추억으로 공유했다.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은 “어렸을 때 메기 스미스의 전설에 대해 전혀 몰랐다. 어른이 돼서야 위대한 분과 함께 호흡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같은 공간을 공유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정직하고, 재미있고, 자존감이 높았다. 남자 교수들 가운데서도 정말 잘 버텼다”고 돌아봤다.말포이를 연기한 톰 펠튼 또한 “그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첫날부터 우리를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변신술 수업 중 웃음을 멈출 수 없었을 때 촬영장에서 쫓겨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추억했다.‘해리 포터’ 원작 소설가 JK 롤링도 극 중 매기 스미스의 사진을 게시하며 “영원히 살 줄 알았다. 매기 스미스의 명복을 빈다”라고 애도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9.29 10:44
영화

[빌드업 코리아] 허명행 감독 “‘범죄도시4’ 흥행 후 다시 무술감독 병행” [창간55]

“저도 일간스포츠도 더욱 오래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황야’로 연출 데뷔 후 두 번째 작품 ‘범죄도시4’로 단숨에 ‘천만 감독’ 타이틀을 따낸 허명행 감독이 일간스포츠의 55번째 생일에 축하 인사를 건네왔다. 허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일간스포츠 창간 55주년 인터뷰에서 “4월부터 ‘북극성’을 촬영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며 “전과 달라진 거 없이, 요동치지 않고 평범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앞선 작품들이 주목받아서 다행이고 너무 감사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다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듯 신기해하면서 달라진 걸 묻는데 그런 건 전혀 없죠. 전 오히려 이런 반응 자체가 어색해요.(웃음) 다른 직업이긴 하지만, 제가 영화 일 자체를 워낙 오래 했잖아요. 미지의 세계를 파고든 게 아니니까 오히려 어리둥절한 거죠.”허 감독의 말처럼 그는 영화계에 30년 가까이 몸담은 베테랑이다. 그동안의 롤은 스턴트 배우 혹은 무술감독으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국가대표’, ‘신세계’, ‘군도: 민란의 시대’, ‘검사외전’, ‘아수라’, ‘부산행’,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계’, ‘범죄도시’ 시리즈, ‘독전’, ‘헌트’ 등 대한민국 대표 감독들의 작품 속 액션을 빚어냈다.잘나가는 무술감독의 연출 데뷔는 업계 안팎의 뜨거운 이슈였지만, 정작 허 감독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래전부터 액션을 넘어 영화 일 자체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지난 2015년 정두홍 무술감독과 제작사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준비하던 작품들이 엎어지면서 허 감독의 말마따나 “물도 많이 먹고 돈도 많이 쓴” 시간도 겪었다.“사실 감독 제안은 그전에도 간간이 들어오긴 했어요. 다만 기라성 같은 감독들과 일하다 보니 자신이 없었죠. 그 정도 연출력이 없으면 감독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건 거죠. 그러다 생각을 바꿨어요. 제가 들어오는 영화는 보통 액션물이었거든요. 이렇게 있지 말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걸로 만들면 조금 더 힘이 실리겠다 싶었죠.” 본래 촬영장이 주 무대인 사람이니 연출이라는 일 자체가 생소하지는 않았다. 구태여 달라진 게 있다면 “현장의 큰형이 된 느낌”이라는 것 정도. 허 감독은 “모든 스태프, 배우를 잘 아울러야 했다. 무술감독도 파트장이지만, 연출은 또 달랐다.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 이상으로 현장에서 모두를 잘 끌고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허 감독은 성공적인 감독 데뷔 후에도 ‘리볼버’ 등 다수의 작품에 무술감독으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이유를 묻는 말에 “가수 데뷔 해놓고 다시 백업 댄서 하는 거 같으냐”며 장난스레 반문한 허 감독은 “병행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감독이 되면 무술감독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만큼 좋아하는 일이고 또 누군가 절 필요로 한다는 거니 감사하죠. 비유하자면 그래요. 백업 댄서가 가수로 데뷔해도 누군가 절 안무 전문가로 인정해 주고 불러주면 안 할 이유가 없죠. 그러다 제 곡이 나오면 또 노래 부르면 되는 거고요.” 현재 강동원, 전지현 주연의 ‘북극성’이란 새 작품을 준비 중인 허 감독은 감독으로서, 무술감독으로서 목표치가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저 영화 일을 길게 오래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스코어, 트로피를 목표로 삼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중요한 건 도전을 통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짚었다.“도전은 무조건 해야 해요. 어떨 땐 그것이 삶 전체를 바꾸기도 하니까요. 다만 날아오를 때 한 번에 얼마나 멀리 가느냐를 먼저 보면 안 되죠. 낮더라도 오래 유지하면서 날 수 있는 게 중요해요. 차근차근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돌아봤을 때 꽤 멀리 와 있을 거예요.”그러면서 허 감독은 일간스포츠 역시 그런 매체로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랐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기사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요. 그러니 항상 신중한, 양질의 기사를 제공해 주셨으면 해요.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것처럼 함께 더욱 롱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창간 55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9.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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