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클릭 K바이오] 세닉스바이오테크 이승훈 대표 "나노자임으로 새로운 클래스의 신약 창출"
지난해 국내 바이오헬스 수출액은 사상 첫 100억 달러를 돌파해 141억 달러(약 15조2500억원)를 넘어섰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규모도 10조원을 돌파했다. K바이오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오리지널 의약품이 전무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무기 나노 재료로 새로운 클래스의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이승훈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혁신적인 나노 바이오 융복합 기술로 무장한 이 대표는 글로벌 오리지널 의약품 탄생이라는 숙원을 풀어낼 수 있는 유력 후보로 꼽힌다. 나노자임 분야 세계 최초 신약개발 조준 이 대표는 2016년 창업 후 세닉스바이오테크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직을 병행하며 새해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세닉스바이오테크 본사에서 만난 그는 “미국 FDA(미국 식품의약국)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한 절차들이 진행되고 있다. 신약 개발까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줄지어 있다”며 최근 근황을 전했다. 지난해 8월 ‘유 퀴즈 온 더블럭’ 방송 프로그램에 뇌졸중 전문의로 출연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유기물질이 아닌 무기물질을 나노 사이즈로 만들어 신약을 개발하는 건 우리가 세계 최초”라며 “이는 나노자임(Nanozyme)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다”고 설명했다. 나노자임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무기질 유래의 물질이지만 체내 투여되면 생체 효소 역할을 대신하는 나노물질을 통칭하는 최신 용어다. 이를 학문적으로 다루는 나노촉매의학이 새로운 융복합 바이오 분야로 각광을 받는 추세다. 무기물질의 신약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독성이다. 제약업계에서 나노자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바로 독성 여부 때문이다. 이 대표는 “무기물질에 대한 독성은 선입견보다 낮다. 실험 결과 유전 독성이 없는 물질도 있다”고 말했다. 그 중 산화세륨의 성질에 주목했다. 중금속 세륨의 산화된 형태가 산화세륨인데 10년 동안 연구하면서 뇌출혈과 연관된 질환 치료에 활용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섰다. 뇌졸중 중 가장 치사율이 높은 지주막하출혈 치료제 가능성을 봤다. 이 대표는 “지주막하출혈은 뇌동맥류의 파열로 발생하는데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며 "절반 이상이 60세 미만에서 발생하고 사망률도 25~5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산화세륨을 나노입자로 만들어 주입하면 뇌출혈과 그로 인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줄여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본다. 지주막하출혈 치료 후보물질인 CX213은 학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쥐에 투입하는 임상 시험 결과 대조군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며 “(무기물질이)위험이 있더라도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세상에 이 약물을 꺼내는 게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있던 약물을 개선하거나 향상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클래스를 만드는 약물이 될 것이다”며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상의사 장점 활용 신약 성공률 극대화 세닉스바이오테크의 연구는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승훈 대표는 산화세륨과 활성산소의 연구 결과를 2018년 국제뇌졸중학회에서 발표하면서 최고 기초의학상을 받았다. 이어 그해 말에는 뇌졸중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뇌졸중(Stroke)의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 대표는 CX213 개발 및 사업화 공로로 2019년 11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주막하출혈 치료제에 대한 FDA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 대표는 “위탁생산을 업체를 찾아 12월에 계약했고, 대규모 생산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또 글로벌 임상수탁시험기관인 코반스와 협의해 전임상시험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의약품과는 분석방법 자체가 다른 신약이라 전 세계적으로 위탁생산이 가능한 기업이 5곳밖에 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업체를 찾고 협의를 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무기물질에 특화된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들의 값진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치료제 생산의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그는 “올해 6월에는 대규모 나노자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2년 내 FDA IND를 통과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IND 승인이 나도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러나 임상의사의 강점을 살려 차분히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저 자신이 임상 3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치열하게 3상만 해온 의사”라며 “3상에서 신약 개발이 틀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임상연구자(PI)의 이름값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임상 성공 경험을 잘 보고 선택을 해야 한다. 3상을 전략적으로 디자인해야 신약개발의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의사로서 병을 잘 알았다면 창업 후에는 약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리지널 약품 개발로 세계 10대 바이오기업 꿈 원활한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세닉스바이오테크의 미국지사가 FDA의 대화창구가 될 전망이다. 이승훈 대표는 “FDA는 미국 내 사무소와 소통한다. 그래서 1상 신청서를 내기 전에 미국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뇌졸중은 나라에서 책임을 지는 질병이라 FDA의 가이드라인이 매우 엄격하다. 미국은 정말 좋은 약에 대해서는 차별이 없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개발에 성공하면 영업이 필요 없는 그런 환영 받는 의약품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학계의 뜨거운 관심 덕분에 최근 150억원의 시리즈A 투자 유치도 마무리 단계다. 지주막하출혈의 시장 규모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47조~66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106만명이 넘는 환자가 있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세상에 없던 물질을 꺼내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며 “나노의학의 시대가 열렸다. 그 안에서 무기물질이 나노의학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신약 개발 성공 의지를 피력했다. 세닉스바이오테크가 지주막하출혈 치료제 연구만 하는 건 아니다. 이 대표는 “2개의 나노자임 플랫폼을 통해 4개 파이프라인과 16개 적응증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제 글로벌 제약사처럼 시스템 확충 등으로 100년 토대의 바이오기업을 향해 나아갈 예정이다. 그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해 세계 10대 바이오기업이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또 여전히 노벨의학상의 꿈도 갖고 있다. 이승훈 대표는 “회사를 잘 키우고 목표를 이룬 뒤 저만의 연구개발 공간을 만들어 기초의학 연구를 꾸준히 하고 싶다"며 "2개의 아이디어가 있는데 언젠가는 실험으로 노벨의학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1.15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