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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how are you ①] 송춘희 “수덕사의 여승이 내 인생을 바꿨어요”

노래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가수 송춘희(72)를 보면 아무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수덕사의 여승’은 그의 인생을 깡그리 바꿔놓았다. 고모 할아버지가 답십리 장로교회를 건립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이 노래가 뜨고 나서 불교로 개종했다. 마치 독실한 티베트 불교 신도인 배우 리처드 기어나 브래드 피트·디카프리오·짐 캐리·멜 깁슨 등 서양 연예인 불교 신자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그는 이후 가수 중 가장 많이 군부대 공연을 하고, 가장 자주 교도소를 찾는 사람이 되었다. 25년째 노래 포교를 하고 있고, 19년째 장학회를 통해 봉사에 전념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너 수덕사 가보고 노래하니?” 그가 불교도가 된 계기도 재밌다. ‘수덕사의 여승’이 한창 인기 있을 때다. 이 노래로 하루에만 5개 극장에서 하루 4회씩 20회, 방송과 야간업소 등 여덟 군데를 돌기도 했다. 워낙 빅히트하다 보니 공연 때마다 아나운서나 사회자들이 “수덕사에 가보셨어요”라는 질문을 빼놓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서 먼 수덕사엔 못가고 가까운 절에 갔다 왔다. 절을 할 줄도 몰라 찾아가 우두커니 서있다 왔다. “그때 부처님이 슬며시 웃었다.” 이 노래를 발표하고 난 뒤의 에피소드. 견성암의 일엽 스님 문도들이 찾아와 “노래하지 마라” “가사 바꿔달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일엽 스님은 수덕사 부속 한국 최초 비구니 선원인 견성암에서 출가해 27년간을 두문불출하며 거처한 여승. 두 번 결혼 두 번 이혼에 이광수와 염문을 뿌리기도 한 것으로 유명한 일엽스님은 문학지를 창간한 신여성으로 문필을 날렸다. 이 노래가 ‘청춘을 불사르고’라는 책까지 펴낸 일엽 스님을 떠올리게 하고 욕되게 한다는 항의였다. 요즘에는 당시 스님들이 “그때 왜 그랬지” 되묻는단다. 가수 송춘희는 일엽 스님과 비슷한 면이 있다. 우선 이북 출신이고, 모두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불교도가 되었다는 점에서다. 물론 가수 송춘희의 히트곡은 이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00년 수덕사 앞에 ‘수덕사의 여승’ 노래비가 섰지만 이보다 한 달 앞서 전남 화순 너릿재 공원에 노래비가 세워진 ‘영산강 처녀’도 빅히트곡이다. 그는 월남전 때 네 번이나 위문공연을 갔다. 당시 최고 앙코르송은 ‘노랫가락 차차차’와 ‘신이별가’였다. 그가 노래를 시작한 건 56년 악극단에서부터. 이후 황금심·황정자를 잇는 민요가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후배들이 바로 김부자·조미미·김세레나다. 그의 노래는 유난히 지명과 관련이 깊다. 데뷔곡 ‘삼다도 편지’부터 ‘서귀포 아가씨’ ‘눈물의 한탄강’ ‘아름다운 상주’ ‘문경아가씨’ 등. 지금도 50대 이상 팬들은 전철이나 길거리에서 얼굴을 알아보고 사인공세를 퍼붓는다. 일간스포츠를 찾아왔을 때도 60대 경비 아저씨들로부터 사인 요청에 시달렸다.“베풀 수 있어 행복, 다시 태어나도 가수” 그는 가수이면서도 노래 이외에 남을 위한 봉사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앞장 선다. 그가 본격적으로 군부대와 교도소를 위문하게 된 것이 83년. 미국에 살 때였다. “프랑스에 여행 갔는데 핸드백을 도난 당해 돈이 없어 물만 먹고 사흘을 굶었다. 어려운 일 당할 때 108배하고 기도하라는 큰 스님 법문이 떠올랐다.” 그래서 기도와 절만 했다. 한 달 걸린다던 출국 허가가 사흘 만에 나왔다. 그는 “빨리 보내주면 부처님 일만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뭘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가수니까 찬불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만 해도 잘 안 알려진 찬불가를 취입했다. 이후 사각모자만 무려 다섯 개를 쓰며 불교 대학원에서 포교사 공부를 했다. 그리고 법무부의 교정대상을 받을 정도로 25년을 한결같이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 하며 수천 명의 장기수나 사형수와 대화하고 벗이 되었다. 법무부 장관을 두 번씩이나 찾아가 구명 운동해 살린 한 사형수는 이제 매년 명절이나 생일 때 빠짐없이 찾아온다. 그의 또 다른 봉사는 매주 일요일 빠지지 않고 군부대를 방문하는 것. 전국에 웬만한 부대는 빠짐없이 찾았다. 91년에는 부모 없는 중고 청소년을 돕기 위해 백련장학회를 결성 현재까지 10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는 군부대 갈 때마다 젊은 장병의 기를 받아선지 나이를 잊고 젊어진다. 노래를 가르쳐 주며 스스로 기쁘다. 그는 “장례식에 가서 슬픈 노래는 더 슬프게 해주고, 결혼식에 가서는 즐거운 노래를 더 즐겁게 해줄 수 있어서 가수가 너무 좋다”며 “다시 태어나도 가수가 되어 세상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겠다”고 미소 지었다.★송춘희 프로필 출생: 1937년 10.8일 평북 영변생 가족: 8남매 중 맏딸 학력: 동국대 불교대학원 졸 직업: 가수노래시작: 악극단서 노래시작(56) 데뷔곡: ‘삼다도편지’(63)히트곡: ‘남산골 샛님’(64) ‘영산강처녀’(64) ‘노랫가락 차차차’(64) ‘수덕사의 여승’(66) ‘진정이라면’(67) ‘신이별가’(67)‘할아버지 쌈짓돈’(70) ‘영덕은 내고향’(2007) 수상: 2004년 제36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화관문화훈장, 2003 여성재가불자 108인 포교신행 부문 선발 경력: 백련장학회(白蓮奬學會) 18년간 회장, 18년 동안 군 전국 교도소 위문, 베트남 위문 공연 네 차례 노래비: 2000년 ‘영산강 처녀’(전남 화순 너릿재 공원), 2000년 ‘수덕사의 여승’(충남 예산 수덕사 입구) 박명기 기자 2009.12.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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