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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최용수·설기현 러브콜 “은퇴한 박주영, FC슈팅스타 시즌2 오라” [IS 현장]

쿠팡플레이 예능 ‘슈팅스타’에서 각각 감독과 코치 역할을 맡은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과 설기현 전 경남FC 감독이 박주영(울산 HD)을 향해 농담 섞인 러브콜을 보냈다. 슈팅스타는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이 K4리그 팀들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최용수 FC슈팅스타 감독과 설기현 코치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 호텔에서 진행된 슈팅스타 미디어 간담회에서 은퇴가 예정된 선수들 가운데 영입하고 싶은 선수로 박주영을 꼽았다. 박주영은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진 않았으나,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정팀' FC서울전에 교체로 투입돼 사실상 현역 은퇴 경기를 치렀다.설기현 코치는 “지난주에 박주영 선수가 은퇴했다는 기사를 봤다. 감독님께 바로 말씀드렸다. 시즌2를 한다면 감독님이 컨택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최용수 감독도 “팀에 상당히 보탬이 될 것”이라며 “사실 (박)주영이 말고도 진작 은퇴했어야 할 친구들이 있다. 알아서 슈팅스타에 오면 좋겠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용수 감독은 FC슈팅스타의 감독 역할을 수락한 배경으로 “처음엔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 싶었다. 박지성이 단장이라고 해서 흔쾌히 수락한 건 아니다”라며 웃어 보인 뒤 “현역에서 은퇴한 선수들이 다시 모여서 열정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였다. 한 번 해보자는 도전이었다”고 했다. 이어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전술과 전략을 준비했다. 설 코치와 대화를 통해 많이 도움을 받았다. 포백으로 공격축구를 시도해 보려 시도도 많이 했다. 큰 불만 없이 따라와 준 설기현 코치에게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설기현 코치는 “처음 코치로 제안받았을 때 사실 실망했다. 항상 감독이라는 생각으로 했었다. 최용수 감독님 밑이라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저와는 상반된 스타일이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슈팅스타 감독으로서는 K리그 지도자분들 중에 최용수 감독님을 대체할 분이 없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올해 1월 41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던 김영광은 주장으로서 슈팅스타 선수단을 이끈다. 그는 “은퇴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고, 편한 마음으로 은퇴했다”면서도 “그런데 하루, 한 달, 세 달이 지나면서 저 스스로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부터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고, 경기를 하면서 다시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단장 역할을 맡은 박지성은 “팀이 추구하는 방향, 열정을 돌이킬 수 있다는 희망에 끌렸다. 또 팬들에게 K리그를 알릴 수 있고, 더 깊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수락하게 됐다”며 “선수들에게 바라는 건 (선수 생활에) 미련이 남아 있다면, 그런 것들을 떨쳐 버릴 기회라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스탠포드호텔=김명석 기자 2024.11.14 17:06
국가대표

‘촘촘재’ 김민재, ‘전 세계 최고’ 타이틀 얻고 쿠웨이트전 중심 잡는다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가 ‘세계 최고’ 타이틀을 얻고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이제는 태극마크를 달고 이름값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쿠웨이트 쿠웨이트시티 자베르 알 아흐메드 국제 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5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앞서 3승 1무를 거둔 한국은 B조 1위를 질주 중이다. 이달 쿠웨이트와 팔레스타인을 연파한다면, 북중미행에 더 가까워진다. 이번 상대인 쿠웨이트(135위)는 한국(22위)보다 113계단이나 아래 있다. 3차 예선 4경기에서 3무 1패를 거둔 쿠웨이트는 팔레스타인(2무 2패)과 함께 아직 승리가 없는 팀이다.선수 면면에서는 유럽파가 즐비한 한국이 더 빛나지만, 강호인 요르단·이라크에 승점 1을 챙긴 쿠웨이트의 끈질긴 축구를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쿠웨이트 안방에서 경기가 열리는 만큼, 한국을 상대로 ‘1승’을 챙기려는 의지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러 차례 후방이 흔들린 한국으로서는 김민재의 활약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지난 9월 열린 ‘약체’ 오만과 2차전에서 역습에 흔들리며 신승을 거뒀다. 한 달 전 요르단에는 무실점 승리를 챙겼으나 슈팅을 13개나 내줬다. 이라크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볼 점유율(76%)을 기록했지만, 2골이나 헌납하며 아슬아슬하게 승점 3을 가져갔다.성적만 봤을 때는 순항하고 있지만, 분명 후방 안정화가 필요한 홍명보호다. 경험 많은 김영권, 정우영(이상 울산 HD)이 대표팀에서 빠진 현재, 김민재는 후방에서 가장 A매치 경험(67경기 출전)이 풍부하다. 앞서 손흥민(토트넘)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당시 주장 완장을 찬 경험도 있는 만큼, 홍명보호에는 김민재의 리더십과 탁월한 수비력이 필요하다.한국의 주도하에 경기가 진행될 것이 유력한 만큼, 수비 라인의 위치도 높게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재의 발끝에서 시작될 빌드업이 한국의 공격 작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수비 시에는 넓은 뒷공간을 커버하는 김민재의 빠른 발과 상대 선수에게 향하는 볼을 사전에 커트하는 예측 수비 능력이 빛날 수 있다.무엇보다 쿠웨이트가 밀집 수비를 펼칠 때, 한국은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로 상대 골문을 노릴 수 있다. 이때 김민재의 머리를 겨냥한 플레이도 가능하다. 지금껏 국가대표 일원으로 4골을 넣은 김민재는 지난달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분데스리가 7라운드에서 골 맛을 봤다. 당시 코너킥 이후 혼전 상황에서 침착한 오른발 마무리가 돋보였다. 소속팀에서 기세가 워낙 맹렬한 터라 김민재를 향한 세간의 기대는 크다. 김민재는 지난 11일 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소(CIES)가 자체 지표로 경기력을 분석해 매긴 전 세계 센터백 랭킹에서 1위에 등극했다. 100점 만점에 91.1점을 받은 김민재는 세계적인 수비수 후벵 디아스(맨체스터 시티·89.7점), 버질 판 다이크(리버풀·89.4점) 등을 발아래 뒀다.실제 올 시즌 주전 지위를 되찾은 김민재는 뮌헨이 치른 분데스리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특히 그는 최근 소속팀의 공식전 4경기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촘촘재(촘촘한 수비를 펼치는 김민재)’라고 불린다.상대 공격수와 1대1 싸움에 유독 강한 김민재는 쿠웨이트의 주장이자 전설 유세프 나세르(34·쿠웨이트SC)와 맞붙는다. 3차 예선에서 쿠웨이트의 3골을 모두 넣은 나세르는 A매치 113경기에서 52골을 몰아친 ‘영웅’이다. 3골 중 2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었지만, 문전에서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빠른 역습, 측면으로 볼을 보낸 뒤 크로스로 만드는 득점 패턴 등이 쿠웨이트의 특징이다. 한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나세르에게 한 방을 얻어맞을 수 있다. 수비 라인을 이끌 김민재의 역할이 어느 때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다.김희웅 기자 2024.11.14 06:47
영화

‘대가족’ 이승기 “삭발 신, ‘아저씨’ 원빈과 안 비슷하려고 노력”

배우 이승기가 스님 역을 위해 삭발한 소감을 전했다.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대가족’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양우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윤석, 이승기,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이 참석했다.이날 이승기는 “삭발이 큰 부담은 아니었다. 이 조합에서 연기해 보는 게 훨씬 더 큰 꿈이었다. 근데 머리를 미는 순간 ‘어? 큰일 났는데’ 싶었다. 다 밀고 나니까 제 생각보다 상당히 짧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이어 “(삭발) 이후에 병행해야 하는 스케줄도 있어서 3~4개월은 가발을 착용했다. 박수영 선배가 강추하는데 동의는 한다. 다만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해보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이승기는 또 영화 ‘아저씨’ 속 원빈과 비교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는 “가급적 안 비슷하려고 노력했다. 이쪽부터 미는 걸 반대로 밀었다. 미는 목적이 다르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한편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를 하게 되는 가족 코미디다. 오는 12월 11일 개봉.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12 11:51
프로축구

‘올림픽 탈락’ 실패 딛고 대전의 영웅으로…파란만장했던 황선홍의 2024년

“싸울 건가, 포기할 텐가. 저는 전자를 선택했고, 포기하지 않고 싸워나가겠습니다.”지난 6월이었다.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으로 부임한 황선홍(56)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당시 황 감독에게 ‘포기’라는 선택지가 놓인 이유가 있었다. 불과 두 달 전,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무려 40년 만의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결과는, 황선홍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도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았다.황 감독은 “지금도 그때(올림픽 진출 실패)를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쓰리고 아프고 굉장히 착잡하다”면서도 “과연 쓰러져 있을 것이냐, 다시 일어설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시점에서 저 자신을 믿고 다시 도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올림픽 진출 실패 이후 두 달 만에 대전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했다. 올림픽 탈락 참사 이후 주저앉아 있기보다 계속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였다.사실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거셌다. 외부에선 한국축구 역사에 남을 실패 이후 너무 빨리 축구계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왔다. 대전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20년 대전의 기업구단 전환 이후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계약 기간을 1년도 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난 실패 전력이 있던 데다, 당시 11위로 강등권에 처져 있는 대전의 반등을 이끌 만한 '지도력'에 의문부호도 남았다.황선홍 감독은 “팬들의 의견과 우려를 잘 안다”면서도 차분하게 팀 재정비에 나섰다. 경기장에서 증명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초반에는 부침도 겪었다. 지난 6월 광주FC와의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이후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의 늪에 빠졌고, 심지어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올림픽 진출 실패에 이어 대전의 강등까지 막지 못하면 황선홍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도 이제는 끝이라는 비판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황 감독은 모기업의 지원 속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통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가대표 수비수 김문환을 비롯해 마사(일본), 최건주, 이상민, 밥신(브라질) 등을 대거 영입하며 적극적으로 선수단 개편에 나섰다. 요시다 다츠마 전 도쿠시마 보르티스(이상 일본) 감독을 전술 코치로 선임하며 전술적인 완성도도 높여갔다. 황 감독 체제에서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대거 주전으로 자리를 잡으며, 대전은 전반기와 후반기 완전히 달라진 팀이 됐다.8월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수원FC전과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통해 시즌 첫 연승을 달리는 등 4승 1무의 파죽지세를 달렸다. 정규리그 막판 2연패로 주춤하긴 했으나, 직접적인 생존 경쟁이 펼쳐진 파이널 라운드에선 3승 1무의 성적을 냈다. 결국 지난 10일 인천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K리그1 잔류를 직접 확정했다. 부임 당시 1차 목표로 세웠던 잔류를 이뤄낸 것이다.대전 팬심도 확 달라졌다. 이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원정 응원석을 가득 메운 대전 팬들은 잔류 확정 직후 황선홍 감독의 이름을 연호했고, 황 감독도 그런 팬들에 앞에 찾아가 큰절로 화답했다. 선수들과 함께 물세례를 주고받으며 잔류 확정의 기쁨을 누렸다. 8월 이후 7승 3무 2패. 가까스로 잔류를 확정한 게 아니라 가파른 상승세 속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함께 품었다는 데 의미가 컸다.경기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쉰 황선홍 감독도 벌써부터 내년을 바라봤다. 황 감독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제일 커야 한다. 힘들어서 서면, 거기가 끝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저 스스로를 놓지 않고, 스스로 도전해 나가는 게 황선홍의 모습”이라며 지난 6월 부임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이제 시작이다. 갈 길이 아직 멀다. 팬들이 더 납득할 수 있는 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파란만장했던 황 감독의 2024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인천=김명석 기자 2024.11.12 09:03
영화

정하담, ‘아메바 소녀들’ 잘 만났네…독보적 ‘호러+코미디’ 신흥강자 [RE스타]

호러 코미디가 사람이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알 수 없는 ‘한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소녀가 웃음과 섬뜩함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속 배우 정하담의 이야기다.정하담의 새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학교괴담이 현실이 되어버린 개교기념일 밤, 저주의 숨바꼭질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여고생들의 재기발랄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이다. 정식 개봉 전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에 등극했고, 공포 영화 클리셰를 기발하게 깬다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 6일 개봉해 첫 주 독립·예술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극 중 정하담은 수능 만점을 위해 귀신과의 숨바꼭질을 불사한 고3 방송부 선배 지연(김도연)과 은별(손주연), 현정(강신희)들의 간곡한 부름으로 함께하게 된 2학년 민주 역을 맡았다. 일본 종교에 심취해 아무도 찾지 않는 학교 한켠에 종교부 아지트를 차린 민주에게 방송부 친구들은 귀신과 맞설 ‘용병’이 되어주길 요청한 것.영화가 시작한 지 30분 지점에서 결정된 민주의 합류는 작품이 본색을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고괴담’ 같은 고전 공포영화인 척 슬그머니 웃음을 간 보던 전개에 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설정의 민주가 등장하면서 대놓고 웃기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너 같은 캐릭터가 나와줘야 한다”고 제4의 벽(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일컫는 조어)을 뛰어넘는 대사가 직접 나올만큼 기다렸다는 듯 민주, 곧 정하담의 활약이 펼쳐진다. 특유의 말투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정하담은 내내 웃음을 책임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민주의 실수로 위기에 처하는 구간에선 어딘가 서늘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두르며 호러다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런가 하면 후반부에는 B급의 끝을 달리는 파격적인 CG를 몸소 소화하며 신스틸러를 넘어 ‘진주인공’처럼 진격해 코믹의 끝까지 밀어붙인다. 하이라이트인 민주의 회상 장면즈음 되면 정하담이라는 배우가 궁금해질 정도다.정하담은 지난 2015년 박석영 감독의 ‘들꽃’으로 데뷔해 ‘재꽃’, ‘스틸플라워’까지 3부작에 출연하며 충무로 기대주로 부상한 배우다. 특히 ‘스틸플라워’로는 지난 2015년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과 2016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등을 거머쥐며 독립영화계의 신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검은 사제들’과 ‘밀정’,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헤어질 결심’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점차 대중들의 눈도장도 찍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이옥이 열사 역으로 고아성과 호흡을 맞췄으며 지난 2월 공개된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는 인기투표 권력의 중심인 백하린(장다아) 곁의 음침한 모범생 고은별 역을 완벽히 소화해 시청자의 과몰입을 불렀다.이번 민주 역은 그의 출연작과의 연결고리도 눈에 띈다. 정하담은 ‘밀정’의 하나코 역으로는 일본어 연기를, ‘검은 사제들’에서 영주 무당 역을 소화한 이후에도 열렬한 신도(‘신세계로부터’), 악마 그레모리(‘지옥에서 온 판사’) 등 종교와 관련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하담에게 민주 역이 새로운 도전이었던 까닭은 바로 그의 첫 코미디라는 점이다.앞서 열린 시사간담회에서 정하담은 “배우로서 코미디를 줄곧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제안받게 됐다. 이번 영화는 NG가 날까 웃음을 참기 바쁠 정도로 재밌었다”라며 “한본어(한국어+일본어)를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하려 했는데, 감독님이 마치 번역기를 돌린 듯 부자연스럽고 어색해도 된다고 해주셔서 자신감 있게 연기했다”라고 밝혔다.김민하 감독은 정하담을 두고 “제 패에 특급 조커가 생긴 느낌이었다. 러닝타임의 1/3 지점에서 지연과 은별, 현정으로 만루를 만들어놓고 4번 타자로 민주가 등장하면 ‘싹쓸이할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큰 만족을 표했다.소속사 고스트 스튜디오는 일간스포츠에 “그동안 정하담 배우가 독립영화계에서는 묵직하고 어두운 연기를 보여줬다면 이번 ‘아메바 소녀들’로는 밝고 유쾌한 모습도 보여주게 됐다. 앞으로도 독립영화 뿐 아니라 보다 대중과 가까운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할 예정이니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2 06:05
영화

청순 대명사 아닌 청년, ‘청설’ 김민주의 가능성

‘청순함’은 더 이상 김민주의 부연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룹 아이즈원 청순 대표 멤버였던 그는 첫 주연 영화 ‘청설’로 배우로서 가능성을 펼쳐 보였다. 지난 6일 개봉한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로, 동명의 대만 영화 리메이크작이다. 지난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됐으며 개봉 첫 주말 누적 관객 23만 9551명을 돌파,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흥행 청신호를 켰다.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그동안 한국 로맨스 영화 편수가 적거나 작품이 있어도 배우 연령대가 높았는데, ‘청설’은 신선하면서도 연기력이 증명된 20대 배우들이 출연해 젊은 관객층에 소구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김민주는 인기 아이돌 출신으로 흥행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기존 ‘연기돌’과는 다른 접근의 배역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고 짚었다. 로맨스 장르는 보통 두 남녀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김민주가 연기한 가을의 위치는 특별하다. 두 사람과 연애 감정보다는 성장통을 겪으며 청춘의 한 페이지를 만드는 인물이다. 극중 전도유망한 청각장애인 수영선수인 가을은 자신의 올림픽 출전 목표를 위해 헌신하는 언니 여름이 고마우면서도 어깨가 무겁다. 그러던 중 여름에게 호감을 가진 용준이 나타나면서 가을은 이 기회에 언니가 스스로의 인생을 살도록 밀어주기로 한다.김민주의 연기는 섬세하고 자연스럽다. 아이돌 출신임에도 기존 미디어에서 잘 그려지지 않는 20대 농인 역을 맡은 그는 풍부한 표정으로 수어를 사용하면서 가을을 여느 또래처럼 표현했다. 언니에게 관심을 표하는 걸 알면서도 용준에게 자기까지 꼬시는 건지 묻는 장난스러움은 초반부 소소한 웃음을 빚는다. 청인과 농인의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여주는 가을이지만 어려움에도 부딪힌다. 장애를 향한 편견 어린 시선이기도, 장애 당사자가 겪을 법한 필연적인 장벽이기도 하다. 전자에서 김민주는 구태여 상처받지 않는 가을의 단단함을 보여줬으나 후자에선 속상함에 큰 울음을 터뜨린다. 듣지 못하는 자가 큰 소리로 오열하는 모습을 설득력있게 표현해내 신선한 충격도 안긴다. 고마움과 미안함, 자괴감 같은 가을의 묵힌 감정을 쏟아내는 김민주는 단지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돌로서 모습을 지운다. 그 대신 흔들리며 성장하는 보통의 청년을 스크린에 새겼다. 연기 호흡을 맞춘 노윤서는 개봉 전 인터뷰에서 “민주가 주는 에너지가 너무 컸기에 그 신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동료로서 너무 감사했다”고 극찬했다. 지난 2018년 Mnet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의 그룹 아이즈원으로 데뷔한 김민주는 일찍이 연기를 경험한 멤버였다. 서바이벌 출연 전 찍은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를 비롯해 다수의 웹드라마에서 주로 학생을 연기한 그는 그룹이 활동 종료한 지난 2021년부터 배우로 본격 출발했다. 특히 드라마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에서 세자빈 역으로 사극에 도전한 김민주는 1인 2역도 소화하는 잠재력을 보여주며 2022년 MBC 연기대상 여자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청설’의 조선호 감독은 “아이돌의 모습만 봤는데 처음 만날 날 내가 알던 화려한 김민주가 아니라 한 소녀, 한 사람으로서의 김민주가 왔다. 그 눈빛에 캐스팅 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민주는 수개월간 맹연습한 수영과 수어를 더해 가을을 만들었다. 촬영 전 수영을 못했던 그는 선수 설정다운 수준급 실력을 뽐냈으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유창한 손짓과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자질을 증명했다.김민주는 “아이돌도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표현하며 카메라와 친한 직업이긴 했지만, 연기는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카메라에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 섬세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열심히 준비한 것들을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설렘과 기대가 더 커지는 건 연기 같다”고 새 출발 소감을 전했다.김 평론가는 “연구와 연습에 노력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배역을 김민주가 진정성 있게 소화해냈다. 아이돌의 현란함과는 다른 노선의 작품에 꾸준히 도전해 나간다면 기존 인식을 벗어나 배우로서 의미 있는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2 05:30
프로축구

‘강등’ 인천 조롱한 대전 팬들…황선홍 감독이 직접 진정시킨 사연 [IS 현장]

“인천 강등! 인천 강등!”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하나시티즌이 격돌한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전북 현대가 대구FC를 꺾었다는 소식이 먼저 전해지고, 이어 대전이 인천을 2-1로 꺾으면서 두 팀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전은 K리그1 잔류, 인천은 다이렉트 강등이 각각 확정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이날 원정 응원석을 가득 메운 채 열성적인 응원을 펼쳤던 대전 서포터스석에서는 인천의 강등을 조롱하는 외침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선 ‘노를 저어 2부로 가라’ 등 조롱의 의미가 담긴 걸개들도 펼쳐졌다. 강등의 충격으로 침묵에 빠진 인천 서포터스석과는 극과 극의 분위기였다.이런 가운데 황선홍 대전 감독이 직접 그라운드로 나서 대전 팬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대전 서포터스석을 향해 현수막을 거두고 진정해 주기를 거듭 요청했다. 직접 응원석 바로 앞까지 다가가 대전 팬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제야 대전 서포터스석에 있던 걸개들이 내려갔다. '인천 강등' 등 인천의 강등을 조롱하는 구호도 나오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황선홍 감독은 “K리그는 승패의 결과가 굉장히 중요하고, 결과가 갈린 뒤 반응도 중요하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삶에 있어서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등된 상대팀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팬들의 진정을 부탁했다는 의미다.그러면서 황 감독은 “물론 우리 팬들도 ‘겪어봤다’고 말씀들을 하시지만, 상대팀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거 같아서 그렇게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전 팬들의 조롱은 앞서 강등을 겪었을 당시 받았던 아픔을 고스란히 돌려준 의미라는 건데, 황 감독은 그런 대전 팬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상대팀을 존중해 주기를 당부한 것이다. 실제 상대팀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구호나 걸개는 이날 대전 서포터스뿐만 아니라 K리그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기도 하다.황 감독의 만류로 인천 구단과 팬들을 향한 대전 팬들의 조롱은 멈췄지만, 그래도 두 팀과 서포터스석은 극과 극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고개를 숙인 인천 선수단이 경기장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넬 때도, 주장 이명주가 마이크를 들고 팬들에게 인사를 할 때도 인천 선수단과 응원석 분위기는 침울했던 반면, 대전 선수단과 응원석은 잔류 확정에 대한 축제 분위기로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 등 대조를 이뤘다.어수선한 분위기 속 경기 종료 직후엔 양 팀 선수들 간 충돌도 있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음포쿠, 델브리지(이상 인천)와 안톤(대전) 등 외국인 선수들 간 신경전이 펼쳐졌다. 양 팀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말리면서 물리적인 충돌까지는 번지진 않았으나, 음포쿠와 안톤은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직후에도 또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결국 주심은 외국인 선수 세 명 모두에게 경고를 줬다. 경기 기록지에는 ‘다툼’이라는 사유로 적혔다. 안톤은 이미 한 장의 경고를 받고 있어 경고 누적으로 퇴장 기록까지 남았다. 인천=김명석 기자 2024.11.11 15:03
프로축구

“강등 아직 실감 안 난다” 결국 눈물과 함께 자책한 ‘인천 원클럽맨’ 김도혁

인천 유나이티드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K리그2 강등을 당했다. 그동안 생존왕 별명이 붙을 정도로 기적처럼 잔류에 성공하던 인천이지만, 올해는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한 채 결국 강등을 맞이했다.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줄곧 인천 유니폼만 입었던 김도혁(32)은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실감 나지는 않는다”면서도 인천 팬들의 이야기에 결국 눈물을 쏟았다.인천은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졌다. 같은 시각 전북 현대가 대구FC를 꺾으면서, 인천은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K리그1 최하위와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됐다. K리그 시·도민구단 역사상 유일하게 강등 경험이 없던 ‘생존왕’ 인천의 사상 첫 강등이다.강등이 확정되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눈물을 쏟는 팬들이 많았다. 선수들 역시도 일부 눈물을 흘리거나,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부주장이자 인천 원클럽맨 김도혁 역시도 두 손을 모은 채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어야 했다. 그런 선수들을 향해 인천 팬들은 박수로 위로했다.경기 후 오랜 라커룸 미팅 후 취재진 앞에 선 김도혁의 표정 역시 한없이 어둡기만 했다. 김도혁은 “(최영근) 감독님이나 (전달수) 대표팀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잔류를 해야 지켜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많은 팬분들과 구단 직원분들, 코칭스태프, 클럽하우스에 수고해 주시는 분들이 최선을 다해주셨는데도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죄송한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평소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한 마디씩 해주던 김도혁이지만, 이날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날 김도혁은 선발로 출전한 뒤 후반 29분 교체됐고, 추가시간 포함 20여분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김도혁은 “오늘은 말할 자격이 없어서 선수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체된 뒤 한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그냥 제가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희가 이런 결과를 맞았다고 생각해 너무 큰 책임이 든다.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더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겠다는 후회를 많이 했다”며 “팬분들과 직원 분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크다. 이 자리를 빌려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김도혁 스스로 인천 유니폼을 입고 극적으로 1부 잔류를 해왔던 경험이 있는 만큼, 현실이 된 ‘2부 강등’이 쉽게 와닿을 리 없다. 김도혁은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실감 나지는 않는다. 그냥 제가 팀을 지켜내지 못한 거 같아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인터뷰를 하던 김도혁은 인터뷰 말미 결국 꾹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강등이 확정된 뒤 야유가 아닌 박수를 보낸 팬들의 이야기가 나온 시기였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잇지 못해 취재진이 답변하지 말아도 된다고 위로할 정도였다.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입을 연 김도혁은 “처한 상황이 괜찮지가 않은데, 팬분들이 괜찮다고 해주시니까 너무 죄송스럽다”고 했다. 이어 “저희를 믿고 끝까지 응원해 주신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저희가 행동과 노력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릴 거 같다”고 덧붙였다.인천=김명석 기자 2024.11.11 07:03
영화

“빛을 위해 어둠 필요하듯” 연상호 감독이 ‘지옥2’로 추구한 것 [IS인터뷰]

“어떤 것들은 모르는 채로 있어야 그것이 의미가 더 커지고,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할 때 휴머니즘이 나온다고 생각해요.”최근 3년 만에 시즌2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다시 한번 풀리지 않는 ‘떡밥’을 남겨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연출자 연상호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구상 단계에서도 보는 이의 궁금증이 거대해지기를 바랐지, 축소되길 바라진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에서 갑작스레 부활한 정진수(김성철) 새진리회 의장과 박정자(김신록)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김현주)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앞선 시즌1에서는 어느 날 지옥사자가 현실에 나타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벌어지며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토대를 다졌다면, 시즌2는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각 집단이 ‘사상적 대결’을 펼친다. 그럴싸한 해석을 붙여 세의 우위를 점하려는 두 종교집단과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소도, 그리고 이 모든 세력을 제어하려는 정부 구성원의 모습은 현실에도 있을 법하다.연 감독은 “시즌2는 제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닮았다고 상상하며 작업했기에 살면서 느끼는 부분들에 대한 은유가 많이 포함돼 있다”며 “‘지옥’ 세계 속의 화두와 지금 우리 현실 세계의 화두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작품은 지옥행 고지나 지옥사자가 무엇인지 그 정체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보단, 그 속의 인물들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 점을 두고 연 감독은 “이 작품은 일종의 ‘이야기의 세계’”라고 표현했다.“정진수 의장이라는 인물이 사람들이 지옥에 가는 불가사의한 일에 ‘시연’이라는 자신만의 해석, 즉 이야기를 붙이는데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단 걸 알게 되잖아요. 결국은 어떤 이야기를 믿고 선택할지가 인간의 의지이자 자율성, 인간적인 부분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또한 연 감독은 “이 작품은 시청시간보다 시청 후 시간이 중요하다. 시청 후 인간 대 인간으로서 작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스믹 호러를 예로 들면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압도적 세계에서 발버둥치는 것이 이 장르의 특성이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의문들과 설렘, 화 등 여러 감정이 곧 본질”이라고도 ‘지옥’의 장르적 재미를 부연했다. ‘지옥’ 세계관이 ‘건담’이나 ‘스타워즈’처럼 확장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연 감독은 “더 많은 창작자들이 ‘지옥’으로 펼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게 오히려 ‘정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꼭 영상 포맷이 아니더라도 만화나 수많은 팬 소설이 있듯 발전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출판사를 통해 작가들과 함께하는 앤솔로지 소설을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연상호 감독은 ‘지옥’ 외로도 K좀비물의 지평을 연 ‘부산행’, SF영화 ‘정이’, 그리고 일본 원작의 한국 스핀오프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등 꾸준히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창작가이기도 하다. 그 까닭에 대해 “휴머니즘에 대한 동경”이라며 “빛을 보여주기 위해 어둠이 필요하듯, 인간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그만큼의 어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단기간에 여러 작품을 공개하는 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에 관해 다양한 평가도 받는 감독이다. 그는 “칭송만 받으면 살아있는 느낌보단 박제된 느낌일 것 같다.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한 할 말이 없는 것보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호불호’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저는 ‘들끓는다’가 더 좋아요. 제가 어릴 적 꿈꾼 작가가 그런 모습입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1 05:45
드라마

[IS인터뷰] ‘지옥 판사’ 감독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가 먼저 되기를”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에게 교화될 기회를 주기 전에 자신에게 남아있었던 삶의 기회를 빼앗긴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가 먼저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획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어요.”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이하 ‘지옥 판사’)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은 종영을 맞아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일 종영한 ‘지옥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가 열혈 형사 한다온(김재영)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8회 방송에서 최고 시청률 13.6%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박진표 감독은 “‘지옥 판사’의 주요 배경과 설정인 지옥과 악마의 죄인 처단이라는 세계관과 판타지가 시청자들이 보기에 생경할 수 있고 약간의 항마력도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옥 판사’에는 뉴스에 등장할 법한 여러 사건들이 등장한다. 살인을 저지른 자와 목숨을 빼앗긴 피해자. 또 처절하게 살아남은 유족들의 아픔이 이야기에 담긴다. 이러한 과정을 현실에서의 재판이 끝나고 시작되는 또 다른 재판을 통해 서사를 풀어 간다. 지옥의 세계관. 인간의 몸에 들어간 악마. 사건을 뒤쫓는 형사. 그들의 금지된 사랑. 점점 인간화되는 악마와 흑화돼 가는 형사 등 여러 등장인물 사이에서 생기는 관계성과 이러한 상황에 담긴 서사가 재미 요소다. 박 감독은 “‘지옥 판사’에는 여러 가지 많은 장르가 혼합돼 있다”며 “장르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어느 하나 튀지 않고 물 흐르듯 한 톤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숙제이자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출인 저를 포함해서 최대한 창의적으로 접근하되 배우의 연기나 감정보다 튀지는 말자는 것이 목표였다”며 “여러 스태프의 노력이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게 화면에 보이고 들린다는 것이 뿌듯했다”고 밝혔다. ‘지옥 판사’에서 가장 주요 배역을 맡은 박신혜에 대해서는 “맑고 투명한 큰 눈에서 안광이 발하는 중력 같은 배우”라며 “연출인 저조차도 최후방 모니터에서 디렉팅을 잊은 채 박신혜의 연기를 종종 구경했다”며 극찬했다. 박 감독은 박신혜와 호흡을 맞추며 ‘지옥 판사’를 통해 주연으로 입지를 다진 김재영에 대해서는 “한다온 역할을 맡을 배우를 찾는 과정 중 만났다. 감독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머리 위로 아우라가 느껴졌다”며 “당시 내 눈을 똑바로 보지 않고 약간은 수줍어하는 표정이었는데 귀여우면서도 외로운 늑대같이 굉장한 남자다움이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한다온은 어릴 때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경찰이 됐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이지만 누가 했어도 정말 어려운 역할인데 김재영이 특유의 긍정과 발랄함을 잃지 않고 묵묵히 역할 소화를 해냈다”고 덧붙였다.‘지옥 판사’는 범죄가 잔인하고 현실 속 재판이 답답할수록 강빛나가 행하는 또 다른 재판이 더 통쾌하게 느껴지는 구조다. 박 감독은 “최대한 공중파의 15세 방송가 심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연출하면서 했던 큰 고민 중 하나는 죄인들의 악행을 너무 덜어내면 반대로 강빛나의 처단이 과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엇다.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강빛나의 처단을 납득시키면서도 실제 현실의 잔혹함은 덜어내는 방향으로 조율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의 아픔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죄인의 악행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강빛나가 장난스럽게 아이들에게 하던 말이 있어요.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나쁜 사람은 벌 받는 거, 그게 정의야’. 이 단순하고 정직한 한마디가 당연한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4.11.1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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