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포츠는 요지경] 배관공-택시기사, 리버풀과 맞대결
싱글 수준의 아마추어 골퍼가 공식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와 함께 스킨스 게임을 벌인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동네에서 테니스께나 친다고 어깨에 힘주는 아저씨가 로저 페더러와 맞붙는다면. 잉글랜드 FA컵에서는 이런 일이 현실로 이어집니다. FA컵 4라운드 경기 중 잉글랜드 축구팬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경기는 27일 0시(한국시간) 앤필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명문구단 리버풀과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6부리그 팀, 이름도 촌스럽게 긴 '하반트 앤드 워터루빌'(이하 하반트)의 격돌입니다. AP통신은 '배관공, 미장이, 택시 운전사, 환경미화원으로 짜여진 팀이 FA컵 136년 역사의 가장 큰 이변에 도전한다'는 기사를 전세계에 타전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비교할 수 없는 팀입니다. 앤필드는 4만5000석의 관중석이 수시로 만원사례를 이루지만, 하반트의 홈 평균 관중은 불과 606명. 제라드 등 쟁쟁한 스타가 포진한 리버풀에는 주급 2만 달러가 우습지만 허번트의 선수들은 따로 직업을 갖고 남는 시간에 공을 찰 뿐입니다. 하반트는 컨퍼런스 디비전 승격을 위해 9억여원을 투자해 관중석을 간신히 만들었지만 리버풀은 오는 2009년 완공을 목표로 4600여억원를 쏟아부어 경기장 신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반트의 주장은 "우리에겐 마치 월드컵 결승전에 나서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4만 팬들의 환호 속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FA컵 3라운드에서 리그1(3부리그에 해당)의 선두를 달리는 스완시를 3-1로 꺾은 하반트는 "4라운드 진출만으로도 대단한일"이라며 자족하면서도 "축구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며 또 한번의 기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축구협회는 지난해부터 K3리그를 출범시켰습니다. 동네 조기축구팀이 한 걸음 진화한 셈이죠. 지난해 출전한 10개 팀 중 상위 5개팀은 올해 FA컵 예선에 출전합니다.예선 라운드에서 대학과 실업팀을 꺾는다면 이번 가을 용인 시민축구단, 서울 유나이티드 등이 K리그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해준 기자
2008.01.25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