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RE스타] 황시목 버린 조승우, 차갑거나 따뜻하거나
재조명, RE(Re examination). 일이나 사물의 가치를 다시 들추어 살펴본다는 이 말을 스타에 대입해 보려 합니다. 아니, 스타보다는 한 인물을 재조명한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군요. TV·영화·연극·뮤지컬·OTT·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한 인물 중 왠지 모르게 자꾸 생각나고, 떠오르는 사람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소개하려 합니다. 리(re)스타? 이 스타! <편집자 주>
“조승우가 곧 장르다.” 방송인 유재석이 한 예능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조승우를 소개한 표현이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을 오가며 흥행을 보장하는 배우는 흔치 않다. 조승우는 이 3개의 분야를 오가며 20년 이상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사로잡아왔다. 이번엔 JTBC 드라마 ‘신성한, 이혼’을 통해 이혼 전문 변호사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조승우가 연기하는 신성한은 와인잔에 부은 소주를 마시며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을 흥겹게 따라 부르다가, 이혼 소송 의뢰인의 삶을 진지하게 엿보고 해결해주는 인물. 신성한의 ‘똘끼’ 매력의 바탕에는 조승우의 ‘믿고 보는’ 연기력이 있다. 조승우는 스크린과 뮤지컬 무대에서 먼저 알려진 배우다. 지난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조승우는 “싸늘하다. 가슴이 비수가 되어 꽃힌다”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2006년 ‘타짜’의 고니 역으로 대세 배우로 우뚝 섰다. 그는 영화와 뮤지컬 활동은 활발했으나, 빠듯한 제작 환경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여긴 탓에 드라마와는 떨어져 있다가 데뷔 13년 만인 2012년 ‘마의’를 통해 시청자와 처음 만났다. 이후 ‘신의선물-14일’(2014), ‘비밀의 숲’(2017), ‘라이프’(2018), ‘비밀의 숲2’(2020), ‘시지프스’(2021) 등에 출연하며 시청자가 잊을 만하면, 잊지 않고 드라마에 출연했다.
조승우는 정의 실현을 향해 미친 듯 질주하는 영화 ‘내부자들’의 검사 캐릭터를 포함해, 드라마에서도 유독 강렬한 인상의 법조계 인물을 그려냈다. 지난 2017년 방송된 tvN ‘비밀의 숲’에서 연기한 검사 황시목이 대표적 예다. 황시목은 감정 표현이 익숙하지 않아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는 인물로 냉철한 수사력을 보여주는 캐릭터. 빈틈없는 각본, 클리셰를 반복하지 않는 전개 등으로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인기의 중심에는, 싸이코패스 같은 비호감 황시목을 매력있게 만들어낸 조승우가 있었다.
‘신성한, 이혼’의 신성한은 황시목과 달리 다채로운 감정을 발산하는 캐릭터다. 조승우는 신성한을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신성한은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내면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며 “소송을 맡을 때도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인간미 있는 인물이라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조승우는 같은 법조계 인물인 황시목과 차별화된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작가에게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고. 조승우는 “전직 피아니스트이자 음대 교수인 신성한이 사건을 맡을 때 음악을 연주하고 악보를 해석하듯 접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신성한, 이혼’은 불륜, 치정, 고부 갈등, 출생의 비밀 등의 이야기들이 에피소드로 엮여 ‘막장’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유쾌한 휴머니즘 장르에 가깝다. 이 같이 따뜻한 분위기로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신성한이고, 이를 연기한 조승우다. 신성한은 클래식을 다루다가 어떠한 이유 탓에 이혼 전문 변호사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면서 기구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조승우는 김치 한 조각도 뺏기지 않으려 친구와 투닥거리는 생활 연기로 능청스러움을, 법정에서는 승리를 위해 빈틈없이 변론하는 차가움을 동시에 표현해내고 있다. ‘부부의 세계’를 제치고 지난 3일 JTBC 사상 최고 시청률인 7.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닻을 올린 ‘신성한, 이혼’은 이제 반환점을 돌고 2막을 열었다. 앞으로는 그동안 감춰졌던 신성한의 이야기가 본격 펼치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승우가 그려낼 ‘믿고 보는’ 연기 스펙트럼에 시청자의 관심이 쏠린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3.29 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