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호황 '흠슬라' HMM 민영화 적기···현대차 등 후보군, 불어난 몸값이 걸림돌?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구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의 또 다른 '빅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1조원 영업이익을 내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적 해운사’ HMM에 대한 민영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빅딜’을 주도했듯이 HMM 역시 매각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HMM 매각은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선박 건조, 운송, 터미널 등의 사업 영위하고 있는 범현대가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해운사를 매입하면 현대차그룹의 바닷길 사업이 완성되는 등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HMM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대주주였던 현대상선의 후신이다. 2016년 구조조정 당시 대주주로 올라선 산은은 현대글로비스에 HMM의 인수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상선의 인수 제안과 관련해 “시너지가 적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적자에 허덕였던 5년 전 골칫덩이였던 HMM의 위상은 180도 달라졌다. HMM이 고 정주영 선대 회장이 1976년 설립한 해운사이다 보니 현대차그룹은 인수 1순위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HMM은 2010년 ‘금융위기 쇼크’ 등으로 운임이 10배가량 하락하면서 파산에 이르러 산은에 흡수됐지만, 정주영 회장의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과 끊임없이 연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본지와 통화에서 “2016년과 달라진 게 없다. 현대글로비스가 없으면 모르겠지만, 그룹 내에 운송 분야의 자회사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기차와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시점이라 자금적인 여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HMM은 2020년 4월 1일 사명을 바꾼 뒤 고공행진 중이다. 당시 3150원 하던 주가는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4만2850원까지 뛰었다. 최근 1년 새 14배 가까이 올랐다. HMM은 장중 최고점이 5만원까지 돌파할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기록적인 주가 상승 곡선을 그린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비교해 ‘흠(HMM)슬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산은에 흡수되고 정부의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HMM은 만년 적자의 늪을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2분기에 21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그리고 올해 1분기에는 매출 2조4280억원, 영업이익 1조19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1분기 만에 지난 한해 9808억원을 훨씬 뛰어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물동량 증가와 선박 부족 등으로 HMM은 2·3분기에도 호실적이 예고된다. 앞으로도 해운업의 호황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은은 HMM의 가치가 최고조에 오른 만큼 민영화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가격이 도리어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1년 새 주가가 14배 뛰면서 인수가도 급등했다. 최대주주 산은은 HMM 지분 11.94%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이 보유한 HMM의 주식 4119만9297주를 지금의 주가로 환산하면 1조7700억원에 이른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매각 규모가 2조원대로 전망된다. HMM의 몸값이 훌쩍 뛰어올라 인수 후보군도 좁혀질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설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HMM의 매각과 관련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도 조직 내 물류사업부를 신설하며 해운업 진출과 관련해 선을 긋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HMM이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언제 다시 예전처럼 침체기에 접어들지 모른다. 지금 매입을 하면 ‘고가 매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5.20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