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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제11회 들꽃영화상 대상 ‘절해고도’, 이름을 남기다

지난 5월29일에 열린 제11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의 최대 이변은 대상 수상작이었다. 극영화 감독상과 다큐멘터리 감독상 후보 모두를 대상으로 해서 그중 최고작에 수여하게 되는 그랑프리 대상을, 올해는 김미영 감독의 ‘절해고도’가 차지했다. 시상식 내내 각본상, 주연상, 감독상 등에 호명되지 않아서 김미영 감독 스스로도 살짝 수상을 포기하고 있던 터였다. 시상자인 정지영 감독이 대상을 호명할 때 시상식이 열린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1관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절해고도’는 지난 9월 개봉 당시 단 4046명의 관객만이 들었던 영화였다. 들꽃영화상은 외면 받은 수작의 독립영화를 다시 모아 재평가의 기회를 얻게 한다. ‘절해고도’는 상업적인 성공은 거두지 못했을지언정 작품성만큼은 제대로 인정을 받게 된 셈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독립영화는 죽어도 이름을 남긴다.들꽃영화상은 사전에 수상자를 공표하지 않는 영화상이다. 그런 점에서 귀감이 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되기에는 주최 측의 지난한 노력이 있었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심사를 끝내고 시상식이 있기까지 약 2주 정도는 들꽃영화상 운영위원회는 수상자(작) 공개 ‘압력’에 시달린다. 수상을 하면 참석하고 그렇지 않으면 참석하지 않겠다, 혹은 참석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게 되기 때문이다. 스타급 배우들이 참석하면 행사의 흥행으로 이어지기 쉽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칸영화제도 개인상(주연상)을 받는 사람에게 시상식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대놓고 당신, 상을 받는다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들꽃영화상이 스타 섭외라는 멍에의 굴레를 벗어나 있는 것은 독립영화 배우라 스타성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그것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수상한 사람들 면면을 보면 ‘기생충’의 최우식도 있었고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김선영 같은 배우도 있다. 스타들이 시상식에 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갖게 하느냐는 그 시상식이 지켜내야 할 모토 같은 것이다. 들꽃영화상은 총 16개 부문(사전제작지원 부문, 특별상 혹은 공로상 부문 포함) 후보 거의 전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들꽃영화상의 심사 방식은 비교적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더욱 특징적인 것은 출품 형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의 영화상은 출품을 해야 후보 자격을 얻는다. 출품이 원칙이다. 그래서 왜 이렇게 좋은 작품이 후보에도 오르지 못 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과거 이창동 감독의 작품 중 ‘버닝’이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상을 탔지만 청룡영화상에서는 상을 못 탄 이유는 청룡영화상에는 출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들꽃영화상은 지난 해 3월1일부터 올해 2월말까지 극장에서 단 하루라도 상영된 독립영화 전편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1차 심사 대상은 176편이었다. 들꽃은 총 네 차례 정도의 심사 과정을 거치는데 176편 중 절반 정도를 운영위원회가 걸러내는 것이 1차이고 그 절반을 두고 8명의 예심위원들이 투입되는 것이 2차 예심이다. 또 거기서 뽑힌 36편 정도의 작품으로 5명의 심사위원이 심사하는 3차 본선이 있다. 특히 올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본심에서 뽑힌 16편 중에서 다시 최종심을 갖는다. 이 최종심은 일종의 미국 아카데미 방식으로 지난 회까지 수상을 한 모든 수상자들이 투표를 하고 이를 집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뽑혀진 작품이 올해의 16개 부문 영화들이다.한편 들꽃영화상이 국내의 영화제, 영화상과 두드러진 차별성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민간과 영화인들의 순수한 후원 협찬으로 운영된다. 늘 예산 부족에 허덕이지만 비교적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올해의 수상작들은 7월2일~6일간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제2관에서 재상영된다. 상영 스케줄은 추후 자료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6.1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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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넷플릭스, 자만하다 권불십년..‘존 오브 인터레스트’ 같은 예술혼 주목해야

글의 시작을 속된 말부터 해서 미안하지만 솔직히 ‘초 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최근 일련의 영화들, 특히 ‘존 오브 인터레스트’나 ‘스텔라’ 혹은 애플TV플러스의 8부작 드라마 ‘슈거’ 같은 작품을 보고 난 후, 극장가가 또 다른 흥행을 기대하며 잔뜩 흥분해 있는 ‘설계자’나 ‘원더랜드’ 같은 대형 작품, 넷플릭스의 ‘더 에이트 쇼’ 같은 드라마를 생각하니, 한국은 언제까지 이렇게 판타지의 세계,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만으로 작품을 만들 것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적당히 방향 전환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지 걱정의 마음이 든다. 넷플릭스의 젊은 군단(기획자들이 대체로 30대들이다)들은,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역사와 사회정치 현실에 관심이 없거나, 조금이라도 진지하거나 예술적이면 사람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잘못된 착각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초창기 넷플릭스는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를 만들고, 데이빗 핀처의 ‘맹크’를 만들었으며, 심지어 그렇게나 OTT문화를 비판했던 마틴 스코세이지와 ‘아이리쉬 맨’을 만들었다.현재 한국 넷플릭스는 이런 도전 정신이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정신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는다. 넷플릭스는 오락용 아이템만을 계속 개발해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줄곧 충고하고 있는 얘기이다. 권불십년은 정치권력에게만 적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게다가 ‘슈거’같은 작품으로 애플TV플러스 같은 OTT가 치고 나오는 상황이기도 하다. HBO는 박찬욱의 ‘동조자’를 만들었고 파라마운트플러스는 ‘옐로우 스톤’ 같은 대서사의 대하 드라마를 아직도 만드는 중이다. ‘슈거’는 마치 레이먼드 챈들러나 대실 해밋 같은 1940년대 하드 보일드 문학을 읽는 느낌을 준다. ‘옐로우 스톤’을 보고 있으면 딱 미국 판 펄벅의 ‘대지’다. ‘동조자’는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 모두들 문학과 역사, 정치를 아우르고 있다. 반면에 넷플릭스는 스스로가 만든 재미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혀 있다.6월 5일 개봉하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의 관사, 사택의 얘기이다. 담장 바로 건너에서 사람들의 목을 매고, 가스실에서 한번에 400명, 500명 씩을 죽이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지만 담 안쪽 소장의 집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고 행복하다. 그 극단의 콘트라스트를 통해 역사의 비극이, 인간의 어떤 악마성에 의해 비롯됐는가를 역설한다. 지난 해 칸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었으며 올해 아카데미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탄 작품이다. 극장에서 조용히 상영 중인 ‘스텔라’는 자신의 입신을 위해 나치에 부역했던 여인 스텔라 골드슐락의 이야기이다. 역사는 평면적이지만 영화는 입체적이다. 역사의 관심은 이런 인물을 어떻게 정죄할 것인가에 모아지지만 영화는 이 인물이 왜 이렇게 됐는지, 될 수밖에 없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종종 국내 영화 현실을 두고 극장의 유통 시스템을 탓하곤 한다. 스크린 독과점이 너무 심하고, 티켓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둥 이런저런 지적을 많이 한다. 그에 앞서 작품을 조금 더 잘 만들어야 할 때다. 보다 적은 돈의 규모로, 보다 강한 예술혼으로, 돈 벌 욕심을 조금 줄이고,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깡패 얘기, 조폭 얘기, 형사 얘기, 킬러 얘기, 학교 일진 얘기, 상류층 아이들이 노는 얘기 만을 할 것인가. 실로 지루하도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5.3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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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대중이 추앙하는 영화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믿기지 않겠지만 24일 ‘범죄도시4’가 개봉되기 직전까지 전국 극장가에 개봉 중인 영화는 모두 48편이었다. ‘파묘’와 ‘듄2’가 여전히 상영 중이며 ‘쿵푸팬더4’가 1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댓글 부대’도 있었고 ‘고질라X콩:뉴 엠파이어’ 같은 괴수 영화도 있었으며 아카데미 수상작들이나 후보작이었던 ‘추락의 해부’나 ‘가여운 것들’ ‘패스트 라이브즈’도 찾아 보려면 어떻게든 볼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48편. 이 영화들이 ‘범죄도시4’의 개봉으로 순식간에 많이들, 거의 사라졌다.그중 아까운 작품들은 ‘라스트 썸머’나 ‘골드 핑거’ ‘마더스’같은 영화들이다. 다분히 애매한 작품들로 분류되는 작품들이다. 이탈리아 영화 ‘키메라’나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처럼 확실한 영화들은 그나마 예술영화관에서,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형국이긴 해도, 살아 남아 있다. 예술영화라고 하기에 이래저래 사이즈가 좀 있거나 메이저 배급사가 담당하는 영화들은 ‘범죄도시4’같은 빅 샷 영화가 나오면 여지없이 종적을 감추게 된다. 스크린 수가 절멸 수준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상영 시간대가 거의 조조나 심야에 걸리는, 형식적인 상영 수준으로 유지되기 십상이다. 한국에서 수입배급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 준다. 할리우드 배급사가 국내에 직접 배급하는 작품들이 아니면 거의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라스트 썸머’처럼 도발적인 작품은 이제 숨 쉴 공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만든 프랑스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은 2000년 ‘로망스’란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당시 한국에서는 서울 종로코아아트홀을 중심으로 한 단관 극장에서 개봉돼 문화적 충격파를 일으켰다. 영화 속에서 언시뮬레이티드 섹스, 곧 리얼 섹스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극장가가 크게 들썩였다. 2000년을 전후해 일어났던 이른바 ‘뉴 코리안 시네마’의 흐름(홍상수 이창동 박찬욱 등으로 이어지던)은 이런 외화의 붐이 일조했던 측면이 크다. 무려 20 여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한번씩 뒤돌아봐야 하는 이슈다. 영화가 도발성을 잃거나 미래세대를 위한 공격적이면서도 의도된 일탈 행위를 저지르지 못하고, 전위적이고 기성 파괴적인 무엇인 가를 해내는 도전성을 상실하면 그 나라 영화 문화는 식상함의 원천이 되고 만다. 카트린느 브레야의 이번 새 영화 ‘라스트 썸머’는 의사(擬似) 근친상간을 소재로 다루되 흔히 지금의 사회가 얘기하는 도덕적 근간과 그 기준점을 상당 부분 이동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걸 ‘기준점 이동 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영화나 이런 소설, 이런 창작품이 많아지면 사회적 윤리의 기준점이 어느 정도 이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매우 논쟁적이긴 하겠으나 분명한 것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시키기는 한다는 것이다. 인간사, 세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이며 변화하지 않는 사회는 오래 가지 못한다. 따라서 영화와 문화는 일탈의 행위를 강행해서라도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문화인류학자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라스트 썸머’는 5000명 안팎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한국 사회가 변화를 멈추고 있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또 다른 개봉영화였던 ‘마더스’ 같은 영화가 어느 정도 인정받는 수준이냐 아니냐는 것은, 그 나라 영화 문화가 고전에 대한 존중감이 있느냐 아니면 아주 찰나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냐를 가늠하는 것이었다. ‘마더스’는 리메이크 영화다. 프랑스 올리비에 마셰-드파스가 만든 2018년 영화 ‘마더스 인스팅트’가 오리지널이다. 그걸 ‘시클로’ 등을 찍었던 촬영감독 출신의 브누아 들롬 감독이 다시 만들었지만 영화를 잘 들여다 보고 있으면 1955년에 앙리 조르주 클루조가 만든 걸작 스릴러 ‘디아볼릭’의 여러 분위기 톤, 흔히 얘기하는 미쟝센이 많이 닮아 있는 작품이다. ‘디아볼릭’은 1974년 존 바담 감독이 ‘애증의 덫’이란 작품으로, 1996년 제레미아 체칙 감독이 같은 제목의 ‘디아볼릭’으로 연속해서 만들었다. 이 영화들처럼 ‘마더스’ 역시 중산층 가정의 위기나 진보적 가치를 지닌 지식인 세대의 퇴행적 음모와 갈등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런 영화가 안되고 외면 받았다는 것은 그 사회의 영화 문화가 끊임없이, 그리고 점차로 하향평준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대중이 마음껏 즐기는 영화는 항상 존재해야 한다. 대중은 위로 받아야 하며 고된 노동에서 중간중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중요한 존재 이유다. 그러나 가끔은, 아니 그같은 전반적 주조의 한 켠에서, 대중이 추앙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영화 지식인들의 해석과 번역이 필요한 작품들이 보란 듯이 존재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영화 존재의 당위적 항목이다. 예술영화관, 작은 영화관의 상영작들이 기억되고 끈기 있게 소환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아마 예술영화관 지원금이 모두 끊겼다고 한다.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 참 걱정스러운 일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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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극장에 길한 것이 온다..‘파묘’ 이어 ‘범죄도시4’

극장에 모처럼 관객이 몰려들고 있다. 전국 극장에 하루에만 100만명의 관객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단비를 맞고 있다. 지난 1일에 124만명의 관객을 모았으며 2일에는 116만명을 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주 지나 개학 첫주 주말인 9일과 10일에는 각각 80만명과 68만명을 기록했다. 보통 개학 후의 급격한 관객 감소율과 3월 비수기 시즌이 시작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극장가에 ‘완연한 봄 기운’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영화 두 편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집계된다. ‘파묘’와 ‘듄:파트2’다. ‘파묘’는 12일까지 830만명을 모아 천만 흥행이 확실시 되고 있다. ‘듄:파트2’는 134만명 정도지만 관객의 절반 가까이가 특수관(아이맥스, 스크린X 등)에 몰리고 있어 매출액기준으로는 관객 수의 두배 가까이를 벌어 들이고 있다.극장가는 더욱 더 바쁘게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종의 릴레이 달리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시장을 별 다른 라이벌 작품 없이 두 편의 영화로 유지하면서 4월의 ‘빅 샷’ 영화에 바통을 넘겨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범죄도시4’다. 언제부터인가 상반기 블록버스터의 대표 주자로, 프랜차이즈 영화가 된 ‘범죄도시’ 시리즈는 올해는 4월 24일에 개봉하고 진작에 마케팅에 돌입한 상태다. 전작인 ‘범죄도시3’는 1068만명 가량의 관객을 모았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어쩌면 ‘나쁜 녀석들’의 한국판 같은 작품이다. 경찰이 주인공인 영화이라는 점이 그렇고 ‘나쁜 녀석들’이 1995년에서 2020년까지 (속편이 단 세 편이긴 했지만) 롱 런했던 점을 생각하면 ‘범죄도시’ 시리즈 역시 향후 10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나 스핀 오프와 프리퀄 등등 다양한 작품들이 나올 것이다. 주연 배우이자 기획자, 제작자인 마동석은 평생의 작품을 만난 셈이다. 다만 매년 한편 씩 나오고 있어 일반 관객들이 언제까지 이 영화에 식상하지 않고 매번 환호할지가 미지수이다. 이 시리즈는 현재 이미 7편까지 기획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워너브라더스가 배급하는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의 경우 여름 시장으로 가는 국내 극장가에 외화로서 뜨거운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조지 밀러 감독이 만든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의 스핀 오프(극중 주인공 외의 특정인물을 별도의 서사로 만드는 작품)로 전작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맡았던 여전사 퓨리오사가 주인공이다. 그의 과거 얘기이기 때문에 젊은 배우가 필요했고 넷플릭스 시리즈 ‘퀸즈 갬빗’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안야 테일러 조이가 맡는다.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시리즈는 오랜 동안 마니아 팬들을 거느려 온 작품이다. 첫 작품은 1979년에 나왔다. 호주 출신의 감독 조지 밀러(79세)가 역시 호주 출신의 신인배우 멜 깁슨을 써서 저예산으로 만든 폭주족 영화였다. 이후 ‘매드 맥스2(1981)’와 ‘매드 맥스3(1985)’를 만들었으며 3편 이후 30년 만에 만든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1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전 세계에서 약 3억8000만 달러(약 5000억원)를 벌어 들였다. 2015년 개봉 당시 국내에서도 393만명 정도의 관객을 모았다. 당연히 워너브라더스는 ‘퓨리오사 : 매드 맥스 사가’의 빅 히트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범죄도시4’와 ‘퓨리오사 : 매드 맥스 사가’까지 막대한 흥행을 하고 여름 성수기와 가을 시즌으로 넘어 가면 올 한 해의 총 관객 수가 한창 때처럼 2억명을 넘길 지도 모른다. 아카데미 수상작들, 후보작들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은 시기이다. 아카데미 영화들은 국내 예술영화 관객들의 수와 사이즈를 늘릴 것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은 이번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의상상 미술상 분장상 등을 거머쥐며 기염을 토한 후 관객 반응이 뜨겁게 올라가고 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마이 페어 레이디’와 ‘피그말리온’ 이야기와 결합해 AI 시대에 맞는 섹슈얼 하이브리드 형(型)의 파격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는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마니아 관객들이 진을 치고 있다. 전 세계 배급을 월트디즈니가 맡고 있는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12일 까지 관객 7만9000명을 모았다. 여우조연상 수상작 ‘바튼 아카데미’, 각본상을 가져 간 ‘추락의 해부’도 재조명될 것이다. 수상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메이 디셈버’ 같은 작품도 입소문이 좋다. 각본상 수상을 기대했던 한국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관객 6만으로 다소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좋아질 것이다. 극장가에선 뜨거운 계절이 일찌감치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길한 것이 나왔다. 전국 극장가가 올해는 흥할 것이다. 그럴 조짐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3.14 06:05
영화

[차트IS] 아카데미 효과? ‘가여운 것들’·‘패스트 라이브즈’ 박스오피스 2계단 UP

아카데미 시상식의 효과일까. 후보 및 수상작들의 순위가 상승했다.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각각 5위, 6위였던 영화 ‘가여운 것들’과 ‘패스트 라이브즈’의 순위가 3위, 4위로 2계단씩 상승했다. 두 작품은 각각 6890명, 568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가여운 것들’과 ‘패스트 라이브즈’는 전날 진행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들이다. ‘패스트 라이브즈’ 수상은 불발됐으나 ‘가여운 것들’은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같은 날 1위는 13만 5266명의 관객을 모은 ‘파묘’가 차지했다. 2위는 3만 1244명의 관객을 동원한 ‘듄: 파트2’ 차지였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3.12 08:37
연예일반

‘월레스와 그로밋’이 벌써 35살이라고? 2월, 클래식 컬렉션 개봉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이 탄생 35주년을 기념하며 ‘월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 개봉을 확정지었다.‘월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은 다음 달 CGV에서 단독으로 개봉한다.‘월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은 클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2% 부족한 괴짜 주인 월레스와 주인 뒷수습하느라 바쁜 천재 강아지 그로밋의 좌충우돌 일상을 담은 스토리로 평범한 일상에 수상한 손님들이 나타나며 펼쳐지는 코미디와 쫄깃한 스릴까지 즐길 수 있다.특히 이번 영화는 월레스와 그로밋의 첫 단편인 ‘화려한 외출’,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수상작인 ‘전자바지 소동’과 ‘양털 도둑’을 비롯해 국내 공개된 적 없는 특별 에피소드까지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로 팬들의 큰 관심이 기대된다.월레스와 그로밋의 환상 케미, 아드만 스튜디오만의 독보적인 클레이 스톱모션 기술력을 볼 수 있는 ‘월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이 다시 한 번 명작의 감동을 극장가에 선사할 전망이다.이번에 공개된 티저 포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의 콤비가 다시 돌아온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인 아트워크로 눈길을 사로잡는다.월레스와 그로밋은 아카데미상, 국제 에미상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BAFTA)상 등 세계적인 국제 영화제에서 100회 이상 수상과 노미네이트된 명작으로 세대를 불문하고 30년이 넘도록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1.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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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CJ 부회장, 금관문화훈장..민희진 대표 대통령표창

한국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다.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3일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3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알리며 이같이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 개최하는 ‘2023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는 올해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한 관계자와 우수 콘텐츠 38명(건)에 정부포상과 상장을 수여한다.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하는 이미경 부회장은 지난 1995년 이래 한국 영화와 콘텐츠 산업을 성장시킨 주역이다. 영화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국내 최초 복합상영관 CGV를 설립했다.지난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과 지난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수상작 영화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을 총괄제작했다. 지난해에는 한국 대중문화의 유·무형적 성장과 K컬처의 세계적인 유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공로로 ‘제50회 국제 에미상’ 공로상을 받았다. 현재 미국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이사회 부의장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문화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문화포장은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이사가 수훈한다. 김동래 대표이사는 30년간 드라마 제작 분야에서 근무하며 ‘성균관 스캔들’, ‘어쩌다 발견한 하루’, ‘시멘틱 에러’, ‘재벌집 막내아들’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수십 편의 작품을 제작하며 한국 방송콘텐츠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해외진출유공 부문에서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민희진 대표이사는 지난 20여 년간 아트디렉터로 활동해오며 아이돌 그룹을 혁신적으로 브랜드화해 성공시켜 K팝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21년에는 어도어를 설립하고 전략적인 프로듀싱을 통해 데뷔 6개월도 되지 않은 뉴진스의 음악을 미국 빌보드 ‘핫 100’에 올리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한편 ‘2023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은 오는 13일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2.08 12:38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신작 ‘괴물’ 11월 29일 개봉 확정

제76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괴물’이 11월 한국 관객들을 찾는다.‘괴물’의 개봉일이 다음 달 29일로 확정됐다. 이에 앞서 30일 ‘괴물’의 론칭 포스터와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론칭 포스터에는 아역 배우라고는 믿기 힘든 열연을 펼친 미나토 역의 쿠로카와 소야, 요리 역의 히이라기 히나타가 담겨 있다. 아이들의 옆모습을 투사하는 듯한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문구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영화의 탄생을 예고한다.함께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아이들 미나토와 요리의 천진난만한 한때로 시작한다. 이어 아들 미나토의 변화를 느끼고 학교에 찾아간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등 주변 사람들도 조명된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실내화 사이 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들 사이에 의문의 사건이 발생할 것을 예고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며 일상의 순간을 섬세하게 다루는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아 왔다. 그가 선보이는 신작 ‘괴물’은 일본 최고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와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 음악가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 세계적인 명장들과 함께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예매 오픈 단 2분 만에 전회차, 전석 매진 신화를 기록하며 단연 최고 화제작임을 입증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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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공포심 느끼게 하는 독립·예술영화 최근 상황

지난 4월에 개봉한 ‘사랑의 고고학’은 기대작이었다. 이 작품을 만든 이완민 감독은 저예산 비상업영화계의 기린아였다. 그는 서울 시내의 한 철학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사랑의 고고학’은 작품 완성도가 높아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은 물론 배급 지원까지 받았다. 다수의 관객들을 만나라는 취지였다. 그 정도로 기대를 모은 셈이다. 3시간이라는 다소 긴 러닝 타임이 마음에 걸렸지만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의 관심과 주목을 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니 기대하고 싶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전국 관객 수 3093명. 이 영화의 배급사 엣나인 관계자는 흥행 성적을 보며 “공포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의 시장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도 했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이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라 불리는 작품들은 민간 투자가 전혀 불가능해지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제로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31일 개봉한 독립영화계의 야심작 ‘드림 팰리스’는 개봉 한 달이 넘은 현재 누적 관객 1만 2038명이다. 그나마 1만명을 넘긴 것은 김선영, 이윤지라는 대중스타가 나온 덕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영화가 나온 지도 잘 몰랐거나 모르고 있다. 그건 홍보 탓도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이 없으니 광고마케팅을 거의 못했을 것인 바, 따라서 극장 스크린도 많이 확보하지 못하는 빈곤의 악순환이 진행됐을 것이다. 영화는 작품성과 완성도가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P&A(Print and Advertise : 배급과 광고) 과정에서 흥행이나 관객 수의 증감이 결정된다. 독립영화가 취약한 것은 이 분야이기도 하다. 그 어느 시기보다 작금의 극장가는 다양성의 천국이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나 ‘애스터로이드 시티’같은 희대의 자기충동적, 절대적 관념주의의 작품도 있는 가 하면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같은 감동의 음악영화도 있다. 환경 다큐 ‘수라’나 ‘위대한 작은 농장’도 눈에 띈다. 일본영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이나 ‘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은 눈밝은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칸이나 아카데미 같은 해외 유수 영화제의 수상작이나 후보작 중에 ‘슬픔의 삼각형’과 ‘말없는 소녀’도 국내 개봉했다. 클래식 영화 격인 ‘순응자’와 ‘샤이닝’까지 재개봉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극장들이 큰 상업영화, 빅 머니 영화를 걸기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크린 수는 10여개에 불과할 때가 많고 그나마 각 극장별로 하루 1회나 2회 상영이 고작이다. 다들 마동석의 천만 영화 ‘범죄도시3’ 스크린수 1%도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시장은 정상인 것인가, 아니면 이상한 폭주를 계속하고 있는 중인가. 사업성이 제로인 만큼 일반 투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류의 영화들은 철저하게 공적 지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다양한 영화 펀드가 조성돼 있고 그 기금이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되며 공정하게 지원된다면 소위 독립영화, 예술영화, 비상업영화의 생존 가능성은 밝을 것이다. 이런 자금들은 외국의 예술영화를 수입하는 영화사에게도 적용이 돼야 하며 단순히 배급마케팅 분야만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수입 자금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지분 투자, 저리 대출, 손실 충당 등등)해야 할 처지다. 지난 3월말 개봉한 독일 영화 ‘나의 연인에게’는 전국 1299명이라는 관객 수를 기록했다. 그렇게 심각한 푸대접을 받을 영화는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을 풀어 나가자 하는 의지는 ‘빈곤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반대로 이 모든 문제를 풀어 나갈 생각이 없거나 아예 문제 인식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철학의 빈곤’이다. 자, 지금 당신은 어느 쪽인가.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3.07.1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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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 시네뷰] ‘코다’, 장애와 재능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며, 이후 한 주간이 장애인 주간이어서 장애인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모든 정상인은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말이 있다. 선천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사고든 질병이든 누구나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지하철 역사에는 시각장애 체험 그림이 있다. 색맹 및 전맹 등 여러 유형의 시각장애인에게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제시하는 그림이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및 각색상 등을 수상한 영화 ‘코다’는 귀가 들리지 않는 농인 가족 이야기다. 농인에게 사람들이 하는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를 장면화하여 몇 초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장면이 있다. 관객들도 농인의 입장에서 사물과 현상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목인 ‘코다’는 CODA(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 부모의 자녀)라는 말이다. ‘코다 다이어리’로 재출간된 실제 코다인 베로니크 풀랭의 자서전 ‘수화, 소리, 사랑해!’를 원작으로 한 2014년 개봉작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했다. ‘미라클 벨리에’에서 농인 연기는 청인(청각 장애인의 상대어)들이 수어를 배워서 한 연기였지만, ‘코다’에서는 주인공 루비 아버지 역의 트로이 코처, 오빠 역의 다니엘 듀런트, 어머니 역의 말리 매트린이 모두 실제 농인이다. 특히 깊은 내면 연기로 관객이 농인의 입장에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만든 트로이 코처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전년도 여우조연상 수상자로서 시상자를 맡은 배우 윤여정이 그의 이름을 수어로 호명했고, 트로이 코처도 수어로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장애인 배우가 장애인 연기를 함으로써 장애인 배우 연기 지평이 점차 넓어지는 것은 소수자의 삶에 주목하는 21세기적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어업에 종사하는 코다 ‘루비’(에밀리아 존스)의 가족은 모두 농인이어서 루비는 어릴 적부터 청인과 소통하기 어려운 가족의 일을 돕느라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 17살인 그는 짝사랑하는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를 따라 우연히 합창반에 들어가게 되는데, 자신을 ‘미스터 브이’라고 부르라는 합창단 선생님 베르나르도 빌라로보스(에후헤니오 데르베스)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특별지도를 하게 된다. 그는 멕시코 출신에 버클리 음악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루비에게 장학금도 있으니 용기를 내보라고 권한다. 루비의 재능은 탁월하지만 가족 내 유일한 청인인 그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가족들 때문에 연습시간도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루비는 베르나르도 선생님 덕분에 마일스와 듀엣도 하게 되지만, 대학은 꿈도 꾸기 어렵다. 루비가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루비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부모와는 달리 오빠 레오(대니얼 듀랜트)는 그가 가족을 벗어나서 꿈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연 날 루비의 콘서트에 초대된 가족들은 그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그의 재능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그가 노래하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버클리 음대 오디션을 전격적으로 지원한다. ‘코다’는 예년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처럼 상징적이거나 감독의 미장센이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밝고 강인한 모습의 루비를 연기하는 에밀리아 존스의 가창력과 연기가 돋보이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가족 영화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타나는 장애의 양상을 살펴보면 지체 장애인은 손재주가 있고, 시각 장애인은 예지력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도 이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자신이 운명적으로 지게 되는 짐과 축복인 재능도 함께 있다. 장애인이라면 그것을 장애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타인이 가질 수 없는 재능이 있다는 것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볼 때도, 특별한 다른 재능을 지닌 사람으로 보아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인 것이다. 장애와 재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황영미(영화평론가, 시네라처연구소 소장) 2023.04.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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