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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②] 이화선 “땅, 하늘 정복했으니 이젠 바다”
PM 12:00 도전은 순수하다. 난 레이싱에 빠졌다. 점심을 먹을 때도 자동차 얘기는 끊이지 않았다. 문득 레이싱이 뭐기에 여자 연예인을 이토록 푹 빠지게 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레이싱은 순수하다"고 답했다. "연예 쪽 일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선택을 받아야 하죠. 그런데 레이싱은 하는 만큼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게 좋아요." 그는 "차 하나밖에 모르는 순수한 열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혹자는 그가 관심을 끌기 위해서 레이싱을 한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여느 드라이버와 다르지 않았다. 이화선은 "아마추어땐 프로가 되고 싶었다. 프로가 됐으니 당연히 챔피언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진지한 그의 대답에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그러자 박시현 감독이 "술 한잔 하죠"라며 침묵을 깼다. 이화선은 슬쩍 뺐다. "저 오후엔 경비행기 조종하러 가요. 음주 운전도 음주 비행도 안 된답니다." 박시현 감독이 "챔피언 되고 나서 비행기 타면 안 되겠느냐"며 말렸다. 이화선은 "공중에서 비행기 엔진이 꺼져도 살 수 있다"며 듣지 않았다. 도전이 곧 삶이었다. PM 2:00 하늘을 날다.차를 타고 1시간을 달렸을까. 눈을 뜨자 평평한 활주로가 보였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비행장이었다. 이화선은 지난 29일 경비행기 조종사 시험에 합격했다. 연예인 중 경비행기 면허증을 딴 것은 그가 또 처음이다. 그를 경비행기 조종으로 이끈 건 자동차경주였다. 그는 "작년에 경기국제항공전 주최 측에서 저를 홍보대사로 위촉했어요. 제가 2009년 CJ슈퍼레이스 2위에 오른 것을 보고서요"라고 귀띔했다. 조건이 직접 개막전 비행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그땐 조종을 못해 교관을 옆에 태우고 착륙했다고 한다. 당시 공중에 뜬 느낌을 잊지 못한 이화선은 경비행기에 푹 빠졌다. 지난해 5월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스무 시간의 비행교육까지 받았다. 직접 비행기를 모는 느낌은 어떨까. 그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고 했다. "사람이 다 보이고, 바람도 들어오고. 차로 1시간 걸릴 거리를 10분 만에 휙 날아가니까 편하기도 해요." 가까이서 본 경비행기는 정말 작았다. 장난감 같았다. 무게도 200㎏에 불과하다고 한다. 웬만한 소형차보다도 훨씬 가볍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휘청거릴 것 같다고 하자 이화선은 "둥실둥실 떠다니는 거죠. 논에도 착륙할 수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경비행기 조종과 레이싱 중 어느 것이 더 좋냐는 짓궂은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레이싱은 경쟁에서 희열을 느끼고, 비행기 조종은 경쟁이 없는 대신 하늘을 날 때와 땅에 무사히 닿았을 때의 기분이 무척 좋다"고 답했다. 그에겐 둘 중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었다. 땅과 하늘은 이화선의 것이 됐다. 그는 "다음엔 요트나 보트를 배우고 싶다. 그러면 육해공 다 마스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잘못 태어난 것 같다"며 웃었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이화선은 남자처럼 자랐다. 아버지는 "네가 우리 집의 기둥"이라며 이화선이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매달리기 등 격렬한 운동을 시켰다고 한다. 지금은 미국에서 요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의 여동생도 한때 레이싱 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는 여걸이다. PM 5:00 연예인 이화선으로 분하다.두 시간 동안 비행을 마치고 이화선은 서울 강남의 미용실로 향했다. 프로필 사진 촬영을 위해서였다. 이화선의 본업은 배우다. 그러나 2009년 개봉한 영화 '결혼식 후에'를 끝으로 작품 활동이 뜸했다. 이화선은 "패션쇼나 진행 등 단발성 이벤트는 했는데 연기를 못하니까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연예인은 수요가 있어야 빛을 보는 직업이다. 빛을 보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고 가꾸고 어필한다. 이화선의 매니저는 "커피나 한잔 하시죠"라고 말했다. 머리 하고 화장하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리는 줄은 미처 몰랐다. 1시간쯤 지났을까. 밖으로 나온 이화선은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그야말로 연예인이었다. 이화선은 "오래 기다리셨죠? 사진 찍으러 가야죠"라고 말했다. PM 6:30 드라마와 영화에 도전하다. 연예인들은 프로필 사진을 1년에 1~2번 찍는다고 한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에게 전해지는 사진이다. 이화선은 "작년 가을에 찍고 처음"이라고 했다. 황영철 작가의 지하 스튜디오의 벽엔 박예진·고수·한고은 등 수많은 연예인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드라마 포스터도 한쪽 벽면을 장식했다. 사진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이화선에게 "박예진과 많이 닮았다"고 하자 "그런 소리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다듬은 그는 스튜디오의 중앙의 의자에 앉았다. 보조 요원 두 명이 옆에서 사진 촬영을 거들었다. 카메라를 든 황 작가가 "고개 돌리고" "이쪽 보고"라며 여러 가지 자세를 주문했다. 셔터 소리와 동시에 라이트가 끊임없이 명멸했다. 수많은 자세와 표정으로 수백 장의 사진을 찍은 뒤에야 사진 촬영은 끝났다. 프로필 촬영은 4~5컷만 걸려도 성공이라고 한다. 이화선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작가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힘들진 않았다"며 "올해는 영화와 드라마 1편씩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2011.05.18 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