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재일교포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 “한국 사람이니 태극마크를 달기로 결심했죠”
"저한테 지던 선수들이 일본 국가대표에 선발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 사람이니 태극마크를 달기로 결심했죠"재일교포 3세 안창림은 지난 3월 남자 유도 73kg급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지난 3월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6월 최종선발전에서는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오는 8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유도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한다. 지난 2월 난생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지 반 년도 안 돼 일어난 일이다. 안창림은 일본에서도 탐내는 유도 유망주였다. 그가 츠쿠바대 2학년이던 지난해 10월 전일본학생선수권 73kg급 정상에 오르자 츠쿠바대 감독은 물론 일본 대표팀 감독까지 찾아와 귀화를 권유했다. 한국 국적인 안창림을 일본 대표 선발전에 출전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는 일본 지도자들의 만류에도 한국행을 결심했다. 지난 3월 용인대로 편입해 한국 대표 선발전에 나섰다. 안창림은 "전국대회서 우승하고 나니 일본에선 더 이룰 게 없었다"며 "나한테 지던 선수들이 일본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하지만 한국 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태극마크를 달고 싶었다"고 말했다.안창림은 지독한 노력파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유도를 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일본의 유도 명문 토인대부속고 진학했지만 '후보 중의 후보' 선수였다. 그는 "입학 당시 실력 테스트에서 체급(66kg급)이 같은 동급생 10명 중 꼴찌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오기로 버텼다. 안창림은 훈련이 끝난 뒤에는 토인대 유도부 훈련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 대학 유도부에 찾아가 함께 훈련하고 싶다고 말했을 땐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선배들도 마음을 열고 지도해 줬다"고 전했다. 묵묵히 훈련하던 안창림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학년이던 2010년 겨울 마지막 전국대회서 단체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년간 그를 지켜본 감독이 기회를 준 것이다. 이 대회에서 그는 지난 2년간의 설움을 떨쳐냈다. 안창림은 첫 판에서 100kg가 넘는 중량급 선수를 만났지만 시원한 업어치기로 경기를 끝냈다. 그는 "덩치가 몇 배 더 큰 대학 선수들과 매일 훈련하다보니 아무리 100kg가 넘어도 고교 수준의 기술과 힘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창림의 롤모델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25·양주시청)이다. 둘은 닮았다. 안창림과 왕기춘은 모두 안뒤축걸기와 업어치기가 주특기다. 또 지난해 73kg급에서 81kg급으로 체급을 한 단계 올린 왕기춘처럼 안창림도 같은 시기 66kg에서 73kg급으로 변경했다. 안창림은 지난 4월 왕기춘을 직접 찾아가 방을 함께 쓰자고 부탁했다. 그의 소원대로 둘은 현재 선수촌 룸메이트가 돼 올림픽 출전의 꿈을 함께 키우고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꿈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추성훈도 이루지 못했다. 추성훈은 2001년 국제유도연맹(IJF) 아시아대회에는 국가대표로 출전했지만 올림픽에는 나가지 못했다. 조인철(38) 유도대표팀 감독은 “현재 국내 73kg급에선 방귀만(31) 다음의 실력이다. 이제 겨우 스무살을 넘겼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몇 가지 약점만 보완하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4.07.23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