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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야구' 체코, 이제 만만치 않다...곽빈, WBC 아픈 기억 지울까

한국시리즈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국가대항전이 열린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곽빈(26)이 첫 경기 선발 등판 중책을 맡았다. 한국은 8·9일 이틀 동안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체코 야구 국가대표팀과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를 치른다. 내년 3월 열리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같은 조(C)에 편성된 체코이기에 본무대를 앞두고 전력을 탐색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류지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8일 치르는 체코와의 1차 평가전 선발 투수로 곽빈을 예고했다. 류지현 감독은 "마지막으로 실전 등판(9월 28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한 달 넘게 지나 감각 회복이 필요하다"면서도 "투수 파트 코치들이 선수가 준비를 잘해왔다고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2018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곽빈은 2024 정규시즌 다승왕(15승)에 오르며 리그 대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23 WBC에서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프리미어12 등 주요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했다. 지난해 11월 2일 열린 프리미어12 쿠바전에서는 4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3-3 대승을 이끈 바 있다. 곽빈은 "정규시즌이 끝난 뒤에도 계속 몸을 만들었다. 4일 불펜 투구를 소화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대표팀에서도 많은 이닝을 던지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한국은 2023 WBC 1라운드 3차전에서 체코를 상대했다. 당시 곽빈은 한국이 6-0으로 앞선 5회 초 2사 2루에서 구원 등판해 1과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고전했다. 곽빈은 "한 번 대결해봤지만, 절대 쉬운 타자들이 아니다. 나의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라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체코에 7-3으로 승리했다. 2회까지 6점을 내줬디만 3회 이후에는 1득점에 그쳤다. 7회 초 2점, 8회 1점을 내주며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야구 변방'으로 평가받았던 체코는 WBC 본선에 처음 출전한 2023년 대회 1라운드에서 중국에 8-5로 승리하며 주목받았다. 선수 대부분 진짜 직업이 따로 있는 '아마추어' 집단이었지만, 일과 외 시간을 쪼개 야구 훈련에 매진한 일화가 알려지며 전 세계 야구팬 응원을 받았다. 체코는 2023 WBC를 이끌었던 파벨 하딤 감독이 여전히 지휘봉을 잡고 있다. 그사이 꾸준히 국가대항전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리미어12 출전을 앞둔 대만과 평가전을 치러 2-2로 비기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계할 선수들도 많다. 우완 투수 다니엘 파드삭은 150㎞/h 강속구를 뿌린다. 내야수 마르틴 무지크는 2023 WBC에 중국 대표팀 일원으로 출전한 KBO리그 KT 위즈 셋업맨 주권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외야수 마렉 슐럽은 2023 WBC 일본전에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사사키 로키(LA 다저스)를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내며 주목받았다. 그는 2024년 일본 리그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육성 선수 계약한 뒤 올해 7월 1군 무대에 데뷔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이번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11.0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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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심판 없는 WBC, 투수만 신경쓴다고? 포수 '미트질'에 신경 바짝 [IS 포커스]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엔 KBO와 달리 '로봇 심판'이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의 주최로 열리는 WBC는 MLB 규정을 따르는데, 현재 MLB에선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을 시행하지 않는다. 특정 투구에 대해서만 판독을 요청하는 ABS 챌린지 시스템만 시범 운영했다. 2023년부터 세계 최초로 100% ABS를 도입했던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은 이제 '인간 심판'이 생소하다. WBC를 앞두고 다시 '인간 심판'에 대한 걱정이 시작됐다. 내년 WBC를 대비한 평가전(K-베이스볼 시리즈)을 준비하고 있는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은 "ABS가 없는 것과 피치클록이 빨라진 것이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선수들이 빨리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투수조 조장인 원태인 역시 "국제 대회에선 스트라이크 하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ABS에서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꽂힌 공이 일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면, (인간 심판이 판정하는 WBC에선) 안 잡아줄 수도 있는 상황이 나오면 선수들이 당황해서 흔들릴 수도 있다"라고 경계했다. 하지만 투수 뿐만 아니라, 이 포지션 선수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바로 포수다. '인간 심판'의 체제 속에선 흔히 '미트질'이라 불리는 프레이밍이 포수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로 평가됐다. 하지만 ABS 체제 안에선 무용지물이다. 프레이밍을 굳이 하지 않아도, 특정 존 안에만 공이 통과하면 스트라이크 판정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2년간 KBO에선 포수가 지면 위에서 공을 잡거나 한참 빠진 곳에서 잡아도 ABS 존 통과로 스트라이크가 되는 모습을 여러번 볼 수 있었다. 강인권 대표팀 배터리 코치는 "ABS가 없다. 프레이밍도 중요해졌다. 포수들이 신경 쓸 게 많아졌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올해 LG 트윈스의 통합우승을 이끈 박동원(LG 트윈스)도 "2년 동안 ABS에 적응이 돼서 프레이밍을 잘 하지 않고 있었다. 낮게 오는 변화구가 문제가 많이 될 것 같은데,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프레이밍) 의식을 하면서 공을 잡아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인권 코치도 훈련할 때 포수들에게 프레이밍을 많이 신경 쓰라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시리즈(KS)를 마치고 온 박동원, 최재훈(한화 이글스)보다 먼저 대표팀에 합류한 조형우(SSG 랜더스)는 "처음엔 많이 어색했다. 하지만 2년 전까지 계속 (ABS 없이) 해왔던 거라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것 같다. 강 코치님도 계속 프레이밍에 대해 주지를 시켜주시고, 나도 의식하면서 공을 받는다.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척=윤승재 기자 2025.11.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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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호 첫 경기' 체코전 1차전 선발은 곽빈, "준비 잘해왔더라" [IS 고척]

곽빈(두산 베어스)이 오는 8일 열리는 K-베이스볼 시리즈 체코와의 1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훈련 중 취재진과 만나 "8일 체코전 선발은 곽빈이다"라고 전했다. 류 감독은 "곽빈이 마지막으로 실전 등판한 지 한 달 넘게 시간이 흘러 감각 회복이 필요하다"면서도 "던지는 걸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곽빈이) 준비를 잘해왔다고 투수 파트 코치들이 말했다"라고 말했다. 곽빈은 올 시즌 두산에서 19경기에 나와 5승 7패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했다. 소속팀이 9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 지난 2일 국가대표 소집까지 곽빈은 한 달간 휴식을 취했다. 곽빈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성인 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된 뒤,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프리미어12까지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아왔다. 특히 프리미어12에선 쿠바전 선발 등판해 4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한편, 야구대표팀은 8일과 9일 체코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12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이후 15일과 16일에는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 야구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류 감독은 일본전에 대해 "시즌 컨디션도 있지만, 지금 컨디션도 점검해야 한다"면서 "감독으로서 선수 몸에 무리가 갈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시기는 감독이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때다. 그것에 맞춰서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양=윤승재 기자 2025.11.0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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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선수들 만나고 왔다" 토미 에드먼·저마이 존스, 태극마크 달 '푸른 눈' 선수는 누구?

"한국계 선수 6~7명을 만나고 왔다."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9월,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힘을 실어 줄 '한국계 선수들'을 만나고 왔다. WBC에는 국적 외 혈통으로도 국가대표에 합류할 수 있다. 지난 2023년 WBC에선 토미 에드먼(LA 다저스)이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를 누빈 바 있다. 최정예 멤버를 꾸리는 2026 대회에선 더 많은 한국계 선수가 승선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류지현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소속 한국계 빅리거들의 한국 대표팀 합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을까. 3일 고양 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소집 훈련 도중 만난 류지현 감독은 "여러 선수를 만나고 왔는데,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본인의 의사는 물론, 소속팀의 결정이 필요해 현시점에선 합류 여부를 단정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팀 합류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선수도 있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저마이 존스다. 류지현 감독은 "존스의 대표팀 합류 의사가 굉장히 적극적이더라"며 "경기 후 아내와도 함께 만났는데, 매우 호의적이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존스는 우타자로, 외야 수비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선수다. 2020년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올 시즌 7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7홈런, 23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937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현 대표팀 외야는 왼손타자 일색이다. 류 감독은 "우리 타선이 그동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 프리미어12) 국제대회에서 대만 린여우민 등 좌완 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며 "외야에 좋은 야수가 많은데 대부분 좌타자다. 외야 수비가 가능한 오른손 타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존스가 합류한다면 고민을 지울 수 있다. 2023년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에드먼 역시 류 감독이 만나고 왔다. 다만 그는 최근 발목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류 감독과 만난 에드먼 역시 몸 상태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류지현 감독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김혜성(다저스), 김하성(FA) 등도 만나고 돌아왔다. 류 감독은 "이정후는 소속 팀 샌프란시스코가 '가서 뛰고 와'라고 할 정도로 긍정적으로 반응해 걱정을 덜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하성은 현재 이적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12월까지 대표팀 명단을 35명 수준으로 줄인 뒤 내년 1월 사이판 전지훈련을 떠난다.이후 최종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 2026년 2월 3일 엔트리를 확정할 계획이다. 고양=윤승재 기자 2025.11.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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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보다 엄격해" ABS는 없고 피치클록 촉박한 WBC, 11월에 평가전을 치르는 가장 큰 이유 [IS 포커스]

"선수들이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야구대표팀이 '이례적으로' 늦가을인 11월에 선수들을 소집했다. 국가대표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서다. 3월부터 10월까지 긴 시즌을 치른 선수들이 한 달여의 시간을 추가적으로 투자하기엔 체력적으로 부담이 따른다. 내년 3월에 있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대비한 평가전이라지만, 시즌을 막 마친 현재와 시즌을 준비하는 3월의 몸상태는 완전히 다르다. 이번 평가전에선 컨디션 점검 차원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다만 확실한 효과는 있다. 평가전을 통해 WBC 규정에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규정을 따른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은 없고, 피치클록은 더 빠르다. KBO리그에선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 있을 때 23초 안에 공을 던지면 되지만, MLB와 WBC에선 주자 없을 때 15초, 있을 때 18초로 촉박하다. 여기에 공인구까지 달라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이번 체코, 일본과의 평가전을 통해 달라진 규정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ABS가 없는 것도 다르지만, MLB는 피치클록이 굉장히 빠르다. 심판들이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 피치클록 시작도 KBO보다 더 빠르다. 타자들은 타석 사이 준비하는 데, 투수들은 공 던지는 타이밍이나 투구판 이탈 등 세세한 것들을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라고 경계했다. 류 감독은 "실전을 통해 피치클록 적응을 한다면 선수들이 실질적으로 더 잘 느낄 거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투수조 조장 원태인도 WBC를 앞두고 달라지는 규정 적응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원태인은 "국제 대회에선 스트라이크 하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ABS에서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상단 스트라이크존이 (인간 심판이 판정하는 WBC에선) 안 잡아줄 수도 있는 상황이 나오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평가전에서 선수들이 피치클록 위반 등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것이다.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인구도 KBO와 다르다. WBC 공인구는 KBO 공인구보다 실밥 돌기 높이가 낮다. 던질 때 상대적으로 미끄러운 편이다. KBO는 WBC 공인구를 빠르게 공수, 이번 국가대표 소집 훈련부터 선수들이 공인구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미국 진흙까지 발라 실전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다. 원태인은 "실밥이 2023년 WBC 때보다는 (높이가) 조금 더 생긴 것 같다. 다만 미끄러운 느낌이 날씨의 영향을 좀 받을 것 같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은 걸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달라진 규정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표팀은 평가전에서 빠른 적응에 나선다. 오는 8~9일 열리는 체코와의 평가전(고척 스카이돔)과 15~16일에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평가전 모두 WBC 규정대로 경기를 치른다. 이번 평가전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내년 WBC 승선이 유력한 선수들에 한해 정보를 공유, 숙지시킬 예정이다. 내년 2월 3일 최종 엔트리(30인)를 발표할 때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준비를 완벽하게 해놓는 것이 대표팀의 목표다. 원태인은 "지난 WBC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1차 캠프도 만들어진 만큼, 준비를 잘 하겠다"라며 "내년 WBC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고양=윤승재 기자 2025.11.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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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 뗀 류지현호, "ABS 없고 피치클록 엄격, WBC 대비해 평가전 준비" [IS 고양]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K-베이스볼 시리즈'를 대비하기 위해 2일 고양 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서 소집 훈련을 시작했다.'K-베이스볼 시리즈'는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대표팀에 승선할 선수들을 점검하는 평가전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정규시즌 성적, 국제 대회 경험 및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명단을 꾸렸다.대표팀은 3일까지 고양에서 훈련한 뒤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장소를 옮겨 훈련한다. 한국시리즈(KS)를 치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고척 훈련부터 합류한다. 대표팀은 8일부터 9일 고척에서 체코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 뒤, 15~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평가전을 위해 12일 출국한다.이번 대표팀은 투수 18명, 포수 3명, 야수 13명으로 구성됐다. 신인상 후보 안현민(KT 위즈)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신인 정우주(한화 이글스)와 배찬승(삼성 라이온즈) 김영우(LG 트윈스)도 포함됐다. 구자욱(삼성)과 문성주(LG)는 부상으로 탈락, 상무 이재원으로 대체됐다. 류지현 감독은 "나흘 정도 훈련하면서 컨디션을 확인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WBC 규정대로 'K-베이스볼 시리즈'를 치른다. 따라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을 사용하지 않는다. WBC 피치클록(주자 없을 때 15초, 있을 때 18초)은 KBO리그 피치클록(주자 없을 때 20초, 있을 때 23초)보다 엄격하기에 룰 적응이 필요하다. 류 감독은 "체코, 일본 대표팀과 평가전에서는 (WBC의) 피치클록 규정을 따르기로 했다. ABS도 없다.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가 WBC에 승선하는 것은 아니다. 류지현 감독은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도 종합적으로 살펴서 내년 2월 3일 WBC 최종 엔트리(30명)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내년에는 WBC뿐 아니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등 여러 국제 대회가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거다. 이번 소집 훈련과 평가전이 도움 됐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고양=윤승재 기자 2025.11.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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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주니치신문 공동 기획] '한일 야구의 가교' 선동열 인터뷰 <7> 교류와 성장의 길 찾는 한일 야구

2025년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역사의 질곡을 딛고 두 나라는 협력하고, 또 경쟁했습니다. 정치·외교적 교류가 여의치 않을 때도 문화·스포츠 분야에서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일본의 유력 일간지 주니치신문(中日新聞)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스토리텔러입니다.일간스포츠는 주니치신문과 함께 ‘국보 투수’이자 한국 프로 출신으로는 처음 일본프로리그(NPB)에 진출한 선동열 감독을 만났습니다. 꼭 30년 전 일본으로 향했던 선동열의 실패와 성공, 그리고 그가 느낀 우정을 통해 한일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자는 취지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9월 말 이뤄진 이 인터뷰는 나카무라 아키히로 주니치신문 기자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7> 교류와 성장의 길 찾는 한일 야구“정확한 포구가 우선이다. 확실히 공을 잡으면, 송구 동작으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2025년 9월 중순, 대구에서 열린 퓨처스리그(한국 프로야구 2군 리그) 경기에 앞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일본인 코치가 열변을 토했다. 30년 전 선동열과 배터리를 이뤘던 주니치 드래건스 포수 출신 나카무라 다케시다.올 시즌 KBO리그에는 나카무라 코치 외에도 니무라 토오루(두산 베어스), 세리자와 유지(SSG 랜더스) 등 일본인 코치 9명이 등록됐다. ‘투수 선동열’이 KBO리그 선수로는 처음으로 일본 프로리그(NPB)에서 활약한 뒤 여러 한국 선수가 뒤를 따랐다. 이종범과 이상훈은 주니치, 정민태·정민철 등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이후 구대성·이승엽·임창용·김태균·이대호·오승환까지 일본 러시가 이어졌다.‘지도자 선동열’의 길도 남들이 가지 않은 곳으로 향했다. 2003년 주니치에서 코치 연수를 했던 그는 2004년 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를 거쳐 이듬해 사령탑에 등극했다. 선동열 감독은 트레이닝 전문가 하나마쓰 고지를 비롯해 주니치 동료였던 오치아이 에이지, 타네다 히토시를 코치로 데려왔다. 그는 “일본에서 경험한 체계적인 훈련법과 관리법을 한국에 도입하고 싶었다. 감독 혼자서는 한계가 있었다. 일본 야구를 잘 아는 코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앞서 KBO리그에 교토 출신인 김성근 감독이 일본의 인적 자원과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그 흐름을 선동열 감독이 강화했다. 그의 인맥을 통했든, 그렇지 않든 20년이 지난 KBO리그에는 여전히 일본인 코치의 역할이 크다.오치아이 코치는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도 삼성 2군 코치와 2군 감독을 지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는 주니치 1군 투수·수석 코치, 2군 감독을 역임했을 만큼 지도자로 성공했다. 그는 “선동열 선배가 먼저 (삼성에서 같이 일하자고) 연락해 주셨다. 나도 선배 밑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만큼 선배는 큰 존재였다”고 말했다. 나카무라도 “선동열 선배가 일본과 한국의 야구 수준을 높이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감사를 전했다.시대에 따라 한일 야구도 변하고 있다. 지도자 간 교류는 여전히 활발하지만,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는 몇 년째 한 명도 없다. KBO리그 톱클래스 선수들이 일본을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MLB)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미국을 목표로 삼는 건 시대의 흐름”이라면서도 “리그 전체적으로 보면 교류·협력을 통해 양국이 서로 얻는 게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분다. 아울러 야구 교류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K-베이스볼 시리즈(K-BASEBEALL SERIES)에서 한국은 일본·체코와 평가전을 치른다. 두 나라는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에 한국과 함께 편성됐다. 또한 KBO리그는 2026년부터 ‘아시아 쿼터제’를 운영한다. 현재 팀당 3명씩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는 대부분 미국 또는 남미 출신이다. 이와 별개로 일본·대만·호주 등 아시아 선수 1명을 더 영입할 수 있다. 적잖은 일본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활동할 거로 예상된다.동료에게도, 숙적에게도 배울 게 있다. 한국 야구는 일본을 이겨 보려고 반 세기 넘게 애썼다. 일본도 지지 않으려 더 노력했다. 선동열 감독은 “한국이 일본 야구로부터 배우고, 일본도 한국 야구에서 배운다. 앞으로 양국 교류의 장이 지속적으로 열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선동열의 꿈은 한일 슈퍼게임으로부터 시작됐다. 그 싹이 움트고 자라 한일 야구의 거대한 시류를 만들어냈다. 그는 “야구는 스포츠이지만 문화·외교의 역할도 할 수 있다. 두 나라 교류와 발전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나도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선구자가 개척한 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 긴 여정은 30년이 지나 다음 세대로 향하고 있다. <끝> 김식 기자 2025.10.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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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주니치신문 공동 기획] '한일 야구의 가교' 선동열 인터뷰 <6> 국경을 뛰어넘은 선배, 그리고 후배들

2025년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역사의 질곡을 딛고 두 나라는 협력하고, 또 경쟁했습니다. 정치·외교적 교류가 여의치 않을 때도 문화·스포츠 분야에서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일본의 유력 일간지 주니치신문(中日新聞)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스토리텔러입니다.일간스포츠는 주니치신문과 함께 ‘국보 투수’이자 한국 프로 출신으로는 처음 일본프로리그(NPB)에 진출한 선동열 감독을 만났습니다. 꼭 30년 전 일본으로 향했던 선동열의 실패와 성공, 그리고 그가 느낀 우정을 통해 한일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자는 취지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9월 말 이뤄진 이 인터뷰는 나카무라 아키히로 주니치신문 기자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6> 국경을 뛰어넘은 선배, 그리고 후배들 1999년 ‘나고야의 태양’이 저물기 시작했다. 만 35세 나이에 일본에서 네 번째 시즌을 보내는 선동열의 구위는 지난 2년 같지 않았다. 주니치 드래건스는 정규시즌 개막 11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5월 들어 패배가 더 많아졌다. 압도적이었던 마무리 투수 선동열의 아우라가 퇴색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6월에는 3경기 연속 세이브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미 99시즌 11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점대까지 올랐다. 선동열은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배들이 그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선동열이 부진할 때 주니치의 뒷문을 맡은 투수가 오치아이 에이지와 이와세 히토키였다. 젊은 투수들은 선동열의 자리를 꿰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훗날 선동열이 삼성 감독이 됐을 때 투수 코치를 맡은 오치아이는 “선동열 선수가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99시즌엔 선동열 외에도 이종범·이상훈 등 한국 선수들이 주니치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선동열은 한국 선수들의 리더일 뿐 아니라 주니치 전체 선수들의 선배였다. 실제 호칭도 ‘선 상(さん)’ 또는 ‘선 선배(せんぱい)’였다.2군에서 재충전한 선동열은 7월에 복귀한 뒤 세이브 행진을 재개했다. 불펜 담당 투수 코치였던 다카하시 미치조는 “당시 주니치 투수 최고참인 선동열은 형님 같은 존재였다. 인품이 훌륭한 그를 모두가 존경했다”며 “주니치 투수들은 잘 버텨서 9회를 선동열에게 맡기자는 의식을 공유했다. 그는 불펜의 정신적 기둥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마운드에서 선동열이 상대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하면 주니치 벤치는 다른 투수에게 “등판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럴 때 주니치 불펜 투수들은 “추격당하고 나서 준비해도 충분하다”며 스파이크 끈을 푼 채로 앉아 있었다. 오치아이는 “선동열 선수가 9회를 막는다는 강한 책임감이 있었다. 그의 자존심을 우리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시즌 내내 일본 센트럴리그 선두를 달린 주니치는 9월 들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쫓겼다. 승차가 1.5경기 차로 줄자 긴장감이 커졌다. 시즌 막바지 팀 미팅에서 주니치 선수들은 한국에서 여러 번 우승을 경험한 선동열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선동열은 “외국인 선수에게 (주장이 할 말을) 부탁하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라며 “‘내가 여러 번 선두 싸움을 해보니 막판 1.5경기 차가 그렇게 적진 않더라.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하면 우리가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일본말로 선수들에게 내 진심을 전하려 했다”고 돌아봤다.9월 30일 야쿠르트와의 경기에서 선동열은 9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2사 1·2루에서 99시즌 홈런왕(44개)이자 야쿠르트 4번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친 타구가 높게 떠올랐다. 주니치 2루수 다테나미 카즈요시가 포구하기도 전에, 선동열은 이미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마운드까지 달려온 포수 나카무라 다케시와 포옹한 그는 “야구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 중 하나였다”고 떠올렸다. 야구에서, 특히 일본 야구에서 최고의 명예로 여겨지는 헹가래(どうあげ) 투수의 영광을 주니치 선수단은 용병, 아니 ‘선동열 선배’에게 준 것이다.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끈 선동열은 이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선동열이 은퇴를 결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요미우리 등 일본의 다른 구단이 그를 영입하겠다고 나섰다. 선동열에겐 마지막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에이전트의 실수로 일이 틀어졌다.선동열은 국내 복귀, 일본 내 이적 등은 고려하지 않고 은퇴했다. “몇 년쯤 더 뛰면 어땠을까”라는 말을 듣지만, 그는 “주니치에서 은퇴한 건 정답이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니치 구단은 선동열을 주니치의 명예 선수로 위촉했다. 외국인 선수에게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그리고 2000년 3월 9일 요미우리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동열은 마쓰이 히데키를 상대한 뒤 멋진 은퇴식을 치렀다.선동열은 여전히 1년에 서너 번 나고야를 찾아 추억에 잠긴다. 그는 “지난 6월 나고야에서 주니치 경기를 관람했다. 아직도 날 기억하고 사인을 해달라는 팬이 있더라”며 “은퇴한 지 26년이 지났지만, 나고야는 여전히 고향 같은 곳”이라고 미소를 지었다.선동열과 주니치, 일본의 인연은 은퇴 후에 더 단단해졌다. <계속> 김식 기자 2025.10.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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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주니치신문 공동 기획] '한일 야구의 가교' 선동열 인터뷰 <4> ‘용병’이 아닌 ‘동료’가 되다

2025년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역사의 질곡을 딛고 두 나라는 협력하고, 또 경쟁했습니다. 정치·외교적 교류가 여의치 않을 때도 문화·스포츠 분야에서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일본의 유력 일간지 주니치신문(中日新聞)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스토리텔러입니다.일간스포츠는 주니치신문과 함께 ‘국보 투수’이자 한국 프로 출신으로는 처음 일본프로리그(NPB)에 진출한 선동열 감독을 만났습니다. 꼭 30년 전 일본으로 향했던 선동열의 실패와 성공, 그리고 그가 느낀 우정을 통해 한일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자는 취지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9월 말 이뤄진 이 인터뷰는 나카무라 아키히로 주니치신문 기자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4> ‘용병’이 아닌 ‘동료’가 되다 일본 리그 첫 시즌이었던 1996년은 선동열 야구 인생 중 최악의 시기였다. 큰 꿈을 품고, 뜨거운 환대를 받고 온 나고야에서 그는 길을 잃은 듯했다. 시즌이 끝난 그해 10월. 선동열은 한국이 아닌 일본 오키나와였다. 2군도 아닌 교육리그(하이사이 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외국인 선수가, 그것도 30대의 베테랑이 올 곳은 아니었다. 호시노 센이치 주니치 드래건스 감독의 지시였다. 주니치에서 40년 동안 트레이닝을 담당한 미키 야스시가 감독의 의도를 이렇게 추측했다. 그는 “호시노는 외국인 선수와도 타협하지 않는다. 선동열의 영입은 주니치의 큰 프로젝트였다. 호시노 감독도 어떻게든 선동열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일본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투수는 용병(傭兵), 즉 돈을 주고 고용한 병사라고 부른다. 그러나 호시노 감독은 선동열을 용병으로 보지 않았다. 생김새와 문화가 비슷한, 그러니까 교감하며 협력할 수 있는 동료 선수로 봤다. 그렇기에 선동열에게 “네 등 뒤에 태극기를 떼라”고 조언했다. 하이사이 리그에서 재활 훈련을 하라고 권유한 것도 그래서였다.선동열도 주니치 구단, 그리고 호시노 감독을 ‘고용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의 소속팀, 한국의 스승 김응용 감독처럼 여겼다. 그래서 호시노 감독의 뜻에 따라 오키나와로 향했다. 발목을 다쳐 나고야로 돌아온 뒤에도 그는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계속 훈련했다.나고야에서 선동열에게 손을 내민 이가 있었다. 주니치의 이나바 미츠오 2군 투수코치였다. 그는 ‘한국의 국보’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조언하면 들을 건가?”선동열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예,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그때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날 도와준다는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다음날부터 선동열은 오전 7시에 이나바 코치와 훈련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게 캐치볼이었다. 그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강조하는 스텝 앤드 스로(step and throw, 앞으로 몇 걸음 내디디며 공을 던지는 훈련)를 캐치볼을 통해 되돌아본 것이다.선동열은 “일본에서 피칭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나는 기술적인 고민만 했다. 뭐가 잘못된 건지 어렵게만 생각했다”라며 “그러던 중 처음으로 돌아갔다. ‘야구의 기본’인 캐치볼을 통해 중심 이동을 점검했다. 그러자 투구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다. 이나바 코치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고 떠올렸다.프로야구 선수의 활동 기간이 11월로 끝나자, 선동열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나고야로 다시 떠났다. 어렵게 되찾은 감각을 잃고 싶지 않아서였다.비활동기간에 선수는 코치와 훈련할 수 없다. 선동열은 “12월 추운 날에도 매일 아침 트레이닝복을 입고 구단 세탁을 맡았던 하시모토 씨와 훈련했다. 30분 동안 러닝하고 스트레칭을 마치면 캐치볼과 불펜피칭을 하는 루틴이었다. 점차 공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1997년 주니치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2월 1일. 선동열은 불펜에서 80개의 투구를 소화했다. 페이스가 빠른 일본 투수들도 첫날엔 20~30개 수준에서 마무리한다. 베테랑 외국인 투수가 당장 실전에 등판해도 될 만큼 몸을 만들어 오자 호시노 감독이 깜짝 놀랐다. 일본 스태프와 한국 선수가 서로 신뢰하고 의지한 결과였다. 선동열은 ‘동료’들에게 더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는 “야구에서 의사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통역을 통해 의미는 전달할 수 있지만, 마음까지 통하는 건 아니다.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선동열은 스프링캠프에서 일본어를 배웠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하루에 다섯 글자씩 익혔다. 시즌 시작 후에는 야구장 출근 전 1시간씩 일본어 과외를 받았다.그의 강속구만큼 일본어 실력 향상 속도도 빨랐다. 97년부터 선동열과 함께 주니치 불펜을 떠받들었던 오치아이 에이지는 “일본어 실력이 정말 빨리 늘었다. 2년 차엔 한국어로 말하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어느새 선동열은 언론 인터뷰도 일본어로 막힘없이 해냈다. 당시 나고야에서 선동열과 친구로 지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선동열 선배는 야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전에는 해본 적이 없을 만큼의 훈련을 이겨냈다. 좋아하는 술도 자제할 만큼 자기 관리에 신경 썼다”고 돌아봤다.선동열은 97년 시범경기에서 호투를 이어갔다. 일본 캠프에도 익숙해졌다. 그는 혼자 되뇌었다. “일본에서도 할 수 있다.” <계속>김식 기자 2025.10.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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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주니치신문 공동 기획] '한일 야구의 가교' 선동열 인터뷰 <3> 태극기를 떼라, 선동열이 되어라

2025년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역사의 질곡을 딛고 두 나라는 협력하고, 또 경쟁했습니다. 정치·외교적 교류가 여의치 않을 때도 문화·스포츠 분야에서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일본의 유력 일간지 주니치신문(中日新聞)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스토리텔러입니다.일간스포츠는 주니치신문과 함께 ‘국보 투수’이자 한국 프로 출신으로는 처음 일본프로리그(NPB)에 진출한 선동열 감독을 만났습니다. 꼭 30년 전 일본으로 향했던 선동열의 실패와 성공, 그리고 그가 느낀 우정을 통해 한일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자는 취지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9월 말 이뤄진 이 인터뷰는 나카무라 아키히로 주니치신문 기자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3> 태극기를 떼라, 선동열이 되어라1996년 4월 16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전 타자 바깥쪽을 노린 시속 146㎞의 패스트볼이 몸쪽으로 날아왔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오치아이 히로미쓰가 몸을 열 듯이 받아친 공은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었다. 선동열은 6년 전 한일 슈퍼게임에서 압도했던 그 타자에게 총알 같은 홈런을 맞았다.앞서 5일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던 선동열은 이후 세이브 2개를 올렸다. 그러나 투구 내용은 기대와 달랐다. 구위와 제구 모두 그답지 않았다. 결국 선동열은 오치아이로부터 홈런을 얻어맞고 나흘 후 2군으로 내려갔다. 부진도 부진이지만, 오른쪽 팔꿈치 통증도 있었다. 이유야 어쨌든 ‘국보의 추락’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지금도 “일본에서 실패를 맛봤다”고 자주 말한다. 그게 바로 이 시기다.선동열은 “일본에서 내 공이 충분히 통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간 것 같다. 그러면서 (투구) 밸런스가 깨졌다. 실패가 반복되자 자신감도 잃었다”고 했다.일본에서의 첫 시즌. 모든 게 낯설었다. 2월 1일부터 페이스를 올리는 스프링캠프,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불과 3주 전에 주니치 입단이 결정된 상황에서 훈련 준비가 부족했다. 게다가 캠프 막판에는 모친이 타계하는 아픔을 겪었다.한국으로 돌아가 장례를 치른 선동열은 일주일 만에 주니치 드래건스 캠프로 복귀했다. 자신은 지쳐 있는데, 동료들은 멀찌감치 앞서 있었다. 그 초조함과 불안감이 시즌 초 부진으로 이어졌다. 선동열은 5월 하순 1군에 돌아왔다. 그러나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그는 “내가 제대로 던지지 못하자 호시노 감독님은 선발로도 내보내 보고, 패전 처리도 시켰다.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공을 던지며 어떻게든 밸런스를 찾아보라는 배려였다”고 떠올렸다.한 번 무너진 폼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9월 8일, 다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시즌을 마친 것이다. 그가 일본 첫 시즌 남긴 성적은 38경기에서 5승1패 3세이브 평균자책 5.50. 목표했던 30세이브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한국에서 선동열은 모든 타자를 이겼다. 1992년 부상 탓에 한 번 흔들렸을 뿐이다. 그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건 한국 팬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당시 주니치 2군 코치였던 스즈키 다카마사는 무너져 내린 국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선동열은 기운이 없었다. 미소도 없었다. 일본으로 치면 나가시마 시게오 같은 슈퍼스타가 2군에 온 것이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당시는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서 맹활약하던 시기였다. 일본 프로야구의 대표 선수가 빅리그에서 뛰자 마치 ‘국가대표’ 같은 대우를 받았다. 선동열도 마찬가지였다. 주니치 경기가 매일 한국에 생중계됐고, 많은 특파원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했다. 그해 6월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슬럼프에 빠진 선동열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냈을 만큼 전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었다. 선동열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졌다. 그는 “내가 실패하면 한국 야구가 일본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다. 이종범·정민태·정민철·구대성 등 일본에 올 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나”라고 토로했다.몸이 따라주지 않는데, 마음은 무거웠다. 선동열의 괴로움과 외로움을 호시노 감독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깊은 구렁텅이에 빠진 선수에게 감독이 말했다.“네 등에 있는 태극기를 떼라. 그걸 내려놓고, 선동열 개인이 되어 던져라.” <계속>김식 기자 2025.10.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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