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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후죽순 쏟아지는 정치영화, 흥행 이변 속 우려 잇따라 [IS포커스]

혼란했던 정세 속 ‘팬심’을 노린 영화들의 열기가 뜨겁다. 올 들어 매달 1편 이상의 정치 소재 영화들이 극장에 걸리고 있는데, 선방하는 성적과 달리 영화계 안팎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11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신명’은 전날 1만 8694명을 동원,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이제훈 유해진 주연의 ‘소주전쟁’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43만 568명으로, 손익분기점(30만명)도 가뿐히 넘어섰다.‘신명’은 주술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윤지희(김규리)와 숨겨진 거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 정현수(안내상)의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모티브로 한 극영화로, 대통령이 되는 검찰총장,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는 장면 등 현실 밀착형 스토리로 대선 전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신명’과 같은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최근 극장가에는 정치 영화가 연달아 개봉하며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주인공으로 한 ‘다시 만날, 조국’, 부정선거 의혹을 다른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를 담은 ‘빛의 혁명, 민주주의를 지키다’ 등이 연이어 개봉해 화제를 모았다. 상반기로 범위를 넓히면 ‘힘내라 대한민국’, ‘준스톤 이어원’,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하보우만의 약속’ 등 10편이 웃도는 정치 소재 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신명’만큼은 아니지만, 성적도 양호했다. 대체로 저예산 독립예술 영화들은 5만명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지만, 최근 개봉한 정치 소재 영화들은 어렵지 않게 5만 고지를 넘어섰다. ‘힘내라 대한민국’은 7만 3093명의 관객을 모았고,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은 5만 1643명을 동원했다. 지난해 개봉한 ‘건국전쟁’은 누적관객수 117만 3892명을 기록하는 이변을 썼다. 정치 영화는 일종의 ‘팬덤’ 영화로, 특정 타깃을 겨냥하기 때문에 이 같은 흥행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지난해 12.3 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제21대 대통령 선거까지 혼돈의 6개월을 보내면서 전 국민의 관심이 정치로 몰렸고, 각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작품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정치 영화는 특정 진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다큐멘터리 형태의 영화는 특정 팬층의 공감 포인트가 있다. 같은 이유로 크라운드 펀딩 등이 가능하고 제작비도 낮아 가성비가 좋다. 또 별다른 홍보 없이도 이슈몰이가 되니까 여러모로 (흥행에) 용이하다”고 분석했다.다만 업계에서는 쏟아지는 정치 영화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잇따르고 있다. 확증편향을 부추기며 오히려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잘못된 정보 전달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상당하다.‘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는 법원이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은 부정선거 의혹을 조명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이 개입될 소지는 전혀 없다”고 여러 차례 선을 그으며 “위원회에서 설명하고 법원 판결로 해소된 사항임에도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김헌식 평론가는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영화의 순기능 역시 보장돼야 한다”면서 “객관성, 합리성을 가지지 못하면, ‘하우스 이펙트’(여론조사를 의뢰·수행하는 기관의 성향에 따라 결과에 편향성이 생기는 현상)에 따라 결국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오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영화는 그 시대의 사회, 정치, 문화를 다 담고 있기 때문에 보수든 진보든 정치적 메시지가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 다만 사실에 입각해야지 영화로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객에게도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속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가 중요하다. 스스로 거짓과 진실을 구분해야 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거짓 영화를 만들어서는 안 되지만, 이제는 관객이 올바르게 평가해서 그런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게끔 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6.12 06:05
뮤직

모두 모여라…‘2025 경록절’ 오늘(4일)부터 4일간 홍대 달군다

밴드 크라잉넛 한경록이 개최하는 ‘2025 경록절 COME TOGETHER’가 4일간 홍대에서 열린다.‘캡틴락’ 한경록이 매년 개최하는 페스티벌 ‘2025 경록절 COME TOGETHER’가 4일부터 나흘에 걸쳐 열린다. 4~5일 ‘2025 경록절 온라인’을 시작으로 6일 ‘2025 경록절 X 개러지 2주년 기획공연’, 7일 ‘2025 경록절 클래식’이 진행된다. 총 43팀이 참여하는 ‘경록절 온라인’으로 ‘2025 경록절 COME TOGETHER’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경록절’은 한경록의 생일파티로 시작하여 이제는 ‘홍대 최대 명절’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홍대 앞 큰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경록절은 홍대에서 제일 큰 공연장을 거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공연계가 꽁꽁 얼어붙은 때에도 2년 동안 온라인 페스티벌을 진행하며 그 명맥을 이어갔다. 전염병으로 인하여 대면 공연이 어려워지고 문화예술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음악과 예술을 놓치지 말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고,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3월에는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직후에는 그 규모를 더욱 키워 2023년에는 마포아트센터, 2024년에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까지 진출했던 ‘경록절’이 올해는 ‘COME TOGETHER’라는 타이틀로 돌아왔다. 2025년은 크라잉넛의 데뷔 30주년이자 한국 인디 30주년의 해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뜻깊은 해를 맞이한 만큼 인디음악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다함께 모이고 한데 뭉쳐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자는 의미를 담은 타이틀이다. 사회적인 갈등이나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시대이지만 ‘함께 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코로나19 시기 이후 5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록절 온라인’ 공연은 이틀 동안 총 43팀의 영상이 유튜브 ‘캡틴락 한경록’ 채널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송출된다. 인디신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실력있는 팀들을 시간적, 공간적 제한을 뛰어넘어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는 공연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관객들은 경록절 온라인 공연을 부담없이 즐기며, 다채로운 개성과 색깔을 지닌 아티스트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취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6일에는 무신사 개러지에서 ‘2025 경록절 X 개러지 2주년 기획공연’이 열린다. 제32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자이자, 최근 KBS ‘더 시즌즈-이영지의 레인보우’ 등 방송 출연으로 그 실력을 널리 알리고 있는 김승주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김마리, 갤럭시익스프레스, 극동아시아타이거즈가 경록절의 세번째 날을 빛낼 예정이며, 경록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도 준비돼 있다. 7일에는 무신사 개러지에서 ‘2025 경록절 클래식’이 진행된다. 이날은 무료 선착순 입장으로 진행되며, 온라인 생중계로 송출된다. 크라잉넛 이외에도 블랙홀, 서울전자음악단, 톡식, 더 픽스, 심아일랜드, 서울부인, 국악전자유랑단, 데디오레디오, 컴투게더 밴드 등이 무대에 오른다. 컴투게더 밴드는 오직 경록절을 위해서 만들어진 프로젝트 밴드로 베이시스트인 크라잉넛 한경록을 비롯해, 톡식 김슬옹이 드럼을, 카디 황린과 데킬라 올드 패션드 정지원이 기타를 맡는다. 또한 멜로망스 정동환이 밴드마스터로서 참여하며 키보드를 연주한다. 한국 인디 3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의 역사를 돌아보는 무대를 마련하며, 특별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02.04 17:52
산업

“빨리 소진하는 옷보다 품질로 꼽는 메이드 인 코리아 패션 만들겠다”

샤넬, 크리스찬 디올, 구찌, 루이 비통, 살바토레 페라가모, 이브 생 로랑….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들.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람의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디자이너의 실명을 그대로 딴 브랜드들이 세계 패션산업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도 디자이너의 이름을 패션 브랜드들이 글로벌 디자이너의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나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거대 패스트패션의 상륙과 수입 명품 브랜드들의 공세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K패션의 파이를 점차 키워가고 있다. K패션의 수출을 지원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가는 경제 상황에서도 을사년 새해 패션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지난해 K뷰티의 활황에 이어 올해는 K패션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K패션의 1세대로 꼽는 지춘희 디자이너의 딸이자 미스지콜렉션 브랜드를 글로벌로 리딩하는 지진희 공동대표와 만났다. 지춘희 디자이너가 자신의 성(姓)을 차용한 미스지콜렉션은 현재까지 청담 며느리룩, 상견례룩으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지난 2015년 배우 원빈과 결혼한 이나영이 강원도의 밀밭 결혼식 때 착용한 웨딩드레스로 유명하다.지 대표에게 새해 K패션의 국내외 전망에 대해 묻자 “불확실성의 새해는 변수가 너무 많아 예측이 어려워 고민이 크다”면서 “그럼에도 K컬처가 여러 방면에서 사랑을 받으니 패션 역시 잘 될 것이라 본다”고 입을 뗐다.패션산업 양극화의 절정된 지난해-지난해 미스지콜렉션을 비롯한 한국 패션업계를 돌아보자면 어떤 해였나.“불경기가 너무 심했다. 물론 그 안에서 잘 된 브랜드도 있었을 테지만 롤러코스터를 탄 일년이었다. 패션업은 겨울 아우터 매출로 좌우된다는 말이 있는데 추위가 너무 늦게 오면서 패션계 전체가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미스지콜렉션의 경우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매출은 축소됐지만 홈쇼핑에서 전개하는 라이선싱 브랜드는 잘 되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면에서는 잘 된 점이 분명 있으나 백화점은 고가 브랜드이다보니 (매출에서) 어려움이 있었다.”-한국 패션산업을 분석하자면 어떤 모습인가.“이제 한국 패션산업도 선진국형 장사에 들어갔다고 본다. 어릴 때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의 현지 경제 사정을 보는 듯하다. 잘 사는데 오히려 생활은 팍팍한 모습이다. 임금은 올랐지만 물가도 같이 상승해 막상 실질적인 돈이 없는 느낌이랄까.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나 니즈가 예전보다 분명 있는데 경기가 어렵다보니 지갑을 열기까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때였다.”-브랜드 인지도가 매출로 이어지기 어려웠다는 얘기인가.“작년은 패션의 양극화가 절정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구입하는 세대는 5060의 비중이 높다. 젊은 세대는 온라인을 통해 브랜드 패션을 구입하는데 더욱 익숙하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한국 진출과 공습으로 가격 등 경쟁에서 밀리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가 젊은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생각이다.” IMF 버틴 힘은 ‘한 땀 한 땀’ 장인정신-패션 양극화도 결국 불황의 영향 아닌가, 패션업계의 불경기도 예외가 아닐 텐데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나.“내가 입사하기 한참 전 얘기인데 선생님(지춘희 디자이너)은 IMF, 코로나19 때도 공장 유지와 직원들의 고용에 있어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해 오셨다. 미스지콜렉션은 창사 이래로 어떤 형태로든 제조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우리 회사는 정년이 없다. 오래전부터 함께 해온 장인들의 인건비 지출을 감수하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한국 제조업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많은 회사가 물가나 인건비 등의 문제로 해외에 공장을 짓고 현지 인력을 써서 제품을 만드는데 결국 우리가 잘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고퀄리티 기술이 사라진 느낌이다.” -가장 트렌디한 현장에서 1차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니 생소하다.“선진국형 경제에 접어들었고 고부가가치 사업을 표방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이제쯤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따져볼 시기가 온 것 같다. 기술에 대한 인정을 해 볼 시기라고 본다. 미싱은 단순히 옷의 박음질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옷을 만들어 온 장인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하는 때라고 본다. 그런데 너도나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서 큰일이다.”-핸드메이드 의류 중심의 사업이 가격 경쟁력 등에서 어려움이 있지 않나.“미스지콜렉션 의류는 대부분 손작업이 많다. 40년 가까이 일하는 이들이 한 땀 한 땀 만든 옷은 우리 브랜드의 집약이라고 볼 수 있다. 장인의 손맛은 절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 아무리 AI가 예측가능한 하이테크 사회가 온다 해도 패션을 비롯한 문화의 흐름은 못 읽는다. 그런 정신과 장인을 지켜나가는 게 나의 또 다른 임무라고도 할 수 있겠다.”-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 한국의 에르메스로 불릴만큼 고품질로 알려져 있다. 해외 진출에 관한 어떤 계획이 있나.“우리 옷을 입은 뒤 단골이 된 손님들이 많다. 손님들이 미스지콜렉션을 최고로 꼽는 이유는 품질이다. 구매한 옷은 관리만 잘하면 10년, 20년 넘게 입다 수선을 요청하는 고객도 있다. 실크 100%, 울 100% 등 소재에 가장 집중하는데 이 소재들이 오히려 분해가 잘 된다. 환경 오염을 우려해 지속가능하고, 재활용하는 소재의 옷을 만들기도 하던데 그보다 품질에 집중하고 제대로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패션을 잘 알리고 싶다. 가격도 소비자의 눈높이에 어떻게 맞출지 고민이다. 브랜드나 선생님의 지명도가 있어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앞으로 패션 한류는 어떻게 흐를까.“요즘 들어 정말 한치 앞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다. 세대도 마찬가지다. MZ가 다르고 어른들도 다르다. 한국의 패션 유행은 너무 자주 바뀌어서 예측이 어렵다. 을사년 새해는 그 변수가 이전보다 더 많아서 고민이 크다. 다만 K컬처가 글로벌에서 계속 잘 될 것이라 우리가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흔치 않은 때다. 그 방향이 잘 유지된다면 K패션 역시 좋은 쪽으로 흘러가지 않을까.”지 공동대표는 올해 가장 듣고 싶은 소식으로 ‘경기가 회복됐다’를 꼽았다.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의류, 외식 등에서 이전처럼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좋겠단다. 그러면서 올해 경제 키워드로 ‘따뜻함’을 꼽았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니 너무 따뜻하다’는 말을 하듯 사회, 경제적으로 모두가 따뜻한 1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이현아 기자 lalalast@edaily.co.kr 2025.01.08 07:30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무려 1조원' 치솟는 연봉과 구단의 빈익빈 부익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10년 7억 달러(1조332억원)와 후안 소토(뉴욕 메츠)의 15년 7억6500만 달러(1조1291억원). 최근 두 시즌 메이저리그(MLB) 헤드라인을 점령한 대형 계약들이다. MLB에선 해를 거듭할수록 천문학적인 계약이 쏟아지고 있는데 선수와 구단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1979년 놀란 라이언이 리그 사상 첫 100만 달러 연봉을 받아낸 뒤 45년 사이 연봉 기준 최대 70배가량 올랐다. 단순히 계산해 봐도 매년 7.7%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일반 직장인들과 비교해 확연히 높은 수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계약 금액과 구단 수익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우산 10년 전 MLB 구단의 평균 수익은 2억6200만 달러(3867억원·이하 출처 링크드인)였다. 그런데 올 시즌 3억7800만 달러(5579억원)로 비약적인 가치 상승을 보여줬다. 이 기간 구단 연간 성장률은 5.3% 수준. 반면 최고 연봉은 10년 전 2600만 달러(384억원)에서 올해 4300만 달러(635억원)로 연간 성장률이 5.83%로 구단 가치 상승을 웃돈다. MLB에서 연봉 1000만 달러 선수가 나온 건 1997년이었다. 당시 알버트 벨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5년, 5500만 달러(812억원)에 계약하며 신기원을 열었다. 당시 벨의 연봉은 구단 평균 매출의 9% 수준이었다. 불과 4년 뒤인 2001년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10년, 2억5200만 달러(3720억원)에 계약하며 사상 첫 연봉 2500만 달러(369억원) 시대를 열었고 2014년에는 클레이튼 커쇼가 7년, 2억1500만 달러(3173억원) 계약으로 사상 첫 연봉 3000만 달러(443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커쇼의 연봉은 구단 평균 연봉의 22.6%에 달했다.최고 연봉이 경신되는 사이 구단의 빈부 격차는 심화했다. 지난 시즌 기준 최저 연봉 팀과 최고 연봉 팀은 각각 오클랜드 어슬레틱스(3800만 달러·561억원)와 뉴욕 메츠(3억3400만 달러·4930억원)인데 그 차이가 꽤 벌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최저 연봉 팀의 규모는 34.5%가 줄었는데 최고 연봉 팀의 몸집은 29.3%가 늘어났다.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 메츠와 같은, 이른바 빅마켓 팀은 10년 사이 평균 27%가량 매출이 올랐다. 이런 매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스몰 마켓 팀은 결국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대어급 선수를 영입하기 쉽지 않다. 팜시스템에 의존하며 간신히 경쟁을 이어 나가는 상황인 셈이다. 오타니와 소토의 계약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했다. 두 선수의 평균 연봉을 5000만 달러(738억원)로 추산해도 구단 평균 연봉의 40%, 구단 평균 총매출의 15%에 이른다. 작년 기준 매출이 4억 달러(5904억원) 이상인 양키스나 3억2000만 달러(4723억원) 정도인 다저스 정도의 팀만이 이들의 연봉을 커버할 수 있다. 오클랜드 같은 저연봉 팀들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과거에는 스타가 아니더라도 나름 만족스러운 계약을 끌어내는 선수가 적지 않았다. 연봉의 분배가 이뤄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젠 판이 달라졌다. 더 많은 뉴스와 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소수의 선수에게 연봉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김하성과 김혜성 등의 계약이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일 수 있다. 연봉 불균형의 심화.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MLB 사무국이 향후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 지켜볼 일이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12.31 07:01
경제일반

불황 대표상품은 옛말…편의점 소주·라면 덜 팔린다

올해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내수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편의점에서 소주와 라면 등 불황기 대표 상품들의 매출 증가세가 예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6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소주 매출의 작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GS25 7.3%, CU 9.2%, 세븐일레븐 15.0% 등으로 집계됐다.이는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2년 편의점 소주 매출 증가율이 연간 20%대에서 최대 40%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아진 수치다.올해 1∼8월 라면 매출 증가율 역시 GS25 16.8%, CU 10.7%, 세븐일레븐 10.0%에 그쳤다. 지난해 라면 매출 증가율은 GS25 30.3%, CU 23.7%, 세븐일레븐 30.0% 등으로 20∼30%대로 올해보다 높았다.불황 대표 상품 중 하나로 꼽히는 담배도 마찬가지다.이마트24에서 담배 매출 증가율은 2022년 10.0%에서 지난해 6.0%, 올해 1∼8월 4.0%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CU 전체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41.0%에서 지난해 37.3%로 낮아지고서 올해 상반기 37.5%로 집계됐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담배 매출 관련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흡연 인구 감소로 편의점 담배 매출 비중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본래 불황기에 소주와 담배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라면은 최소의 비용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효자상품으로 꼽히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건강이 '화두'로 떠오르고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지면서 소비 경향도 달라졌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 양극화와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소주·라면·담배 등 특정 품목보다는 저렴하면서 가성비 높은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추세”라며 “절약형 소비가 식료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4.10.06 14:17
영화

[29th BIFF] 한준희·전고운 감독 “눈치 볼 부분 많아져…활발한 투자 필수” 소신

K콘텐츠를 이끄는 크리에이터들이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에서는 ‘CJ 무비 포럼 – 내비게이팅 더 뉴 패러다임’(CJ Movie Forum – Navigating the New Paradigm)이 진행됐다. 이날 포럼은 인사이트 토크, 리더스 토크, 글로벌 토크 총 세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세 번째 세션인 글로벌 토크는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K 스토리텔링의 힘’을 주제로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문장과 신진 크리에이터 한준희, 전고운, 유재선 감독이 자리해 K콘텐츠 매력 탐구와 글로벌 진출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이날 유재선 감독은 선배 감독들과의 공통점, 차별점을 묻는 말에 “공통점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란 매체로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거다. 차이점은 주제다. 모든 영화는 특정 시대와 세대가 만든 것으로, 고유의 좌표가 형성된다”며 “‘잠’도 현재 시대와 제 나이에 맞는 주제의식 의식이 담겨 있다”고 부연했다. 전고운 감독은 “앞 세대 감독님 작품에는 기세가 느껴졌다. 영화가 문화를 리드하는 느낌이었고 아우라도 컸다. 반면 요즘에는 눈치 볼 게 많아지다 보니 기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공식도 많아지고 관객도 살벌해졌다.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하기에 기세가 꺾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한준희 감독도 이에 동의하며 “요즘에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한국영화를 더 많이 보고 자란 연출자가 많다. 사실 전 감독 말처럼 지금은 어떤 시장의 환경 자체가 되게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다. 전적으로 연출자 감독, 작가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하기엔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세 감독의 차기작 계획도 들을 수 있었다. 유 감독은 “‘잠’과 유사한 호러 스릴러 장르를 조금 더 큰 규모로 준비하고 있다. 또 제가 관객으로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도 준비 중”이라며 “신인 감독이라 유의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개성 넘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현재 감독 겸 크리에이터로서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는 한 감독은 “내년 초 ‘약한영웅’ 시리즈 두 번째 시리즈가 론칭될 거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한 중저예산 액션 영화도 촬영 중”이라며 CJ ENM을 향해 “영화를 많이 만들어 달라. 그래야 시장에서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한국 영화에서 큰 의미가 있는 영화니까 활발하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전 감독 또한 “영화산업의 양극화, 글로벌 진출 모두 공감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지 않으냐”며 “예산을 떠나서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CJ ENM이 구석구석 마음을 열고 용감한 투자를 해달라”고 덧붙였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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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데드풀과 울버린’, ‘퍼펙트 데이즈’ 그리고 영화인 연대

영화계가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예상 못 했던 일은 아니다. 파리 올림픽이다. 다만 이렇게 초장부터 금이 쏟아질 줄은 몰랐다. 이럴 때는 TV 시청률이 올라간다. 가족들이 TV 앞에 모인다. 당연히 극장은 무슨 극장이냐는 소리가 나온다. 극장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영화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일수록 경험에 비추어, 상황은 비관적으로 보지만 미래는 낙관적으로 본다. 지성의 비관주의는 의지의 낙관주의와 교호(交互)한다. IMF도 겪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도 버텼다. 영화계는 10년 주기로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데 1990년대 후반에는 IMF가 터졌고 2000년대 후반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2010년대 후반에는 코로나 위기가 컸다. 모두 시간이 걸렸지만 난국을 뚫고 나왔다. 양극화가 심화되긴 했다. 지금 영화의 위기도 ‘느슨한’ 10년 주기설로 볼 수도 있다. 그러니 극복될 것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올림픽 특수 기간 중 잘될 영화는 ‘데드풀과 울버린’이다. 할리우드 특유의 캐릭터 합성 영화다. 벌써 125만명(이하 30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넘겼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2017년에 내놓은 ‘저스티스 리그’ 같은 영화다. ‘저스티스 리그’는 슈퍼맨 사후 지구를 파괴하려는 빌런(악당)에 맞서기 위해 배트맨과 원더 우먼, 아쿠아 맨 등이 총출동한다. 나중에는 슈퍼맨도 부활한다. 할리우드는 이런 ‘짓’을 잘하고, 잘 만들며, 완전 오락합일체로 만들어서 돈도 많이 번다. ‘데드풀과 울버린’이 특이한 것은 둘 다 변종이라는 것이다. 인생과 세상에서 주인공들이 아니다. 주변의 인물이고, 정의를 구현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해서 싸우는 캐릭터들이다. 안티히어로들이다. 근데 그게 더 호응을 얻는다. 솔직하고 위기에도 유머를 구사하며, 어쨌든 이기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 곧 생존이 어려운 시대에 대중이 좋아할 캐릭터들이다.데드풀은 일종의 전기 화상을 입어 흉측해진 외모 때문에 가면의 생을 살아가야 하지만, 상처 회복이 초인적으로 빨라 여간해서는 죽지 않는다. 그건 울버린도 마찬가지인데 이 둘은 일종의 불사신이고 그래서 싸우는 데 있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목만 안 잘리면 된다. 오래전 크리스토퍼 램버트가 나왔던 ‘하이랜더’(1990)의 맥을 잇되, 첨단 공학으로 탈바꿈시킨 내용인 셈이다. 불사신의 매력이 이 영화의 흥행 요소다. 당연히 100% 즐기는 영화고 여름용으로 제격이다. 오랜만에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가 국내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다.다른 영화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8월 초 중반 시장의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퍼펙스 데이즈’가 비평과 영화 마니아를 마케팅 중심에 내세우는 ‘슬로 시네마 마케팅’으로 바닥을 기면서 (스크린을 많이 잡지 않고 오래 상영하는 마케팅 전법으로) 장기 흥행을 노리고 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그런 전법으로 현재 대박을 쳤다. ‘프렌치 수프’도 조용히 극장가를 지키고 있다. ‘퍼펙트 데이즈’는 일단 안정적으로 관객 1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6만 9483명을 모았다. N차 관람 조짐도 보인다. 8월 한국 극장가가 상업영화 대 비상업영화의 전선으로 뚜렷이 나뉠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예술영화가 한쪽의 시장을 받쳐 주고 있다.한편으로 ‘영화산업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출범했다. 티켓값 인상에도 극장 측이 통신사 할인요금 비율을 공개하지 않아, 객단가(관객 1인당 평균 관람료)가 불공정하게 책정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영화인연대 출범의 계기다. 결국 극장과 배급사가 한 몸 구조인 수직계열화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법률 제정 이슈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거대 담론의 쟁점이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며, 다소 정치 구조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영화계가 잘 통합 운영돼야 할 것이다. 40억~50억원 예산의 중급 한국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먼저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특히 올해 들어 극장가를 버티고 가는 힘이 상업영화든 예술영화든 해외 작품들에서 나오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그게 먼저다. 일의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할 것이다. 10년 주기로 봤을 때 아마 이 문제도 잘 해결하고 극복할 것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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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코미디와 공포의 결합 ‘핸섬 가이즈’ 극장가 구한다

‘설계자’와 ‘원더랜드’ 등 최근 한국영화를 짓누르는 100만명 이하라는 흥행 먹구름이 전국 극장가에 엄청난 비를 뿌리고 있다. 이 장맛비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영화계 전문가들은 7월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1929~1939년까지의 경제 대공황 이후 1930~40년대 할리우드에는 코미디 아니면 필름 누아르(어두운 분위기의 사립탐정 영화.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다)가 성행했다. 한국영화계도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경기와 그에 따른 ‘문화 대공황(문화 부문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의 지원이 대거 철회한 것)’으로 기이한 병적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이 됐다는 것이다. 영화산업에 있어 이 ‘예측 불가능성’만큼 심각한 것은 없다. 그래도 예측을 해보면, 앞으로 ‘장사가 되는’ 소재와 주제의 작품들은 미국 대공황 이후에 나타난 영화 장르의 경향과 비슷해 질 것으로 보여진다. 올 상반기에 이미 그런 조짐은 나타났다. 단순한 액션영화(‘범죄도시4’), 명쾌한 선악 구조의 역사물(‘파묘’)이 성공을 거뒀다. 하반기로 넘어 가는 길목인 7월초 극장가에서는 코미디 영화 ‘핸섬 가이즈’에 전폭적인 기대가 모아질 것이다. 거기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복병 같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2’ 같은 애니메이션이 개봉 2주만에 400만명을 넘어가고 있기도 하다. ‘코미디와 애니메이션’. 지금의 영화계 분위기, 한국 사회의 세태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는 작품들인 셈이다. 우울하고 속상하기 때문에 영화만이라도 웃을 수 있는 작품들을 고른다는 것이다.‘핸섬 가이즈’는 핸섬하지 않은 두 남자의 촌극 해프닝을 그린다. 열심히 사는 노동자들, 하층계급들이고 정당한 과정을 통해 시골집도 마련하는 등 스스로 이루어 내지만 워낙 생긴 것이 ‘범죄형’이라는 이유로 온갖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귀신까지 이들을 괴롭힌다. 기본적으로는 공포영화지만 이걸, 넘어지고 자빠지는 식의 몸 개그가 많이 나오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결합시킨 영화다. 원래 두 요소는 잘 합치지 않는다. 공포와 코미디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을 ‘핸섬 가이즈’가 해냈다는 평가다. 개봉 전 시사회에서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이성민과 이희준은 극장 안을 그야말로 ‘빵빵’ 터뜨렸다. ‘핸섬 가이즈’는 미국-캐나다 합작영화로 2010년 시체스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터커&데일 Vs 이블’이란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핸섬 가이즈’는 리메이크지만 리메이크 같지 않은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독창적인 번안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핸섬 가이즈’가 전체 시장의 사이즈는 지켜 내는 데 일조할 것이다. 현재 국내 연평균 관객 수는 코로나 이전 2억명 수준에서 1억5000만명 선을 회복한 상태이며 ‘핸섬 가이즈’ 같은 영화가 그 선을 지키는 데 있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 영화계가 특정 영화로 흥행이 쏠리는 현상이 극단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두고 ‘복불복’일 뿐이며 다 각 영화 재미 차이 때문이다,식의 자본주의적 판단만으로는 솔루션을 찾을 수 없다. 양극화의 뿌리는 절대적으로 더욱 더 깊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단 한 두 편의 실패로 산업 전체가 붕괴할 위험이 농후 해진다. 좀 더 현명한 방법론을 찾아야 하며 결국 그것은 큰 손의 개입, 공적 자본의 적절한 투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로 모아진다.2015년에 개봉됐던 ‘인사이드 아웃’도 5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이런 수치는 어린이 관객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 관객 말고도 젊은 관객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때에 모아질 수 있다. 슬픔, 기쁨 등 인간의 감정을 의인화해 주인공 캐릭터로 내세운 ‘인사이드 아웃’은 사람들이 잃어버리거나 일상에서 간과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해서 바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非)어린이 관객층에도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의 500만 관객 수준을 넘어서서 이번 ‘인사이드 아웃2’ 흥행 기대치는 앞서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흥행성적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멘탈’은 코로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던 2023년에 개봉해 720만을 넘기며 흥행 장타를 쳤다. 코미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웃긴 공포영화들. 한동안 이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약인가 독인가. 그것이 문제로다,일 뿐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6.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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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고래 보호와 스크린 보호가 같은 맥락인 이유

너무 심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이건 우리 스스로 따라 놓은 독배이다. ‘범죄도시4’가 개봉 13일 만에 800만을 돌파했다. 이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은 80%이다. 전국 약 3400개의 스크린 가운데 2780개가 이 영화를 틀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해서 단 기간에 800만명이 됐는지, 아니면 관객 800만명을 모을 만큼 인기가 높아서 자연스럽게 스크린을 독점하게 됐는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그건 이해 관계에 따라 접근방식이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이런 상황은 결코 약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독이다.코로나 이전 영화계는 스크린 독점 문제와 수직 계열화 문제로 들끓었었다. 코로나가 그 논쟁을 숨죽이게 했다. 극장이 모두 문을 닫을 판이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이르러서도 극장 영업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반(反)독점주의자들은 자제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입을 닫았다. 독점을 해서라도 일단 극장을 살려 내자는 암묵적 합의가 이어졌다. 극장은 극장 대로 티켓 가격을 2~3년 만에 50%나 올렸다. 티켓 가격은 1만원 수준에서 1만5000원이 됐다. 다들 생존이 화두였다. 모든 논쟁과 이슈를 다 덮었다. 그 결과가 스크린 점유율 80%대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스스로 헬 게이트를 열어 놓은 결과다. 자본주의 경제구조, 특히 양극화의 심화를 조성하는 신(新)자유주의 시스템에서 기업이나 특정 개인의 이윤 추구 행위를 법적으로나, 시스템상으로나, 무엇보다 도덕이나 윤리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 아무리 도덕 연 한다 해도 모두들 자본의 이윤, 금융상의 이해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극장들이 너도 나도 ‘범죄도시4’를 거는 것, 거의 모든 스크린을 영화 하나로 도배하는 것을 두고 다들 입으로 뭐라뭐라 해도 입장 바꿔서 극장 주가 되면 그 자신 역시 ‘이번 한번만’ 식으로 영화 한편으로 전체 스크린을 덧칠 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이건 ‘선진적 문화 의식’이나 예술혼을 앞세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돈 버는 일에 마다할 극장, 영화인은 아무도 없다. 내가 벌 기회가 생기면 그 누구도 눈에 아무 것도 안보이기 마련이다. 불매운동 같은 소비자 운동이란 것도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다. 시대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확 갈려 버렸다. 예전의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그만큼 모두의 삶이 각자 화 됐고 개인, 파편화 됐다. 다들 각자도생에 바쁘다.그러니 무엇보다 디테일이 좋아야 한다. 다소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2021년 제4회 부산국제해양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 누구도 보기 힘든) 다큐멘터리 ‘종의 보존 Vs 인류 보존’(Entangled)은 지금의 ‘범죄도시4’가 가져온 스크린 과다 점유 논쟁의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영어 제목으로 ‘인탱글드’는 ‘(그물에) 걸려든’이란 뜻이다. 미 동북부 최단 지역의 메인 주 포틀랜드의 한 어촌은 바닷가재를 잡아 부촌이 된 지역이다. 그런데 어느 날 환경운동가들의 압력을 받은 연방정부에서 가재 잡이를 금지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고래를 보호해야 하며 바닷가재 잡이가 고래를 죽이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바닷가재를 잡기 위해서는 통발을 내려야 하고 통발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부표를 띄워야 하는데 통발과 부표를 연결하는 밧줄이 일종의 강한 그물망을 형성해 지나던 고래가 거기에 걸려 죽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고래는 바다 속 산소량을 늘리고 탄소 량을 줄이는 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는 생물로 해양 환경에 필수적이다. 다큐멘터리 ‘종의 보존 Vs 인류 보전’은 고래 보호를 통한 해양환경 보호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다.그러나 정작 이 다큐가 뛰어난 것은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 선언적이고 교육적인 메시지 때문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고래 보호라는 ‘환경권’과 가재 잡이 라는 ‘생계권’에 대해 다큐 내내 줄기차게 토의하고 조정하고, 또 토론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양측간에 의견을 좁히는 과정, 그리고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방법론을 찾는 과정을 보여 준다. 양측은 조업 시기의 한도를 분기별, 월별로 정하고 심지어 조업시간, 조업양까지 합의해 낸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스크린 독과점 문제 역시 ‘다양성 보호’와 ‘극장의 이윤추구’라는 양 측의 이슈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해 내는 세부 항목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 영화 당 2000개면 2000개, 1500개면 1500개의 스크린 상한선을 정하되 그것을 계절별, 분기별, 월별로 달리 하고, 스크린 별 프라임 타임대 상영의 한도 폭도 조율해서 합의해 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제 스크린독과점 문제는 운동이 아니라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화 운동가들은 계속해서 극장을 압박하되 연구자들은 합리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극장은 충돌과 갈등없이 자신들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스스로 절충안을 역제안 해야 할 일이다. 정책 당국은 이를 총괄적으로 관리해 나갈 일이다. 아마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논의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모두가 좋자고 하는 일이다. 모두가 망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10년이 오랜 시간이라고 무서워서 해서는 안된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5.0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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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홍상수는 왜 홍상수인 것인가

왜 그들만의 홍상수인가. 우리에게 이제 홍상수는 어떤 존재인가. 그의 영화를 한국 관객들은 보기나 하고 있을까. 홍상수가 올해도 여지없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그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가 가게 됐다. 이번 영화는 그의 31번 째 장편 영화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해 28년간 찍은 편수다. 1년에 한 편씩은 꼭 찍었다는 얘기처럼 보이지만 어떤 해는 쉬어 간 적이 있음을 고려하면 사실 한 해에 두 세 편 씩 찍은 때도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2010년 이후를 보면 한 해에 두 편 씩 내놓았을 때가 많다. 기인이다. 어떤 작품은 관객이 거의 오지 않는다. 전작인 ‘우리의 하루’는 5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줄기차게 영화를 만들고 있다. 영화를 통해 예술가인 자신의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서는 자신의 파트너이자 주연 배우인 김민희를 위해 화를 내기도 한다.(2022년작 ‘소설가의 영화’에서 이혜영의 대사, “아깝다고? 뭐가 아깝다는 거지? 아깝다는 말은 이 친구가 무엇인가 잘못하고 있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얘기 잖아? 뭐가 아깝다는 거야?”) 그리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소설가의 영화’ 마지막 장면은 김민희가 꽃으로 면사포를 쓰는 장면이다)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관념을 영화 속에 풀어 놓는데 신기한 것은 유럽의 영화제들이 이런 그의 작품에 환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 영화제는 5년 연속 홍상수의 작품을 초청했다. 다른 작가의 영화에 베를린 영화제가 이런 로열티를 보여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왜 그럴까. 왜 홍상수에 그렇게도 배려와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 그가 개인적 사생활을 둘러싸고 이어져 온 논란으로 예술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안타까움의 발로 일까. 설마 그렇게까지 베를린영화제가 구체적으로 홍상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철학적 사고가 일상화돼 있는 베를린 같은 공간에서 홍상수의 무념무상주의, 탈(脫) 정치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역설의 초(超)정치주의가 기묘한 판타지를 갖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상수의 영화는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 그런데 완전한 무색의 정치성, 곧 전혀 정치적이지 않음은 오히려 더욱 더 정치적임을 드러낸다. 정치를 깡그리 무시함으로써 오히려 현 정치의 무용함을 비판하는 방식인 셈이다. 홍상수의 탈 정치주의는 전쟁과 경제적 양극화의 시대에는 이처럼 자신의 안으로, 자기 스스로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 마치 참선을 하듯 세상을 살아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유럽 영화제 관객들이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에서 찾아진다.영화제가 초청을 하거나 말거나 늘 한 꺼풀 감긴 듯한 눈매의 표정으로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홍상수의 매력으로 꼽힌다. 아마도 어떻게 보면 상대를 약간 깔보는 듯한 그의 이런 표정은 예술가의 에고(ego)란 어떤 것인지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유럽이 좋아하는 요소다. 홍상수는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존재로 손꼽힌다.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영화에 대해 가타부타 설명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꺼리는 편이다. 그냥 알아서들 보면 됐지 뭘 자꾸 궁금해 하냐는 것이다. 영화란 자기만의 방식으로 혹은 자기 식의 해석으로 보라는 것, 그렇게 인생과 세상을 살아가라는 것, 홍상수의 영화 철학이자 인생 철학으로 보인다.그런데 왜 그다지도 한국 관객들은 홍상수를 외면하고 있는 것 일까. 2020년에서 22년까지 내놨던 ‘도망친 여자’ ‘당신 얼굴 앞에서’ ‘소설가의 영화’ 등 몇 편의 영화 이후에는 관객 수가 격감하는 추세다. ‘탑’ ‘물안에서’ ‘우리의 하루’ 등 일련의 영화들은 대개 5000명 안팎의 관객을 모았다. 제작자 입장에서 볼 때 홍상수 영화는 만들면 안되는 작품이다. 수익성이 없다.하지만 홍상수 영화의 제작자는 홍상수다. 그는 한편의 영화를 찍을 때 1억을 넘기는 적이 없다. 극도의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들이어서 국내 관객 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베를린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것이 오히려 수익을 창출한다. 해외 마켓에서 ‘제값’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홍상수는 아예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 인물이다. 본능적으로 영화를 찍고 또 찍고 하고 있을 뿐이다.그리고 바로 그 점이 홍상수 영화를 극한의 마니아가 아니면 이제 보지 않게 하는 요소가 됐다. 일종의 ‘홍상수 매너리즘’이다. 그는 누가 뭐라 하든 말든, 좋아하든 말든, 영화를 계속 내놓고 있다. 관객의 취향과 태도, 반응 등에 대해 아랑곳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태도가 역설적으로 관객을 지치게 만들었다. 너무 많은 작품을 너무 빠르게 내놓고 있는 것도 그가 너무 쉽게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영화제가 매번 그를 데려가는 것도 가치의 희소성을 묽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닌 셈이다. 실로 영화를 하면서는 이런 저런 여러가지 생각을 다 해야 하며 여러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삶이란 것도 대체로 그런 것이다. 영화는 더욱 그런 것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2.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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