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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IS] 적막한 유령도시로…방치된 둔촌주공 현장 직접 가보니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렸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 파행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재건축조합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어서다. 사업비만 수조 원에 달하는 사업이 중단되면서 피해는 일반 조합원과 인근 주민만 입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가 현장에서 만난 인근 주민은 짓다가 만 아파트가 늘어선 현장이 "거대한 유령도시 같다. 우범지역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우려했다. 방치된 현장, 피해는 주민의 몫 "저거 저래서 되겠어요? 다 돈일 텐데…."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만난 한 주민이 혀를 찼다.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었다. 성내동에 살고 있어서 날마다 지하철을 타러 이 근방으로 온다던 이 주민은 "(시공사와 조합이) 서로 돈 때문에 싸우는 것 같던데, 저기 안에 있는 크레인도 다 대여 아니겠나. 다 돈이다. 공사 중단이 길어질수록 빚만 늘고 피해는 결국 입주민만 보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주민은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부터 저었다. 인접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에 산다는 이 주민은 "집에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이 잘 보인다. 만 세대가 넘고 공사장이 정말 크지 않나. 여기저기 플래카드가 걸린 채 아파트를 짓다 말고 방치된 모습이 무섭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저렇게 공사 중단이 길어지면 혹시라도 비행 청소년들이 드나들어서 우범지역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도 했다. 기약 없는 공사 중단은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도로 건너편에 먹자골목을 마주 보고 있다. 대지면적만 46만2821㎡에 달하는 미니 신도시급 재건축 사업이 시작되면서 먹자골목도 활기를 띠었던 것이 사실이다. 둔촌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공사 현장이 커서 인부를 대상으로 한 한식 뷔페 가게나 함바집이 골목 곳곳에 많이 생겼다. 그런데 공사가 중단되면서 대부분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매장 철수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써는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 관계자는 "원래는 내년 8월에 완공돼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지금은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마무리는 언제될지 정말 아무도 모른다. 조합원이나 시공사 관계자들한테도 물어봤는데 (아무도) 예측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평행선 달리는 양측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강동구 둔촌1동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원 수만 6100명에 달한다. 공사비만 조 단위가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지난 2009년 1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둔촌주공은 2010년 9월 시공사 선정, 2019년 12월 철거 등의 과정을 거쳤다. 순조롭던 공사는 2020년 6월 전 조합이 시공사업단과 공사비 5586억 원에 달하는 증액 계약을 맺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 조합은 2조6708억 원이던 공사비가 2020년 3조2294억 원으로 늘어난 증액 계약이 법적·절차적 하자가 있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쳐 계약을 맺었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단은 약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공사했는데, 착공 2년이 넘도록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면서 지난 15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재건축 사업 파행은 진실 게임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마감재를 지정하려고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조합은 특정 마감재 업체를 선정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며 맞서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의 지정업체 리스트까지 공개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합이 금융권과 맺은 대출 계약 금액은 총 2조1000억 원으로 연간 이자 부담은 약 800억 원에 달한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도 늘어난다. 일부에서는 금융사 17곳의 대리은행인 NH농협은행 등이 조합에 대출해준 사업비를 '만기 전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금융사들은 조합과 시공사업단과 간 갈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만큼 대출 관련 리스크를 점검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둔촌주공의 공정률은 52%다. 공사가 다시 진행돼도 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파행이 지속할수록 피해는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조합원들은 올해 초부터 이주비 이자를 조합원들 개인 부담으로 납부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자를 내기 위해 따로 대출까지 받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7월부터 이주를 시작해 5년 가까이 입주만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전세살이를 하는 중"이라면서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갈등을 끌고 가면 사업비가 커지고 엄청난 손실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4.25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