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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지옥’ 김현주 “세계 1위 결과 떠나 하길 정말 잘했죠”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1위 ‘지옥’의 스토리를 오롯이 끌고 간 이는 김현주다. 이 시리즈에서 김현주는 극 중 지옥행 고지를 받은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죄인 취급하는 종교단체(사실 이단이나 다름없는) 새진리회에 총구를 겨눈 변호사 민혜진을 맡았다. 김현주는 주요 출연진 중 유일하게 전 회차에 얼굴을 내밀면서 1~3회, 4~6회로 갈라지는 이야기를 씨실과 날실 엮이듯 짜 맞췄다. 김현주의 연기력을 높이 산 연상호 감독은 차기작인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주인공으로도 캐스팅해 연달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원작 웹툰을 참고했는지 궁금하다. “원작이 있어 벗어나지 않아야 했다. 워낙 팬덤이 있는 웹툰 원작이라 배우들과의 싱크로율에도 관심이 많은 듯 했다. 원작에 기반을 둬 노력을 많이 했지만 우려했던 점도 많았다. 생소하고 어색하게 보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 -유일하게 6회까지 나오는데 1~3회, 4~6회의 민혜진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결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맞다. 조금의 변화가 아니라 완전히, 반전 정도의 변화여서 스스로도 다른 인물처럼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3회 때 후반부 바뀔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고 캐릭터에 여지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반부 엄마에게 하는 대사들이 지옥 고지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민혜진이 흔들릴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옥’ 촬영은 어땠나. “촬영 환경도 그렇고 배우도 접점이 없는 사이로 만났다. 작품 안에서 보이는 긴장감, 어색함이 현장에서도 있었다. 연상호 감독이 위트로 많이 풀었다. 감독님의 희생정신, 자기를 희화화하며 편한 장을 마련해준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캐스팅 섭외를 받았을 때 어땠는지. “많이 설렜고 흥분과 걱정이 많았다. 민혜진이 몸으로 부딪히는, 강인한 액션을 보여줘야 하는데 ‘날 왜 택했지?’ 싶었다. 촬영을 다 끝내고 보니 액션은 하나의 도구였을 뿐이었다. 액션을 보고 캐스팅한 게 아니구나 이해가 됐다. 1위를 떠나 결과적으로 하길 잘했다.”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도 참여하고 있는데 연달아 작품을 하는 이유는. “‘지옥’을 찍으면서 ‘정이’ 출연 계획이 이미 있었다. ‘정이’ 캐릭터는 또 다른 시도인데 ‘지옥’을 찍으면서 감독님이 배우에게 보여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반응이 뜨겁다. 예상은 했나.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지옥’의 성공은 넷플릭스에서 어느 정도 크기인지 짐작이 어렵다. 세계 1위가 체감이 안 된다. 기대 이상이다.” -민혜진 캐릭터를 어떻게 연구했는지.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변호사 역할을 많이 했다. 민혜진은 캐릭터 적으로 많이 달랐다. 마치 신분을 위장한 언더커버 변호사로 달리 표현할 수 있었다. 다르게 보여야 하는 강박감이 있어 캐릭터 고민도 했었다.” -액션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4년이 흐른 뒤 4회가 시작되는데 너무 액션 배우처럼 나타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액션 스타일은 액션 팀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액션 연습은 작품 시작 전에 기초부터 구르기, 걷기, 뛰기 등 하나하나 걸음마 하듯 차근차근 배웠다.” -대본 리딩이 아닌 브리핑 시스템은 어땠는지. “처음엔 생소했다. 사실 대본 리딩을 정말 안 좋아한다. 전날 밤잠을 못 잘 정도의 불편함이 있다. 이번에는 감독님이 혼자 다 얘기해서 새로웠다. 어떻게 이 신을 표현할지, 중요한 점이 뭔지 브리핑을 해주는데 의도나 성향, 색깔이 다 파악됐다. 작품 구상에 전반적인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이런 식이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지옥행 고지를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연까지 남은 시간 동안 정리할 것 같다.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깨끗하게 살다간 사람으로 남고 싶다. 누군가를 떠나 보냈을 때 미련이 남지 않나. 그런 게 남지 않도록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현아 기자 lee.hyunah1@joongang.co.kr
2021.12.01 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