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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도 100만원 등골 패딩? 일명 '엄마부심 패딩' 바람에 짝퉁도

한파가 시작되면서 자녀를 위해 패딩을 장만하려는 가정이 늘고 있다. 그런데 10대 청소년 사이에 수백만 원대 '등골 패딩'이 유행하는 데 이어 최근 3~7세 유·아동들도 명품 패딩을 입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 명품의 개념도 잡히지 않은 나이대이지만, 부모 간 자부심 경쟁으로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이들에게 100만원대 '엄마부심 패딩'을 입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 자식 폼 나죠' 엄마부심 패딩 주부 A 씨는 최근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데리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한 벌에 100만원 이상인 '몽클레어' 패딩을 입은 아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자녀에게 패딩을 사주려고 했던 A 씨는 갑자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 아이한테 10만~20만원대 거위 털 패딩을 사주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명품 옷을 입은 아이 친구들을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100만원을 더 들여서 명품을 사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만 5세인 A 씨의 자녀는 아직 명품이 뭔지 모른다. 명품 패딩보다 반짝이 리본이나 토끼 귀가 달린 중저가 옷이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때다. A 씨는 "아이 친구들도 명품과 관련한 개념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엄마들끼리는 아동용 몽클레어 패딩을 두고 '엄마부심 패딩'이라고 한다"고 했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엄마부심 패딩은 몽클레어와 '버버리'다. 몽클레어는 10년 전부터 어른 사이에 인기가 있었다. 최근 어른용 제품 인기가 과거에 비해 시들했지만 아동용을 찾는 소비자는 늘고 있다. 본지 확인에 따르면 아동용 몽클레어 패딩은 대부분 100만원대 이상의 고가이지만 일부 인기 제품의 경우 대부분의 사이즈가 동난 상태였다. 특유의 체크무늬 패턴이 선명한 버버리도 잘 나간다. 버버리는 최근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체크무늬와 로고를 디자인 전반에 강조하고 있다. 체구가 작은 3~7세 아동에게 입히면 한눈에 "버버리 옷 입었구나"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다. 몽클레어처럼 버버리 역시 대부분의 아동용 패딩 가격대가 11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시장은 지난해 총 1조648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16.8%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아동복 평균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48%에 달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재력가들은 옷을 사는 곳이 백화점이다. 그렇다 보니 꼭 과시의 의도가 없어도 자녀에게도 명품 옷을 자연스럽게 입힌다"며 "능력이 안 되는데 사는 건 좀 그렇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무척 평범한 소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SNS 넘치는 자랑과 '짝퉁' 업계는 인스타그램에서 주목받는 인플루언서의 명품 자랑이 유아동기 자녀까지 번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인플루언서가 직접 명품을 입고, 화려한 호텔이나 수영장에서 재력을 뽐내는 게시물이 인기가 많았지만, 점차 비슷한 콘셉트의 파워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면서 방향을 자녀로 틀기 시작했다. 주부 B 씨는 "요즘은 인플루언서가 자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게시물이 인기도 많고 '좋아요'도 많이 눌린다"며 "그중에는 백화점에서 버버리키즈를 입혀서 쇼핑하거나, 몽클레어 패딩을 입은 채 등원하는 사진이 많다. 무심코 보다 보면 '우리 애도 한 번 입혀볼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모 중에는 110만원짜리 패딩을 사도 나중에 중고로 내다 팔면 큰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B 씨는 "지인이 '살 때 110만원이지만, 깨끗하게 입혀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 팔면 정가의 60~70%는 건진다.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맞는 소리 갖기도 해서 (아동 명품 패딩을 살지 말지) 자꾸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아동용 명품 패딩이 잘나가자 짝퉁도 극성이다. 인스타그램에 '아동 명품 패딩' '아동 몽클레어' 등을 검색하면 수백여 개의 가품 사진이 등장한다. 정품처럼 구스 다운을 사용했고, 디자인과 라벨도 정교하지만, 가격은 정가의 30~40% 수준이다. 본지가 접촉한 한 가품 판매상은 "정품과 다름없는 퀄리티다. 특A급만 만드는 공장에서 나온 제품이니 믿고 사도 된다"라고 자랑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22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명으로 세계 198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2분기 합계 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7명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출산율이 줄어들수록 부모가 자녀에게 '올인'하는 경향이 있다. 제일 좋은 것만 해줄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이라며 "집안에 아기가 귀하다 보니 요즘은 조부모까지 기왕이면 고가의 명품으로 선물한다. 여기에 결혼이 늦어지는 이모나 삼촌도 조카에게 주머니를 기꺼이 연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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