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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th BIFF] 가장의 무게, 이병헌도 ‘어쩔수가없다’ [IS리뷰]

박찬욱 감독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돌아왔다.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불가피함에 내몰린 개인의 서사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불안과 구조적 모순을 꼬집는다.만수(이병헌)는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로, ‘올해의 펄프맨’으로 선정될 만큼 성실한 노동자다. 그 덕에 오랜 시간 꿈꿨던 집을 되찾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만족스러운 삶을 누린다. 하지만 행복이 정점에 달한 그때, 만수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만수는 3개월 내 재취업을 자신했지만, 13개월 후에도 아르바이트만 전전한다. 결국 퇴직금이 동나고 집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만수는 자존심마저 내던지고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자신에게 ‘적격’인 자리를 발견한다. 문제는 세 명의 경쟁자. 고민 끝에 만수는 스스로 이들을 제거하겠다는 어마무시한 결론을 내린다.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제목 그대로 인간이 처한 불가피한 상황을 다룬 작품이다. 이야기는 한 중년 남성이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따라 흐른다. 그간 복수, 욕망 등 주로 추상적 개념을 탐구했던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에선 노동과 생존이란 보다 구체적인 현실로 시선을 옮겼다. 박 감독은 우리 시대의 구조적 모순을 포착, 노동자의 존엄이 어떻게 소거되는지 보여주고, 현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사회적 불안을 직시한다. 방법은 유쾌하고 또 잔혹하다. 영화는 초반부 익숙한 가족 드라마의 질감을 깔아 관객이 각자의 삶을 빗댈 수 있게 인도한다. 여기에 곳곳에 배치된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꾸준히 엇박자를 만들며 ‘웃픈’ 웃음을 안긴다. 하지만 능력도, 재능도 없는 살인자가 등장하면서 장르는 스릴러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 조금씩 배어 나오던 어둠은 이내 유머를 삼키고 불안과 불편의 감정을 켜켜이 쌓는다.사운드와 공간의 힘도 상당한 작품이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김창완의 ‘그래 걷자’를 비롯한 1980년대 가요와 클래식 등 감미로운 음악이 극의 역설적 재미를 더하고, 제지 공장의 거대한 기계음 등으로 주인공의 내적 불안을 극대화한다. 박 감독이 직접 “중요한 캐릭터”라고 칭한 집은 단순히 물리적 거처를 넘어 만수의 정체성으로, 영화 자체의 동력이 된다.이병헌의 연기는 이 영화의 메인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병헌은 139분의 한정된 시간 동안 인생의 희로애락을 밀도 높게 담아낸다. 이병헌이 그려낸 중년 가장의 절박함과 분노, 무너져가는 자존심은 만수를 절로 지지하게 만든다. 만수의 아내로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손예진은 현실과 환상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낸다. 다만 박 감독의 전작 속 여성 캐릭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상이 선명하지 못한데, 배우의 문제라기보다는 만수에 방점이 찍힌 서사적 한계다. 주연급 조단역 라인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염혜란이다. 염혜란은 근작들에서 보여준 얼굴과는 상반된 모습으로, 쟁쟁한 배우들을 집어 삼킨다.‘어쩔수가없다’는 박 감독이 자신한 것과 달리 아주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다. 물론 그의 필모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지만, 단순히 웃기거나 울리는 오락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박찬욱 영화는 박찬욱 영화다.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19 06:05
스타

‘폭군의 셰프’ 로맨스만 있나...윤서아, 윤아와 빛낸 워맨스 [RE스타]

배우 윤서아가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배우 윤아와 워맨스를 그리며 극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윤서아는 극중 ‘절대 후각’을 지닌 서길금 역을 맡아 윤아의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하고 있다.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 연지영(윤아)이 폭군이자 절대 미각의 소유자 이헌(이채민)을 만나며 펼쳐지는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극중 윤아가 연기하는 연지영이 조선시대에 도착해 두 번째로 만나는 인물이 바로 서길금이며, 이 인물을 통해 조선시대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기 시작한다. 서길금은 연지영이 타임슬립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대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는 인물이다.윤서아가 윤아와 만들어내는 워맨스는 드라마의 재미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투박한 사투리를 쓰는 18살 소녀로 등장한 윤서아는 천진난만하면서도 호기심 많은 성격을 지닌 인물을 맛깔나게 그려냈다. 이후 연지영과 빠르게 언니-동생 사이로 가까워지고, 연지영이 처음 요리한 음식을 맛보며 감탄하는 장면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윤서아는 순수한 매력과 함께 때로는 망가지는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며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카메라 밖에서도 두 배우의 케미는 이어졌다. 윤서아는 첫 방송 후 자신의 SNS에 “이때부터 난 언니 껌딱지”라는 글을 남기며 윤아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는 실제 촬영 현장의 끈끈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극중 워맨스의 케미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했다.윤서아는 단순한 조력자에 머무르지 않고 캐릭터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내며 입체성을 더하고 있다. 서길금은 드라마 속 조선시대 세계관을 연지영에게 설명하는 해설자이자,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인 요리에 대한 서사를 쌓아가는 역할을 한다. 서길금은 연지영이 요리하는 장면마다 옆에서 감탄하거나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의 시선을 대변하고, 덕분에 음식이 가진 의미를 더욱 강화시킨다.극이 전개될수록 서길금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 회차에서는 단순히 후각으로 맛을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요리에 나서며 반전을 만들어냈다. 명나라와의 요리 대결에서 연지영의 동료 맹숙수(홍진기)가 부상을 당하자, 서길금이 그동안 배워둔 칼솜씨로 팀을 구한 장면은 극의 긴장과 재미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귀여운 조력자’를 넘어 캐릭터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서길금이 수라간 최고 상궁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등 향후 서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 윤서아는 사극과 여성 캐릭터 간 케미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우다. 2016년 데뷔 후 주연작은 많지 않았지만 꾸준히 작품을 이어오며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드라마 ‘오늘의 웹툰’, ‘종말의 바보’, ‘알고있지만,’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특히 사극 ‘붉은 단심’에서는 병조판서 집 여종 똥금 역으로 주인공 유정(강한나)과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선보였고, 지난해 방영된 ‘옥씨부인전’에서는 태영(임지연)의 몸종으로 막역한 관계를 그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경험은 이번 ‘폭군의 셰프’에서 서길금이라는 입체적이고 코믹하면서도 의미 있는 캐릭터를 완성하는 밑바탕이 됐다.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폭군의 셰프’에서 윤서아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캐릭터들이 강렬한 개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윤서아는 코믹함과 따뜻함, 극적 반전을 오가며 드라마의 빈틈을 촘촘히 채워준다”며 “특히 윤아와의 워맨스를 통해 작품이 단순 로맨스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성의 다층적 재미를 확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9.16 06:05
영화

‘어글리 시스터’ 누가 신데렐라 의붓언니에게 돌을 던지랴 [정시우 SEEN]

백마 탄 왕자, 유리구두, 계모, 밤12시, 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신데렐라’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데렐라 이미지의 대부분은 1950년에 세상에 나온 월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왔다. 전세계 많은 어린이가 ‘가난한 여주인공이 백마 탄 왕자를 만나 팔자 피는 이야기’를 해피엔딩이라 믿으며 자랐다. 신데렐라에 빙의했고, 결혼을 신분 상승의 수단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그랬던 신데렐라 신화가 구겨지기 시작한 건, 미국 심리학자 코레츠 다울링이 1982년 ‘신데렐라 콤플렉스(Cinderella Complex)’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다. 스스로 자립할 자신이 없는 여성이 자신의 인생을 확 변화시켜 줄 남성이 나타나기를 고대하는 의존 심리를 뜻하는 이 용어의 등장 이후 신데렐라는 페미니즘의 적이 되기도 했다. 영국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것을 우려해 아이에게 디즈니 ‘신데렐라’ 시청을 금지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디즈니 ‘신데렐라’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1697년 발표한 동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세상엔 수많은 신데렐라 판본이 존재하는데, 이 중 하나가 그림 형제가 쓴 ‘아셴푸텔(Aschenputtel)’이다. ‘아셴푸텔’에서 신데렐라의 의붓언니 둘은 구두에 발을 맞추기 위해 엄지발가락과 뒤꿈치를 잘라낸다. ‘어글리 시스터’는 바로 이 잔혹 동화 ‘아셴푸텔’에서 출발한다. 그림 형제의 원작을 접한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은 “처음으로 의붓 언니들의 절박함을 이해”하게 됐고, 사회의 기준에 맞추려 노력해 온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깨달았다고 한다. “아, 나 역시 계모의 딸”이었음을. 그러니 ‘어글리 시스터’의 주인공이 신데렐라가 아닌, 계모의 딸이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영화는 아그네스(‘신데렐라’에 해당하는 인물)의 어글리한 의붓 언니 엘비라(레아 미렌)가 왕자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성형수술이 지금 같지 않은 시대이다 보니, 수술이 아니라 극기 체험에 가깝다. 엘비라는 둔중한 수술 기구가 자신의 콧대를 찍어내리는 고통과 바늘이 눈 밑을 꿰매는 고통을 마취 없이 견뎌낸다. 그리고 촌충알을 삼킨다. 배에서 자란 기생충이 자신이 먹은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여 자연 다이어트가 되리라 믿으면서. 보디 호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이 모든 장면이 가감 없이 스크린 위에서 재생된다. 엘비라 안에서 기생하던 기생충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눈을 질끈 감을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이 영화에서 기이하게 비틀어진 건 엘비라 뿐이 아니다. 돈을 위해 딸을 수술대 위로 거침없이 내모는 계모도, 여자의 외모에 죽고 못 사는 노상방뇨하는 왕자도, 심지어 마구간에서 마부와 정사를 벌이고도 신분 상승을 위해 사랑이 아닌 결혼을 택하는 아그네스마저도 ‘욕망’이라는 이름 앞에서 고꾸라진다. 물론 여기엔 신분제와 가부장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가 작동하고 있다. 결혼이 생존이고, 외모가 자산인 사회에서 여성들이 느꼈을 압박감.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은 그 압박감을 바디 호러라는 독에 풀어 풍자하고 동화적 환상을 해체한다. 그래서다. 최종 간택 받은 아그네스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건. 아그네스는 아마도 육아 독박을 쓰거나, 바람둥이 왕자로 인해 외로움에 뼈가 사무치거나, 남들 눈치를 보며 살아가지 않을까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영화가 제시하는 문제의식은 지금 우리 시대를 관통한다. 신데렐라 서사가 득세하던 시절을 지나, 스스로의 능력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대중 문화에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의 외모는 신분 상승으로 가는 동아줄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유리 구두는 없지만, 세상이 정한 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이들로 인해 성형외과는 365일 문전성시다. 인구 대비 성형수술 건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2024년 기준) 성형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연약한가. 외모가 여전히 계급으로 작동하는 21세기 사회에 사는 이들 중 엘비라에게 거침없이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이 ‘어글리 시스터’를 가리켜 “외모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젊은 여성들을 위한 영화”라고 말한 이유다. 정시우 칼럼니스트 2025.09.12 06:00
연예일반

‘케데헌’ 루미, 솔로 가수로 나올 뻔... 메기 강 “3인조로 어필” (문명특급)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메기 강 감독이 걸그룹 헌트릭스 캐릭터에 얽힌 뒷이야기를 공개했다.11일 유튜브 채널 ‘MMTG 문명특급’에는 ‘최초공개. 케데헌 감독이 말하는 케데헌2 스포’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 자리에서 헌트릭스 멤버 루미가 한때 솔로 가수로 설정될 뻔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메기 강 감독은 이에 대해 “저는 안 된다고 했다. 그룹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겠나 싶었다. 캐릭터가 셋이 모이면 우정과 자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데, 그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진행자 재재는 “헌트릭스의 세 캐릭터는 환상의 트라이앵글”이라며 “K팝 아이돌의 핵심은 관계성인데, 그 관계성 덕분에 큰 팬덤 문화가 만들어진다. 설정 하나하나가 덕잘알, 돌잘알, 맛잘알의 감각에서 나온 것 같다”고 감탄했다.또한 재재는 “감독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된 게 헌트릭스 캐릭터들”이라며 “기존 여성 히어로가 터프하고 섹시한 이미지였다면, 이번에는 더 현실적이고 바보 같을 정도로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실제 작품에는 민낯, 다크서클, 하얀 입술, 트림 같은 리얼한 디테일이 녹아 있다.메기 강 감독은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그는 “회의실에서 직접 액션을 연기하거나 애니메이터에게 몸으로 보여주며 코칭했다. 어떤 스태프는 가발을 쓰고 미라처럼 레퍼런스를 찍기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9.11 20:25
영화

‘파인’ 임수정, 악역 변신 대성공 “난 어쩔 수 없이 ‘배우’” [IS인터뷰]

“요즘 연기가 재밌어요. 이번 작품은 ‘난 어쩔 수 없이 배우를 해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든 현장이었어요.”배우 임수정이 보기 드문 1970년대 여성 빌런을 소화한 ‘파인: 촌뜨기들’을 마친 소감을 이처럼 밝혔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그는 “재밌다고 연기가 쉽다는 뜻은 아니다. 캐릭터를 연구할 때 매번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겪으면서도 배우로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게 반갑다”며 웃었다.지난 13일 최종 에피소드를 공개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은 1977년, 바다 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다. ‘미생’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범죄도시’, ‘카지노’ 강윤성 감독이 연출했다. 그간 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임수정은 그야말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극중 그는 주인공 관석(류승룡)에게 신안 앞바다에 묻힌 보물선 도굴을 의뢰한 ‘쩐주’ 흥백산업의 젊은 사모님, 양정숙을 연기했다. “한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배우로서 욕심이었어요. 늘 숙제이자 나름 저 혼자만의 도전장이었죠.”대표작 ‘미안하다 사랑한다’처럼 로맨스의 히로인으로 사랑 받아온 2~30대 때부터 ‘악역’ 연기에 욕심이 있었지만, 막상 ‘파인’의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땐 의구심도 있었다고 했다. 임수정은 “원작 웹툰 속 양정숙은 본성이 악독한 기회주의자고, 영리했다.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들과는 결이 많이 달라서 어떻게 제안 주신 건지 여쭤봤다”며 “감독님이 ‘논리적인 언변과 태도, 카리스마로 거친 남자들을 휘어잡고 전략을 발휘하는 여성상’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작 대사의 매력을 살린 각색과 디렉션을 온전히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임수정은 “초반 1~2회를 촬영할 땐 감독님이 ‘눈이 너무 착하다’고 하셨지만 캐릭터에 대해 계속 논의하면서 이견 없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면서 “후반부엔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내가 양정숙 특유의 걸음걸이로 걸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극중 양정숙은 70년대 여상 나온 경리 출신이지만 셈에 밝아 흥백산업 천 회장(장광)의 눈에 들며 안주인 자리를 꿰찬 인물이다. 시대 분위기에 지지 않고 거침없이 욕망과 감정을 발산하는 터라 임수정의 ‘연기 차력’이라면서 숏폼 클립 영상도 다수 만들어졌다.임수정은 “제 알고리즘에만 뜨는 줄 알았더니, 실제로도 많다더라. 워낙 캐릭터가 흥미로워서 인 것 같다”며 “금고에서 도장을 꺼내면서 추는 춤은 감독님의 아이디어다. 당대 유행했던 맘보댄스를 추면 좋겠다면서 직접 특유 리듬감을 보여주며 같이 추시기도 했다. 그게 양정숙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돼 감사하다”고 비화를 전했다.그런가 하면 보통의 도굴꾼들과는 다른 생각을 지닌 희동(양세종)과의 미묘한 로맨스 기류도 볼거리였다. 임수정은 “3회의 의상실 밀실 장면은 원작에선 원래 더 센 대사가 오가는데 감독님이 수위를 적정선에서 조절했다”며 “원작에선 없는, 사랑에서만큼은 아직인 서툴고 진정한 상대를 찾고 싶은 면모를 놓치지 않고 연기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요즘 MZ들이 새롭게 봐줘서 감사해요. 그런데 ‘파인’에선 반전 있는 모습으로 연기했죠. 20년이 지났으니, 임수정이라는 배우가 성장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여전히 동안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임수정은 “그런 이미지에 도움을 받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연기적으로는 계속 확장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며 새로운 포부도 밝혔다.“양정숙은 얼핏 어리숙하고 빈틈이 많아 응원받기도 했죠. 다음엔 정말 서늘하고 빈틈없는 빌런 역에 도전하고 싶어요.”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8.27 05:55
드라마

“韓 여성, 좋은 이미지 만들고파”… 김태희, 할리우드 진출 ‘버터플라이’ [종합]

“항상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하는 주연으로 참여하다가, ‘버터플라이’에는 주조연 급으로 참여했습니다. 제 연기를 통해 한국 여성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뿌듯하고 영광입니다.”2023년 방송된 ENA ‘마당이 있는 집’ 이후 약 2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오는 배우 김태희가 ‘버터플라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주연들을 잘 ‘서포트’하고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좋은 역할이라 선택했다고 밝힌 그는, 한국과 미국의 협업 작품이지만 한국의 정서를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2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버터플라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다니엘 대 킴, 레이나 하데스티, 김지훈, 김태희, 션 리차드가 참석했다. ‘버터플라이’는 베일에 싸인 전직 미 정보요원 데이비드 정(다니엘 대 킴)이 어떤 선택에 의해 삶이 무너지고, 과거에 얽매인 그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은 현직요원 레베카(레이나 하디스티)와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김태희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극중 김태희는 데이비드 정의 한국인 아내 은주 역할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한국으로 들어와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 하지만, 남편의 특수한 직업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가족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라며 “지금까지 제가 맡았던 역할 중에 가장 평범한 한국 여성”이라고 말했다.지금까지 주연으로 작품에 참여했던 김태희는 주조연급 역할이지만 ‘버터플라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본을 봤을 때 스토리에 빠져들어 6부까지 단숨에 읽었다. 은주라는 인물이 분량이 많지 않지만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며 “제 연기를 통해 한국 여성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태프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믿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남편 역 다니엘 대 킴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제작진과 함께 줌 미팅으로 화상으로 만났는데, 한국어로 대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통역을 맡아주셨다. 그때부터 편안함을 느끼고 의지했다. 그래서 부부 케미를 잘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적과 모국어가 다른 국제 커플이 설정이라 작품하는 동안 소통을 많이 했다. 촬영 전에는 어떤 대사를 한국어로 하고 영어로 할지 많이 맞춰봤다”고 설명했다.김태희는 이번 역할이 지금껏 맡았던 캐릭터들과는 굉장히 다른 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배우로서 도전을 많이 해서 의외로 특이한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며 “이번 작품이 한국과 미국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지만, 제가 맡은 캐릭터는 그 어떤 역할보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한국인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메이크업도 연하게 하고 평범한 옷을 골랐다. 평소 제 모습과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며 “과거에는 캐릭터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예쁜 의상과 헤어‧메이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평소 ‘김태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고 전했다.한편 ‘버터플라이’는 오는 22일부터 tvN과 티빙을 통해서도 매주 금·토 오후 10시 40분에 방송된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8.21 12:23
드라마

안재욱 주도 5色 로맨스·중년 女 서사로 주말드라마 부활 [’독수리 5형제’ 종영] ②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이하 ‘독수리 5형제’)가 KBS2 주말드라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주말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인 중장년 여성들의 공감대를 형성, 이들의 지지를 끌어낸 점이 KBS2 ‘독수리 5형제’의 주요 흥행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년 여성의 삶, 서사의 중심에오는 3일 종영하는 ‘독수리 5형제’는 초반부터 파격적인 설정으로 시선을 끌었다. 평범한 우체국 직원인 주인공 마광숙(엄지원)은 결혼 10일 만에 남편을 잃고 시댁의 전통 양조장 ‘독수리술도가’를 물려받는다. ‘사별한 며느리의 가업 승계’라는 설정은 전통적인 주말드라마 문법에 새로운 변주를 더했다.‘독수리 5형제’는 여기에 중년 여성의 감정선과 성장, 재혼 가능성 등을 섬세하게 다뤄 현실적 공감대를 형성한 점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마광숙이 LX호텔 회장 한동석(안재욱)과 인연을 맺은 뒤 사별한 남편에 대한 상실감을 딛고 다시 삶을 꾸려가는 과정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치유의 서사로 작용했다.이정미 ‘독수리 5형제’ CP는 “KBS2 주말드라마의 주요 시청자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엄지원이 연기한 캐릭터는 지금의 중년 여성 시청자들이 원하는 여성상에 부합했고, 이를 중심에 놓고 삶의 무게를 견뎌온 여성의 회복과 성장을 로맨스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내려 했다”고 설명했다.이처럼 전통적 가족드라마의 틀 안에 중년 여성의 주체적 성장 서사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독수리 5형제’는 ‘아내’나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여성 주인공이 이끄는 이야기를 가능케 했다. 이는 시대와 정서를 고려한 전략적으로 평가된다. ◇ ‘러브 액츄얼리’식 로맨스…가족 서사도 변주 드라마의 또 다른 흥행 요인은 다채로운 연애 서사였다. 마광숙과 한동석의 로맨스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와 성격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랑을 펼치며 재미를 높였다. 가족드라마라는 서사 안에서 멜로 라인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관전 포인트였다. 드라마는 제목 그대로 다섯 형제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줬다. 마광숙과 한동석의 재혼 로맨스를 중심으로 고지식한 장남 오천수(최대철)의 뒤늦은 연애, 자유분방한 셋째 오흥수(김동완), 책임감 있는 싱글대디이자 교수인 오범수(윤박), 순수한 막내 오강수(이석기)까지 각기 다른 서사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러한 로맨스는 각 인물의 성장과 가족의 재정립을 보여주는 장치로 이어지기도 했다.이정미 CP는 “보통 주말드라마는 멜로 라인이 두세 개 정도인데 ‘독수리 5형제’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처럼 그 이상의 여러 러브라인이 존재한다”며 “이 같은 관계들을 복잡하지 않고 흥미롭게 풀어내기 위해 각 캐릭터들의 차별성과 매력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동시에 드라마는 가족의 개념에 새로움을 덧입히는 데 성공했다. 혈연 중심의 유대와 갈등, 화해라는 익숙한 가족드라마의 구조는 유지하되, 비혈연 인물인 마광숙과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선택한 가족’이라는 현대적 메시지를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극은 기존 시청자층의 정서적 안정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대 변화에 발맞춘 ‘가족의 확장’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다.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중년 여성의 주체적 로맨스와 비혈연 공동체를 서사의 중심에 세운 ‘독수리 5형제’의 선택은 보수적인 주말드라마 문법에 균열을 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라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기존 KBS2 주말드라마의 서사가 ‘선택한 가족’이라는 동시대적 감각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이는 KBS2 주말드라마의 정체성을 확장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8.01 05:45
드라마

‘살롱 드 홈즈’ 현실 빌런 참교육... ‘신병’ 민진기 감독표 워맨스 [IS포커스]

ENA 월화드라마 ‘살롱 드 홈즈’가 아파트 이웃들의 현실 빌런들을 통쾌하게 참교육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민진기 감독 특유의 코믹함에 워맨스 서사를 유기적으로 풀어내며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5일 종영한 ‘살롱 드 홈즈’는 광선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추리력 만렙 공미리(이시영), 전직 에이스 형사 추경자(정영주), 보험왕 전지현(남기애), 알바의 여왕 박소희(김다솜)까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여성 4인방이 단지 해결사로 뭉쳐 아파트 빌런들을 응징하는 코믹 워맨스 활극이다. 1회 시청률 1.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고, 6회에서는 3.4%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살롱 드 홈즈’만의 색깔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 구성이 시청자들에게 통했다는 분석이다. 민 감독은 전작 ‘신병’에서 군대라는 특수 공간과 남성 인물들의 브로맨스를 유쾌하게 풀어낸 바 있다. ‘살롱 드 홈즈’는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 인물들의 워맨스를 전면에 내세우되, 보다 친절하고 따뜻한 전개를 덧붙이며 한층 부드럽고 친근한 색깔을 입혔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팬층은 물론 새로운 시청자층까지 아우르며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살롱 드 홈즈’는 두 가지 주요 서사를 중심으로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먼저 4회까지는 민진기 감독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와 에피소드 형식이 돋보였다. 아파트 주차장 빌런, 학교 폭력 빌런, 일반 쓰레기 투척 빌런 등 일상 속에서 마주할 법한 현실 빌런들을 여성 4인방이 힘을 합쳐 통쾌하게 응징하는 카타르시스를 그렸다. 이는 민 감독의 전작 ‘신병’에서 보여준 유쾌한 연출과 맞닿아 있다. 4회 말미부터는 분위기가 점차 달라졌다. 편의점 사장이 알바생을 납치·감금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렸고, 연쇄 살인범 리본맨 사건까지 본격적으로 전개되며 유쾌함에서 긴장감으로 자연스럽게 서사가 이어졌다. 특히 리본맨의 정체를 이웃 주민 여러 명으로 설정해 용의자를 흩뿌리는 방식으로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일상의 소소한 사건부터 변태 빌런의 등장, 미궁 속 살인 사건까지 이어지는 점층적인 서사 구조는 ‘살롱 드 홈즈’의 몰입도를 높인 주요 요소로 꼽힌다. 유기적인 서사 흐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든 점이 작품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서사의 자연스러운 전환에는 이시영을 비롯한 주연 배우 4인의 워맨스 케미가 중심에 있었다. 이시영이 주도적으로 탐정 역할을 맡아 사건을 이끌고, 경찰 남편을 둔 정영주가 행동 대장으로 나서며 극에 활력을 더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다솜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조력자 역할을 맡았고, 소심한 성격의 남기애는 미스코리아라는 꿈을 위해 때로는 과감한 모습을 드러내며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네 인물의 개성과 능력이 자연스럽게 아파트 빌런 응징과 리본맨 사건 수사에 녹아들며, 캐릭터성과 서사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전개가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다.‘신병’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어오며 브로맨스 연출에 강점을 보여온 민진기 감독이 이번 작품을 통해 여성 인물 중심 서사까지 소화할 수 있는 연출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10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구성에도, 민진기 감독이 특유의 연출력을 바탕으로 임팩트 있게 이야기를 완성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민진기 감독은 군대 이야기를 다룬 ‘신병’ 시리즈로 남성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인물”이라며 “‘살롱 드 홈즈’를 통해 중년 여성 시청자까지 사로잡는 워맨스 서사도 연출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 복합적인 서사를 다룬 드라마를 선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고 짚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7.16 06:10
뮤직

블랙핑크·트와이스→아이브 글로벌 활약에서 떠올린 K팝의 지속가능성 [현장에서]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작품 자체를 넘어 음악으로 글로벌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2025년 7월, K팝 걸그룹들도 글로벌 음악 시장에 신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11일 블랙핑크가 2년 8개월 만의 완전체 신곡 ‘뛰어’를, 트와이스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정규 4집 ‘디스 이즈 포’를 각각 발표하면서다.글로벌 톱 아티스트로 평가 받는 K팝 대표 걸그룹 두 팀이 동시에 신곡으로 돌아온 모습은 신선했다. 시간차를 두고 컴백 일정을 잡던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각각의 연간 스케줄에 따라 계획된 발매였는데 나란히 발맞춘 타이밍이 공교롭게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글로벌 콘텐츠 및 음악 시장을 폭격한 상황이라 화제성에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블랙핑크의 기세는 매서웠다. ‘뛰어’는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으로 바로 진입했는데, 14일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에선 1위에 오르며 글로벌 파워를 입증했다. 이는 어마무시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는 ‘케데헌’ OST ‘골든’을 제친 성적이다. 블랙핑크는 신곡 발표 후 곧바로 미국 LA 소파이 스타디움에 입성, 이틀간 1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전 세계 걸그룹 최초 양일 매진·최다 관객 기록이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써냈다. 트와이스는 즉각적인 성과보단 음악에 담긴 메시지로 리스너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타이틀곡 ‘디스 이즈 포’는 나이, 국적, 인종, 종교 등 모든 걸 초월해 전 세계 모든 여성을 위한 찬가다. “이 노래는 빛나지 못했던 모든 여자들을 위한 거야” “한 번 더, 모든 멋진 여자들을 위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널 위한 꽃을 전할게” “모든 여자들 지금 리듬에 몸을 맡겨봐” 등 여성 대표 그룹으로서 동성을 향해 전한 연대와 응원의 의미 가득한 가사는 꽤나 인상적이다. 여기에 이튿날인 12일엔 ‘4세대’ 대표 걸그룹 아이브가 독일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개최된 ‘롤라팔루자 베를린’ 무대에 서며 주말 글로벌 K팝 폭격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아이브는 K팝 걸그룹 최초로 ‘롤라팔루자 베를린’ 무대에 오르며 남다른 발자취를 남겼다. ‘3세대’ 대표 블랙핑크와 트와이스가 10년째 건재하게 활동 중인 가운데, 이들의 뒤를 잇는 K팝 대표 후속 타자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케데헌’ OST가 ‘골든’을 비롯한 다수의 곡으로 국내외 음원차트를 맹폭하는 분위기 속 ‘케데헌’ 실사판이라 할 만한 K팝 가수들의 글로벌 활약은 유의미하다. 특히 ‘케데헌’ 속 화려한 K팝 공연 장면에선 해당 무대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손길이 더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이따금씩 등장하는 무대 그리고 카메라 뒤의 모습이다. 작품은 주인공 캐릭터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기실 그 장면 속 혹은 바깥에서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두가 글로벌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K팝을 만들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K팝이 음악 혹은 퍼포먼스라는 ‘본질’을 뛰어넘어 점차 거대한 산업으로 거듭남에 따라 이를 거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대세가 되는 세상이지만,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는 무대 위 아티스트를 비롯해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각자 맡은 작업에 진심을 다하는 수많은 K메이커스들 열정의 총합이다. 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아이브처럼 K팝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스타 플레이어들뿐만이 아니다. 언젠가 비춰질 스포트라이트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많은 이들의 노력은 결국 K팝의 본질인 음악과 퍼포먼스로 무대 위에서 구현되며 선순환되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K팝은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높여가고 있고, 다채로운 매력의 ‘케이팝 헌터스’들이 글로벌 무대를 빛낼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07.15 05:50
스타

정지인 감독·정은채·서이레 작가 “K 이야기, 무궁무진 뻗어나갈 수 있어” [2025 K포럼]

“K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뻗어갈 수 있죠.”여성국극이라는 낯선 소재를 드라마로 풀어낸 ‘정년이’의 정지인 감독, 배우 정은채 그리고 원작의 스토리 작가 서이레 작가가 K콘텐츠의 도전을 강조했다. 국내 최초 연예·스포츠 전문지 일간스포츠와 전통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5 K포럼이 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에서 ‘다시 쓰는 K스토리’를 주제로 열렸다. 정지인 감독, 정은채, 서이레 작가는 K포럼의 챕터1 ‘STORY WHAT : 표현하는 모든 것이 K다’라는 타이틀로 대담을 가졌다. 좌장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가 맡았다. 드라마 ‘정년이’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혼란기 속, 최고의 국극 배우가 되길 꿈꾸는 천재 소리꾼 정년이의 성장과 경쟁, 연대를 담았다. 지난해 10월 첫 방영돼 최고 시청률 16.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고 “K소리를 알렸다”, “지나간 시대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등 해외에서 호평도 뒤따랐다. 정지인 감독은 “많은 분들이 봐주시길 기대했지만 그 이상이었다”며 “어린 친구들까지 영상을 보내며 사랑을 보여줘 놀라웠다”고 밝혔다. 정은채도 “극중 문옥경으로 기억되고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글로벌 OTT 공개 후 해외 팬들의 즉각적 반응도 새로웠다”며 “여성국극을 처음 접하고 실제 ‘오빠’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웃었다. 정은채는 극중 매란국극단의 남역 스타 문옥경 역을 맡아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다만 정 감독은 “처음부터 해외를 겨냥하고 만든 작품은 아니었다. 저 또한 낯선 여성국극 자체를 공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년이’의 음악감독이자 밴드 이날치의 프로듀서 장영규 감독이 “해외에서 사랑받을 지점이 있다”고 조언해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국악을 기반으로 하되 전세계에서 사랑 받은 K팝 무대를 참고했다”며 “덕분에 국내외 모두 좋은 반응을 얻어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서이레 작가는 ‘정년이’의 시작점에 대해 밝혔다. 그는 “여성국극은 젠더의 자율성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젠더 무법자 같은 캐릭터들을 그리고 싶었다”며 또한 “1950년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문화를 향유하려는 욕망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은채는 “여성국극이 무척 새로웠고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었다. 출연을 결정하자마 소리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밀물처럼 다가와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다”면서도 “흉내로는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걸음마부터 다시 배우듯 차곡차곡 만들어갔다. 하나씩 해낼 때마다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옥경은 처음 보는 듯한 신선한 캐릭터였다. 무대 위 남성성과 무대 아래의 다른 모습을 분리해 연기하려고 했다. 존재만으로 아우라가 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또한 “극중국이다 보니까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는순간이 많았다. 그들의 피, 땀, 눈물 어린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감탄했다”고 밝혔다.정지인 감독과 서이레 작가 또한 드라마 속 극중극을 언급했다. ‘정년이’는 ‘자명고’, ‘춘향전’, ‘바보와 공주’, ‘쌍탑전설’ 등 여성국극 무대를 높은 완성도로 재현했다. 서이레 작가는 “극중극은 웹툰과 달리 소리와 현장이 결합돼 매력이 배가됐다”며 “드라마가 여성국극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지인 감독 역시 “극중국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며 “극중극이 부실하면 작품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정지인 감독, 정은채, 서이레 작가는 ‘정년이’ 작업 과정이 ‘도전’ 그 자체였으며 시청자들 또는 독자들에게 사랑 받아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채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현재진행형이다. K콘텐츠 메이커들이 낯설고 두렵지만 꾸준히 시도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K포럼은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K콘텐츠와 K브랜드의 활약상을 고찰하고 더 나아가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위한 컨퍼런스로 올해 3회째를 맞았다. 서울(용산)=K포럼 특별취재팀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7.0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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