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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레, 神 들렸다…‘신동’ 떼고 도약할 ‘사흘’ [RE스타]

연기 신동으로 살아온 십 대를 완벽히 보내줄 수 있는 ‘신들린’ 연기였다. 아역 배우 이레가 ‘사흘’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사흘’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오컬트 호러 영화다. 극중 이레는 ‘그것’이 심장에 깃들어 죽음을 맞게 된 딸 소미를 그야말로 열연했다.오컬트 호러 장르의 꽃인 빙의 연기는 아역 배우들이 자주 맡곤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빙의가 얼마나 실감 나게 표현되는지에 따라 관객의 몰입도가 결정된다. 아역이 소화하면 낯선 이질감을 주면서 공포의 크기가 커지기에 배우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야기 속 귀여워야 할 아이가 보여주는 신들린 모습은 극단적인 대비 효과를 준다. 난이도도 높기에 연기력 검증의 장이기도 하다.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이 일례”라고 설명했다. 극 중 악마가 육체를 조종하게 되면서 진폭이 큰 감정 연기와 인간이 아닌 격한 움직임을 완벽히 소화한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을 계기로 인지도를 높였으며, 두고두고 회자될 ‘인생 연기’를 얻었다. 이번 ‘사흘’에선 이레가 그 막중한 임무와 자기 증명의 기회를 부여받았다.극 중 주인공 흉부외과 전문의 차승도(박신양)의 딸인 소미는 심장질환 지병을 앓는 소녀다. 명랑함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주치의인 아버지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지만 수술 4개월 후 모종의 이유로 악령이 들리게 된다.이레는 영화의 오프닝부터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약 5분 길이로 이 영화의 핵심 소재를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대목인 구마 장면에서 이레는 악령에 들려 온몸을 진동하면서 거대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동시에 심리적으로는 지배에 저항하는 유약한 소녀를 오가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런가 하면 회상신에선 특유의 맑은 미소를 지으며 박신양과 애틋한 부녀 호흡을 선보이며 작품이 가진 휴먼 드라마 요소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이레는 ‘그것’이 들린 모습과 사랑스러운 딸이란 극과 극을 소미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훌륭히 표현해 승도가 중반부부터 광기 어린 전개로 나아가는 데 일조했다.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레는 “원래 오컬트 장르를 좋아해 이런저런 영화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그것’이 깃든 역할을 제가 맡게되어 반가웠다”며 “출연 전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먼저 질문하는데 그점에서 재밌고 흥미로워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액션이 포함된 구마 장면이 도전과제였다고 부연했다.이에 현문섭 감독은 “소미 역에 수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는데 그중 이레가 단연 톱이었다”며 “‘그것’에 지배된 연기, 슬픈 연기, 미쳐가는 연기 등 여러 스펙트럼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전부 소화했다”고 만족을 표했다. 2006년생으로 18세인 이레는 지난 2012년 드라마 ‘굿바이 마눌’로 데뷔한지 1년 만에 이준익 감독의 ‘소원’에서 임소원 역을 맡아 제4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거머쥘 정도로 일찍이 인정받은 배우다. ‘사흘’은 그가 중학생 때 촬영한 작품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정으로 4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이레도 성장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 정진수 의장을 전적으로 따르는 광신도 진희정이 피폐해지는 모습을 두 시즌에 걸쳐 보여줬으며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에선 어린 목하 역으로 성인 목하 역의 박은빈에 지지 않을 표현력까지 증명하며 제대로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었다. 여기에 최근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조기 입학까지 해냈다.김 평론가는 “이레는 ‘무인도의 디바’에서 오열 연기로 주목받았는데 호러 장르까지 해내며 폭 넓은 소화력을 갖췄다. 마스크도 좋은 배우이기에 대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9 06:05
영화

“신예 맛집”…‘빅토리’ 캐릭터 확실, 충무로 기대주도 한가득 [줌인]

“인물 하나하나 맛집이네.”영화 ‘빅토리’가 개성 넘치는 캐릭터 맛집을 차렸다고 입소문 시동을 걸었다. 이례적인 점은 활약을 펼친 배우 대다수가 파릇파릇한 신예라는 것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마치 걸그룹 같기도 한 ‘밀레니엄 걸즈’의 주축은 ‘응팔 덕선이’에 이어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배우 이혜리가 맡은 필선이 주축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라이징 중인 박세완(미나 역), 조아람(세현 역)이 지탱하고 있지만, 다른 6명의 팀원들 역시 태권소녀, 댄스복사기 등 극 중에서 생기있게 그려져 호평받고 있다. 특히 ‘밀레니엄 걸즈’의 매니저 소희(최지수)는 등장부터 필선과 미나를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는 동생 속성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종말론자라는 엉뚱한 매력의 소희는 극의 중후반, 반전된 분위기 속에서 큰 아픔도 겪으며 관객들의 눈물 버튼을 누른다.남몰래 무대 욕심을 키워온 방송반 순정(백하이)도 사랑스럽다. 결코 끼가 넘친다고 할 수 없지만 노래 믹싱 능력으로 ‘밀레니엄 걸즈’의 뒷심을 담당하는 브레인이다. “S.E.S와 핑클 중 누가 좋나”라는 ‘센 언니’ 필선의 질문에 그의 소지품 카세트테이프를 눈치로 확인하고 “디바요”라고 답하는 센스도 갖췄다. 이 캐릭터들에 숨을 불어넣은 배우들도 자연스레 관심을 받고 있다. 최지수는 ‘농부사관학교2’, ‘나만 욕먹는 연애’ 등 웹드라마를 비롯해 OTT 시리즈인 ‘하이쿠키’와 ‘소년심판’ 등 여러 작품에 조단역으로 출연했다. ‘빅토리’ 오디션 단계에서 지수 캐릭터와 자타공인 1등 싱크로율을 자랑해 발탁됐다. 백하이는 지난 2020년부터 드라마 ‘여신강림’, ‘이미테이션’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으며 ‘빅토리’가 첫 영화다. 오디션 현장에서 나온 디렉팅을 즉석에서 흡수하는 재능을 가진 배우라는 평을 받으며 발탁됐다.그런 한편 ‘밀레니엄 걸즈’의 응원을 받는 축구부 소년들도 인상을 남겼다. 이정하가 연기하는 골키퍼 치형의 미묘한 견제를 받는 에이스 스트라이커 동현 역의 이찬형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찬형은 실제로 20살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더욱 실감 나는 경기 장면을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 ‘경이로운 소문’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이찬형은 지난해 첫 영화 두 편에 이어 ‘빅토리’를 공개하게 됐다. 이처럼 존재감을 빛내는 데 성공한 신예들의 앞으로 활약에도 기대가 모인다. ‘빅토리’는 이혜리, 박세완을 제외하고 모두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박범수 감독은 “캐릭터들이 알록달록하고, 겉으로만 봐도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캐스팅 주안점을 밝혔다. 치어리딩 연기를 위해 기본적으로 춤을 잘 춰야했으며 얼굴이 겹쳐서도 안 되고 각 캐릭터도 살아야 했기에 사진 배치를 계속 바꿔가면서 팀을 짰다는 설명이다. 박 감독은 “캐릭터와 실제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개봉 2주 차에도 실관람지수인 CGV에그지수 96%를 기록 중인 ‘빅토리’는 감성평에서도 개성 있는 캐릭터 칭찬이 자주 목격된다. X(구 트위터)에서는 “이런 감성 좋아하면 꼭 봐”라고 누리꾼들이 몇몇 작품을 언급하며 ‘빅토리’를 추천하고 있다. 그중에는 같은 제작사에서 나온 ‘써니’가 있으며 웹툰, 애니메이션 작품들도 거론된다. 모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얽혀 우정과 성장을 그리는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빅토리는 가족과 성장, 청춘 드라마가 그려지는 복합장르이기에 각 인물이 살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저마다 성격은 다르더라도 응원이 주제이기에 에너제틱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혜리와 박세완을 제외하고 신인인데 모두 자연스럽다.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이기에 신인을 발굴하기도 좋은 작품이다. 사실 신인 기용은 제작과 흥행에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지만, 출연 배우들의 다음 작품으로 등용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8.23 06:03
영화

[IS인터뷰] ‘빅토리’ 박범수 감독 “여고 담임 된 기분”

“‘브링 잇 온’처럼 힘을 얻을 수 있는 밝고 경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박범수 감독이 신작 ‘빅토리’로 관객들에게 시원한 응원을 보낸다. 14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99년 거제,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 거제고등학교 축구부를 위해 결성된 치어리딩팀 새빛들을 다룬 신문 기사에서 출발했다.박 감독은 영화 개봉에 앞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응원을 주고 싶어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안이 있었어요. 거기서 ‘이런 응원팀이 만들어졌고 이런 인물들이 있었다’ 정도의 세팅을 가지고 와서 새롭게 썼죠. 잘하는 친구들이 더 잘하는 이야기는 많으니까 꼭 1등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해당 이야기가 박 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건 시대다. 실화와 원안은 서울 아시안게임이 열린 1986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지만, ‘빅토리’는 노스트라다무스가 1999년에서 펼쳐진다.박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었던 시기였고 난 그때 문화에 자부심이 있는 세대”라며 “보통 1980, 1990년대는 콘텐츠에서 희화화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리스펙한다. 그래서 자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노래다. “우리 때는 듀스도 디바도 있었다”며 뽐내던 박 감독은 실제 ‘빅토리’에 디바의 ‘왜 불러’, 듀스의 ‘나를 돌아봐’를 비롯해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김원준의 ‘쇼’, 터보의 ‘트위스트 킹’, 지니의 ‘뭐야 이건’, NRG의 ‘할 수 있어’ 등 당시를 풍미했던 명곡을 대거 삽입했다.“선곡은 제가 다 했어요. 세기말 분위기가 나면서도 치어리딩 영화이다 보니 춤을 출 수 있는 곡이어야 했죠. 1990년대 아티스트들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손색없는 곡들로 전면 배치했고요. 감사하게도 처음부터 생각했던 모든 곡을 쓸 수 있었어요.”박 감독이 노래만큼 공들인 게 하나 더 있다면, 배우 캐스팅이다. 필선 역의 이혜리, 미나 역의 박세완을 제외한 ‘밀레니엄 걸즈’ 출연진들은 모두 오디션을 통해 꾸려졌다. 지금은 대세 배우가 된 이정하, 조아람 역시 예외는 아니다.“어떤 영화를 보면 ‘저런 배우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감독 취향이 보여요. 그걸 지우려고 했어요. 최대한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보여주려고 했죠. 그러면서 조합을 중요시했어요. 물론 연기력이나 춤 실력, 열정 등도 봤고요. 굉장히 정성을 들였죠.”어렵사리 뽑은 배우들과 함께한 촬영 현장을 회상하면서는 “제가 여고 생활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마치 여고 같았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혜리가 아빠, 박세완이 엄마처럼 잘 이끌어줬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저는 담임 선생님이 된 것처럼 애정을 가지고 (배우들을) 지켜봤다”고 부연했다. 이 영화로 무엇을 주고 싶었냐는 마지막 질문에는 다시 한번 공감과 위로를 언급했다. “영화라는 게 내가 가진 추억이 아닌데도 마치 내 것처럼 느끼게 하는 힘이 있잖아요. 특히 제 세대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모두에게 응원이 필요한 시기, 관객들이 따뜻한 위로를 받고 극장을 나서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8.15 13:04
영화

[IS리뷰] ‘빅토리’, ‘써니’ 이을 필승의 맛

추억은 힘이 세고 진심은 닿기 마련이다. 영화 ‘빅토리’가 ‘써니’를 이을 수작의 탄생을 알렸다. ‘빅토리’는 1999년 거제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엄정화의 백댄서를 꿈꾸는 여고생 필선(이혜리). 댄스 하나로 동네를 평정한 실력자지만, 정작 끼를 펼칠 무대는커녕 연습할 공간조차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서울에서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이 전학을 온 것. 필선은 댄스 콤비이자 소울메이트인 미나(박세완)와 함께 세현을 꾄다.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자는 건데 숨은 목적은 힙합 댄스를 마음껏 출 교내 연습실 확보다. 어렵사리 학생 주임까지 설득한 필선은 동아리 신설 조건을 맞추기 위해 오디션을 개최, 9명의 멤버를 완성한다. 2000년대를 기다리는 (혹은 두려워하는) 마음을 담아 ‘밀레니엄 걸즈’라는 그럴듯한 이름도 붙였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치어리딩은 필선의 관심 밖 일이었다. 하지만 연습실 사수를 위해 하루하루 땀을 흘리던 필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치어리딩, 정확히는 ‘밀레니엄 걸즈’에 스며들게 된다. ‘빅토리’는 여러모로 같은 배(제작사 안나푸르나필름)에서 나온 ‘써니’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긍정적인 의미다. 영화는 10여 년 전 ‘써니’가 그랬듯 단출한 재료로 맛깔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추억을 향유하며 기대 이상의 감동과 웃음을 선사한다. 적재적소 캐스팅도 ‘써니’를 꼭 빼닮았다. 치어리딩 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이 작품의 관건은 맞춤형 캐스팅에 있었다. 단순 인지도 문제는 아니었다. 적정 수준 이상의 연기력과 춤 실력에 난도 높은 연습을 견딜 체력이 필요했다. ‘빅토리’는 놀랍게도 이 모든 걸 충족하는 멤버들을 찾아냈다. 이혜리, 박세완을 필두로 조아람,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염지영, 이한주, 박효은은 마치 캐스팅 후 캐릭터를 빚은 것마냥 완벽한 소화력을 보여준다. 충무로의 숨은 보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예상외의 활약을 하는 건 축구부 골키퍼 치형 역의 이정하다. 디즈니플러스 ‘무빙’ 전에 이 영화가 베일을 벗었다면, ‘빅토리’로 기억됐을 정도로 눈에 띈다. 골문 한 번 제대로 지켜낸 적이 없고, 짝사랑만 10년째 하는 모습에 복장이 터지다가도, 이내 이어지는 무해한 웃음에 마음이 녹아버린다. 새로운 걸 잘 해내는 것도 좋지만 잘하는 걸 잘 해내는 것만큼 편안한 것도 없다. 이건 타이틀롤 이혜리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시대의 풍경 위로 흐르는 추억의 노래도 유효하다. ‘빅토리’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하여가’, 디바 ‘왜 불러’, 듀스 ‘나를 돌아봐’, 김원준 ‘쇼’, 조성모 ‘아시나요’, 윤수일 ‘황홀한 고백’, 터보 ‘트위스트 킹’, NRG ‘할 수 있어’까지 19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명곡이 삽입,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메가폰을 잡은 박범수 감독의 ‘픽’으로 꾸려졌다는 명곡의 향연은 좋은 노래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다. 물론 ‘써니’와의 차별점도 분명하다. ‘써니’가 그 시절을 추억하는 어른들의 판타지에 가까웠다면,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빅토리’는 보다 현실에 가깝다. 과거로 돌아가거나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도 아니다. 그래서 더 와닿고, 그래서 더 아련하다. 물론 너무 많은 에피소드 탓에 다소 산만한 감도 있지만, 극 전체의 재미나 집중도를 흩뜨릴 수준은 아니다. 더욱이 여러 가지로 뻗어난 모든 서사는 결국에 같은 결의 웃음과 눈물, 감동으로 치환된다.메시지는 명확하다. 응원이다. 영화는 세상이 쉽다고 투정하는 여고생에게도, 세상이 어렵다고 토로하는 어른에게도 예외 없이 ‘치얼 업’을 외친다. 엉성했던 치어리딩이 ‘칼각’을 맞출 때, 치형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결정 골을 막아낼 때, 필선의 아버지가 투쟁의 빨간 띠를 이마에 두를 때 관객은 함께 응원하고 응원받는다. 그러니까 ‘빅토리’는 한바탕 웃고 그치는 그저 그런 시대극이 아닌, 나와 내 주위를 한 번 더 다독이게 하는 기특한 작품이다.오는 14일 개봉. 12세 관람가.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8.06 08:46
연예일반

[빅4특집] 덕선 가고 필선 왔다…이혜리, ‘빅토리’로 Y2K 감성 자극 ①

연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여름 시장을 맞아 국내 주요 배급사에서도 오랜 시간 공 들여온 알짜배기 작품들을 하나둘 내놓고 있는데요. 주요 배급사별 올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배우 이혜리가 ‘Y2K’ 감성을 장착하고 극장가를 찾는다. ‘착붙’ 캐스팅에 전작을 통해 증명한 연기력, 여기에 더해진 세기말 소스들을 가지고 전 세대 연령층의 마음을 훔칠 예정이다. 이혜리의 신작은 오는 8월 14일 개봉하는 ‘빅토리’.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의 이야기로, 거제고등학교 축구부를 위해 결성된 치어리딩팀 새빛들을 다룬 신문 기사에서 출발했다. 큰 줄기는 실화에서 대부분 차용했으며 시대적 배경은 서울 아시안게임이 열린 1986년에서 노스트라다무스가 세계 멸망을 예언한 1999년으로 옮겨갔다. 이 과정에서 팀 이름도 밀레니엄 걸즈로 재탄생했다.극중 이혜리는 댄스 하나로 거제를 평정한 고등학생 필선을 연기했다. 서울로 상경해 엄정화의 백댄서가 되는 게 꿈인 캐릭터로, 댄스 콤비 미나(박세완)와 서울에서 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과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만든다. 이혜리는 앞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덕선을 통해 보여줬던 시대극 최적화 연기로 필선을 빚어냈다. 이것이 단순 덕선의 연장선상이란 의미는 아니다. 이혜리의 말을 빌리자면 필선은 “모두가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자 “(덕선보다) 더 강단 있고 자기 꿈에 대한 열망이 확실한 인물”이다. 이혜리는 덕선은 물론, 이혜리 ‘본캐’에도 진하게 묻어있는 특유의 당찬 매력과 밝음을 깔고, 그 위에 새로운 얼굴과 사투리 등 요소를 덧대며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아이돌(걸스데이) 출신 ‘짬바’도 제대로 발휘했다. 치어리딩을 소재로 한 영화인 만큼 ‘빅토리’에는 여러 종류의 춤 시퀀스가 나온다. 난도도 꽤 높다. 특히 치어리딩에는 1990년대 한국 응원단 안무와 미국 치어리딩 스타일이 결합됐으며, 곳곳에 1999년대 유행했던 춤과 히트곡 포인트 안무까지 삽입됐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혜리는 경력직다운 탄탄한 기본기와 춤선, 그리고 6개월에 걸친 연습을 통해 모든 댄스 장면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귀띔이다. 물론 ‘빅토리’의 관전 포인트가 이혜리 열연 하나뿐인 건 아니다. 그를 둘러싼 충무로를 빛낼 신인 배우들의 발견 역시 ‘빅토리’에서만 볼 수 있는 백미다. 실제 밀레니엄 걸즈 멤버 9명 중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는 이혜리 외 한두 명에 불과하다. 상업 영화, 특히 여름 텐트폴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적인 라인업이지만, 완성도에 있어서는 여느 멀티캐스팅 영화를 능가한다는 전언이다. 조아람,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염지영, 이한주, 박효은 등은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로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예정이다. 시대적 배경 자체에서 오는 재미도 다수 있다. 메가폰을 잡은 박범수 감독 이하 제작진은 당시 유행한 의상 소재와 화장법, 헤어스타일 등을 고스란히 살려 치어리딩 외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었다. 정점을 찍는 건 스크린 위로 흐르는 노래다. ‘빅토리’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하여가’를 비롯해 디바 ‘왜 불러’, 듀스 ‘나를 돌아봐’, 김원준 ‘쇼’, 조성모 ‘아시나요’, 진주 ‘에브리바디’, 윤수일 ‘황홀한 고백’, 터보 ‘트위스트 킹’, 지니 ‘뭐야 이건’, NRG ‘할 수 있어’까지 19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명곡이 삽입,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마음을 토닥이는 온기 역시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이혜리를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열연과 신나는 노래와 춤에 취해 가다 보면 그 끝에는 따뜻한 위로가 기다리고 있다. ‘빅토리’는 휘발되는 웃음 전시에 그치지 않고 부딪히고 성장하는 청춘의 모습을 통해 전 세대를 위안한다. 메가폰을 잡은 박범수 감독의 말처럼 “흠뻑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신나는 영화”의 탄생이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31 06:20
연예일반

시험대 오른 ‘횹사마’ 채종협, 日 신드롬 이을까 [RE스타]

‘횹사마’ 채종협이 tvN 새 월화드라마 ‘우연일까?’로 여심 흔들기에 나선다. 일본에서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며 ‘욘사마’ 배용준의 뒤를 잇는다는 뜻으로 ‘횹사마’라는 별칭까지 얻은 그가 한국에서도 인기에 불을 지필지 주목된다.‘우연일까?’는 지질하고 서툴렀던 첫사랑을 10년 만에 우연히 만나 운명처럼 얽히며 다시 사랑에 빠지는 첫사랑 기억 소환 로맨스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열아홉 소년 소녀가 스물아홉 청춘 남녀로 재회해 무수한 우연 속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과정이 설레면서도 유쾌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채종협은 극중 수려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를 장착한 재무 설계사 강후영 역을 맡아 배우 김소현과 로맨스를 펼친다. 일이든 연애든 탄탄대로 레드카펫 위를 걷던 강후영은 10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우연인 듯 운명처럼 첫사랑과 재회하며 거센 감정의 파고를 마주하는 인물로, 채종협은 첫사랑의 기억에 흔들리다가 점차 사랑을 깨달아 가는 캐릭터를 다채롭게 만들어갈 계획이다. 채종협은 “후영이라는 캐릭터가 무미건조하고 까칠하게 보일 수도 있다. 사실 후영은 감정 표현에 서툴고 다른 사람들에게 본인의 감정을 내색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점차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는 후영의 변화를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채종협은 지난 2016년 웹드라마를 통해 데뷔한 후, 2019년 첫 TV 드라마인 ‘스토브리그’에서 유민호 역을 통해 얼굴을 차츰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알고 있지만’, ‘무인도의 디바’ 등에 출연하며 점차 인지도를 높였는데, 올해 초 일본 TBS에서 방영한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를 통해 차세대 한류 스타로 확 떠올랐다.채종협은 ‘아이 러브 유’에서 일본인 여성 모토미아 유리(니카이도 후미)와 사랑에 빠지는 한국인 윤태오를 연기했다. 극중 윤태오는 좋아하는 여성에게 수시로 안부를 묻고 사랑 표현에도 적극적인 인물로, 한국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특징을 두루 갖춘 캐릭터다. 드라마의 시청률은 방영 당시 평균 6%대로 그닥 높지 않았으나, 화제성은 폭발적이었다. 첫 방송부터 X(구 트위터) 검색 트렌드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각종 현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또 일본 넷플릭스 톱10 드라마 부문 1위를 달성하고 올해 상반기 일본 숏폼 플랫폼 틱톡의 트렌드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채종협은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과 맞물려, 일본 여성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인기는 채종협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최근 팬미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6월 1~2일 지바 마쿠하리 메세와 8~9일 고베 월드기념홀에서 열린 팬미팅에는 총 3만여 명의 팬이 참여했다. 지바 총 2만여 석과 고베 총 1만여 석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사실 채종협의 인기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스토브리그’ 이후 여러 작품에 출연했으나 대부분 상대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갔고, 채종협은 주로 이들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우연일까?’는 채종협이 국내 인기를 지피고 주연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기회이자,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채종협은 일본에서 인기를 먼저 끌면서 국내 시청자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일본에서 인기가 먼저 높아진 배우들에 대해 ‘국위선양’을 한 듯 여기며, 특히 더 관심을 갖는다”며 “다만 배우로서 연기력, 매력 등이 아직 한국에서는 제대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통한 평가가 채종엽에겐 배우로서 향후 출연작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우연일까?’는 오는 22일 오후 8시 40분 첫 방송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7.11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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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이번에는 천재 의사…‘하이퍼 나이프’ 출연 확정

배우 박은빈이 ‘하이퍼 나이프’로 또 한 번 인생 캐릭터 적립에 나선다.박은빈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박은빈이 드라마 ‘하이퍼 나이프’ 출연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하이퍼 나이프’(가제)는 과거 촉망받던 천재 의사인 정세옥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최덕희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두 미친 천재의 대결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박은빈은 천재 의사 정세옥 역을 맡는다. 극 중 정세옥은 열일곱에 의대에 수석 입학할 정도의 천재였으나, 지도 교수인 최덕희(설경구)로부터 영원히 수술실에서 쫓겨난 인물이다. 현재는 불법 수술장의 섀도우 닥터로 비밀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박은빈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무인도의 디바’ 등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매 작품 예측할 수 없는 이미지 변신으로 ‘천의 얼굴’이라 불리는 박은빈이 광기와 순수한 열정을 오가는 정세옥 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은 시청자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한편 ‘하이퍼 나이프’는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4.04.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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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흥행 태풍 ‘파묘’와 ‘듄:파트2’

극장가가 두 편의 텐트 폴 영화로 들썩일 분위기이다. 한국영화 ‘파묘’와 할리우드 빅 샷 ‘듄: 파트2’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며 극장가를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파묘’가 22일 개봉하고 ‘듄: 파트2’ 개봉일은 28일이다. 공세적 마케팅은 ‘듄:파트2’가 먼저 당겼다. 그것도 큰 불을 질렀다. 물론 티모시 샬라메 때문이다. 티모시 샬라메는 지난 19일 일찌감치 내한해 팬들을 휩쓸고 다녔다. 펭수와도 만나 촬영을 진행하고 21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을 갖고 22일 오후에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팬들과 만나는 레드카펫 행사를 가진다. 며칠 동안 국내 열성 팬들은 티모시 샬라메를 할리우드 대통령으로 맞이하는 모양새다. 그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열광의 도가니 그 자체다. 28살인 티모시 샬라메는 아직도 여리고 앳된 꽃미남으로서 큰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과거의 브래드 피트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수준이지만 인기는 보다 광폭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듄: 파트2’에서 비로소 ‘남성의 느낌’이 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카리스마 있는 발성과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티모시 샬라메가 맡은 폴 공작은 점점 퀴사츠 헤더락의 존재가 되어 간다. 퀴사츠 헤더락은 ‘듄’ 세계관에서 일종의 메시아이자 구원자의 의미로 사막의 종족인 프레멘들은 그를 ‘마디’라 칭한다. 멸족된 가문 아트레이데스의 후계자였던 폴은 프레멘 전사들을 저항군으로 조직, 황제의 군대 하코넨과 맞서 싸운다. 시대배경은 1만100년대이고 지구’따위’는 없어진지 오래이며 전 우주는 황제의 ‘디바이드 앤 룰’ 통치 방식 때문에 여러 갈래로 나뉘어 일대 전쟁을 벌인다. 이번 2부는 성전(聖戰)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다. 전작인 ‘듄’은 2021년에 10월에 개봉됐다. 흥행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는데 당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절정의 막바지 시기여서 여전히 상영시간에 제한이 있던 때였다. 거리두기를 했었고, 또 하나는 러닝 타임이 무려 155분이이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흥행이 어려운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듄’은 164만명 이상을 모으며 티모시 샬라메의 인기를 증명했다. 이번 2편은 시간이 더 늘어나 168분에 달한다. 그러나 이미 IMAX 예매는 상당 기간 완판된 상태다. IMAX는 매출액을 두 배로 늘리는 요인이 된다. 당연히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조심스럽게 빅 히트를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호사가들도 관객 수를 놓고 내기에 들어갔다. 400만은 무난히 돌파할 가능성이 높지만 요즘의 국내 극장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 만큼 불규칙적이어서 쉽게 예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거기에는 ‘파묘’의 흥행 여부가 주된 요소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국내 극장가가 ‘쌍끌이’의 모습을 선보일지 관계자들, 전문가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들이다. 설날 연휴에 나왔던 ‘데드맨’과 ‘도그데이즈’가 워낙 흥행이 안좋았기에 이제 한 건 정도 ‘제대로 터져 주지’ 않으면 극장가의 시름이 또 다시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전세계 최초 공개됐기 때문에 국내 마케팅을 뒤늦게 시작한 ‘파묘’는 다소 불리한 여건에서도 이른바 ‘배우빨’ 그러니까 배우의 에너지로 후폭풍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최민식과 유해진, 김고은과 이도현의 조합은 대중들에겐 일종의 드림팀으로 받아 들여진다. 연기력들이 뛰어난 인기스타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도 오랜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네 배우는 그 같은 기대에 한치의 차이도 없이 유감없는 연기력을 발휘한다. ‘파묘’는 묘를 이장하기 위해 파헤친다는 뜻이다. 어느 날 어떤 부자의 조상, 할아버지 묘를 파헤쳤는데 거기서 뭔가가 나왔다는 설정이다. ‘엑소시스트’같은, 악령과 심령의 오컬트 무비지만 매우 한국적이다. ‘한 톨’의 스포일러도 허락하지 않을 만큼 이야기가 촘촘하다. 그중 한 군데를 터뜨리면 이야기 전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쉽게 말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다만 한가지, 이 모든 얘기는 어두운 역사와 깊숙이 관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은 말할 수 있겠다. 지관 역의 최민식과 무당 역의 김고은 이도현, 장의사 역의 유해진은 이 ‘역사의 악귀’를 없애기 위해 얼굴에 부적을 써가면서 고군분투한다. 셋은 같은 편이다.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서로에게 나눠 가며 싸운다. 그 모습이 좋다. 역사는 이기는 자의 편이 아니라 옳은 자의 편임을 보여 준다. 그 주제의식이 더 좋다. ‘파묘’는 인기를 모을 것이다. 다만 손익분기점이 다분히 높아 그 부분이 ‘허들’이다.두 영화는 쌍끌이 흥행을 할 것인가. 대규모 흥행 토네이도 바람이 불 것인가. 그걸 원하는 사람이 많다. 극장가는 여전히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2.2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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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방송결산] 전도연이 열고 ‘우먼파워’ 이영애가 닫는다 ①

세계적인 킬러로 활약하며, 의사로 사람들을 구하고, 학폭 가해자들을 응징하며, 슈퍼 히어로로 악을 무찌른다. 2023년 방송계를 주름 잡은 여자배우, 여자캐릭터들의 활약이다. 이제 더이상 백마 탄 왕자 같은 남자 주인공을 기다리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환영받지 못한다는 게 올해 방송 트랜드로 입증됐다. 최근 몇 년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드라마가 활발히 제작된 데 더해 올해는 오랜 기간 한국 연예계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성 톱스타들이 잇따라 컴백해 안방극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올해 성공을 거둔 K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는 자신의 성공을 스스로 쟁취할 만큼 진취적이고 사적인 복수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여성 캐릭터의 변화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시대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사극에서도 여성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최고 시청률 1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종영한 MBC 드라마 ‘연인’ 속 안은진이 맡은 유길채 역시 그렇다. 병자호란 전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연인’에서 길채는 전쟁을 겪기 전엔 마냥 철없고 밝기만 한 애기씨였다. 그러나 병자호란을 겪은 후 길채는 용감하고 추진력 있는 인물로 성장했다. “사람이 밥을 못 먹어야 죽지, 욕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야말로 ‘깡’ 있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안은진 역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변해가는 캐릭터를 다채롭게 표현했다. 안은진은 이 드라마 초반 ‘미스 캐스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연기력으로 이를 잠재웠다. 깜찍한 히어로도 등장했다. 배우 이유미는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에서 몽골에서 온 괴력 소녀 강남순 역을 연기했다. 이유미는 여리여리한 체구지만 극중 캐릭터는 빌딩 한채도 날려버릴 괴력을 지녔다. ‘히어로’라고 하면 특별한 능력이나 힘을 지녔거나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약자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행사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강남순’ 속 이유미는 이런 틀을을 깨며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강남순’은 최고 시청률 10.4%를 기록했고,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에 이름 올리는 등 성공을 거뒀다. 이유미 역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후 또 한 번 인생 작품을 만났다는 평이다. 박은빈도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꿈을 잃지 않고 전진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려 MZ세대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했다. ‘강남순’처럼 밝고 쾌활한 히어로와 달리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복수하는 다크 히어로도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이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 피해자 문동은이 성인이 된 후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 한때는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사적제재를 다루면서 열풍을 일으켰다. 그 중심엔 송혜교가 있었다. 드라마 ‘풀하우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태양의 후예’ 등 주로 여리여리한 여자 주인공을 연기하며 ‘멜로퀸’이라 불리던 송혜교가 짧은 단발머리에 독해진 눈빛으로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그간 비슷한 연기만 하는 게 아니냐는 아쉬운 평가가 있었던 터라, 송혜교에게 ‘더 글로리’는 배우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한 작품이 됐다. 전문직 여성 캐릭터도 대세였다. 엄정화는 최고 시청률 18.5%를(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기록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1년차 차정숙을 연기했다. 극 중에서 차정숙은 의대 졸업 후 20년 넘게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인물. 꿈에 대한 미련은 늘 있었지만 “이만하면 행복하지”라고 위안하며 가정에 충실했다. 그런데 남편의 불륜, 자식들의 무시 등을 겪으며 삶의 주체성을 찾고자 레지던트 1년 차로 병원에 들어간다. 가정을 위해 본인의 꿈을 포기한 여성. ‘닥터 차정숙’ 속 차정숙은 여기에 더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꿈을 이룬다는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도 갖췄다. 업계에 따르면 ‘닥터 차정숙’ 제작진은 캐스팅 당시 엄정화의 연기 공백, 차정숙과 엄정화의 맞지 않는 나이대 때문에 캐스팅에 고심이 깊었다고 한다. 그러나 엄정화는 보란 듯이 차정숙 역할을 흡입력 있게 그려내며 많은 40~50대 주부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안겼다. 엄정화 뿐 아니다. 올해 방송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엄정화와 전도연, 고현정, 김희애, 이영애 등 50대 여배우들이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고 큰 화제를 모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50대 여배우들이 누군가의 엄마, 아내 역할을 맡아야 했다면 올해는 킬러를 비롯해 의사, 정치 컨설던트, 마에스트라 등 다양한 직업들로 맹활약을 펼쳤다.전도연은 지난 1월 방영한 tvN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평범하고 생활력 강한 남행선을 연기했다. 2005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이후 주로 무게감 있는 작품을 해왔던 터라 ‘일타 스캔들’ 속 전도연은 더욱 반전으로 다가왔다. 전도연은 극 중 10살 연하인 정경호와 가슴 설레는 로맨스를 그렸다. 초반 두 사람의 나이 차가 많이 나서 극 몰입도가 깨질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도연은 그간 봐왔던 로코 여주인공과는 달랐다. 대충 묶은 머리에 편안한 차림에 털털한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러운 매력을 뿜어내며 호평 받았다. 뿐만 아니다. 전도연은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세계 최고 킬러를 맡아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김희애는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로, 고현정은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로 50대 여배우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는 비단 방송 뿐 아니다. 김혜수, 염정아 50대 여배우가 투톱으로 맹활약한 영화 ‘밀수’가 올여름 큰 사랑을 받았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앞으로도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과거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여성 캐릭터에 힘을 주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며 시청자들도 이들의 연기에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송계 우먼파워는 올 연말 뿐 아니라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9일 첫 방영된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는 배우 이영애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극 중 이영애가 연기하는 차세음은 전 세계 단 5%뿐인 여성 지휘자다. 2회까지 방영된 ‘마에스트라’는 4%대 시청률을 보이며 순항 중이다. 장나라는 오는 30일 첫방송되는 TV조선 스릴러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로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장나라는 과거 ‘로코퀸’으로 불릴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입지가 굵었는데 이번에는 장르를 바꿔 스릴러에 도전한다. 전도연이 열고 송혜교가 불을 붙었으며 엄정화와 김희애, 고현정, 이유미, 안은진, 박은빈이 잇고 이영애가 닫는 2023년 방송계 우먼파워가 2024년에도 계속될 지 기대된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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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 드라마 춘추 전국시대.. 이영애 ‘마에스트라’ 승기 잡을까 [줌인]

정통사극부터 퓨전사극,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까지. 토요일 드라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이미 KBS2 ‘고려 거란 전쟁’과 MBC ‘열녀박씨 계약 결혼뎐’, SBS ‘마이 데몬’이 동시간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배우 이영애 주연의 tvN ‘마에스트라’가 9일 첫 방송 했다. ‘마에스트라’ 첫 회 평균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으로 4.2%를 기록하며 무난한 시작을 알렸다. ‘마에스트라’는 전 세계 단 5%뿐인 여성 지휘자를 뜻하는 말이다. 천재 혹은 전설이라 불리는 차세음(이영애)이 자신의 비밀을 감춘 채 오케스트라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2021년 JTBC 드라마 ‘구경이’ 이후 이영애가 2년 만에 선택한 작품, 그리고 그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천재 지휘자로 변신했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이목이 쏠렸다. 이영애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작품을 위해 1년 동안 바이올린과 지휘를 연습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마에스트라’의 바로 전작인 박은빈 주연 ‘무인도의 디바’는 힐링을 주제로 평균 시청률 6~8%대를 유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반면 ‘마에스트라’는 ‘무인도의 디바’보단 조금 무거운 소재다. CJ ENM 관계자는 “2020년대 방영된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2018년에 방영한 ‘스카이 캐슬’과 결이 비슷하다”며 “중년의 남자와 여자의 잘못된 사랑 그리고 본인에게 득이 된다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차세음의 면모까지. 40대에서 50대 여성층에게 매력적인 소재”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 무거움이 4050 여성 시청자층을 어떻게 사로잡을지가 ‘마에스트라’ 시청률 상승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토요일 드라마는 KBS2 ‘고려 거란 전쟁’이 최고 시청률 10%로 동시간대 드라마 중 1위다. ‘고려 거란 전쟁’의 경우 제작비가 270억 원 투입된 드라마로 실감 나는 전투신과 화려한 CG로 호평받고 있다. 여기에 사극의 대가 최수종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다.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건 MBC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이하 ‘열녀박씨’)다. ‘열녀박씨’는 조선시대 유교걸 박연우와 21세기 무감정 끝판왕 강태하의 계약 결혼 이야기. 퓨전 사극 장르인 ‘열녀박씨’는 최근 감칠맛 나는 전개로 자체 최고 시청률 9.6%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배우 김유정, 송강 주연의 SBS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마이 데몬’은 최고 시청률 4.7%로 경쟁작에 비해 낮은 성적이지만, 해외 반응은 압도적이다. ‘마이 데몬’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부문(11월 27일~12월 3일)에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4회 방송 이후 브라질, 칠레,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등 24개국에서 1위를 휩쓴 것을 비롯해 85개국에서 톱10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마에스트라’가 시청률과 화제를 잡고 있는 경쟁작들과 경쟁에서 처음부터 승기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에스트라’는 오케스트라 이야기와 불륜 이야기가 차례로 전개돼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마에스트라’ 1화에서는 타성에 젖은 오케스트라를 바꾸려는 차세음과 그런 그의 독단적인 행동을 거부하는 단원들의 충돌이 흥미로운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2화에서는 차세음이 남편 김필(김영재)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용이 전개되면서 또 다른 재미를 줬다. ‘베토벤 바이러스’ 같은 오케스트라 내용인 줄 알았는데 거기에 치정극이 더해져 흥미진진한 전개가 이어지고 있는 것. 흥미로운 드라마 전개와 달리 이영애 연기력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여성 지휘자라는 낯선 캐릭터에 극중 이영애 특유의 발성이 “오글거린다”는 평도 있다. 반면 이영애의 지적인 이미지와 지휘자가 잘 어울린다는 의견도 많다. 다만 아직 2회 밖에 드라마가 방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영애의 연기력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11일 기준 ‘마에스트라’ 평균 시청률은 4.8%로 소폭 상승한 가운데 과연 이영애의가 토요일 드라마 시청률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2.1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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