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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클럽의 문장보다 큰 스폰서 로고, 이렇게 시작됐다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독자 여러분은 프로축구 선수의 셔츠(Shirt) 중앙에 자리 잡은 커다란 스폰서 로고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클럽의 정체성은 분명 그들의 크레스트(Crest, 오랜 역사를 가진 조직의 문장)에 담겨있다. 하지만 셔츠에 새겨진 스폰서에 비해 클럽을 상징하는 크레스트의 크기는 너무나 작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스폰서가 없던 시절의 옛 셔츠를 그리워하는 축구팬들도 있다. 유럽 축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셔츠 스폰서십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스포츠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울러 스폰서 없는 저지(Jersey, 경기용 셔츠)를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미국의 빅4 프로리그도 최근 들어 더 이상 저지 스폰서십에서 자유롭지 않다. 관심에 비해 국내에는 덜 알려진 셔츠 스폰서십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셔츠 스폰서십을 최초로 시도한 축구 클럽은 우루과이의 페냐롤(Peñarol)이다. 우루과이 1부 리그 최다(51번) 우승 팀인 페냐롤은 1950년대 중반 스폰서십을 도입했다. 아쉽게도 클럽이 셔츠 스폰서를 이용해 어떻게 수입을 증대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1960년대 중반쯤에 유럽 축구의 변방인 덴마크, 오스트리아는 셔츠 스폰서십을 도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럽 리그는 이러한 형태의 스폰서십을 격렬하게 반대하며 금지했다.1972년 5월 서독(West Germany)의 한 야외 파티에서 셔츠 스폰서십의 서막이 열린다. 알코올 도수는 35%에 이르지만, 약으로 쓰는 술로도 유명한 예거마이스터(Jägermeister)의 CEO인 귄터 마스트(Günter Mast)는 당시 사업 동료를 위한 파티를 주최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서독과 잉글랜드의 1972 유럽축구선수권대회 8강전을 보기 위해 실내로 들어갔고, 테라스에 마스트는 홀로 남겨졌다. 이 순간 마스트는 축구를 통해 광고를 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예거마이스터의 본사에서 불과 12㎞ 떨어진 곳에는 브라운슈바이크라는 인구 25만 명의 소도시가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라고 불리는 분데스리가 팀이 있었다. 아인트라흐트는 독일어로 ‘화합’이란 뜻인데, 이 단어가 스포츠 팀에 붙으면 영어 ‘유나이티드(United)’와 같은 의미가 된다. 당시 브라운슈바이크는 수백만 마르크의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규모가 큰 다른 클럽들과 경쟁하기 힘든 상태였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클럽과 예거마이스터사는 의기투합했다.하지만 셔츠 스폰서십을 반대하는 서독축구협회(DFB)는 1972년 8월 이들의 마케팅 전략을 불허한다. DFB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묘약이 필요했다. 숙고 끝에 마스트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1973년 1월 마스트는 변호사를 고용해 클럽의 규정을 재정비하면서, 기존의 사자 대신 사슴을 클럽의 상징으로 지정했다. DFB가 클럽의 크레스트에 들어간 예거마이스터의 사슴까지 규제하기 힘든 것을 노린 것이다.그럼에도 DFB는 여전히 거부권을 행사했고, 양측은 두 달 간의 지루한 법적 공방에 들어갔다. 결국 사슴 로고의 크기가 지름 14㎝를 넘으면 안 되고, 클럽 이름의 이니셜인 E와 B가 새겨져야 한다는 조건하에 DFB가 한발 물러섰다. 1973년 시즌 막바지에 DFB는 로고 밑에 예거마이스터라고 적힌 레터링까지 허용했다. 이렇게 되자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등 다른 분데스리가 팀들도 수익성 높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클럽의 셔츠 스폰서가 된 후 예거마이스터의 매출은 증가했다. 이에 마스트는 마케팅 도구로서 축구의 잠재력을 깨닫게 된다. 또한 수입 증가에 힘입어 브라운슈바이크는 당시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인 파울 브라이트너를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160만 유로라는 거액에 영입했다. 비록 브라이트너는 클럽에서 한 시즌만 소화하고 뮌헨으로 이적했지만, 그의 영입만으로도 브라운슈바이크의 인지도는 높아졌다.야심이 많았던 마스트는 1983년 클럽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의 공약은 자신이 당선되면 클럽의 빚을 모두 갚아주는 대신 클럽 이름을 ‘예거마이스터 브라운슈바이크’로 바꾼다는 것이었다. 결국 마스트는 회장으로 당선됐고, 클럽명을 바꾸겠다는 그의 계획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DFB는 “광고 목적으로 클럽명을 바꿀 수는 없다”고 이를 반대했고, 이 사건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갔다.최종 판결은 놀랍게도 마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지방 정부가 반대했다. 클럽명을 변경할 경우 브라운슈바이크는 유소년 팀을 운영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유스 선수들이 술 광고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런 와중에 마스트는 클럽 회장 재선에 실패했고, 결국 클럽명 변경은 무산됐다.그럼에도 예거마이스터의 브라운슈바이크 스폰서십은 현대 축구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도입했다. 기업이 오로지 상업적 이익을 위해 클럽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8.23 15:00
해외연예

“여성들에게 어두운 날” 낙태권 폐지에 분노한 美 스타들

“낙태권 폐지로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 미국의 유명 스타들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결정에 반발하며 한목소리로 비난을 표출하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7일(한국시간) 영국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팝스타들이 낙태권 폐지 결정을 이끈 보수 성향의 연방 대법관들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무대에 오른 19세의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낙태권 폐지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수 대법관들의 이름을 거명한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당신들을 증오하고 이 노래를 바친다”며 욕설로 된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 축제에 동참한 빌리 아일리시도 “미국 여성들에게 정말 어두운 날”이라며 연방대법원을 저격했다. 또 이미 낙태 금지법을 제정한 텍사스주 출신 메건 디 스탤리언은 “내 고향 텍사스 때문에 부끄럽다.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기본권을 가지고 있다”고 외쳤다. 이어 관객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라는 신호를 보냈고, 관객들도 이에 동참했다. 미국 팝 시장을 주름잡아온 디바들도 낙태권 폐지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였다. 머라이어 캐리는 “여성의 권리가 눈앞에서 무너지는 세상에 왜 살고 있는지를 열한살 딸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핑크 역시 “만약 정부가 행하는 여성의 자궁, 동성애자 사업, 결혼, 인종에 대한 차별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다시는 내 음악을 듣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신체 권리를 박탈했다. 무척 두렵다”며 “수십년간 사람들은 여성의 기본권을 위해 싸웠지만, 이번 결정은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탄식했다. 방탄소년단과 친분이 두터운 리조는 낙태 찬성 단체를 위해 다가올 스페셜 투어에서 “100만 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큰 목소리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원로 가수 겸 배우 베트 미들러는 “미국 국민의 의지와 요구에 귀를 닫은 결정”이라며 낙태권 폐지를 비난했다. 또 패트리샤 아퀘트, 비올라 데이비스 등도 낙태권 폐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남성 스타들도 낙태권 보장 요구에 힘을 보탰다. 그룹 그린데이의 빌리 조 암스트롱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 후 “시민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영국 허더즈필드에서 열린 공연에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분노했다. 마블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낙태권 폐지 결정을 비판한 글을 잇달아 리트윗하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작가 스티븐 킹은 이번 판결에 “19세기로 돌아간 연방대법원”이라고 꼬집었다.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보도가 나오자 앵커 캐시 뉴먼, 싱어송라이터 피비 브리저스, 법무장관 레티티아 제임스 등 미국의 저명 인사들이 자신의 낙태 경험을 연달아 고백했다. 반세기 가까이 미국 여성들의 낙태권을 보장해온 법적 근거가 흔들릴 위기에 여성들이 목소리를 낸 것. 그러나 이들의 외침에도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5일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스스로 뒤집었다. 이들의 결정에 미국 전역에서는 낙태권 폐지를 규탄하는 항의 시위가 열리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판결로 인해 연방 대법원과 이 나라에 슬픈 날로 기록되게 됐다. 극단 이데올로기가 현실화한 것이고 연방대법원이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른 셈”이라고 평했다. 이세빈 인턴기자 2022.06.27 13:38
무비위크

'차이나는 클라스', 바이든의 시대 짚어본다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미국 46대 대선의 승자, 바이든 대통령 당선의 의미를 짚어본다. 21일 방송되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이하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하상응 교수 6개월만에 다시 차클을 찾아와 미국 대선 결과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전한다. 최근 ‘차이나는 클라스’ 녹화에서 하상응 교수는 "미국 민주당 내의 갈등과 의회와 연방대법원이라는 장벽 그리고 자국 내에 산적된 숙제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시대에 희망이 있다"라고 전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역대급 ‘다양성’을 갖춘 행정부라는 점을 그 증거로 꼽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각 인사 35명 중 16명의 여성, 15명의 유색인종, 3명의 성소수자를 인선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2021년 1월 21일 기준). 또한 하상응 교수는 "바이든은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냈던 사람이기 때문에 다자주의적인 면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내의 실정 상황은 우리나라와의 관계와도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날 학생들 역시 미국의 국내 정치를 알아야하는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됐다는 후문. 하상응 교수가 들려주는 '바이든의 시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21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되는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1.01.21 19:36
경제

'인스타 죗값' 가혹? 고영욱·정준영·안희정 다 막혔다

고영욱→최종훈→정준영→안희정.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을 받은 이들의 SNS 계정이 최근 잇따라 강제 비활성화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SNS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옳은 결정이란 측과 이미 사법부 판결로 죗값을 치렀기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인스타그램 “안전한 플랫폼 최우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27일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성년자 성폭행 등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가수 고영욱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연지 하루 만인 지난 13일 계정이 차단됐다. 집단 성폭행 등의 혐의로 복역 중인 최종훈과 정준영의 계정도 16일에 삭제됐고 23일엔 비서 성폭행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이 차단됐다. 정다정 인스타그램 이사는 “안전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플랫폼 특성상 유저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해가 된다고 보는 성범죄자의 경우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는 “자체적으로 모니터링도 하지만 이용자가 방대해 주로 신고를 받은 경우 검토를 해 삭제 조치한다”고 덧붙였다. 차단 기준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을 때부터 선제적으로 적용된다. 만약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복원하는 식이다. ━ 찬성 “이용자 안전” vs 반대 “국가 형벌권 넘어” SNS 이용자들은 찬성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박모(29)씨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SNS를 통해 활개를 치고 다닌다면 소름이 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모(28)씨는 “성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이 SNS를 하면서 이미지 세탁을 할 수 있다. 결국 가해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데 피해자만 숨어다녀야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혹시 모를 또 다른 잠재적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며 차단 정책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국가의 형벌권을 넘어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계리 변호사(법무법인 서인)는 “성범죄자들은 왜 인스타그램을 하면 안 되냐. 이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범죄를 저지른 순간 모든 자유가 박탈되는 건 아니다. 죄형 법정주의에 따라 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았으면 된 것”이라며 “사회가 그 사람에게 또다시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건 지나친 조치”라고 비판했다. ━ 美 연방대법원에선 “SNS 차단은 위헌”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7년 6월 성범죄자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 글을 쓰지 못하게 한 노스캐롤라이나 주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13세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2002년 유죄 판결을 받은 레스터 패킹엄은 당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가 경찰에 체포되자 소송을 냈다. 당시 연방대법원 재판부는 “소셜미디어는 법으로 제한되기에는 매우 크고 중요한 사이버 공간”이라며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라도 그들이 개혁을 추구하고 합법적이고 보람 있는 삶을 추구한다면 이러한 수단들에 대한 합법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2020.11.28 08:11
스포츠일반

아직도 세상엔 ‘여자’와 ‘남자’만 있다구요? 이런…옛날 사람!

당신이 심심할 때마다 들여다보는 페이스북 얘기로 시작하자. 전세계에서 10억 명 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접속하는 이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사용자가 프로필에 자신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무려 60개란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여성’ 혹은 ‘남성’이 아닌 다른 선택권이 58개나 된다는 걸 말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동성애자 여성, 동성애자 남성, 양성애자, 무성애자, 남성에겐 여성, 여성에겐 남성, 정확하지 않은 남성, 정확하지 않은 여성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버겁다. 타임지가 3월 27일자로 발간한 잡지에 ‘성별에 대한 관념이 바뀌고 있다’는 기사를 특집으로 다루며 든 예시다.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성별이 더이상 의미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일까. 잡지는 “최근 미국에선 자신의 성별과 성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 있어 단순히 ‘여성’과 ‘남성’,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로 구분하는 것을 거부하는 이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이분법을 떠나 더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 자신을 정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제공하는 것이긴 하지만, 3년 전부터 다양한 성별 옵션을 서비스해온 페이스북은 이런 트렌드를 일찌감치 짚어낸 대표적인 사례다. 흥미로운 건 이런 특징이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ㆍ미국에서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개인적이며 SNS에 익숙함)라 불리는 젊은층에서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타임지는 “한 성소수자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중 20%는 전통적 성별(여성ㆍ남성)이 아닌 다른 성별로 자신을 정의했다”며 인터뷰한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성별은 이제 이분법이 아닌 ‘스펙트럼’으로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여성과 남성 사이에 수많은 색의 성별이 있단 뜻이다. 젊은 세대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하나에 가두지 않고, 또 이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 등 SNS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타임지의 분석이다. “SNS가 일상인 젊은이들은 ‘다른 유형의 사람들’을 일찌감치 접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할리우드 톱스타 등 셀레브리티의 용기 있는 커밍아웃도 영향을 끼쳤다. 유행에 민감한 기업들이 이런 변화를 놓칠 리 없다. 가장 기민하게 움직인 건 패션 업계다. 지난해 패션계의 키워드는 성별에서 자유롭다는 뜻의 ‘젠더프리(genderfree)’와 ‘젠더리스(genderless)’였다. 세계적 스파 브랜드 자라는 남녀 공용 라인을 출시하며 ‘언젠더드(Ungenderedㆍ성별 구분없이)’란 이름을 붙였고, 구찌는 레이스 블라우스와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 모델을 런웨이에 세웠다. 1970년대 유행한 ‘유니섹스’(남녀 공용ㆍ주로 여성이 남성복을 입었던 것을 지칭) 스타일을 넘어 아예 성별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젠더 개념을 초월한 패션이 2016년을 휩쓴 것이다. 그뿐 아니다. 미국 맛집 공유 어플 ‘옐프(Yelp)’는 얼마 전 성전환자가 이용하기 편하도록 ‘성중립 화장실 필터’ 기능을 추가했다.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이 기능을 사용하면 여성과 남성으로 딱히 구분하지 않은 성중립 화장실이 있는 식당을 간편하게 찾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대를 앞서는 발상으로 유명한 미국의 맥주 회사 버드라이트는 최근 “모든 성별을 위한 맥주”를 카피로 내세운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더디긴 하지만 사회 시스템도 이런 변화에 조금씩 발맞춰가는 모양새다.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법 판결 이후,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운전 면허증과 같은 신분증의 성별 선택란에 세 번째 옵션을 추가했다. 새로운 선택지의 명칭은? ‘남성이나 여성에 속하지 않는(non-binary)’이었다. 지난 10일에는 오리건주 지방법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성’(無性ㆍagender)’을 법적 성별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남성도 여성도, 트랜스젠더도 양성도 아닌 말 그대로 ‘성별이 없는’ 정체성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판결을 두고 “조용하게 역사가 만들어졌다”(미국 NBC)는 평가가 나왔다. 물론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성소수자의 인권 또한 아직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타임지는 “성소수자 청소년의 3분의 1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자살 충동을 느낀다. 특히 가족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 그렇다”며 “성별에 대한 관념을 두고 벌어지는 세대 간 갈등도 문제”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후퇴시킬 거란 우려 또한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22일 “트럼프 행정부가 ‘성전환 학생들의 학교 내 화장실 권리보호 지침’을 철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내 모든 공립학교에 ‘성전환 학생이 자신이 선택한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사용할수 있도록 조치 하라’고 내린 지침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도 이런 거대한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타임지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별의 장벽은 점점 무너지고 있다”며 “이는 페이스북뿐 아니라 법원이나 군대처럼 주요한 사회 시스템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SNS 이용도 활발하고, 전통적 의미의 ‘짝’을 만나는 대신 ‘나 혼자 산다’는 싱글족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한국은 어떨까. 미디어에서 동성애가 여전히 개그 코드로 소비되고, 싱글족을 좇는 카메라가 ‘빨리 짝을 만나야지’라는 결론으로만 귀결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논의는 너무 이른 것일까. 참고로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성별 옵션을 세 가지만 제공하고 있다. 여성, 남성 그리고 사용자 지정란. 그나마 다행인 건, 사용자 지정란에는 뭐든 자유롭게 적을 수 있단 사실이다.온라인 일간스포츠 2017.04.0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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