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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김윤석, ‘대가족’이 처음이네…‘역정조차 푸근’ 할부지 [무비로그②]

“정말 오랜만에 서민을 연기했습니다.”왜군을 휩쓸며 지난 연말을 장식한 배우 김윤석이 이번 12월 극장가엔 보통 중장년의 얼굴로 따뜻한 웃음 한 판을 들고 왔다.데뷔 36년 차, 김윤석은 나이 드는 만큼 다양한 중장년을 화면에 새겨왔지만, 비일상을 장악하는 카리스마 덕에 최근 작품에서 평범한 우리네 아저씨 모습은 드물었다. 지난 8월 공개된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소시오패스 손님과 대치하는 펜션 주인을, 마지막 영화인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충무공 이순신을 소화했다.이번 ‘대가족’은 김윤석이 완성한 ‘완득이’(2011)의 동주를 사랑했던 관객이라면 쾌재를 부를 간만의 코믹한 휴먼 드라마 장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김윤석은 강렬한 이미지도 있지만 소시민의 모습, 옆집 아저씨처럼 능글능글한 코믹한 면도 있는 배우다. 이번 ‘대가족’에서의 역할은 이를 십분 살려낼 수 있는 캐릭터”라고 짚었다.작품은 스님이 된 아들(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가족 코미디다. ‘변호인’, ‘강철비’로 휴머니즘을 그려온 양우석 감독의 신작이다.김윤석은 극중 묵직한 만두 장인이자, 무뚝뚝한 아버지 함무옥을 제 옷처럼 연기했다. 눈 돌리면 주위에 있을 법한 아저씨지만 그의 타협 없는 투박한 손끝은 빌딩 숲이 들어서는 종로 알짜배기 자리에 오직 만두로 노포 맛집 ‘평만옥’을 지켜오는 자수성가를 이뤄냈다. 내실 있어 보이는 함무옥이지만 김윤석은 ‘결핍’을 포착해 능청스레 표현한다.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고함을 치는 것은 다반사요, 휴지조차 아끼는 수전노 고집쟁이다. 무엇보다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며 온갖 제사는 전부 다 지내는 ‘가부장력’을 폭발시킨다. 많은 것을 고집스레 이루는 사이에 아내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의대생으로 키워놓은 아들 문석은 제 곁을 떠나 주지 스님이 됐다.그래도 함무옥의 속이 뜨끈하게 채워지는 순간이 온다. 아들이 의대 시절 기증한 정자로 태어났다고 어느 날 찾아온 두 아이, 민국과 민선을 만나게 된 것이다. 보통이라면 정녕 우리 핏줄이 맞느냐고 따졌을 상황, 함무옥은 아이들이 부르는 “할아버지”라는 달콤한 울림에 함락돼 아이들을 손주로 거둔다.‘대’를 이을 손주의 등장으로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그 속의 함무옥은 처음보는 김윤석의 러블리한 모습이다. “등쳐먹을 생각 말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구매한 가장 젊어 보이는 색상 염색약으로 머리를 새빨갛게 물들이는가 하면, 민국과 민선이 머무르는 보육원에 매일 아침 달려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손주들과 놀려다가 보육원 아이 모두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는 장면에서는 심보 고약한 스크루지 영감이 푸바오만큼이나 푸근해 보인다. 과연 두 아이가 정말로 핏줄일까,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대목도 함무옥이 만든다. 다 이유가 있던 그의 꽉 막힌 가치관이 설명되고, 낡고 견고한 생각이 변화하는 과정은 감동을 안긴다. 덤덤히 과거를 돌아보고 새 미래를 향해 고백하는 김윤석의 집중력 있는 감정선을 보며 관객은 웃다 울고, 다시 웃게 된다.김윤석은 앞서 열린 시사간담회에서 “함무옥은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쓰러지지 않으려 혼자서 버티고 지킨 인물”이라며 “그러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자신이 정작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잃어버린 거다. 아니면 처음부터 알기도 전에 이미 너무 힘든 환경에서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늘그막에나마 진정 원하는 무언가의 정체를 몰라도, 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깨달은 게 함무옥의 미덕”이라며 “그를 통해 우리의 모자라고 약한 모습을 투영해서 보고, 그걸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피가 통하지 않더라도 가족으로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주안점을 밝혔다.정지욱 평론가는 “김윤석은 연출가로서도 조예가 있기에 캐릭터 분석에도 탁월한 것”이라며 “양우석 감독이 만든 인물에 깊이를 부여한 만큼 관객에게 만족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25 05:45
뮤직

[정덕현 요즘 뭐 봐?] ‘좀비버스:뉴 블러드’, 좀반인 노홍철이 만들어낸 진화된 좀비 서사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가 시즌2로 돌아왔다. 부제는 ‘뉴 블러드’다. 이런 부제가 붙은 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과 일반인으로 나뉘던 두 부류에 ‘새로운 피’로서 좀비와 일반인 사이에 놓인 존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시즌1에서 박나래에게 물려 좀비가 됐던 노홍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좀비가 된 줄 알았는데 멀쩡하게 양양의 한 리조트에 나타난 노홍철은 좀비 반 사람 반이다. 어깨에 물린 자국이 역력하지만 상처가 아물었고, 왼쪽 눈이 파랗게 변했다. 하지만 의식은 또렷해 대화를 나누고 농담을 하는 등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 중간자적인 모습에 데프콘은 ‘좀반인’이라는 센스있는 지칭을 만들었다. ‘좀반인’의 등장은 그저 재미를 위한 설정만이 아니다. 그건 ‘좀비버스’ 시즌2의 새로운 세계관과 진화된 서사를 위한 사전 포석이다. 좀비이자 일반인인 이 존재는 그 경계의 어느 쪽이든 설 수 있다는 점에서 ‘좀비버스’에 색다른 긴장감을 부여한다. 처음에는 다시 만나게 된 이시영과 딘딘, 덱스, 츠키와 짐짓 반가워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그것도 잠시뿐, 노홍철은 순식간에 그 화기애매(?)한 분위기를 깨고 긴장감을 부여한다. 도망친 노홍철이 좀비 떼들 속으로 들어가면서 그들을 조종하기도 하는 한 부류로 활동하고, 시즌1에서 자신을 버린 이들에 대한 분노 또한 조금씩 드러내기 때문이다.좀반인 노홍철과 다른 일반인 출연자들 사이를 더욱 애매하게 만드는 건, 질병관리청에서 이러한 새로운 존재들을 직접 데려오면 50억을 포상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다. 순간 일반인들의 눈에는 노홍철이 50억 포상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질병관리청에서 좀반인이 필요한 이유는 이들의 새로운 피를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과 항체를 개발할 수 있어서다. 즉 좀반인은 이 종말론적인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희망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50억 포상이 만들어내는 저마다의 세속적 욕망들과,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대의적인 희망이 교차하고, 여기에 좀비와 인간 사이에 선 노홍철의 예측하기 어려운 욕망들이 겹쳐지면서 ‘좀비버스’의 서사는 더 흥미진진해진다.사실 대부분 시즌1보다 시즌2는 더 어렵다. 그건 시즌1에서는 새로웠던 요소들이 이제는 익숙해져 이를 반복했다가는 식상해질 수 있어서다. 나아가 시즌2가 시즌1과 유리돼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도 시청자들은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연결고리가 확실하면서도 새로움이 더해져야 하는 숙제가 시즌2의 숙명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좀비버스:뉴 블러드’는 이 숙제를 제대로 푼 느낌이다. 일단 시즌1의 연속성을 갖기 위해서 제주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시즌1의 마지막이 수륙양용버스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며 끝났기 때문에 제주도라는 공간은 서사적으로도 이들이 다시 모이기에 적합한 지대가 된다. 그곳에 기존 생존자인 딘딘, 츠키, 이시영, 덱스와 더불어 새로운 생존자들인 조세호, 데프콘, 코드쿤스트, 태연, 육성재, 파트리샤, 김선태, 안드레 러시 등이 등장한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출연자 구성으로 적절히 배치된다. 그리고 펼쳐지는 좀비들과의 사투를 벌이는 미션들은 시즌1에 비해 확실히 강력해졌다. 좀비들과 끝없는 추격전이 벌어진 네버엔딩 원형 복도를 탈출하는 미션이나, 좀비들이 위아래서 공격하는 와중에 그물망을 타고 올라 건물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는 미션, 헬기를 타고 제주도를 탈출하는 미션, 클럽에서 음악을 활용하는 구출작전 등등 스케일도 커졌고 액션의 강도도 세졌다. 물론 예능으로서 깨알같은 웃음들도 빠지지 않는다. 한껏 긴장하며 진지하게 상황에 과몰입하다가 어느 순간 그걸 깨버리는 현실감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도처에서 빵빵 터진다. 시즌1에서 예능인지 액션 영화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멋진 모습을 보여준 덱스와 이시영의 액션은 이번 시즌에도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2의 압권은 역시 노홍철이다. 과거 ‘무한도전’ 시절부터 그랬지만 언제 배신으로 돌아설지 알 수 없는 이 인물은 ‘좀반인’이라는 캐릭터를 입고 더 강력한 반전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예능이지만 그 틀을 수시로 넘나드는 ‘좀비버스’의 확장된 세계에 딱 어울리는 인물 노홍철의 등장. 시즌2가 한껏 쫄깃해진 이유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11.25 05:43
영화

정하담, ‘아메바 소녀들’ 잘 만났네…독보적 ‘호러+코미디’ 신흥강자 [RE스타]

호러 코미디가 사람이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알 수 없는 ‘한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소녀가 웃음과 섬뜩함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속 배우 정하담의 이야기다.정하담의 새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학교괴담이 현실이 되어버린 개교기념일 밤, 저주의 숨바꼭질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여고생들의 재기발랄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이다. 정식 개봉 전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에 등극했고, 공포 영화 클리셰를 기발하게 깬다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 6일 개봉해 첫 주 독립·예술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극 중 정하담은 수능 만점을 위해 귀신과의 숨바꼭질을 불사한 고3 방송부 선배 지연(김도연)과 은별(손주연), 현정(강신희)들의 간곡한 부름으로 함께하게 된 2학년 민주 역을 맡았다. 일본 종교에 심취해 아무도 찾지 않는 학교 한켠에 종교부 아지트를 차린 민주에게 방송부 친구들은 귀신과 맞설 ‘용병’이 되어주길 요청한 것.영화가 시작한 지 30분 지점에서 결정된 민주의 합류는 작품이 본색을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고괴담’ 같은 고전 공포영화인 척 슬그머니 웃음을 간 보던 전개에 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설정의 민주가 등장하면서 대놓고 웃기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너 같은 캐릭터가 나와줘야 한다”고 제4의 벽(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일컫는 조어)을 뛰어넘는 대사가 직접 나올만큼 기다렸다는 듯 민주, 곧 정하담의 활약이 펼쳐진다. 특유의 말투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정하담은 내내 웃음을 책임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민주의 실수로 위기에 처하는 구간에선 어딘가 서늘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두르며 호러다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런가 하면 후반부에는 B급의 끝을 달리는 파격적인 CG를 몸소 소화하며 신스틸러를 넘어 ‘진주인공’처럼 진격해 코믹의 끝까지 밀어붙인다. 하이라이트인 민주의 회상 장면즈음 되면 정하담이라는 배우가 궁금해질 정도다.정하담은 지난 2015년 박석영 감독의 ‘들꽃’으로 데뷔해 ‘재꽃’, ‘스틸플라워’까지 3부작에 출연하며 충무로 기대주로 부상한 배우다. 특히 ‘스틸플라워’로는 지난 2015년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과 2016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등을 거머쥐며 독립영화계의 신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검은 사제들’과 ‘밀정’,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헤어질 결심’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점차 대중들의 눈도장도 찍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이옥이 열사 역으로 고아성과 호흡을 맞췄으며 지난 2월 공개된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는 인기투표 권력의 중심인 백하린(장다아) 곁의 음침한 모범생 고은별 역을 완벽히 소화해 시청자의 과몰입을 불렀다.이번 민주 역은 그의 출연작과의 연결고리도 눈에 띈다. 정하담은 ‘밀정’의 하나코 역으로는 일본어 연기를, ‘검은 사제들’에서 영주 무당 역을 소화한 이후에도 열렬한 신도(‘신세계로부터’), 악마 그레모리(‘지옥에서 온 판사’) 등 종교와 관련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하담에게 민주 역이 새로운 도전이었던 까닭은 바로 그의 첫 코미디라는 점이다.앞서 열린 시사간담회에서 정하담은 “배우로서 코미디를 줄곧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제안받게 됐다. 이번 영화는 NG가 날까 웃음을 참기 바쁠 정도로 재밌었다”라며 “한본어(한국어+일본어)를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하려 했는데, 감독님이 마치 번역기를 돌린 듯 부자연스럽고 어색해도 된다고 해주셔서 자신감 있게 연기했다”라고 밝혔다.김민하 감독은 정하담을 두고 “제 패에 특급 조커가 생긴 느낌이었다. 러닝타임의 1/3 지점에서 지연과 은별, 현정으로 만루를 만들어놓고 4번 타자로 민주가 등장하면 ‘싹쓸이할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큰 만족을 표했다.소속사 고스트 스튜디오는 일간스포츠에 “그동안 정하담 배우가 독립영화계에서는 묵직하고 어두운 연기를 보여줬다면 이번 ‘아메바 소녀들’로는 밝고 유쾌한 모습도 보여주게 됐다. 앞으로도 독립영화 뿐 아니라 보다 대중과 가까운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할 예정이니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2 06:05
영화

고민시, ‘우리들’ 윤가은 감독 만났다…‘세계의 주인’ 출연 [공식]

배우 고민시가 윤가은 감독의 신작 ‘세계의 주인’을 차기작으로 결정했다.소속사 미스틱스토리 측은 6일 일간스포츠에 “배우 고민시가 ‘세계의 주인’에 출연을 확정했다”며 “고민시 배우가 평소 팬인 윤가은 감독이 좋은 제안을 주셔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세계의 주인’은 18살 평범한 여고생 이주인에게 어느 날 뜻밖의 일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윤가은 감독의 5년 만 신작이자 세 번째 장편 영화다. 윤가은 감독은 단편영화 ‘손님’과 ‘콩나물’로 각각 2012년 클레르몽페랑 영화제와 2014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첫 장편 영화인 ‘우리들’로 지난 2016년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과 2017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등 유수 상을 거머쥐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고민시는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리즈에 이어 지난 8월 공개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며 배역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영화 ‘밀수’로는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거머쥐었다. 충무로 기대주인 고민시와 윤가은 감독이 빚어낼 시너지에 기대가 모인다.한편 ‘세계의 주인’은 현재 촬영 중이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06 16:14
영화

“채무 8억” 한국영화인총연합회, 결국 파산…연말 대종상 어쩌나

대종상시상식을 개최해 온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이하 영협)의 파산이 확정돼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영협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24일 파산 선고 취소 항고심이 기각됐음을 알렸다. 영협은 “지난해 12월 파산 선고에 이어 약 9개월간 회생을 위해 노력했으나 주 채권자의 부동의로 결국 파산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앞서 법원은 지난해 12월 영협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고, 영협의 회생 신청으로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채권자 집회에서 회생안이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했고, 결국 영협은 회생 절차를 철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법원의 파산 선고는 영협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협은 채무가 8억원을 넘는다며 “회원의 회비와 기부금 등으로 유지되는 비영리법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법원의 기각 판결은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영협의 파산으로 대종상시상식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와 관련, 영협은 “올해 대종상의 안정적 개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영화인 결사체로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영협은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영협은) 청산 절차를 걸쳐 63년의 역사를 마치게 된다. 활동을 위해 사단법인이 아닌 영화인 단체로 탈바꿈한다”며 “영화인이 동의하는 한 영협과 대종상은 계속 존재할 것이고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01 00:06
OTT

‘대도시의 사랑법’ 허진호 감독 “퀴어만의 이야기 아닌 삶에 대한 이야기” [IS인터뷰]

“‘대도시의 사랑법’은 원작 소설도 그렇지만 그냥 삶에 대한 이야기예요. 퀴어만의 이야기가 아닌 보편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허진호 감독이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연출을 맡은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지금까지 연출한 수많은 작품이 그러했듯, 보통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퀴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원작 소설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사실 스케줄상 참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막상 원작을 읽고 나니 하고 싶더라”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게이인 작가 고영(남윤수)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의 로맨스다. 박상영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며 박 작가가 직접 극본에도 참여했다. 드라마는 총 8부작으로 4명의 감독이 2편씩 연출을 맡았다. 허 감독은 이 가운데 3, 4회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편 연출을 담당했다. 3, 4회는 대학을 졸업한 고영이 두 번째 사랑인 영수(나현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한국 멜로의 고전으로 꼽히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등을 연출한 허 감독에게도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간단치 않은 작업이었다. 촬영 기간도 한 달 남짓으로 짧았고 준비 기간도 충분치 않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쉽지 않았다”, “어려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영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와닿게 표현하는 일이었다. 영수는 고영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을 남에게 감추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며 결과적으로 이런 성향 때문에 고영에게 쓰라린 상처를 주는 인물이다. 허 감독은 “자기 정체성을 숨기면서 되레 자신과 같은 동성애자를 공격하는 케이스가 있다고 하더라”며 “영수는 그런 인물인데 되게 비겁한 행동이고 그에게도 불행한 선택이겠지만 한편으론 연민을 느껴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극이 고영의 시점으로 진행되다 보니 영수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을 길게 할 순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다만 허 감독은 고영을 연기한 남윤수, 영수를 연기한 나현우의 이야기가 나오자 “대단한 배우들”이라고 연신 칭찬했다. 허 감독은 남윤수에 대해 “‘(남윤수 아니면) 이 작품을 누가 할 수 있겠어’란 생각이다. (남윤수를 보고)보통 연기가 아닌 것 같다고 느꼈고, 배우로서의 자세가 있었다. 그런 것 없이는 할 수 없는 작품”이라며 “동성애를 연기할 수 있는 용기라는 건 존경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만약 나라면 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나현우에 대해선 “표현력이 되게 좋은 배우다. 드라마 ‘인간실격’에서도 나현우와 작업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엄청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몸이 좋으면 고영이 좋아할 것 같아서 캐스팅 했다”며 웃었다. 공교롭게도 허 감독은 ‘대도시의 사랑법’ 공개 직전 신작 영화인 ‘보통의 가족’도 개봉하며 두 작품을 동시에 선보이게 됐다. ‘보통의 가족’은 자녀의 범죄 현장을 목격한 부모의 딜레마를 다룬 서스펜스 스릴러로, 그간 허 감독이 주로 작업했던 멜로 드라마와 또 다른 결의 이야기다.오랜 시간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장르에 꾸준히 도전하는 원동력을 묻자 허 감독은 “이전에는 처음 영화를 만들고 두 번째 영화 만들 때 텀이 되게 길었다. 그래서 제 별명이 ‘올림픽 감독’이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그냥 만들고 있는 상황이 가장 좋고 행복하다”고 털어놨다.“현장이 힘든데 또 그때가 가장 좋기도 해요. 말이 되나 이게?(웃음) 감독도 마찬가지로 촬영 끝나고 빨리 쉬고 싶어요. 그런데 내가 잘 모르는, 혹은 잘 만들 수 있을까 걱정되는 작품도 제의가 오거나 기회가 주어졌을 때 ‘노는 것보다 훨씬 낫다’ 하면서 해보는 것 같아요.”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31 05:50
영화

봉준호 감독 “‘지옥2’는 대작…피 역류하는 흥분감” 극찬

봉준호 감독이 ‘지옥’ 시즌2를 극찬했다. 지난 26일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이하 ‘지옥2’)의 GV(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작품을 쓰고 만든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 참석했으며, 봉준호 감독이 스페셜 게스트로 함께했다.이날 봉준호 감독은 자신을 “‘지옥’ 시리즈 광팬”이라고 소개하며 “‘지옥2’는 대작이다. 저 자신이 지옥 불에서 타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팬으로서 이렇게 오랜 시간 멋진 협업의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영화인으로서 부럽기도 하다”고 극찬했다.이어 “고지, 시연, 의도 같은 간결하고 짧은 단어들로 시리즈의 핵심이 되는 콘셉트들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 느낌이 아주 재밌다. 특히 시연이 시작될 때 이상한 두려움과 흥분감,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과 두려워서 피하고 싶은 두 가지 마음이 같이 든다. 피가 확 역류하는 것 같은 흥분감 같은 게 있더라”고 말했다. 배우들 연기에도 호평을 이어갔다. 봉 감독은 “모든 배우가 훌륭하다. 시리즈가 가진 빠른 속도감과 극단적인 설정들을 배우들이 너무 멋지고 너끈하게 잘 소화해 주신 부분들이 인상적”이라고 치켜세웠다.봉 감독은 또 “연상호 감독 팬으로서 ‘지옥’​을 굉장히 좋아한다. 인간이 느끼는 공포나 나약함, 거기서 벗어나려는 발버둥까지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며 “제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와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공감하고 좋아하는 작품이고,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굉장히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한편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28 09:21
영화

‘1승’ 송강호, 백전백패 배구감독으로 돌아온다

배우 송강호가 신작 ‘1승’을 통해 특유의 소탈하고 유쾌한 매력을 선보인다.‘1승’은 국내 최초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극중 송강호는 지도자 생활 통산 승률 10% 미만, 파면, 파직, 파산, 퇴출 그리고 이혼까지 인생도, 커리어도 백전백패인 배구선수 출신 감독 김우진 역을 맡았다. 김우진은 근근이 운영하던 어린이 배구교실마저 폐업 수순을 밟던 중 한 시즌 통틀어 1승만 하면 된다는 구단주 강정원(박정민)의 제안을 덥석 물어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게 되는 인물이다.송강호는 “김우진은 한때 장래가 촉망받는 선수였지만 인생이 잘 안 풀렸다. 살면서 실패도 맛보고 부족함도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은 구석이 있어서 친숙하고 정이 많이 간다”며 “‘1승’은 스포츠 영화인 동시에 성장 영화”라고 귀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한편 ‘1승’은 오는 12월 개봉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23 10:51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해외 45개국 판매→영화제 릴레이 초청 ‘쾌거’

‘대도시의 사랑법’이 글로벌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21일 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미국,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를 비롯해 멕시코, 벨리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 남미와 더불어 베트남, 몽골,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세계 각지 45개국에 판매됐다.해외 유수 영화제에서도 연이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앞서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는 오는 11월 6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19회 런던한국영화제에 폐막작으로 선정됐다.이 외 제13회 프랑크푸르트한국영화제를 비롯해 제44회 하와이국제영화제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섹션, 제21회 홍콩아시안영화제 어반 인카운터스 섹션, SXSW 시드니 스크린 페스티벌 경쟁 부문 등에도 초청됐다. 하와이국제영화제 애나 페이지(Anna Page) 프로그래밍 디렉터는 “‘대도시의 사랑법’은 현대적인 사랑과 나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을 완벽하게 그려낸 작품”이라며 “김고은과 노상현의 뛰어난 연기를 통해 전형적인 영화의 틀을 깼다”고 극찬했다.‘대도시의 사랑법’은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고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로,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21 15:07
영화

[IS인터뷰] ‘보통의 가족’ 수현 “첫 韓영화, 발 연기처럼 보일까 걱정”

“첫 한국영화였지만, (허진호) 감독님과 선배님들 덕분에 촬영 내내 든든했고 지금도 그래요.”배우 수현이 데뷔 20년차에 ‘보통의 가족’으로 첫 한국영화를 선보였다. 그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을 시작으로 ‘이퀄스’(2015), ‘다크타워: 희망의 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등 다수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했지만, 한국 영화와는 유독 연이 닿지 않았다.수현은 ‘보통의 가족’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인이 되고 싶은 바람이 엄청나게 컸다. 이렇게 첫 한국 영화를 찍어 뿌듯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지난 16일 개봉한 ‘보통의 가족’은 허진호 감독의 신작으로, 각자의 신념을 갖고 살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수현은 변호사 재완(설경구)의 어린 아내 지수를 연기했다.“일상적인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었고 지수가 그랬어요. 제게 잘 맞는 옷 같았죠. 또 어린 엄마(수현은 지난 2020년 딸을 출산했다)란 점에서 시기적인 공감대도 있었고요. 사실 예전에 들어왔던 영화는 공감 포인트가 없었어요. 너무 노출이 심하거나 다크하기만 해서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죠.”그러면서 수현은 “지수는 뜬금없는 면이 있는 캐릭터다. 그 뜬금없음을 어떻게 살려낼지 고민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지수는 가족의 일원인 동시에 그들의 주변을 맴도는 객관적인 관찰자로 기능한다.“지수가 말하는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칫하면 발 연기처럼 보일 수도 있었죠. 그래서 대화를 중간에 치고 들어갈 때 너무 세지 않고 반은 확신이 없는 것처럼 말하면서 여지를 남기려고 했죠.” 베테랑 설경구, 장동건(재규 역), 김희애(연경 역)와의 호흡이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즉답했다. 수현은 “그냥 제 역할에 집중하려고 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자신이 많은 역할은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유명한 배우들과 많이 했다. 그런 데서 떨면 안 된다”고 시원하게 웃었다.수현은 현재 ‘보통의 가족’ 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로도 대중을 만나고 있다. 지난 2021년 드라마 ‘키마이라’를 시작으로 ‘경성크리처’ 시즌1,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등을 통해 꾸준히 국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수현은 계속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고 했다.“곧 다음 작품으로 또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욕심쟁이라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해외 작품도 현지 상황과 한국 활동 등으로 못한 것들이 있었는데 가능하다면 둘 다 계속해 나가고 싶죠. 캐릭터적으로는 외모든 감정이든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뭔가를 해보고 싶고요. 기회가 오고 시간과 체력만 되면 다 하고 싶어요.(웃음) 이제 시작이죠.” 수현은 이날 인터뷰 말미 이혼 보도 후 심경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앞서 2019년 3살 연상의 한국계 미국인 기업가와 결혼한 수현은 지난달 이혼 소식을 전했다. “(이혼 보도가 나간 후)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어요. (이혼을 알릴) 타이밍을 제가 정한 건 아니니까 그냥 물 흘러가듯 받아들였죠. 영화가 개봉을 앞둔 좋은 과정에서 제 일로 폐를 끼치거나 그런 기분이 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홍보 활동에 임하고 있어요.”어떤 배우로 남고 싶으냐는 마지막 질문에는 “딸에게 여성으로서 멋있게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루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여성으로서 존재감, 자존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수동적인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다. 정의롭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부딪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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