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MRI 검사만 5번, 형들이 지쳐보이더라" 124억 강철 유격수는 빨리 돌아오고 싶었다
LG 트윈스 오지환(34)이 시즌 반환점이 훌쩍 지나서야 조금씩 웃음을 되찾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 손에 꼽을 만큼 인터뷰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면서 "선두와 5.5경기 차이를 좁힐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오지환은 지난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5타점은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이다. 종전에는 2타점이 최다였다.
2-0으로 앞선 1회 말 SSG 선발 김광현과 9구 승부 끝에 내야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인 오지환은 3회 말 7-0으로 달아나는 만루 홈런을 쳤다. 5월 12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76일 만에 나온 오지환의 시즌 3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4번째 만루 홈런이다. 공교롭게도 직전 만루 홈런 역시 2022년 9월 6일 잠실 SSG전에서 김광현에게 뽑았다. 경기 후 만난 오지환은 "3연승을 달려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오지환은 최근까지 부상으로 한참 동안 자리를 비웠다. 5월 말 오른 손목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오지환은 복귀를 준비 중이던 2군에서 수비 훈련을 하다가 왼쪽 햄스트링까지 다쳤다. 오지환은 "펑고 수비 중에 마치 둔기로 맞은 듯한 통증과 느낌이었다. MRI(자기공명영상) 검진 결과 역시나 찢어졌더라"며 "햄스트링은 기본 4주 이상 부상이지 않나. 너무 힘들었다. 부상 부위를 직접 꿰맬 수도 없고, 그 와중에 동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엿보였다"고 돌아봤다.
사실 오지환은 '튼튼한 몸'이 강점이다. 주전 유격수로 도약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557경기에 출장했다. 팀 전체 일정의 92.4%를 소화한 것이다. 수비와 체력 부담이 큰 유격수를 맡고 있어 더 대단하다. 구단과 6년 최대 124억원에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 중 한 가지 요인이다. 그는 "이번 부상 때 제 몸에 많이 실망했다. 너무 짜증이 나더라"면서 "그동안 건강에 자신이 있었는데 다치니까 '이게 뭐야' 싶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상 전까지 부진했던 터라 마음이 더 불편했다. 오지환은 6월까지 타율 0.238 2홈런 16타점으로 부진했다. 프로 데뷔 초창기를 제외하면 중간 성적표로는 가장 나쁜 편이다. 홈런(25개)과 타점(87개) 커리어하이였던 2022년과 차이가 크다. 그는 "내 실력이나 팀에 끼치는 영향력이 줄어든 것을 인정해야 했다"고 돌아봤다.그래서 오지환은 1군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그는 "구단에 요청해 MRI를 4~5번 촬영했다. 구단의 시스템이 있지만 몸이 괜찮은 것 같아 계속 월반하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개 부상 직후 진단 차원에서, 또 복귀 직전 최종 검진 차원에서 MRI를 촬영하나 오지환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2~3번 더 병원을 방문한 것이다. 그는 "구단에 죄송했다"며 "팀 성적까지 겹쳐 여러모로 힘들었다.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투지가 생겼던 거 같다"고 했다.
오지환은 부상 복귀 후 공수에서 맹활약 중이다.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381 1홈런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17일 경기 4회 초 박지환의 타구를 멋지게 잡아 처리하기도 했다. 그는 "1군에 올라오자마자 (김)현수, (박)해민이 형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더 으샤으샤하고 싶었다. 팀 분위기를 더 밝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디펜딩 챔피언' LG는 17일 현재 49승 42패 2무(승률 0.538)로 3위에 올라 있다. 선두 KIA 타이거즈와는 5.5경기 차이다. 지난해 우승팀 주장 출신인 오지환은 "5.5경기 반 차이면 얼마든지 좁힐 수 있다"면서 "불펜 투수의 커리어가 있고 자원도 많다"면서 선두 탈환을 다짐했다. 이형석 기자
2024.07.18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