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씨티은행, 다가오는 운명의 날…소비자금융 통매각 vs 부분매각
한국씨티은행의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출구전략'이 이르면 다음 주 중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방향은 '통매각' 혹은 '부분 매각' 중 하나다. 방향이 결정되면 직원들의 희망퇴직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씨티은행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고용 승계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복수의 금융회사들이 씨티은행의 현황을 들여다보는 실사를 이번 주 중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OI를 제출한 금융회사는 4곳으로 전해졌으며, 실사를 마친 이후에는 씨티은행의 입찰대상자 선정과 상세 실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인수의향자가 실사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고, 씨티은행 경영진이 이를 검토하면 이달 중순께는 방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초 씨티은행은 7월 중 전체 매각, 분리매각, 단계적 폐지 중 어떤 방안을 추진할지 확정 짓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일정이 미뤄졌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달 15일 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복수의 금융회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현재 인수의향을 보인 회사들의 실사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실사와 이사회 및 금융당국과의 협의 등 일정에 따라 출구전략의 구체적 실행 방향은 8월에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씨티은행과 노조는 직원의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유 은행장은 "매각에 있어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씨티은행이 매각하려는 사업은 소비자금융과 신용카드 부문이다. 소비자금융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수신 부문과 자산관리(WM) 부문으로 나눠진다. 현재까지 인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매각 대상으로 나온 소비자금융, 신용카드 부문은 덩치 대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두 부문은 전체 대출자산 가운데 80%가 넘는 비중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은행 당기순익에서 차지하는 몫은 19%에 그쳤다. 두 부문에 종사하는 임직원 수가 많은 만큼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는 해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수 의사를 밝힌 금융사 입장에서 돈이 되는 일부 사업만 인수하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운명의 날이 다가오면서 노조는 투쟁 수위를 높이며 대응 중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부분매각을 반대한다는 광고문구를 붙인 랩핑 버스가 광화문·금융위원회·국회 주변에서 순환 운행하고 있다. 또 노조원들은 업무 목적을 위한 SNS 대화방 탈퇴, 근무시간 외 회의 참석 거부, 점심시간마다 30분간 1인 피켓시위 등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래도 씨티은행 노조가 자발적 희망퇴직을 통해 인건비를 줄여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인수 의향 금융사들이 최대한 많은 직원 고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으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매각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최근 "현재 노동조합은 소비자금융그룹 전체 사업부문의 매각과 이에 따른 소속 직원의 고용 승계를 요구한다"면서도 "자발적 선택을 전제로 한 희망퇴직을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도 희망퇴직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유 행장은 CEO 메시지에서 자발적 희망퇴직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폭풍 전야다.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오는 26일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업계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씨티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8.05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