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주간 MVP] ‘4홈런’ 폭발 노시환 “정근우 선배님 홈런왕 예언, 현실되니 신기해”
8월 폭염 속에서도 노시환(22·한화 이글스)의 방망이는 지치질 않는다. 오히려 더 뜨겁게 타오른다.노시환은 8월 둘째 주(8~13일) 출전한 5경기에서 타율 0.333(18타수 6안타) 4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KBO리그 전체 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고, 장타율(1.056)도 독보적인 1위였다. 조아제약과 본지는 노시환을 8월 둘째 주 주간 MVP(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지난 5월 첫째 주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수상이다.
노시환의 맹타는 어느덧 평범한 일이 되어 버렸다. 17일 기준으로 그의 시즌 성적은 타율 0.307 28홈런 80타점, 출루율(0.397)과 장타율(0.575)을 합친 OPS는 0.971에 달한다. 홈런·타점·장타율 등 주요 타격 타이틀 3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특히 홈런 레이스에서 독주 중이다. 8월 보름간 7개를 추가해 멀찍이 달아났다. 특히 지난 9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데뷔 첫 3홈런 경기도 만들었다. 이어 사흘 뒤(12일) 1개, 그날로부터 다시 사흘 뒤(15일) 1개를 더 쳐내면서 생애 첫 30홈런을 향해 뚜벅뚜벅 전진 중이다.
수상 소식을 전해 들은 노시환은 "뽑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지난주 홈런이 조금 많이 나왔다. 한 경기 3홈런 경기도 프로에서 처음 경험했다. 뜻깊은 한 주였다"고 소감을 전했다.임팩트의 백미는 역시 3홈런을 몰아 친 KT전이다. 노시환은 "첫 타석에 홈런이 나온 만큼 이후 타석부터는 장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안타만 치자'고 생각한 게 오히려 홈런 3개를 칠 수 있게 했다"며 "스윙에 힘이 들어갔을 때 결과가 계속 좋지 않았다. 방망이 중심에 맞히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20대 거포'가 사라진 KBO리그에서 노시환의 존재감이 더 강렬하다. 특히 홈런을 친 후 그가 선보이는 호쾌한 폴로스루는 박병호(KT 위즈)를 연상하게 한다. 최근에는 아예 타구를 띄우려는 듯 타격 순간 허리를 젖히는 동작까지 더해졌다. 이는 팬들이 매 타석 그에게 기대하는 시그니처 포즈가 됐다.정작 노시환은 "젖혀지는 건 자연스럽게 나온다. 타구를 띄운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히려 한다. 그러니 오히려 더 타구가 멀리 간다. 배트에 공을 맞혀야 결과(장타)가 나오는 것이니 발사 각도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노시환은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하는 7월 MVP도 수상했다. 현재 페이스라면 시즌 MVP 후보로 손색없다. 그러나 노시환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금 홈런 1위이긴 하지만, 최정(SSG 랜더스·홈런 21개) 선배께서는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분이다.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30홈런이 코 앞이지만, 숫자는 의식하지 않는다. 노시환은 "30홈런 도전은 내 야구 커리어에서 정말 중요한 기록이 될 거다. 30홈런을 경험해 본 것과 해보지 못하는 것은 확실히 다를 것"이라면서도 "욕심은 하나도 내지 않고 있다. 홈런 개수에 신경 쓰지 않고 뛰기에 계속 홈런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이정훈 전 한화 스카우트 팀장(현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은 그를 지명하면서 "향후 KBO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타자"라고 극찬했다. 이후에도 팀 선배 김태균, 경남고 선배 이대호의 후계자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랐다. 이런 기대가 부담될 수 있었지만, 프로 데뷔 4년 만에 그는 이를 현실로 바꿔냈다.
격려와 기대를 남겼던 수많은 선배 중 정근우도 있었다. 노시환은 "신인 때 정근우 선배님이 '넌 분명 5년 안에 홈런왕 할 거다'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때는 내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야구도 잘하지 못할 때여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내가 무슨 홈런왕이야'라고 생각했다"며 "선배님께서 좋게 봐주신 게 현실로 되는 것 같아 (그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고 돌아봤다.노시환은 "기대해 주시는 만큼 최대한 (홈런을) 많이 쳐 팬분들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시즌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내년을 기대할 수 있는 시즌으로 올해를 마치고 싶다"고 다짐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8.18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