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남자의 자존심은 '옷발'에서 나오죠" 남성복 힘주는 패션 대기업들
패션 대기업들이 남성복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남성복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었지만,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을 맞아 남성 캐주얼은 물론 정장 판매량도 다시 급증하자 고삐를 쥔 것으로 분석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패션부문(코오롱FnC)는 45년 역사의 '캠브리지멤버스'를 알리기 위한 새로운 소통을 시작하고,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무려 27년 만에 새로운 남성복 브랜드를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남성복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나섰다. 영국 정통 슈트 DNA 코오롱FnC의 남성복 브랜드 캠브리지멤버스가 20·30세대를 잡아끌기 위한 대대적인 소통을 시작했다. 캠브리지멤버스는 '비욘드 헤리티지' 특별 매장을 20일 문을 열었다. 서울 강남역 1번 출구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이기도 한 특별 매장에서는 캠브리지멤버스가 브랜드 론칭 45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다양한 협업물이 공개됐다. 캠브리지멤버스는 영국에서도 신사복의 거리로 유명한 '새빌 로우'의 유일한 한국인 테일러였던 김동현 트란퀼 하우스 대표와 손잡고 협업 제품을 출시했다. 김 대표와 함께 공개한 투 버튼의 영국식 재킷은 전 세대를 아우를 정도로 '슈트의 정석'이라는 것이 캠브리지멤버스의 설명이다. 젊은 세대와 친숙해지기 위해 일러스트레이터인 성낙진과 협업해 친근하고 새로운 캐릭터 '미스터 찰스'도 선보였다. 찰스는 테니스와 골프를 즐기고 단정하고 젠틀한 젊은 경영인의 모습을 두루 갖췄는데, 이모티콘으로도 공개돼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캠브리지멤버스는 45년 세월 동안 오직 정통 브리티시 슈트에 집중해 온 브랜드 자체가 헤리티지(유산)이자 젊은 세대와의 소통 열쇳말이라고 보고 있다. 이지은 캠브리지멤버스 사업부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캠브리지멤버스는 45년 동안 한결같이 브리티시 슈트만을 이야기해온 헤리티지와 영국 정통 신사복 DNA가 있다"며 "변하지 않는 슈트의 클래식으로 어느 세대가 입어도 멋진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캠브리지멤버스의 마케팅 변화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젊은 소비자층의 유입을 통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주 고객층은 50·60세대였다. 그러나 고급 슈트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따라 20대는 물론 50대가 입어도 되는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캠브리지멤버스만의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성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상우 코오롱FnC 브랜드 매니저는 "캠브리지멤버스 고객 중 30대가 22%, 40대가 23%로 30·40대가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대면이 완화되고 정장 수요가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가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에 따르면 캠브리지멤버스의 20대 매출 비중도 6%까지 증가했다. 매출도 날개를 달았다. 캠브리지멤버스는 작년 대비 올해 약 130%까지 매출이 신장했다. 현 상황이라면 올해 목표인 매출 62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7년 만의 신규 론칭도 코오롱FnC만의 일이 아니다. 남성복 시장이 활력을 얻자 27년 만에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8월 30~4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한 뉴 컨템포러리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를 출시했다. 시프트G는 출근복과 일상복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유틸리티 워크웨어'를 지향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동시에 성공과 가치, 도전과 여유, 디자인과 실용을 중시하는 30·40세대를 위한 새로운 남성복이라는 것이 삼성물산 측의 설명이다. 상당히 오랜만에 들려온 론칭 소식이다. 삼성물산이 마지막으로 남성복을 론칭한 것은 1995년 '엠비오'가 마지막이었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최근 5년 동안 전개 중인 자체 브랜드 상당수를 정리하고,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패션업계가 삼성물산의 이례적인 남성복 브랜드 론칭을 유의미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톰보이'는 최근 남성복 단독 매장을 10개가량 출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여성복 매장에서 남성복 라인도 일부 판매해 왔는데, 앞으로는 남성 고객만을 위한 옷을 만들어 파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남성 정장 시장 규모는 2011년 6조8668억원에서 지난해 4조5028억원(추정치)으로 40% 가까이 축소됐다. 판매가 위축되자 삼성물산은 정장 브랜드 '엠비오' 간판을 떼어냈고, LF 역시 신사복을 이름을 알렸던 '타운젠트'의 오프라인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신통치 않았던 신사복 등 남성복 판매량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리오프닝 직후인 지난 5~6월 남성복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고, 7월과 8월은 각각 30%, 35%씩 신장했다. 신사복의 경우 올 상반기 주요 수도권 백화점·아웃렛 16개 점이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약 19%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는 엔데믹 전환을 맞는 사실상 첫 시즌으로 슈트, 캐주얼 셋업, 경조사를 위한 예복까지 가리지 않고 잘 팔렸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4~5년간 남성복 시장 성장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매출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대기업들이 최근 달라진 남성복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9.21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