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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멜론 차트 9위까지 찍은 ‘이세계 아이돌’…알고보니 버추얼 걸그룹? [줌인]

‘버추얼 가수’의 대중화가 한 발짝 가까워졌다.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하 이세돌)을 통해서다.지난 18일 이세돌의 디지털 싱글 3집 ‘키딩’이 공개됐다. ‘키딩’은 공개 6시간 만에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 톱100 차트 9위까지 순위가 상승했다. 인기 아이돌 팬덤의 총공이 시작되는 오전에도 ‘키딩’은 상위권에 랭크됐다. 22일 오전 10시 기준 ‘키딩’의 순위는 39위다.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같은 시간 기준 217만 회를 찍었다.이세돌의 신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결성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이세돌의 IP를 활용한 웹툰 ‘마법소녀 이세계 아이돌’이 카카오웹툰에서 6월부터 연재되기 시작했다. 웹툰 출시 기념 오리지널 곡 ‘락다운’이 공개됐고, 이 곡은 24시간 동안 115만 6500회 스트리밍돼 멜론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국내 가수로는 28번째이자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올라선 것이다. 일반 아티스트와 비교해도 괄목할 만한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세돌은 데뷔 때부터 일약 스타덤에 오른 버추얼 유튜버 그룹이다. 온전한 가상의 인물인 버추얼 가수와 달리 버추얼 유튜버는 실제 사람이 가상의 캐릭터를 내세워 온라인 방송을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2021년 8월 결성, 같은 해 12월 디지털 싱글 ‘리와인드’로 데뷔한 이세돌은 웬만한 대세 아이돌이 아니면 진입도 힘들다는 멜론 톱100에 36위까지 올랐으며 벅스에서는 1위까지 달성했다.이세돌은 유명 트위치 스트리머이자 유튜버(구독자 156만명)인 ‘우왁굳’이 기획해 만들었다. 2021년 우왁굳은 VR기반 버추얼 아이돌 오디션 공지 글을 올렸고, 가상현실 속에서 오디션이 진행됐다. 이세돌 멤버(아이네, 징버거, 릴파, 주르르, 고세구, 비챤) 6인 모두 실존 인물로, 정체는 공개되지 않았다. 단편적인 콘텐츠에서 끝날 줄 알았지만 예상치 못한 폭발적 인기에 이세돌은 진짜 걸그룹의 모양새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이세돌을 위한 기획사 왁엔터테인먼트와 구독자 30만 명을 웃도는 멤버별 개인 유튜브 채널이 만들어졌고, 매 앨범마다 수준급의 뮤직비디오도 제작됐다. 안무도 완성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댄스 챌린지를 시도하거나 온라인 팬미팅이 개최됐다.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세돌의 진짜 매력은 노래에 있다. 청순한 콘셉트를 내세운 이세돌은 그에 걸맞은 아련한 감성이 돋보이는 곡을 발매해왔다. 데뷔곡 ‘리와인드’는 우왁굳과 시청자들이 함께 작사한 노래로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그린 예쁜 가사와 화려한 밴드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다. 최고 음이 3옥타브 '라' 일 정도로 음역대가 상당히 높지만, 이세돌은 시원한 보컬 실력을 자랑하며 노래를 완벽히 소화한다. 최근 발매된 ‘키딩’은 조금 더 밝은 분위기의 톡톡 튀고 키치한 느낌이 돋보인다. 이세돌이 이처럼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먼저 독창적 콘텐츠로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했던 우왁굳의 첫 오디션 방송으로 기존 구독자들 사이에서 이목을 끌었다는 점이다. 가상현실에서 진행된 서바이벌은 신선함과 함께 호기심을 유발했고, 이세돌이 결성된 후 발매된 곡들은 구독자가 아닌 대중이 들어도 좋다 느껴질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여기에 실제 사람이 아바타로 활동하며 유튜브에 댓글을 남기고 트위치로 생방송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며 견고한 팬층이 형성된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기존 가수는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낼 때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공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추얼 가수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며 “현재 AI를 활용한 버추얼 콘텐츠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고, 점점 가상현실에 대한 소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버추얼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08.23 07:54
연예

[취중DOL②] 오마이걸 "이세돌부터 트와이스까지 팬 인증, 정말 놀랐죠" (인터뷰)

찾았다, 오마이걸의 반전매력. 이들을 만나기 전까진 청순하고 수줍음 많은 소녀들인 줄 알았다. 이슬만 먹고 사는 요정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작은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에 압도됐다. 끊임없는 수다로 멀리서 부터 등장을 알리더니, 지칠줄 모르는 셀카 삼매경과 모바일 게임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집념까지 20대 또래들의 발랄함 그 자체였다.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비워내는 털털함도 장착했다. 촬영 전엔 걸걸한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쳐 주위 스태프들의 미소도 불렀다. 오마이걸은 올해 활동을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왔다. 2015년 데뷔 이래 변화무쌍한 무대로 '컨셉트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지난해 Mnet '퀸덤' 출연을 계기로 실력까지 입증했다. 인지도에 더한 6년차 실력을 보여줄 시간이 왔다. 오마이걸은 "타이틀곡 제목처럼 설레는 컴백"이라면서 기다림에 보답하는 활동을 약속했다. -데뷔 때와 비교했을 때 변한 멤버는 누군가요. 효정 "솔직히 다 변했어요. 안에 있는 모습은 똑같이 순수하고 그대로지만 조금 더 멋있어졌어요. 특히 미미가 데뷔 할 때는 곰돌이 같아서 '곰미미'라고 불렸는데 이젠 섹시하기까지 해요. 재킷 입은 미미 보니 정말 멋있어요. 유아, 비니, 아린은 정말 말랑말랑한 아가들이었는데 이젠 제게 언니노릇을 하더라고요. 힘을 주고 응원해줘요. 오마이걸 리더라서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서로 활동에 적응하느라 바빠 누굴 챙겨줄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서로 챙겨주죠." 아린 "애교가 많아진 멤버는 효정 언니에요. 언니가 최근에 또 애교송을 만들더라고요." 미미 "데뷔 초때는 효정 언니가 리더의 무게가 있어서인지 애교가 전혀 없었어요. 지금은 언니가 우리를 편하게 대해줘요." 승희 "다들 강해지는 것 같아요." -오마이걸은 걸그룹을 설레게 하는 그룹으로도 유명하죠. 유아 "막내 아린이가 정말 귀엽잖아요. 저였어도 아린이를 좋아할 거예요." 승희 "트와이스 분들이 공항패션으로 굿즈를 입어주신 것을 봤어요. 정말 놀랐고 감사했죠. 그걸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우리끼리 잘 놀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들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바둑기사 이세돌 프로가 오마이걸 팬을 자처했는데 소감은요. 승희 "우리 얼굴 모두 알아봐주시고 노래 도입부만 살짝 불러도 바로 알아주시더라고요. 정말 영광이에요." 미미 "요즘 팬 중의 팬을 '찐팬'이라고 하잖아요, 이세돌 프로님이 '우리 찐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아 "정말 유명하신 분이 우리를 좋아하신다고 하니 정말 신기했어요. 부모님도 뿌듯해하시고 좋아하셨어요." -코로나 19 상황으로 팬들과의 자리가 없어 아쉽진 않나요. 승희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팬 사인회를 네이버 V앱으로 생중계하거나 영상통화로 하더라고요.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아요. 우리도 여러가지 온라인으로 다양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어요." -유튜브를 하는 멤버들도 있죠. 미미 "영상에서 다양한 커피 제조법을 소개해주고 있어요. 광고 모델은 아니지만 카누를 좋아해서 여러가지를 섞어보기도 하는데요, 바나나우유랑 카누를 섞으면 정말 맛있더라고요. 최근에는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 봤어요. 휘핑기로 했는데 30분 정도 저었던 것 같아요. 비니가 카페에서 파는 것보다 맛있다고 칭찬해줬어요." 효정 "데뷔 전 찍은 현아 선배님의 '버블팝' 커버 영상이 온라인에서 역주행을 했더라고요. 예쁘게 봐주셔서 신기하고 이틀에 한 번 정도 새로운 댓글도 체크하고 있어요. '퀸덤' 이후 역주행이 시작된 것 같은데 열심히 연습했던 과거의 모습을 사랑해주시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행복해요." 유아 "댄서인 오빠와 함께 춤추는 영상을 가끔 올려요. 아버지가 워낙 몸을 잘 쓰시는데 유전인가봐요. 원래 기계 체조 선수셨거든요." 승희 "유튜브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영상이 있어요. Mnet '슈퍼스타K' 오디션 영상인데 앞뒤 상황이 편집되어서 나가서 살짝 억울해요. 당시 옥주현 선배님이 심사위원이었는데 '야구장에 초청된 가수라고 생각하고 애국가를 불러보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컨셉트에 몰입해서 분위기를 올렸는데 방송 보니까 혼자 이상하더라고요." -아린은 드라마 '소녀의 세계' 주연으로 활약 중이죠. 아린 "웹툰 원작이라 촬영 전에 다 읽어봤어요.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캐릭터에 맞추려 노력했죠. 러브라인은 크게 없지만 인기가 많은 캐릭터라서 재미있었어요. 요즘 혼자 스케줄하는 시간이 늘면서 언니들이 떠오를 때가 많아요. 제가 언니들에게서 봤던 모습을 혼자 하고 있더라고요. 언니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서 주변에서 칭찬도 많이 받고 있어요.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비니는 '아육대 육상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평소 운동법이 있나요. 비니 "원래는 운동을 안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는 테니스나 탁구 등 생활 운동 위주로 즐겼고 짧지만 선수 생활도 했거든요. 그런데 크면서 운동과 멀어지다가 요즘에 효정 언니의 도움으로 다시 운동의 길로 들어섰죠." 효정 "정말 뿌듯해요. 필라테스를 하면 근육도 많이 늘고 자세도 좋아지거든요." 비니 "미미 언니도 함께 다녔으면 좋겠어요. 언니가 운동을 힘들어하지만 같이 다니면 재밌을 거예요."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 2020.04.27 10:00
무비위크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이세돌, 걸그룹 입덕 사연 공개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SBS 예능프로그램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 출연한다. 최근 진행된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녹화에서 호스트 이동욱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 뿐만 아니라 ‘(평범한) 인간 이세돌’의 모습에도 주목했다. "평소 이세돌의 실제 성격은?", "아내와의 첫 만남이 기억 나는지" 등을 묻기도 했는데, 이세돌 9단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동욱은 물론, 쇼MC 장도연 등 모두가 술렁였다는 후문이다. 녹화 방청을 함께 한 아내 김현진 씨는 이세돌 9단의 요즘 취미를 폭로했고 당황한 이세돌 9단은 "이건 정말 특급 시크릿인데"하며 최근 걸그룹에 입덕한 사연을 수줍게 공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동안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이세돌 9단의 모습은 '시추에이션 토크'에서도 이어졌다. 독특한 상황을 설정, 게스트의 색다른 매력을 담는 시추에이션 토크에서는 호스트 이동욱과 승부사 이세돌의 대결이 펼쳐진다. 압도적인 수읽기 능력과 집중력을 앞세워 센돌·바둑계 풍운아·바둑천재 등으로 불리는 이세돌 9단은 이동욱과 대결을 펼치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긴장된 모습을 보이는 등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18일 오후 10시 방송.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19.12.18 10:27
스포츠일반

알파고 이긴 유일한 인간 이세돌 "신의 한수 78수? 꼼수였죠"

프로기사직을 내려놓은 이세돌(36) 9단은 "홀가분하다"고 했다. 1995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 9단은 최근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내고 24년 4개월간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바둑 영웅이 무대에서 내려온 것이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사직서를 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복잡미묘한 심경이 읽혔다. 은퇴 소감을 듣기 위해 25일 서울 충정로 한 음식점에서 이 9단을 만났다. 이 9단은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오는 길에 걸그룹 '오마이걸'의 노래 '불꽃놀이(Remember Me)'를 들으며 왔다고 했다. 그는 노래를 들려주며 "10년이 지나도 기억해달라는 내용인데 요즘 심정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요즘 나의 최애곡"이라고 설명했다. 노래에는 '잊지 말아줘 아주 오래 지나도 가끔 날 그려줘'라는 가사가 나온다. ━ 스스로 느낀 한계에 은퇴 결정 은퇴 시기에 대해 이 9단은 "원래는 2018년에 은퇴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마지막이 되니 은퇴하는 게 쉽지 않았다. 미련이 생기고 아쉬웠다"며 "그래도 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끝내자는 생각이 들어서 커제에게 박살이 나고 (은퇴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그는 중국 커제 9단과 겨룬 '3ㆍ1운동 100주년 기념 대국'에서 패한 뒤 올해 안에 은퇴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렇게 마음을 굳힌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느낀 한계 때문이다. 이 9단은 "2016년은 ('알파고'와의 대결로) 정신이 없었고, 2017년을 지나며 은퇴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며 "점점 예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바둑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AI)까지 나오니 미친 듯이 공부를 해서 다시 일인자가 돼도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는데, 내가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한국기원과의 불화도 은퇴에 한몫했다. 이 9단은 2016년 5월 프로기사회가 권한을 남용하고 적립금을 부당하게 뗀다는 이유로 기사회 탈퇴를 단행했다. 현재 한국기원과 이세돌 9단 측의 적립금을 둘러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적립금은 이 9단이 기사회를 탈퇴한 뒤 한국기원이 기사회의 요청에 따라 그에게 지급하지 않고 보관해온 상금 공제액을 뜻한다. 약 3200만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 9단과 한국기원과의 불화는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2009년 이 9단이 한국리그에 불참하고 중국리그에 출전하겠다고 하자 한국기원이 징계 결의를 내렸고, 이에 맞서 이 9단이 6개월간 프로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9단은 "당시 매우 화난 상태라 일본 기원에 들어가는 것까지 고민한 적 있다"며 "하지만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일본이 호감이 가는 나라가 아니라 그만두었다. 어느 곳에서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알파고'와 대결 전에 패배 직감 24년 4개월의 프로 생활 중에 가장 기억나는 바둑은 역시 구글 딥마인드 AI '알파고'와의 대결이다. 이 9단은 당시를 회상하며 "대결 전야제 때 이미 내가 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글 팀이 너무 자신감이 넘쳐서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원래 인터넷 댓글을 잘 보지 않는데, 유일하게 알파고에 3연패하고 나서 얼마나 욕을 먹고 있나 궁금해서 찾아본 적 있다"며 "생각보다 사람들이 욕을 많이 안 하더라"고 말했다. 이 9단은 '알파고'에 3패 한 뒤 기적 같은 승리를 거뒀다. 이때 거둔 1승은 지금까지도 인간이 AI를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로 남아 있다. 승리는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수 덕분이었다. 이 9단은 78수에 대해 "사실 78수는 꼼수였다. 정확히 받으면 먹히지 않는 수였다"며 "지금도 중국 AI '절예'에 버그가 생기듯 일종의 버그였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 9단은 '알파고'와 대결 당시 딸과 함께 대국장에 등장했는데, 딸을 끔찍이 아끼는 모습 때문에 '딸바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9단은 "딸이 내년에 15살이 된다"며 "이제는 게임을 한다고 밥을 먹을 때도 밖에 나오지 않고 자기 방에서 먹으려고 한다"고 걱정을 늘어놓았다. 그는 다음 달 18~21일 국내 AI '한돌'과 은퇴 대국을 벌인다. 치수 고치기 대결인데, 첫판은 두 점을 깔고 덤 7집 반을 주고 시작된다. 이 9단은 "두 점을 깔고 두는 첫판은 아마도 내가 질 것 같다"며 "요즘 바둑 공부는커녕 바둑 뉴스도 제대로 보고 있지 않다. 은퇴까지 했는데 편하게 두고 싶다"고 했다. 사람과 AI의 실력 차이에 대해선 "최강 그룹이라면 두 점에도 해볼 만하겠지만, 호선에는 절대 사람이 못 이긴다. 3점은 아닐 것 같고 2점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 "나는 한 수 앞을 보지 못한다" 한때 세계 무대를 평정했던 그에게 라이벌은 누구였을까. 잠시 고민하던 이 9단은 "라이벌은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 9단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그나마 이 9단의 라이벌로 불렸던 인물로는 중국의 구리 9단이 있다. 둘은 동갑내기로 여러 면에서 비교되곤 했다. 2014년에는 두 선수의 10번기가 성사됐는데, 이 9단이 6승 2패로 승리했다. 이세돌 9단은 "10번기는 내가 자신 있어서 한 것인데, 중국에서 경기가 열려서 오히려 구리에게 불리한 면이 많았다. 중국은 주변에서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구리가 나에게 라이벌이란 개념은 없었다. 구리는 좋은 프로기사고 좋은 친구"라며 "그래서인지 10번기가 끝나고 그와 관계가 잠깐 애매해지기도 했다.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10번기가 끝나고 내가 구리에게 많이 졌던 거 같다"고 회고했다.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섰던 그지만, 아직도 바둑은 '알 수 없는 존재'다. 이 9단은 "아마추어들이 나에게 물어보는 질문 중 가장 답하기 어려운 것이 '왜 이 자리에 뒀냐'는 것이다. 오랫동안 바둑을 둬왔으니 대충 감각으로 두는 것인데 이유를 물으니 난감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또한 "바둑은 양자택일을 넘어서 삼자 택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으로 둘뿐이다. 쉬운 모양이 아니라면 실은 한 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은퇴 이후 행마를 묻자 "일단은 쉬고 싶다"고 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처럼 정치에 뜻이 있느냐고 묻자 "나는 그런 자리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더구나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좀 더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2019.11.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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