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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석, 세계 무대 꿈에도 절차와 매너는 필요하다 [이은경의 스톱.워치]

여준석(20·고려대)이 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 농구에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유망주가 세계 무대에 도전하겠다는데, 그를 응원하지 않을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도전에는 분명 아쉬움도 남았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까지의 절차다. 여준석은 농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데 경기 다음 날 갑자기 대표팀을 나가더니 미국으로 떠났다. 여준석은 농구 대표팀에 소집돼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7월 12일 개막·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을 준비 중이었다. 여준석 아버지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대표팀과 필리핀의 평가전이 열린 18일 저녁에 미국 에이전시 측으로부터 G리그 팀들의 쇼케이스에 초청받았다는 레터가 도착했다고 한다. 쇼케이스는 7월 중순에 열린다. 여준석은 여기에 100%의 힘을 쏟아붓기 위해 미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2주간 현지 트레이너와 훈련한다는 계획이다. G리그는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다. NBA에 가겠다는 꿈을 가진 미국, 그리고 전 세계 농구 선수들이 몰린다. 여준석은 G리그 팀 관계자 앞에서 경기를 하고 그들의 마음에 들 경우 스카우트될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여준석은 고려대 소속이며, 팀은 대학리그를 치르는 중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지난달 대표팀에 뽑혀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훈련 중이었다. 추일승 대표팀 감독도, 주희정 고려대 감독도 모두 여준석이 7월 쇼케이스에 참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전혀 하지 못했다. 농구팬들도 마찬가지였다. G리그 입성 가능성이 있는 기회를 잡기가 쉬운 게 아니다. 그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여준석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18일 대표팀 경기에서 활짝 웃으면서 인터뷰했던 여준석이 갑자기 ‘미국 갈 기회가 생겼다’며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하고 서둘러 떠나는 뉴스를 보고 팬들은 황당해 했다. 가장 당황한 건 팀을 이끄는 책임자들이었을 것이다. 추일승 감독과 주희정 감독은 모두 19일 오후 여준석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면담 요청을 받았고, 이 자리에서 미국으로 떠나겠다는 선수의 말을 들었다. 여준석의 요청을 풀어보자면 ‘난 일단 다가오는 경기에 뛰지 못하고, 지금 팀을 나가겠다. 언제 돌아올지는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스무 살 에이스의 당돌한 ‘통보’를 듣고도 담담하게 선수의 입장만 생각해 줄 감독이 있을까. 젊은 제자의 꿈을 막는 감독으로 비칠까 봐 이들은 냉가슴을 앓으며 기자들에게는 “여준석의 꿈을 응원한다”고 했다. 여준석 측은 미국행이 너무나 갑작스럽다는 질문에 “해외 진출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학 시절 G리그를 경험했던 방성윤, 이대성 등도 대표팀 소집 도중 갑자기 미국으로 떠난 경우는 없었다. 한국에서 ‘꽃길’이 보장되어 있는데도 여준석이 더 큰 무대에 도전하는 건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꿈을 향한 첫발이 ‘대표팀 도중하차’로 시작한 건 아쉽다. 도전은 도전이고,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과정에서는 팬을 포함한 관계자에게 예의를 갖춘 설명이 필요했다. 꿈을 준비하는 과정과 대표팀 선수로서 훈련하는 과정 사이에서 일정 충돌이 일어났더라도, 경착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궁금하다. 여준석에게 미국 무대가 진지하고 큰 꿈이듯, 다른 누군가에겐 대표팀 유니폼이 그토록 진지하고 큰 꿈일 수도 있다. 스포츠 2팀 2022.06.23 14:02
스포츠일반

[이은경의 스톱, 워치] 독이 든 성배가 되어버린 도쿄 올림픽, 선수들은 무슨 죄

개막(7월 23일)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도쿄올림픽을 두고 전 세계가 “왜 강행하냐”며 아우성이다. 개최국 일본에서조차 대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점입가경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26일자 지면에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단으로 실었다. 아사히 신문은 도쿄올림픽 후원사다. 이 신문은 “도쿄올림픽 개최를 순리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올림픽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26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일본 정부는 더 진지하게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의견 기사를 냈다. 이 매체는 “일본 국민 대다수가 중지 혹은 연기를 요구하는데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정부는 듣지 않는다. 안전하다는 근거도 없이 억지로 개최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는 걸 포기한 오만함마저 느껴진다”고 썼다.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25일 기준 3901명이었다. 일본 정부는 도쿄 등 10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포했고. 다음 달까지 이를 연장할 예정이다. 일본의 백진 접종 비율은 3.9%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뉴질랜드 정부의 공중보건 고문인 마이클 베이커(오타고 대학 교수)가 “지금 올림픽을 개최하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그리고 그 변이 바이러스가 대유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규모로 이동하고 모이는 올림픽 개최는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본이 코로나19 방역에 사실상 완전히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25일 일본에 대해 여행 금지 권고 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는 미국 선수단을 보낸다고 했다. ‘닛칸 겐다이 디지털’은 “일본에 가지 마라. 하지만 올림픽은 괜찮아. 이런 논리는 도대체 무슨 소린가”라고 꼬집었다. 이 와중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올림픽의 꿈을 위해 우리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고 말해 불 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이다. 도쿄올림픽 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지난 5년 동안 그야말로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도쿄올림픽은 예정보다 1년이 연기됐고, 그 사이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선수들은 해외 전지훈련은 고사하고 평소 훈련하던 체육관, 안정적인 훈련지인 진천선수촌 입촌마저 제한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훈련 장소를 찾아 땀을 흘렸다. 아마추어 종목, 흔히 ‘비인기 종목’이라 불리는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은 4년에 한 번 올림픽 때 그나마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스포츠 선수가 20대에 전성기를 보내면 서서히 정상에서 내려오는 게 숙명이다. 커리어에서 올림픽 무대에 설 기회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 귀중한 시기에 선수들이 듣는 소리가 온통 “올림픽 하긴 하는 거야?”라든가 “도대체 왜 강행하는 거야?”, “일본에서 하는 올림픽은 그냥 망했으면 좋겠어!” 등의 악담과 아우성이라는 사실은 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지난달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D-100 미디어 데이에서 펜싱 대표 구본길은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서 올림픽을 꼭 해야 하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선수들의 입장이 아니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인생이 걸려있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든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 일본 정부와 IOC가 쉽게 올림픽 취소 결정을 못 하는 건 올림픽에 걸려 있는 돈이 너무나 커서다. IOC가 거대한 돈을 주무르게 된 건 올림픽에서 젊음과 열정을 쏟아낸 위대한 스포츠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난감한 얼굴로 전전긍긍하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아니다. 올림픽을 꿈꿔왔던 전 세계의 젊은 선수들이다. 24세의 ‘노장’ 체조 스타 시몬 바일스(미국)는 “올림픽이 1년 연기됐기에 훈련을 더욱 거듭해서 고난도 기술을 해낼 수 있었다”며 최근에 일부 남자 선수만 가능하다는 초고난도 연기를 성공시켜 화제가 됐다. 수영 선수 이케에 리카코(일본)는 1년 동안 백혈병을 이겨내고 대표 선수 타이틀을 다시 따내는 인간 승리 드라마를 썼다. 지난 1년간 이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전 세계 곳곳의 선수들이 기적 같은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 반면, IOC와 일본 정부는 믿을 만하고 안전한 대회 기반을 만드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그런데도 돈 계산만 하고 있다. 그 결과 도쿄올림픽은 벌써부터 개최국과 참가국 모두에게 축제가 아니라 골칫거리이자 딜레마가 되었다. 대체 5년 동안 이 악물고 준비한 선수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스포츠팀 에디터 2021.05.27 05:10
스포츠일반

[이은경의 스톱, 워치] 주폭(酒暴)이 자꾸 나오면 그건 프로가 아니다

챔피언결정전을 코앞에 둔 프로농구가 음주 폭력 사건, 음주운전 사건으로 더 시끄럽다. 지난달 26일 4강 탈락이 확정된 울산 현대모비스는 이날 밤 숙소 식당에서 선수단이 회식을 했고, 이 자리에서 기승호(36)가 동료 네 명을 취한 상태에서 폭행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장재석(30)은 안와골절을 당했을 정도로 부상이 심각했다. 기승호는 지난달 30일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재정위원회에 회부돼 선수 제명 중징계를 받았다. 현대모비스 구단은 제재금 1500만원을 내야 한다. 술과 관련한 사고는 또 있었다. 지난달 초 서울 삼성의 20대 초반 젊은 가드 A는 경기도 용인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게 뒤늦게 알려졌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고 한다. 프로농구 선수의 음주운전 뉴스는 잊을 만하면 다시 나온다. 지난 2018년에는 박철호가 음주운전으로 36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2017년에는 김지완이 20경기 출전 정지당했다. 2014년에는 김민구가 대표팀 차출 중 음주운전 사고를 내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김민구는 출전정지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그 이전에는 더 심했다. 프로농구가 1997년 출범했는데, 10여 년이 지나도록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 비시즌 때 음주운전으로 신문 사회면에 이름을 올렸다. 짚고 넘어갈 것은 현재까지도 프로농구가 아직 술에 관대하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에도 고양 오리온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 일부가 방역 수칙을 어기고 체육관에서 분위기를 다잡는 회식을 했다가 제재금을 냈다. 시즌 중 “술 한잔하면서 팀워크를 다진다”는 게 그럴듯한 이유가 되는 곳이 프로농구다. 냉정하게 따지면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친 선수가 나왔을 때 구단이 사과문을 올릴 이유도 없다. 구단이 미성년자의 보호자도 아닌데 선수를 일일이 감시하고 관리할 수도 없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연맹이나 구단의 철저한 교육을 강조하는 해결 방안이라는 것도 여전히 ‘구단의 돌봄’을 강요하는 아마추어 같은 처사다. 단, 선수의 일탈이 나왔을 때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차 없는 제재를 내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 프로농구에서는 술 먹고 사고를 낸 선수가 나오면 먼저 구단이 공식 사과를 하고, 선수에 대한 제재를 최소화하려고 눈치를 본다. 농구에서는 몇십 년 전 스타 플레이어들이 ‘말술’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무용담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그렇게 이어진 분위기는 아직도 확실한 단절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왜 농구는 유독 음주에 관대하다는 느낌을 줄까. 상대적으로 축구, 야구는 해외 무대를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데 비해 농구는 더 큰 무대로 도전해 성공한 사례가 없는 ‘로컬 종목’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서 선수들 스스로 더 발전할 기회를 찾지 않고 안주하면서 술을 진탕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닐까. 아마 이런 ‘가설’은 듣는 것만으로 농구인은 불쾌하고 자존심 상할 것이다. 그러나 연이어 터지는 ‘주폭(酒暴)’ 사건의 원인에는 전반적으로 자기관리에 느슨한 문화가 분명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테니스 레전드 이형택(45)이 인터뷰 중 이런 말을 했다. “대학 때까지만 해도 외국의 큰 대회에 나갈 때는 출정식을 한다며 술도 많이 마시곤 했다. 아마추어 문화였다. 그런데 ATP투어에서 경쟁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을 접하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프로는 스스로 관리하고 경쟁하는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술을 완전히 끊었을 때 내 몸이 달라진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로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술을 입에 안 댔다.” 지금은 2021년 5월이다. 이제 지켜보고 또 지켜보다 지친 팬들이 프로 선수들을 향해 술 문화 자체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정작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고액 연봉을 받는 그들만 모른다. 스포츠팀 기자 2021.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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