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기아차, 하반기 신차 잔치…쌍용·르노·한국GM 어쩌나
현대·기아자동차가 하반기 신차를 쏟아낸다. 중형 스포츠다목적차(SUV) 싼타페를 시작으로 제네시스의 두 번째 SUV GV70, 기아차 카니발 등 소비자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모델을 선보여 안방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 경쟁 심화로 이어져 나머지 완성차 중견 3사(르노삼성·한국GM·쌍용차)에는 심한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싼타페·투싼·카니발·GV70 출격 대기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신형 싼타페를 시작으로 투싼, GV70 등 SUV 신차를 연이어 출시한다. 첫 주자는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의 부분 변경 모델인 '더 뉴 싼타페'다. 현대차는 최근 내·외장 디자인을 공개했고 이달 중 '디지털 언박싱' 행사를 통해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싼타페는 앞선 5년간 연평균 8만3000대가 팔릴 정도로 지속해서 인기가 많은 국내 대표 중형 SUV다. 2018년에는 10만대가 넘게 판매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더 뉴 산타페는 외장 디자인을 기존 모델보다 웅장하고 강인한 인상으로 구현했고 실내는 고급스러움과 직관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싼타페에 이어 준중형 SUV를 대표하는 투싼의 완전변경 모델도 출시된다. 4세대로 등장할 투싼은 실내 공간을 대폭 넓히고 기존 가솔린과 디젤에 더해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투싼은 앞선 5년 동안 연평균 4만8000대가량이 팔렸다. 제네시스 GV70도 하반기 등판이 예정돼 있다. 제네시스 첫 SUV인 GV80보다 한 체급 작은 GV70은 이미 디자인이 '예쁘다'는 소문이 돌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GV80은 가격대가 7000만∼8000만원대로 고가인데도 몇 달씩 대기해야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연말에는 제네시스 G70 부분변경 모델도 나온다. GV80부터 도입된 '두 줄' 디자인이 G70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대차는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고성능 N라인도 준비 중이다. 신형 아반떼는 지난달 월 9000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다. 여기에 선택 폭이 늘어나면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도 고성능 N라인이 대기하고 있다. 기아차도 대대적인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기대를 받는 모델은 '카니발'이다. 4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카니발에는 카투홈, 디지털키, 스마트 주차보조 등 기아차의 혁신 기술이 모두 담길 전망이다. 기아차는 하반기 스포티지 5세대 완전변경 모델도 출시한다. 주력이던 디젤 모델 외에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닉과 스팅어 역시 부분 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후발주자는 신차 가뭄 신차 풍년인 현대·기아차와 달리 후발업체들은 신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하반기 신차를 준비 중인 곳은 르노삼성 1곳에 불가하다. 르노삼성은 상반기 XM3 성공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전기차 ‘조에’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조에는 1회 충전 시 400km 주행이 가능하며, 3000만원대의 다소 저렴한 가격대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SM6 부분변경 모델과 QM6 연식변경 모델도 출시한다. 이에 비해 쌍용차의 신차 라인업은 더욱 부실하다. 쌍용차는 경영 위기 속에 하반기 G4 렉스턴 부분변경 모델과 티볼리 에어 재출시를 통해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G4 렉스턴의 경우 쌍용차 모델 중 판매 비중이 가장 낮으며, 티볼리는 셀토스·XM3·트레일블레이저 등에 밀려 판매가 급감한 상황이라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에 쌍용차는 모회사인 마힌드라가 대주주 자격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데다, 우리 정부도 쌍용차 지원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어 사면초가의 상황에 부닥쳤다. 한국GM은 더욱 심각하다. 하반기 출시가 확정된 신차가 없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의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생겨 출시 일정을 확신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 쏠림현상 '경고등'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하반기 신차를 쏟아냄에 따라 내수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1~5월 내수 시장에서 43만8667대를 판매, 시장 점유율은 80.7%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 10대 중 8대가 현대·기아차이고 나머지 2대를 르노삼성·쌍용·한국GM이 나눠 가졌다는 얘기다. 이에 일부에서는 후발업체 3사가 고사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미 3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지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한국GM은 임원 급여를 삭감했고 최근 인천 부평공장 앞에 있는 물류센터(LOC) 대지 매각 검토에 들어갔다. 르노삼성은 직영 서비스센터 12곳 중 일부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직영과 협력업체 형태로 400여 곳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폐쇄되는 센터의 직원을 다른 부문으로 전환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올해 임금삭감 및 복지 축소 등을 통해 1000억원 이상을 절감하고 최근 구로에 위치한 서울서비스센터를 1800억원에 매각했다. 현재 정부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요청하는 등 경영개선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지배권 포기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수출 부진에 공장 가동은 이미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견 3사가 무너질 경우 소비자 선택권 축소는 물론 경쟁사인 현대·기아차에도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각각의 전속 협력사들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지만, 다수의 협력사가 복수의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한다"며 "완성차 한두 곳이 무너질 경우 산업 생태계가 흔들려 결국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nag.co.kr
2020.06.1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