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이례적 '유감' 표명까지…안방 또 빼앗긴 부산, 결국 경기장 임시 이전
“최근 이슈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부산 아이파크가 황당한 이유로 ‘또’ 안방을 빼앗겼다. 시즌이 한창인 시기, 다른 두 팀의 친선경기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탓이다. 결국 부산은 8월 홈 2경기를 구덕운동장으로 옮겨 치르기로 했다. 선수단뿐 아니라 팬들도 고스란히 피해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구단과 팬들에 대한 부산시의 존중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구단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힌 배경이다.부산 구단은 지난 2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최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승격에만 집중하고자 8월에 열리는 2경기를 구덕운동장에서 진행하고자 한다. 팬 여러분께 좋은 성적과 경기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덕에서 열리는 대상 경기는 5일 천안, 15일 전남전이다.승격을 위한 순위 경쟁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 부산이 홈 경기장을 임시로 바꿀 수밖에 없는 건 파리생제르맹(PSG·프랑스)의 내한 친선경기(전북 현대전)가 오는 3일 안방인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친선경기 여파로 이틀 뒤 예정된 천안전은 정상 개최가 어렵다. 부산시에 임대료를 내면서 엄연히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돌연 다른 두 팀의 친선경기를 이유로 쫓겨난 셈이다.더 황당한 건 이번 친선경기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취지로 계획됐다는 점이다. PSG의 친선경기 상대로 부산시를 연고로 둔 부산도 아닌, 엑스포 유치 활동을 지원하는 현대자동차를 모기업으로 둔 전북이 상대로 낙점된 것이다. 결국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친선경기에 정작 부산 구단과 팬들은 외면받는 ‘촌극’이 일어난 것이다.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의 이른바 '부산 아이파크 패싱'이 구단과 팬들의 분노를 들끓게 하고 있다. 구단 실무자들조차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PSG와 전북의 친선경기가 열린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을 정도다. 부산 구단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경기장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팬들을 위해서라도 구덕운동장에 가변석 설치 등을 요청했지만 부산시는 이마저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는 고스란히 부산 팬들의 몫이다.
더구나 부산이 이번처럼 안방을 빼앗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콘서트 개최나 A매치 준비 등을 이유로 수차례 안방을 내준 채 다른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심지어 관중석에 지붕조차 없는 보조경기장에서 K리그 경기를 치른 적도 있었다. 구단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부산시의 행태가 반복되니, 부산시를 향한 팬들의 불만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부산 서포터스도 최근 호소문을 통해 “부산시의 행태는 ‘너희는 신경 쓰지 않아’, ‘일단 나가라고 하면 알아서 하겠지’다. 부산시가 보여주는 행정은 과연 이것이 한국 제2의 도시의 공무원들이 행하는 행정인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부산 축구는 지금 멍들고 병들어 가고 있다. 1부 승격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해도 모자를 이때, 부산시의 스포츠 행정은 부산 아이파크를 아프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지난 2021년 6월 박형준 부산시장이 '아이파크 축구단이 국내 최고, 나아가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발전하길 부산 시민과 함께 염원합니다'라고 적은 글을 덧붙이며 “지금 행해지는 스포츠행정이 본인이 작성한 내용과 맞다고 보시나, 지금 부산시의 스포츠행정은 부산 축구 팬들에게 너희는 부산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며 “부산시민, 그리고 축구팬 여러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거짓말과 일방적인 행태를 보이는 부산시에 쓴소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부산 구단은 남은 모든 홈경기를 아예 구덕운동장에서 치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가변석 설치 협조가 되지 않아 결국 2경기만 구덕에서 치르기로 했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임대료 등 기회비용을 따져봤을 때 다시 오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경기장 이전 문제로 팬들이 불편을 겪는 게 가장 안타깝다. 그래도 시즌권 환불 요구 등 불만보다는 '구단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라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김명석 기자
2023.07.31 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