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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리뷰] 곽튜브의 순한 맛을 보고 싶다면,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으로
‘지상파 버전’ 곽튜브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은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지난 9일 EBS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이하 ‘세계 기사식당’)이 베일을 벗었다. ‘세계 기사식당’은 구독자 161만 명(11일 기준)을 보유한 인기 여행 유튜버 곽튜브가 해외 기사식당을 방문하는 리얼리티 여행 프로그램. EBS 대표 캐릭터 ‘펭수’의 콘텐츠 ‘자이언트 펭TV’를 3년간 제작해온 송준섭PD가 연출을 맡았다.
‘세계 기사식당’의 첫 번째 여행지는 홍콩이었다. 1회에서 곽튜브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택시 기사와 함께 점심을 먹게 됐다. 택시 기사가 추천한 기사식당은 폭찹번과 홍콩식 라면을 파는 가성비 식당. 곽튜브는 이곳에서 햄과 계란이 올라간 생소한 비주얼의 라면을 맛봤다. 이 라면은 매운맛을 싫어하는 곽튜브도 고추기름을 넣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만큼 제대로된 현지의 맛을 선사했다.곽튜브는 침사추이에 도착해 만난 두 번째 택시 기사와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은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웡타이신 사원에서 함께 소원을 빌었고, 저녁 식사로는 광둥식 거위 구이와 아기 돼지 요리를 먹으러 갔다. 거위 구이를 맛본 곽준빈은 “먹어본 중화요리 중 단연 톱”이라며 감탄했고, 택시 기사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홍콩의 첫날 밤을 장식했다.
◇ ‘곽튜브’와는 다른 ‘세계 기사식당’곽튜브 특유의 콘텐츠를 기대하는 구독자들에게는 ‘세계 기사식당’이 다소 심심한 방송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곽튜브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툭툭 던질 때마다 빵 터지는 ‘입담’인데, ‘세계 기사식당’에서는 가끔씩 나오던 험한 말이나 소위 ‘드립’이 절제됐기 때문이다. 곽튜브가 지난 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개’와 같은 욕을 안 썼다. 기사님들이 술을 권해도 EBS여서 술을 안 먹었다”고 말할 정도로 곽튜브는 ‘교육방송’ 모드에 한껏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또 빠른 편집이 요구되는 유튜브 영상과 달리, 45분 가량의 ‘세계 기사식당’ 속 장면은 느리고 정적이다. 10~20분을 오가는 곽튜브의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구독자에게는 전개가 답답하게 여겨질 수 있다. 제목에 ‘기사식당’이 들어가는 만큼 곽튜브뿐만 아니라 택시 기사도 함께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유튜브와 비교했을 때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그렇다면 곽튜브는 ‘세계 기사식당’의 ‘미스 캐스팅’일까. 답은 ‘노(NO)’다. 곽튜브와 EBS는 ‘세계 기사식당’을 통해 서로에게 부족했던 점을 메워준다.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유튜버 곽튜브에게 ‘세계 기사식당’은 그가 교양 방송에도 어울릴 수 있다는 무게감을 실어준다. 곽튜브 대신 곽준빈이라는 실명을 사용하면서 크리에이터의 모습보다 사람 곽준빈의 여행기라는 인상을 남기고 있다. 곽튜브의 매력 중 하나인 ‘친화력’이 더욱 강조되고, 곽튜브에서는 볼 수 없는 광활한 자연을 예술적인 영상미로 담아내며 여행 프로그램의 ‘진가’를 알렸다.
EBS는 곽튜브를 만나 한층 더 젊어진 방송사라는 이미지가 생성됐다. “EBS에 이런 캐릭터가?”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던 펭수의 등장처럼, 신선하게 다가오는 곽튜브와 EBS의 조합으로 새로운 포맷의 여행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2008년부터 방송된 EBS의 대표 여행 체험기 ‘세계테마기행’이 세계 곳곳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정보 제공에 충실한 교양방송이라면, ‘세계 기사식당’은 여행지에서의 소통 방식과 의외의 즐거움을 알리며 차별화를 두고 있다.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세계 기사식당’은 나라의 문화 체험을 소소하고 의미있게 다뤄주고 있다”며 “또 독특한 캐릭터인 곽튜브는 색다른 시각에서 문화를 배려있고 섬세하게 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행 프로그램의 취지에 딱 맞는 방송”이라고 평가했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07.13 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