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최용재의 까칠한 축구]김호곤의 '뻔뻔한' 거짓말, 히딩크 측의 '교묘한' 거짓말
한국 축구가 '새빨간 거짓말'로 붉게 물들었다.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에 성공해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9개월 남은 지금 이 시점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은 없고 대한축구협회(KFA)와 거스 히딩크(71) 감독 측 의 '거짓말 전쟁'만이 무성하다.한쪽은 '뻔뻔하게' 또 다른 한쪽은 '교묘하게' 자신만이 옳다고 거짓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 축구 발전이 아닌 혼란을 부추기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꼴이다. '진실'은 하나다. 이대로 간다면 러시아월드컵은 100% 실패한다는 것이다. ◇김호곤의 뻔뻔한 거짓말 "히딩크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거짓말 전쟁의 '시작'이자 '본질'이다. 이 말은 김호곤(66) KFA 기술위원장 입에서 나왔다.히딩크 측이 '지난 6월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사임해 감독 공석인 상황에서 한국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강하게 부정했다. 이 말이 처음 나올 때 "불쾌하다"고 표현했다. ▲사진=연합뉴스지난 14일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까지도 부인했다. 몇 번을 재차 물었지만 "메시지, 통화 등 어떤 접촉도 없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하지만 히딩크 측에서 SNS 메신저 기록이 있다고 하자 뒤늦게 자신이 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리고 하루 뒤 메시지를 두 차례 더 받았다고 실토했다. 명백한 거짓말로 드러났다.모두가 속았다. 축구팬들도 국내 언론들도 다 속아 넘어갔다. 김 위원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일방적인 기사를 생성한 언론들도 문제를 키웠다.히딩크 측의 전달 방식과 과정 등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설사 불쾌했더라도 거짓말로 덮을 순 없는 일이다. 당시 기술위원장이 아니었다는 것 역시 핑계에 불과하다. 다른 누군가에 제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또 기술위원장이 된 뒤에도 논의해 볼만한 가치가 있던 안건이었다.결과론적으로 한국 축구 영웅이자 세계적 명장의 호의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김 위원장은 히딩크 감독이 어떤 제의를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봐야 했다. 한국 축구에 이바지할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한국인 감독으로 방향을 정했다면 히딩크 측을 만나 상세히 설명한 뒤 공생할 수 있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또 마지막까지 덮으려 노력할 것이 아니라 축구팬에게 사실대로 밝혔어야 했다. 이 역할을 외면하자 후폭풍은 엄청났다.판세는 완벽히 뒤집어졌다. 김 위원장의 거짓말이 불씨가 돼 KFA는 '공공의 적'이 됐다. '불신의 아이콘'이 됐다.그런데 KFA는 요지부동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는 눈치다. 민심에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기보다 지금의 상황을 회피하려는 성의 없는 입장 전달이 전부다.KFA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지금 축구팬들이 분노하는 것이 이번 히딩크 건 하나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KFA에 쌓이고 쌓였던 불신과 불통이 이번에 한국 축구에 최고의 영광을 안겼던 영웅 히딩크라는 매개체를 통해 폭발한 것이다.임직원 12명의 배임 행위가 경찰 수사로 인해 사실로 밝혀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KFA는 스스로 문을 닫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조용히 사과문을 올리는 것 말고는 그들이 한 일은 없다. 쥐고 있는 것을 단 하나도 놓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이러면서 무슨 신뢰와 지지를 얻기 바라는 것일까.김 위원장의 거짓말이 축구팬들이 KFA를 불신하고 개혁과 변화를 원하는 마음을 한 곳으로 뭉치게 만든 원동력이 된 셈이다.어영부영 넘길 일이 아니다. 사과와 함께 철저한 반성 그리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나서야 민심도 바뀔 수 있다.김 위원장 홀로 책임질 일이 아니다. 그들이 잘하는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정몽규(55)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축구팬 앞에서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면서 확실한 약속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고,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또 지금이라도 불쾌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동반자로 히딩크 측을 만나 신태용(47) 감독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히딩크 측을 외면한 채 독단적으로 갈 경우 신 감독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KFA가 변하지 않는다면 '몰락'뿐이다. ◇히딩크 측의 교묘한 거짓말 "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이 애매한 말 한 마디가 거짓말 논쟁을 키웠다. 김 위원장 거짓말이 핵심이지만 히딩크 측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히딩크 측, 정확히 말해 히딩크재단 노제호 사무총장이다. 그는 지난 6월 '히딩크 감독이 한국 감독에 관심이 있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흘리면서 여론몰이를 했다. 히딩크 감독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직책을 맡고 싶다는 것 모두를 숨겼다. 이 말 속에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빠졌다.슈틸리케 감독이 사임한 뒤 공석인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 주가 이루니 한국 축구팬은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자 6월에 이미 제의를 했는데 KFA가 외면한 채 신 감독을 선임했다는 논리로 이어졌다.팩트는 히딩크 감독이 제시한 조건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뒤'부터가 시작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최종예선을 맡을 의향은 1%도 없었다는 것이다. 노 총장은 김 위원장에게 최종예선 2경기에 '땜빵용' 한국 감독을 내세운 사실도 숨겼다.또 노 총장은 히딩크 감독이 한국 감독직만 원한다는 잘못된 사실을 전했다. 히딩크 감독의 기자회견을 보면 노 총장 의사와 다름을 알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은 "지금으로서 감독은 어려울 수 있다. 기술위원장, 감독 등 당신들이 거론한 특정한 자리보다 조언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노 총장은 감독에만 초점을 맞춰 KFA를 흔들었다. 고문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렇게 큰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노 총장의 확실한 거짓말도 있다.'지난 6월 히딩크 감독이 처음 의사를 피력했을 당시 KFA와 접촉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노 총장은 "그런적 없다"고 밝혔다. 일간스포츠를 비롯해 많은 언론을 통해 KFA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다.그는 당시 본지를 통해 "현실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전이라 KFA와 접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히딩크 감독님이 국내 선수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예선을 맡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노 총장은 이어 "월드컵 본선이 확정됐으니 KFA에서 먼저 연락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KFA에 연락한 적 없지만 KFA에서 먼저 접촉을 해올 것이라는 '황당한 논리'였다. 아무 것도 몰랐던 사람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는 식이다. 그런데 그는 말을 바꾸었다. 자신이 먼저 KFA에 접촉을 했다고 했다. 모두가 속았다. 국내 언론들도 다 속아 넘어갔다. 노 총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들도 문제를 키웠다.이는 노 총장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자 KFA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자신이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하나의 '히든카드'였던 셈이다. 그의 의도대로 KFA는 '악의 축'이 됐고, 히딩크 측 과정과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들은 '적폐 세력'으로 몰렸다.히딩크 측 역시 지금의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된다. KFA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따라서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KFA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물론 KFA의 변화가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17.09.1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