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매장 늘리고, 회원제 없애고…다시 불붙은 ‘창고형 할인점’ 경쟁
대형마트가 앞다퉈 창고형 할인점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커머스 소비 급성장으로 타격을 받은 일반 마트와는 달리 창고형 마트의 경우에는 여전히 가격이나 쇼핑 경험 면에서 오프라인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2023년까지 창고형 할인매장 ‘빅마켓’을 2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을 구조조정하며 5개였던 창고형 할인매장을 최근 2개로 줄였지만, 다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것이다. 창고형 할인점은 일반 대형 마트와 달리 대용량 제품과 독점 수입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 같은 곳이 있다. 2012년 시작한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사업은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 등 경쟁사들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롯데마트가 이 사업을 아예 접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문화 확산으로 큰 성장세를 보여 이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창고형 할인점이 하나도 없는 호남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향후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우선 내년 초에 일반 대형 마트인 목포점과 전주 송천점, 광주 상무점을 창고형 매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후 수익성이 떨어지는 대형 마트 점포를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전환하거나 신규 출점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또 최근 회원비도 없앴다. 이마트는 코스트코 대비 회원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고 롯데마트도 코스트코처럼 회원제였다가 개방형으로 전환, 회원비를 받지 않으면서 접근성을 높였다. 롯데가 다시 참전하면서 창고형 할인점 시장의 경쟁은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올 초 부산 연제구에 연 연산점을 포함해 총 20개의 점포를 운영해 점포 수 기준 코스트코(16개)를 이미 앞질렀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추후 50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코스트코도 김해점과 청라점, 고척점 등 3개 점포의 추가 개점을 준비 중이다. 홈플러스 역시 창고형 할인점 매장인 ‘홈플러스 스페셜’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롯데마트와 마찬가지로 기존 매장을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 오픈하는 형식인데 현재 20개 점포가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 운영 중이며 이른 시일 내에 10개 점을 추가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전국 10개 점포를 스페셜 매장으로 전환하고 내년까지 30개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창고형 할인점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성 때문이다. 창고형 할인점은 대용량·가성비 상품 등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문화와 함께 인기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2010년부터 트레이더스를 운영했던 이마트는 매년 20%대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23.9% 성장해 2조8946억원까지 늘었고 올 상반기에도 매출 1조6392억원을 기록해 올해 안으로 3조원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입을 모았다.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사의 창고형 할인점이라는 점도 시장 가능성을 밝게 한다. 코스트코와 달리 상대적으로 국내 소비자의 입맛과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 고객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새벽 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 업체들의 급성장도 대형마트들의 창고형 할인점 전환에 불을 지피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전체 매출은 2014년부터 줄기 시작해 7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감소세는 코로나19 이후 더 심해져 지난 8월 대형마트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5.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급성장에 따른 대형마트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며 "창고형 할인점의 가성비 등의 장점을 활용해 소비자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1.10.12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