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형우보다 김도영이 더 무서웠다, 후반기 시작부터 2안타·4득점 폭발 '너 땜시 살어야' [IS 스타]
지난 9일 KIA 타이거즈가 5-2로 앞선 6회 초, 1사 2·3루에서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LG 트윈스 더그아웃이 바빠졌다. 이내 LG는 김도영을 고의 4구로 내보내는 만루 작전을 펼쳤다. 1루를 채우고 후속타자의 병살 혹은 최소 실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였다. 무엇보다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두 개나 때려내며 타점을 적립한 김도영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겠다는 의도가 더 강했다. 결과는 LG의 패착. 김도영을 거르고 택한 최형우와 승부에서 만루 홈런을 허용했다. 이 홈런에 힘입어 KIA가 11-4 대승을 거뒀다.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만루 홈런을 친 최형우에게 돌아갔지만, LG 더그아웃에 고민을 안긴 김도영의 무서운 상승세도 돋보였던 경기였다. 81경기 타율 0.341(320타수 109안타), 23홈런 26도루.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21)은 잊지 못할 전반기를 보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2득점을 추가하면서 타율은 0.343으로 더 올랐다. 프로 3년 차, 하지만 김도영은 이미 완벽에 가까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홈런 단독 2위에 안타 3위, 득점 1위(82개), 장타율(0.623) 1위로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4월에는 10홈런-14도루를 기록하며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달 동안 '10(홈런)-10(도루)'를 작성한 선수가 됐다. 김도영은 이 기세를 몰아 전반기에 20(홈런)-20(도루)까지 기록, 대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클럽, 전반기에 해당 진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KBO리그 42년 역사상 세 명밖에 없었다. 김도영은 1996년과 2000년의 박재홍(당시 현대 유니콘스), 1999년 이병규(당시 LG 트윈스),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30-30클럽 가입도 가시권이다. 이는 KBO 역사상 8명만이 달성한 진기록. 김도영은 '최연소 기록'을 노린다. 역대 최연소 30-30은 1996년 박재홍이 22세 11개월 27일에 달성했다. 김도영은 올 시즌을 마치면 만 21세가 된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2015년 테임즈가 기록한 전대미문의 '40-40클럽'도 노려볼만하다.
역대급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벌써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예약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도영이 올해 정규시즌 MVP에 오르면 2006년 류현진(한화 이글스·당시 19세) 1997년 이승엽(삼성 라이온즈·당시 21세)에 이어 역대 최연소 MVP 2위 타이기록도 세운다. 김도영이 최연소 30-30클럽 가입에 3할 타율까지 작성한다면, 그의 MVP 수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팀이 우승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김도영은 겸손했다. 지난 6일 올스타전 현장에서 만난 김도영은 "솔직히 MVP까지 생각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지금 생각하는 건 건방진 생각인 것 같다"라며 말을 아꼈다. 후반기까지 좋은 성적을 이어간다는 각오다. 그는 "전반기에 안 좋았던 점을 보완하고, 좋았던 걸 후반기에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부상을 당하지 않고 풀타임을 뛰어야 그 기록이 의미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홈런 7개와 도루 4개만 추가하면 30-30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욕심은 없을까. 김도영은 "그런 기록은 의식하지 않고 있다. 지금 홈런 개수에서 끝나도 기분은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후반기에는 조금 더 뛰려고 한다. 도루 30개를 채우면 그다음부터는 더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김도영의 꿈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모든 야구 팬이 좋아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올스타전 포지션(나눔 올스타 3루수) 최다 득표로 그 꿈을 잠시나마 이뤘다. 이제는 성적으로 그 꿈을 이루고자 한다. KBO 대기록과 MVP를 노리는 김도영의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윤승재 기자
2024.07.10 0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