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두산 우승①]두산의 완벽했던 우승, 그 비하인드 스토리들
우승은 모든 프로야구 팀의 꿈이다. 올해는 두산이 그 꿈을 이뤘다.정규 시즌 역대 최다승(93승) 우승팀 두산은 2일 NC와 2016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1로 승리하며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4승 무패로 왕좌에 올랐다. 창단 최초 한국시리즈 2연패이자 1995년에 이은 팀 두 번째 통합 우승. 마운드, 타선, 수비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최강자의 위력을 뽐냈다. 1차전을 제외하면 너무 싱겁게 승패가 갈렸을 정도다. 새로운 '왕조'를 구축한 두산은 역대 여섯 번째 한국시리즈 전승 우승팀으로 기록됐다. ◇ 승장이 눈물 흘린 이유 김태형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우승 확정 뒤 방송 인터뷰를 하다가 갑자기 엉엉 울었다. 패장이 된 김경문 NC 감독의 이름을 듣자마자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 탓이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코치 시절까지 김태형 감독에게 '멘토' 역할을 했다. 감독이 된 뒤에도 종종 조언을 구했다.김태형 감독은 붉어진 눈시울로 승장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인터뷰장 밖에서 김호민 매니저를 불렀다. 휴대전화를 찾았다. 승장의 일정을 모두 마친 김태형 감독이 가장 먼저 전화하고 싶었던 사람. 다름 아닌 김경문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여전히 젖은 눈으로 "끝나고 잠시 뵙긴 했지만 다시 찾아가 정식으로 인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 박철우-박세혁 부자, 가문의 영광포수 박세혁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그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너무 잘해서 나갈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활짝 웃었다. 마냥 기뻐했다. "이거 처음이죠? 우리 부자(父子)가 처음인 거 맞죠?"라고 연신 되물었다. 박세혁의 아버지는 박철우 두산 타격코치다. 1987년 한국시리즈 MVP 출신이다. 역대 최초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아들에게는 충분히 감격적인 가을이다. 박 코치 집안에 영광이 찾아왔다. ◇ 허경민, 이제는 '드러난 영웅'이 되고 싶다허경민은 지난해 포스트시즌부터 '숨은 영웅' 징크스에 시달렸다. 늘 데일리 MVP급 맹활약을 하고도 한 번도 이름이 불리지 못했다. 올해는 "MVP가 한번 돼 보고 싶다"고 유세도 많이 했다. 결과는 역시 낙방. 시리즈 MVP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한국시리즈 MVP 투표 2위는 허경민이었다. 그나마 데일리 MVP들에게는 타이어 교환권을 나눠 달라고 손이라도 내밀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리즈 MVP는 부상이 승용차다. 허경민은 "이제 나도 '드러난 영웅'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MVP 양의지 형은 이미 좋은 차를 탄다. 한번 물어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원정 우승이라 조심스러웠던 두산두산은 전신 OB 시절까지 포함해 한국시리즈에서 총 다섯 번 우승했다. 그러나 두산으로 이름이 바뀐 뒤 홈이 아닌 원정지에서 우승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995년과 2001년에는 모두 잠실에서 우승 축포를 터트렸다. 이 때문에 선수들도 4차전을 앞두고 "혹시 우승을 확정하더라도 과격한 세리머니는 자제하자"고 뜻을 모았다. 주장 김재호는 "홈이었다면 더 오래, 화려하게 축하했겠지만 마산 팬들이나 NC 구단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고 귀띔했다. 축승회도 마산에서는 하지 않았다. 조용히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우승 다음 날인 3일 서울의 한 호텔로 이동해 축승회를 마련했다. 대신 지난해보다 더 큰 장소를 빌려 더 많은 사람을 초대했다. 지난해에는 우승을 예상 못 해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올해는 예견된 우승이라 준비 시간이 충분했다. ◇ 28명 가운데 10명은 이름만 올렸다두산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선수 28명이 이름을 올렸다. 그 가운데 투수가 12명. 그러나 실제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단 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은 불펜에서 몸조차 풀지 않았다. 김강률, 홍상삼, 윤명준, 이현호, 함덕주, 김성배가 그들이다. 선발 라인업도 4경기 모두 같은 선수 9명이 배치됐다. 이들 외에는 정수빈, 류지혁, 국해성이 각각 대주자와 대타로 한두 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다. 포수 박세혁과 최재훈, 내야수 이원석과 최주환은 아예 출전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엔트리 28명 가운데 10명이 그라운드조차 밟아 보지 못했고, 사실상 선수 15인 만으로 시리즈를 끝낸 셈.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그만큼 잘 풀렸다는 방증이다. 김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그 친구들도 이제는 안 나오는 게 오히려 편할 수 있다"고 농담했다. 그러나 정말 그랬을까. 속마음은 그들만 안다. ◇ 정재훈도 우승을 함께했다3일 열린 두산의 우승 축승회에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한 29번째 선수도 초대받았다. 불펜 투수 정재훈이다. 그는 불펜의 핵으로 활약하면서 두산의 정규 시즌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정작 한국시리즈는 부상 탓에 함께하지 못했다. 동료들은 모자에 그의 등번호 '41'을 적어 놓고 뛰었다.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우승 후 정재훈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축승회 참석을 망설이던 정재훈도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다. 기꺼이 마지막 우승의 환희를 함께 누렸다.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투수가 얼마나 큰 보람인지 깊이 느꼈다. ◇ 마산에 달려 내려온 구단주두산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2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마산으로 달려 내려왔다. 두산이 우승하는 순간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박 회장의 야구단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도 잠실구장 관중석에 섞여 야구를 보면서 '두산의 1번 팬'임을 인증했다. 박 회장은 두산의 우승이 확정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더그아웃 앞에서 감독, 코치,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구단을 통해 "지난해는 감동적인 '미러클 두산'이었다. 올해는 실력으로 통합 우승까지 일궜다. 선수들 모두 고생했고, 앞으로 최강팀으로 오래오래 남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영은 기자
2016.11.0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