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조범현의 야구돋보기] 이정후·박해민처럼…한국 타선, 끈기로 맞서라
한국 야구대표팀이 지난 4일 일본과 준결승에서 2-5로 아쉽게 졌다. 5일 미국을 꺾고 다시 결승에 올라 설욕 기회가 오길 바라본다. 이번 한일전은 늘 그랬듯 접전 상황에서 게임 후반에 승패가 결정됐다. 그동안 일본과 승부에서 경기 중반까지는 한쪽에 일방적인 게임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양 팀 선발투수들은 좋은 구위와 내용으로 상대 타자들의 타아밍을 잘 빼앗았다. 특히 양 팀 포수인 양의지와 가이 다쿠야의 볼배합은 아주 날카로웠다. 타자들과 수 싸움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한국은 3회말 첫 실점 때 9번 타자 가이가 두 차례 번트에 실패한 뒤 2스트라이크에서 오른쪽으로 안타를 허용한 게 아쉬웠다. 부담이 큰 경기일수록 선취점을 얻는 게 중요한데, 상대에 그 기회를 먼저 줬다. 경기 중후반 불펜 싸움에서 차우찬과 조상우는 자기 역할을 잘했다고 본다. 다만 8회말 고우석의 실수가 아쉬웠다. 고우석은 1사 후 1루 커버 실수로 위기를 만들었고, 2사 만루에서 승패를 가르는 장타를 허용했다. 피칭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게 최우선인데, 고우석은 긴장을 많이 했는지 그냥 세게만 던지려고 하더라. 볼카운트에 따른 투구법이나 로케이션에 대한 신중함이 부족했다. 특히 2사 만루에서 야마다 데쓰토에게 던진 초구 한가운데 직구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야마다가 앞선 타석에서 낮은 변화구에 삼진을 당했고, 직구에 2루타를 쳤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타선은 1회초 절호의 기회에 득점하지 못하고 먼저 리드할 수 있는 흐름을 놓쳤다. 6회초 일본이 왼손 투수(이와자키 스구루)로 교체한 뒤 김현수의 동점 적시타가 나왔지만, 오재일과 오지환이 연속 삼진으로 돌아섰다. 이와자키의 직구와 변화구 모두 가운데로 몰렸는데도 두 타자의 노림수가 전혀 없었다. 앞서 김현수가 변화구를 쳐서 안타를 만든 점을 참고했다면 좋았을 텐데, 오로지 몸쪽 공만 의식하는 듯했다. 8회초 대타 최주환이 볼카운트 1볼에서 낮은 변화구를 쳐 아웃된 것도 마찬가지다. 노리지도 않은 공을 그 상황에서 성급하게 타격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단기전에서는 타자의 타격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타석에서 변화를 꾀할 필요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일부 선수의 상대 투수 대처 능력이 아쉬웠다. 미국전부터는 흐름이 자꾸 끊어지는 타선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또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을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 국제대회 스트라이크존은 국내 리그와 많이 다를 때도 있으니, 타자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다만 일본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그 차이를 잘 활용하는 것 같았다. 우리 타자들도 심판의 존을 생각하면서 타석에 임해도 좋을 것 같다. 박해민과 이정후의 활약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해민은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점점 더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바로 박해민의 장점이다. 이정후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키맨'이다. 베테랑 타자들도 부담이 커서 답을 잘 못 찾고 있는 상황에서 이정후가 정말 잘해주고 있다. 이제 한국은 미국과 패자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다. 역시 까다로운 상대다. 타선은 힘이 있고, 마운드엔 구위 좋은 투수가 많다. 미국전에선 지난 경기처럼 너무 장타 욕심을 내기보다 짧은 안타로 계속 기회를 연결시키면서 압박해나가다가 경기 후반에 노림수를 갖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너무 급하게 달려들지 말고, 한국 대표팀 특유의 끈질김으로 승리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조범현 2010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
2021.08.05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