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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엔드게임] 이대호 회장은 이대로 사임해서는 안 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 이대호(38·롯데)는 2일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허리를 네 번 숙이고 사과했다. 잠시 울먹거리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선수협은) 힘없는 조직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이야기를 다 받아줘야 하는 조직"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대호 말대로 선수협은 KBO·구단을 상대할 협상력을 잃었다. 선수협 홈페이지에는 '고(故) 최동원 선수의 정신을 이어받아 선수들을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하며 복지증진을 목표로 설립했다'고 쓰여 있다. 이 정신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없다. 선수협은 2000년 1월 창립했다. 앞서 1988년 선수협의 초기 모델을 만든 최동원, 선수협 초대 회장 송진우 등 여러 스타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당시 사회적 시선은 노조(개인사업자들이 모인 선수협은 노조가 아니지만, 노조 역할을 지향한다)를 반사회적 단체로 봤다. 20년 전 선수협은 실체조차 인정받지 못했다. 선수협과 KBO의 논쟁은 2000년 2월 MBC '100분 토론'의 주제였다. 그때 선수협은 "우리의 실체를 인정해달라"고 읍소했고, KBO는 "선수협을 해체하고 훈련에 복귀하라"고 압박했다. 시청자와 야구팬, 심지어 야구 관계자가 보기에도 당시 선수협은 힘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세가 역전됐다. 높은 연봉과 인기를 누렸던 선배들은 '힘없는 후배들의 힘'이 됐다. 그들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후배들의 권익을 위해 싸웠다. 당시 선수협은 대중으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는 노조였다. 그래서 힘이 있었다. 20년 뒤 이대호가 울먹이며 쏟아낸 말에는 지금 선수협이 무기력해진 이유가 다 들어있다. 그는 "솔직히 그 자리(선수협 회장)가 좋은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잘해도 좋아해 주지 않는 자리"라고 말했다. 2019년 3월 선수협 회장으로 선임된 그는 2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의를 밝혔다. 선수협 회장직은 2017년 이후 2년간 공석이었다.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팀 별로 연봉 상위 3명을 후보로 내 이대호가 회장을 맡았다. 지금 선수협 논란은 회장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선수협 회장이 스타급 선수에게 '좋은 자리'는 아닐 것이다. 그들이 그리 생각하는 건 비밀도 아니지만, 그의 인터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대호는 "2019년 3월 선수협 회장의 판공비를 증액하자는 건의가 나와 연 2400만원 판공비를 연 6000만원으로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를 포함한 일부 고참 선수들이 회장 판공비를 아예 1억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수협 사무국이 난색을 보여 무산됐다. 이를 두고 일부 매체에서는 이대호가 회장을 맡기 전 자신의 판공비를 '셀프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대호는 "누가 회장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 이익을 위해 스스로 판공비를 인상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선수협 회장이 공석일 때부터 많은 선수가 이대호를 차기 회장으로 강력하게 추천했다. 그가 해외리그를 경험한 베테랑인 데다, 4년 총액 150억원을 받는 초고액 연봉자이기 때문이다. KBO리그 최고의 스타이며, 강경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이기도 했다. 선후 관계를 따지면 "셀프 인상은 아니다"라는 이대호의 해명이 틀리지 않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차기 회장의 복지 향상을 도운 '헬프 인상'으로 볼 수 있다. 이대호는 또 "후배들이 (선수협 회장을) 너무 안 하려고 하기에 조금이나마 (판공비를) 올리자고 제안했다. 난 고액 연봉을 받고 있으니 야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더 들어서 (회장을) 해야 한다고 하면 맡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온당한가. 그의 인식은 젊은 선수, 상대적으로 저연봉 선수는 물론 야구팬에게 박탈감을 주고 있다. 선수협 창립 취지를 안다면, 고연봉을 받는 선수가 야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20년 전 2000만원이었던 프로야구 선수 최저 연봉은 현재 3000만원이다. 초창기 선수협이 투쟁해 얻은 해외진출과 자유계약선수(FA) 자격 덕분에 고액 연봉자들은 당시보다 10배 이상의 돈을 더 받고 있다. 선수들의 권익은 계속 향상됐다. 초상권 등으로 인한 부가수입도 생겼다. 그럴수록 선수협은 힘을 잃었다. 주도 세력이 권리 위에 잠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KBO와 제도 개선안을 협상할 때 선수협은 FA 이적 시 보상안 완화와 고액연봉 감액조항 완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고연봉 선수의 편익을 위한 제안이었다. 오히려 KBO와 구단이 최저 연봉 인상, FA 연한 단축, FA 등급제 실시, 부상자명단 제도 신설 등의 복지 안을 내놓았다. 상당수 선수가 "도대체 선수협은 누굴 위해 일하느냐"는 불만을 터뜨렸다. 이대호는 기자회견에서 "판공비를 셀프 인상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대호의 형이자 에이전트인 이차호씨는 SNS에 "선수협회장 업무에 사비를 쓸 수는 없지 않나"라고 썼다. 그건 쟁점도 아니다. 사태의 본질은 사단법인인 선수협 업무에 왜 법인카드를 쓰지 않고, 급여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했느냐는 것이다. 업무에 사비를 쓰라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2012년 박재홍 선수협회장 시절 법인카드로 집행된 판공비를 왜, 누구의 지시로 현금 지급한 건지 선수들은 궁금해 한다. 아울러 회장의 판공비를 급여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선수들과 팬들이 알아야 한다. 선수협에는 실무를 담당하며 급여를 받는 사무총장을 비롯한 상근 직원들이 있다. 이들의 급여와 판공비 마련을 위해 최저 연봉자들도 급여의 1%를 납부한다. 이게 매년 7억~8억원이다. 지난해 12월 이대호가 '마케팅 전문가'라고 추천한 김태현 사무총장은 월급 외에 판공비(월 250만원)를 지난 4월부터 현금으로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태현 사무총장은 "내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사임했다. 이대호는 "(사무총장의 판공비 현금 수령을) 미리 알았다면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태에 대해 박재홍 전 선수협회장은 SBS 인터뷰에서 "선수협이 제 기능을 못 하는 거 같다.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른다. 그 부분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힘들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선수협회장으로서 그는 이사회와 각종 미팅에 참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개인계좌로 받았던 월 500만원(세전)은 급여이자 판공비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선수협의 회장과 사무총장이 '똑같이 판공비를 현금으로 수령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마케팅 전문가 사무총장과 실무를 열심히 챙겼다는 회장은 그저 "몰랐다"고만 한다. 이로 인해 이대호 개인뿐 아니라 선수협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선수협의 타락에 리그 관계자들과 팬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 이대호가 이렇게 사임해선 안 된다. 그가 선수협 업무에 개인카드를 썼다면 지출 내용이 남아있을 것이다. 선수협은 판공비를 인상한 이사회 회의록과 판공비 사용 내용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쳐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꼭 그래야 한다. 이대호가 선수협 회장직의 어려움만 토로하고 물러난다면, 선수협은 구성원에 의해서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 김식 스포츠팀장 2020.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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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는 '벼랑 끝 돈싸움'...시즌 취소도 거론

메이저리그(MLB) 7월 초 정규시즌 개막을 둘러싸고 구단과 선수들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AP통신은 'MLB 선수노조가 올 시즌 팀당 경기 수를 82경기에서 114경기로 늘리는 방안을 MLB 사무국에 제안했다. 이는 선수들 연봉 삭감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1일(한국시각) 보도했다. 이에 앞서 MLB 사무국은 고액 연봉 선수들의 급여를 대폭 삭감하는 '차등 삭감제'를 선수노조에 제안한 바 있다. 7월 5일 무관중 경기로 개막하는 조건으로 선수들의 연봉을 차등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초고액 연봉자들은 최대 75%까지 삭감하는 방안이다. 올해 연봉 2100만 달러(257억원)인 추신수(38·텍사스 레인저스), 올해 연봉 2000만 달러(245억원)인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MLB 방안에 따르면, 추신수와 류현진의 연봉은 500만 달러(64억원) 선으로 줄어든다. 이에 반발한 상당수 선수가 MLB 사무국에 역제안한 것이다. 경기 수를 늘리고, 연봉 추가 삭감을 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이미 MLB 선수들은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의 연봉을 상당 부분 받지 못했다. 그러나 MLB 사무국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선수단 연봉 등 비용 문제 때문에 일부 구단들이 올 시즌을 포기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은 아예 건너뛰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강도게 센 압박수단이다. 선수노조의 주장대로 7월 초 MLB를 개막한다고 해도 114경기는커녕 82경기를 치르기도 빠듯하다. 게다가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치르면 전체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입장 수입을 잃게 된다.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들에게 연봉을 줘가면서 '반쪽 시즌'을 치를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은 지난주 구단 직원의 4분의 1을 해고하거나 휴가를 보냈다. 남은 직원들의 월급도 15%가량 삭감했다. MLB 30개 구단 중 절반 정도는 마이너리그팀 유지를 지원하고 있으나, 상당수 선수들이 방출되고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지난주 마이너리그 선수 28명을 내보낸 뒤 남은 선수들의 임금마저 깎았다. 주당 400달러(50만원)를 주다가 이번 주부터는 300달러(37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발표를 듣자마자 MLB 선수들이 나서 마이너리거들의 임금 삭감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MLB 개막을 두고 각 구성원의 대립과 협력이 교차하고 있다. MLB 선수들 사이에서도 "야구를 해서 돈을 벌자"는 목소리와 "헐값을 받고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결국 쟁점은 '머니 게임'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 재개 이슈와 인종차별로 인한 전국적인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단과 선수, 또는 선수와 선수들이 돈 문제를 놓고 싸움을 계속한다면 여론이 악화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SPN은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시즌 개막에 합의하지 못하면 야구는 북미 스포츠계에서 혐오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nag.co.kr 2020.06.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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