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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나이키가 망쳐버린 MLB 유니폼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가끔 보는 팬들은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다. 선수들의 유니폼 때문이다. 기존의 유니폼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색, 서체 및 그래픽 등으로 무장한 이 새로운 유니폼은 전통을 중요시하는 야구팬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적응하기 쉽지 않은 이 유니폼을 ‘시티 커넥트(City Connect)’라고 부른다. 시티 커넥트는 나이키가 MLB 팀들을 위해 제작한 대체 유니폼 라인의 브랜드 이름이다. 전통적으로 MLB 팀들은 홈경기에는 주로 흰색 바탕에 팀 컬러로 장식된 유니폼을, 원정 경기에는 주로 회색 바탕에 팀 컬러로 치장된 유니폼을 입었다. 여기에는 홈팀과 원정팀을 구분해야 하는 필요성 외에도 실리적인 이유가 담겨 있었다. 원정팀이 회색 유니폼을 입은 이유는 초창기의 MLB 팀들은 원정 중 유니폼을 제대로 세탁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입은 ‘로드 그레이(road grays, 원정 회색 유니폼)’는 경기 중 묻은 흙이나 잔디 얼룩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세탁 산업이 발전된 후에도 계속 이어지게 된다.1970년대에 합성 섬유가 등장하면서 MLB 팀들은 유니폼에 더 많은 색상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필라델피아 필리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미네소타 트윈스 등의 팀은 ‘파우더 블루(powder blue, 연한 청색)’를 원정 경기 색상으로 사용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상하의 빨간색 유니폼’을 선보였다. 이 시기에는 컬러 상의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 MLB 팀은 원정 회색 유니폼을 더 이상 입지 않았지만, 1980년대 중반이 되자 원정 그레이 유니폼은 다시 돌아왔다.1990년대 들어 MLB 구단들은 모자와 유니폼 등 라이선스 상품을 대중에게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각 팀마다 다양한 유니폼을 선보이게 된다. 홈과 원정 유니폼뿐만 아니라 특별한 일요일 경기 유니폼과 특정 이벤트에 착용하는 유니폼 등도 등장하게 된다. MLB 팀들은 때로는 "시계 되돌리는 날(Turn Back the Clock Day)"을 개최하여, 한 세대 전에 입었던 앤티크 스타일의 유니폼을 착용하기도 한다.여전히 MLB 팀들은 홈에서는 흰색, 원정에서는 회색 유니폼을 주로 입지만, 이 규칙을 엄격하게 고수하는 경향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 와중에 2021년 나이키와 MLB는 처음으로 7개 팀(보스턴 레드삭스, 마이애미 말린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카고 컵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 다저스)을 대상으로 시티 커넥트 유니폼을 선보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유니폼은 팀 연고 도시의 독특한 문화적, 지리적 측면을 반영하도록 디자인되었다.현재 MLB 30개 팀 중 28개 팀이 시티 커넥트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체 유니폼을 입지 않는 뉴욕 양키스와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현재 공식적으로는 어떤 도시와도 연관이 없는 애슬레틱스만이 이러한 유니폼이 없는 팀이다.프로야구는 하루 이틀의 승부가 아닌 마라톤이다. 특히 MLB에 속한 팀은 정규시즌에 무려 162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길고 힘든 마라톤에 시티 커넥트 유니폼은 약간의 유쾌함과 색다른 문화를 불어넣었다. 또한 이 유니폼은 소비자가 실제로 매장에서 사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특명을 갖고 태어났다. 하지만 시티 커넥트 유니폼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많은 팬들이 이 유니폼을 싫어한다. 비판받는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 전통에서 너무 많이 벗어났다. MLB 팬들은 전통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는데, 많은 시티 커넥트 유니폼은 팀의 클래식한 색상, 로고 또는 정체성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특히 다저스, 컵스같이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팀은 이를 대폭 변경할 경우 팬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약하거나 혼란스러운 지역 연계성이다. 시티 커넥트라는 이름은 지역 문화와의 강한 유대감을 암시하지만, 많은 경우 지역 관련 언급이 모호하거나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셋째, 잘못된 색상 선택이다. 일부 팀은 팀이나 도시의 정체성을 반영하지 않는 네온이나 파스텔 색상을 사용하면서 팬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넷째, 글꼴 및 로고 문제다. 비정상적이거나 읽기 어려운 글꼴 또는 팀 이름, 로고가 아예 없는 경우 혼란과 반발이 발생한다. 일부 팬들은 팀이 시티 커넥트 유니폼을 입으면 다른 스포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마지막 이유는 시티 커넥트 유니폼으로 인해 MLB의 상업화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유니폼은 팀의 역사와 정체성이 담겨 있다. 그러나 화려하고 때로는 파격적인 시티 커넥트 유니폼은 전통보다 시장성을 우선시한다. 이러한 변화는 오랜 야구 팬이 아닌 캐주얼 팬과 패션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더 어필하게 된다. 시티 커넥트 유니폼은 (연고 도시와의 문화적 연계보다) 매출 증대, 브랜드 매력도 향상, 입소문 창출 등 마케팅 전략의 목적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마제스틱 이후 MLB에 유니폼을 공급해 온 나이키는 이미 품질이 낮고, 원단이 얇으며, 디자인에 결함이 있는 유니폼을 제공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이런 와중에 나이키는 파격적으로 변했고, 싼티나게 화려한 시티 커넥트 유니폼까지 선보였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전의 MLB 유니폼을 그리워하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2025.06.21 11:11
배구

두 배구전문기자가 담아낸 남자부 20년 이야기 ‘V리그 연대기 둘’ 출간

프로배구 남자부의 20년 역사를 총망라한 'V리그 연대기 둘'이 발간됐다.신간은 지난해 10월 V리그 여자부의 역사를 담아 출간된 V리그 연대기의 뒤를 이어 남자부의 내용을 담았다. 'V리그 연대기 둘'은 출범 첫해부터 7개 구단과 선수, 각 시즌의 특징까지 V리그 남자부의 세세한 역사를 담고 있다. V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국내외 선수를 총망라했고, 구단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는 V리그 출범 이전 실업배구의 역사까지 함께 담았다.선수로는 초창기 트로이카를 이룬 박철우와 김요한, 문성민을 비롯해 안젤코와 가빈, 레오 등 외국인 선수들이 등장한다. 또,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등 구단별 뒷이야기도 팬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현대캐피탈 감독을 지낸 최태웅 해설위원은 "이 책은 배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정과 지식을 전달한다. 감독이자 해설위원인 내게도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다"고 평했다.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은 "배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충분히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무엇보다 V리그 남자부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추천했다.'V리그 연대기 둘'은 한국 배구를 오랜 시간 취재한 류한준 더스파이크 기자와 김효경 중앙일보 기자가 공동 집필했다. 북콤마. 2만1000원.이형석 기자 2025.06.11 14:15
프로야구

"말도 안 되는 기회가 온 거다" 부상 병동 KIA로 향하는 희망 메시지 [IS 포커스]

위기는 다른 의미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 팀 내 부상자가 속출한 KIA 타이거즈에 해당하는 이야기다.KIA는 현재 부상 병동이다. 이범호 KIA 감독이 선발 라인업을 꾸리기 힘들 정도로 아픈 선수가 많다. 특히 나성범(종아리) 김도영(햄스트링) 김선빈(종아리) 곽도규(팔꿈치) 등 전열에서 이탈한 선수가 대부분 주축 자원이라 더 치명적이다.빈자리를 채우는 건 백업 선수들이다. 오선우·김석환·김규성·김호령 등 존재감이 미미했던 퓨처스(2군)리그 자원의 1군 출전 횟수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달 31일 수원 KT 위즈전에선 포수(한준수)와 지명타자(최형우)를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이 사실상 백업 자원으로 꾸려졌다. 특히 외야 세 포지션은 김석환(좌익수) 김호령(중견수) 오선우(우익수)로 모두 새 얼굴.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전력과 비교하면 큰 틀의 차이가 있다. 이는 곧 전력 약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팀으로선 난관의 연속이지만 백업 선수들에겐 '기회의 장'이 열렸다. 프로 초창기 방출의 설움을 이겨내고 KBO리그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한 KIA 베테랑 최형우는 "여기 있는 친구들(백업)한테 말도 안 되는 기회가 온 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기회가 다 열려있다. 더군다나 잠깐도 아니고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이 돌아오려면) 한 달 두 달이다. 주전들이 와도 자기가 안 밀려날 정도로 실력도 필요하고 운도 필요하지만, 그런 마인드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유격수 박찬호도 "누구든지 시작은 그렇다.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 그 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주전이 되는 거지 어느 누구도 '너 주전이야'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모두가 그렇게 자리를 얻기 때문에 뭐라고 할까, 순리인 거 같다"라고 했다.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도 있다. 2019년 입단, 지난 시즌까지 통산 안타가 32개였던 오선우는 올 시즌에만 벌써 37개의 안타(이하 5월 31일 기준)를 때려냈다. 홈런은 이미 커리어 하이인 5개. 김호령은 지난달 2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무려 741일 만에 한 경기 3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상급 수비 실력에도 불구하고 항상 타격이 아쉬웠는데 조금씩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군 통산 홈런이 66개에 이르는 김석환, 김도영의 동기로 팀 내 손꼽히는 타자 유망주인 윤도현 등도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는 중이다. 이범호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한 명 한 명 돌아오는 시점까지 팀이 잘 버티고 있으면 괜찮은 시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부상 선수가 언제 돌아온다는 생각보다 지금 있는 선수들과 최선을 다해서 경기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6.02 03:30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움직이는 집’을 살린 기사님의 기록

야구는 ‘집’을 떠나서 되돌아오는 경기입니다. 역경을 딛고, 실패를 거치며 살아서 집(홈, home)에 돌아올 때 점수를 얻습니다. 요즘 홈구장 문제로 NC 다이노스와 창원 팬들은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스포츠 시설의 안전 문제로 연결돼 국내 스포츠 전체에 경각심을 주고 있습니다.좋은 집을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좋은 집의 기본은 살만한 곳이어야 합니다. 안전은 기본이고, 편안해야 합니다. 그런데 야구팀의 집은 야구장뿐일까요. 저는 여러 개의 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거주지가 있습니다. 이웃이나 지역과 좋은 관계 속에서 정붙이고 살게 됩니다. 시즌 원정 기간 사용하는 숙소도 그렇고, 전지훈련 때 쓰는 캠프지도 익숙한 집처럼 여깁니다. 원정 때 쓰는 호텔도 방 크기, 소음과 침대 이슈, 사우나와 운동 시설, 경기장까지 거리, 주위 환경까지 따질 것이 많습니다. 전훈 캠프 역시 장기간 지내는 곳이어서 기능적인 부분 이상으로 안락함도 많이 고려합니다.저는 여기에 보태 또 하나의 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단 버스입니다. 저는 ‘움직이는 집’이라고 표현합니다. 원정 구장의 시설이 개선됐다지만, 원정팀 선수들은 여전히 경기 전 버스 안에서 토막잠도 자며 쉬곤 합니다. 그런 것이 이들의 루틴입니다. 야구장에서 버스 타면 목적지 경기장이나 숙소까지 아무 신경 쓸게 없이 데려다주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에 외국인 선수들도 엄지를 치켜듭니다. 예전에 추석 기간 선수단의 수도권 원정에 맞춰 주요 선수들을 KTX로 이동시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차가 시간 절약은 되지만 옷차림 등 챙겨야 할 게 많고, 역에서 내려 다른 교통편으로 갈아타는 과정을 고려하면 구단 버스 타는 게 더 낫다"라는 말을 나중에 들었습니다. 당시 구단 버스는 짐을 채워 원정 숙소로 갔는데 차량 정체를 감안해도 전체 시간이 기차와 큰 차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런 것이 선수단 특성이구나’ 싶었습니다.선수단 버스는 우등고속버스보다 좌석 수를 줄여 더 쾌적하고 엔진 성능도 최고 사양으로 뽑습니다. 편의 장비도 더 넣는데 그런 하드웨어는 선수단이 버스를 선호하는 이유 중 일부입니다. 더 큰 이유는 베테랑 기사님 공으로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탑승자 승차감, 안전 운행 능력, 서비스 정신까지 모두 갖춘 분을 찾기는 그렇게 쉽진 않습니다. 제가 있던 NC 다이노스도 더 좋은 능력자를 모시려 초창기 여러 기사님을 만나고 헤어졌습니다. 저도 직접 타고 다니며 경험한 10년 동안 최고의 구단 버스 기사님은 안석환 매니저였습니다. 그는 팀을 구한 영웅입니다.2014년 8월 5일 새벽 1시쯤 경부고속도로 동대구 쪽을 지날 때였습니다. 인천 경기가 비로 취소돼 부산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안 매니저가 모는 1호차가 주행선에서 느리게 가던 1톤 트럭을 추월해 절반쯤 지날 무렵 트럭이 갑자기 흔들렸습니다. 빗길 때문이었는지 졸음이 원인인지 버스 쪽으로 쏠리며 옆을 들이박기 직전이었습니다. 멀리 뒤따르던 2호차 맨 앞자리에 앉은 저는 “어어” 소리만 내며 패닉에 빠졌습니다. 1호차 버스는 갑자기 중앙 분리대를 거의 스칠 듯 붙으며 덤벼드는 트럭을 피했습니다. 느린 화면으로 스위퍼 궤적을 따라가듯 마치 버스 뒤쪽이 부드럽게 휘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트럭도 다행히 중심을 잡았고, 뒤따르던 2·3호 버스도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당시 제 수첩을 찾아보니 ‘일촉즉발 위기, 1호차 후방을 칠 뻔’이라고 기록했네요. 그 장면을 기억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다들 그때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잤다고 합니다. 그런 위기에서도 급격한 조작 없이 충돌을 회피할 정도로 그는 노련했습니다. 안 매니저는 최근 구조조정으로 팀을 떠나 지금은 경북에서 시외버스를 몰고 있습니다. 그는 "투수가 공을 갖고 놀듯 저희도 그 정도는 차를 갖고 놀 줄 알아야죠"라고 대수롭지 않게 그때를 떠올립니다. ‘움직이는 집’은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팀을 지킨 안 매니저의 기록을 남깁니다. 안전하고 편한 집에서 선수들이 잘 지냈으면 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5.26 09:00
e스포츠(게임)

'우지' 젠쯔하오, 홀 오브 레전드 헌액…페이커 이어 두 번째

라이엇 게임즈는 20일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전설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홀 오브 레전드의 두 번째 헌액자로 중국 리그 LPL의 '우지' 젠쯔하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젠쯔하오는 가장 위대한 바텀 라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피지컬 능력이 빼어나고 두려움 없이 상대 진영을 파고드는 플레이가 특징이다.LPL 초창기 로얄 클럽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젠쯔하오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로얄 네버 기브 업(RNG)의 유니폼을 입었다.2013년과 2014년 롤 월드 챔피언십에 로얄 클럽 소속으로 출전해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RNG 소속으로 2016년 월드 챔피언십 8강, 2017년 4강, 2018년 8강, 2019년 16강 등 4년 연속 진출하면서 통산 6회 출전한 경력을 갖고 있다.젠쯔하오의 최고의 해는 2018년이다. 1년 동안 지역에서 열린 대회와 국제 대회를 싹쓸이하는 팀에게 주어지는 칭호인 '골든 로드'에 가장 근접했다.RNG를 LPL 스프링과 서머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고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정상을 찍은 젠쯔하오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중국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같은 해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아쉽게 8강에서 탈락했다.젠쯔하오의 홀 오브 레전드 헌액식은 6월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페이커' 이상혁이 헌액됐던 작년과 마찬가지로 메르세데스-벤츠가 맞춤형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차량을 선물한다. 롤 e스포츠 글로벌 총괄 크리스 그릴리는 "젠쯔하오의 유산은 단순한 타이틀과 성과를 넘어선다. 바텀 라이너의 역할에 대한 관념을 바꿔 놓았고 롤 e스포츠에도 영원한 흔적을 남겼다"며 "젠쯔하오의 열정과 투지는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고 글로벌 팬 투표 결과를 보았을 때도 그가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지 분명했기에 홀 오브 레전드에 헌액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5.05.20 16:34
해외축구

축구하는 신사들? 원더러스의 낭만 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지난 13일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에서 토트넘 홋스퍼와 울버햄튼 원더러스가 맞붙었다. 토트넘의 손흥민은 주중에 열릴 유로파리그에 집중하기 위해 결장했고, 울버햄튼의 황희찬은 후반 막판에 투입돼 7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비록 많은 한국 팬이 기대했던 ‘코리안 더비’는 무산됐지만, 필자는 이 기회를 맞아 ‘원더러스(Wanderers)’라는 감성이 가득한 이름을 소개하고자 한다.사실 국내 팬들에게 ‘원더러스’라는 이름은 꽤 친숙하다. 황희찬 이전에 설기현이 울버햄튼에서 뛰었고, 이청용이 한때는 볼턴 원더러스에서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더러스라는 이름을 가진 클럽은 현재 1~4부리그의 92개 클럽 중 단 3개에 불과하다.원더러스는 19세기 중·후반 잉글랜드에서 인기를 얻었던 클럽 이름이다. 그럼에도 ‘시티’, ‘타운’, ‘유나이티드’ 같이 축구 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이름은 아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자. 동사 ‘wander(돌아다니다, 거닐다)’에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er’이 합쳐진 ‘원더러(wanderer)’는 “목적 없이 여행하는 사람”이란 뜻이다.원더러스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클럽은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 사립학교인 ‘해로우 스쿨(Harrow School)’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1859년 런던 동쪽의 레이톤스톤에 ‘Forest FC’를 설립한다. 하지만 이 클럽은 홈경기장이 없었다. 따라서 런던과 주변 지역의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경기를 치른다는 의미에서 1864년 원더러스로 명칭을 바꿨다. 이러한 이름에는 승리나 보상보다는 즐거움을 위해 축구를 하는 “여행하는 신사 그룹”이라는 낭만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클럽의 명칭에 담긴 낭만적인 정서. 그리고 사립학교 출신의 부유한 이들로 주축이 된 원더러스 FC에서 ‘한량(閑良)’들의 클럽 같은 느낌을 받은 독자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과는 달리, 원더러스는 초창기 잉글랜드 축구의 최강팀이었다. 원더러스는 1872년 제1회 FA컵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1876년부터 1878년까지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들의 주목할 만한 성공은 후에 다른 클럽에도 영감을 주게 된다.원더러스 FC에 이어 또 다른 원더러스가 등장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874년 맨체스터 인근 볼턴에 ‘그리스도 교회 FC(Christ Church FC)’가 설립됐으나, 클럽은 성공회 목사와의 분쟁으로 1877년 ‘볼턴 원더러스’로 이름을 변경한다. 원더러스라는 이름은 클럽이 창단 후 4년 동안 세 개의 경기장을 사용하면서 영구적인 홈경기장을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선택되었다. 물론 이름 선정 과정에서 볼턴은 당시 잉글랜드 최고의 클럽이었던 원더러스 FC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사료된다.3번째 원더러스도 연이어 나타났다. 1877년 버밍엄 인근의 공업도시 울버햄튼에 있는 교회의 주도로 ‘세인트 루크스(St. Luke's)’라는 축구팀이 설립되었다. 2년 후 세인트 루크스는 근교의 크리켓 겸 축구 클럽이었던 ‘블레이큰홀 원더러스’와 합병하며, 울버햄튼 원더러스가 탄생하게 된다. 보통 두 개의 클럽이 합쳐질 경우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을 쓴다. 하지만 울버햄튼 축구 클럽은 영구적인 홈구장이 없던 두 팀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원더러스라고 불리게 된다. 올드 축구팬이라면 1994~95시즌 EPL 우승 팀 ‘블랙번 로버스(Blackburn Rovers)’가 기억날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의 1~4부리그에는 블랙번을 포함해 4개의 클럽이 로버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로버(rover)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로버의 사전적 뜻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흥미롭게도 원더러스라는 클럽 이름이 유래한 것처럼, 마땅한 홈구장이 없어 떠돌아다니는 팀에게도 ‘로버스’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참고로 '로버'라는 용어는 거친 지형을 탐험하는 데 사용되는 차량을 지칭할 때도 있는데, 영국의 로버 자동차 회사가 만든 브랜드가 유명한 랜드로버다.블랙번은 1884년부터 1886년까지 FA컵을 3년 연속으로 제패했다. 이렇게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FA컵에서 3년 연속 우승한 팀은 블랙번 로버스와 원더러스 FC가 유이하다. 공교롭게도 홈구장이 마땅치 않아서 떠돌아다녔던 두 팀이 FA컵 대회에서는 괄목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원더러스, 로버스와 같은 의미를 가진 팀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레인저스(Rangers)다. 박지성이 선수 생활 말년을 보낸 QPR(Queens Park Rangers, 퀸즈 파크 레인저스)은 현재 홈구장인 로프터스 로드에 정착하기 전까지 15개의 다른 축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렀다.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올드 펌’ 더비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위치한 레인저스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텍사스 레인저스도 QPR과 같은 이유로 레인저스로 불리게 되었을까?정답은 아니다. 글래스고 레인저스라는 이름은 잉글랜드의 럭비 클럽인 ‘스윈던 레인저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한 텍사스 레인저스 야구팀의 전신은 ‘워싱턴 세네터스’였으나 1972년 텍사스주 알링턴으로 연고지를 옮긴 후 텍사스 레인저스가 되었다. 레인저스라는 명칭은 주 전역의 법 집행 기관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2025.04.19 11:11
예능

‘식스센스: 시티투어’, 가짜 아닌 진짜로… 소상공인 선한 영향력 펼쳤다

진짜에 가짜를 한 스푼 더했다. tvN 예능 ‘식스센스: 시티투어’가 완전한 가짜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과 협력하는 방식을 채택해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10일 종영한 ‘식스센스: 시티투어’(이하 ‘시티투어’)는 매회 SNS에서 유명한 핫플레이스 3곳을 돌아다니는 여행 속에 단 하나의 가짜를 찾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22년 종영한 ‘식스센스’ 시리즈의 외전이다. ◇ 가짜 업소 아니다… 몇 달 전부터 실제 운영‘시티투어’라는 이름으로 3년 만에 새롭게 돌아오면서 제작진은 여러 차별점을 뒀다. 기존 ‘식스센스’에서는 제작진이 완전히 텅 비어 있던 곳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가짜 업소를 창조했다. 오로지 ‘식스센스’ 촬영을 위한 공간이었으며, 가짜 업소기 때문에 촬영 당일에만 운영을 했다. 반면 ‘시티투어’는 기존 식당에서 제작진이 유명 셰프와 함께 기획한 레시피를 활용해 특이한 메뉴를 장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몇 달 전부터 실제 식당에서 장사를 하면서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은 자체 바이럴이 형성돼 SNS에서 식당이 화제가 되는 경우도 생겼다. 7회 방송된 ‘초대왕 만둣국’의 경우 ‘시티투어’ 방송 전 KBS2 ‘생생 정보통’, YTN 뉴스 보도국 등에서 섭외 연락까지 왔다는 후문이다. “이 정도면 가짜 찾기라는 본연의 기획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으나, 방송 후 식당 주인들이 가짜 메뉴를 판매하면서 진짜 손님들로 이어지는 선한 영향력이 펼쳐지면서 “공익성을 갖춘 프로그램”, “가짜여도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방송이라 할 수 있는 기획” 등의 반응이 대다수다.‘시티투어’ 제작진은 “초창기 ‘식스센스’를 기획했던 2020년과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자극적인 ‘여름’ 같은 기존의 ‘식스센스’와 달리 ‘겨울’의 추위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의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주어진 예산 안에서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 출연진 교체… ‘순한 맛’ 강조‘시티투어’는 유재석을 필두로 기존 ‘식스센스’와 다른 출연자를 내세웠다. 유재석의 대학 동기이자 절친인 송은이와, 유재석의 팬을 자처하는 배우 고경표, 최근 예능 대세로 떠오른 오마이걸 미미가 합류했다. 기존 ‘식스센스’가 오나라, 제시, 미주 등의 출연진과 함께 ‘매운 맛’을 강조했다면, ‘시티투어’의 출연진은 ‘순한 맛’으로 무해한 웃음을 이끌어냈다. 식당에 들어가는 와중에도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투덜거리다가도, 맛있는 음식을 먹자마자 “여기는 진짜여야 한다”고 외치는가 하면, 최종 결정에 부담감을 느끼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등 순수한 면모를 보이는 출연진은 기존 ‘식스센스’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다만 정답을 맞혀야 하는 ‘추리’ 예능을 기본으로 하는 예능 기획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톡톡 튀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반응은 있다. 또 기존 ‘식스센스’의 과감한 멘트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한편 ‘시티투어’는 남녀 2049 시청률에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4주 연속 동시간대 1위(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시티투어’ 제작진은 시즌 2 제작과 관련해 “너무 감사하게도, 시청자들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며 “멤버들 스케줄과 방송국 편성이 허락하는 한, 시즌2를 안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불어 넣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4.11 05:40
골프일반

'리즈 시절' 이끌었던 김상열 회장 KLPGA 회장 취임식..."한국 여자 골프 글로벌 경쟁력 키울 것"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새 수장이 된 김상열 서울신문 회장이 취임식을 치르고 KLPGA투어의 경쟁력 강화를 외쳤다. 김상열 회장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KLPGA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15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총회 후 취임식이 연이어 열렸다. 김상열 회장은 KLPGA투어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그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제13대 KLPGA 회장을 지냈다. 이 시기 KLPGA투어는 시즌 총상금 규모 270억원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고, 전인지와 박성현 같은 스타들이 대거 탄생해 흥행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김상열 회장 재임 시절 2부 투어인 드림투어,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에 적극 투자하면서 성공적인 붐 업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KLPGA투어는 방송 중계 시청률 면에서 여전히 최고 수준의 인기 스포츠 대접을 받고 있지만, 최근 들어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말 투어의 메이저대회인 한화 클래식이 폐지됐고 일부 스폰서들은 대회를 그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투어에 대한 기업 투자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김상열 회장이 4년 만에 재임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KLPGA 역사상 회장 재임은 역대 네 번째지만, 연임이 아닌 재임은 초창기 김성희 회장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김상열 회장은 취임사에서 세 가지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회원 복리후생에 신경 쓰겠다. 임기 중에 선수들의 은퇴 후 교육과 연금 등을 위한 기금 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투어의 경기 내용에 대한 질적 향상을 꾀하고, 마케팅에서도 혁신을 이루겠다. 국제경쟁력과 함께 글로벌 위상을 높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상열 회장은 특히 최근 일본 여자골프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제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무대에서 약진하는 것을 거론했다.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 대회에 국내 투어 선수들이 참가하기 어렵게 했던 빗장을 풀겠다. 한국에서 열리는 LPGA투어 대회를 KLPGA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열 회장은 “그동안 KLPGA가 해외 투어에 다소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제는 우리 투어 경쟁력이 충분히 올라왔다고 판단한다. LPGA투어가 추가로 열리더라도 최대한 협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다. 선수들의 해외 투어 진출을 가로막는 제약도 가능하면 다 풀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런 방안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김상열 회장은 줄어든 KLPGA투어 대회 숫자를 다시 늘리고 그동안 위축됐던 드림투어와 챔피언스투어를 장기적으로 살릴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은경 기자 2025.03.20 16:04
프로야구

[류선규의 다른 생각] 해외파 감독·코치 계약 7년 유예 조항, 다시 생각하자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한 최지만(34·전 뉴욕 메츠)은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BO리그에서 뛰고 (은퇴 후) 지도자로 활동하고 싶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최지만의 이 발언은 국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는데 필자가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조항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1990년대 후반부터 박찬호·서재응·김선우·김병현·최희섭 등 MLB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국인 선수가 적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탓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당시 국내 아마추어 유망주들이 대거 미국에 진출하는 걸 막으려고 '해외파 복귀 2년 유예 제도'를 만들었다. 현행 KBO 야구규약 제107조 조항에는 '신인 선수 중 한국에서 고등학교 이상 재학하고 한국 프로구단 소속선수로 등록한 사실 없이 외국 프로구단과 선수 계약한 선수는 외국 프로구단과의 당해 선수 계약이 종료한 날부터 2년간 KBO 소속구단과 선수 계약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KBO는 2009년, 야구규약 제107조에 '외국진출선수가 KBO 소속구단과 감독·코치 계약을 하려면 7년 유예 기간을 거쳐야 한다'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를 적용했을 때 1991년생인 최지만은 병역을 이행한 뒤 내년 9월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하더라도 지명받지 못하면 국내 복귀가 더욱 미뤄질 수밖에 없다. 만약 KBO리그에서 선수가 아닌 지도자 생활을 하려고 해도 5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다만 최지만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국내 구단의 지명을 받고 선수로 뛴다면 감독·코치 계약의 7년 유예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문찬종 키움 히어로즈 코치가 '해외파→신인 드래프트 지명→코치' 절차를 밟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조항은 이미 두 차례 예외를 적용한 바 있다. KBO는 2007년 4월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회의를 통해 최희섭·송승준·김병현·추신수·류제국·채태인·이승학 등 7명의 선수를 2년 유예 기간 없이 곧바로 한국 복귀가 가능하게 조치했다. 또, 2012시즌을 앞두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국내 복귀를 희망하자, KBO는 2년 유예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그가 곧바로 고향 팀 한화 이글스에서 뛰는 것을 허락했다.'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조항은 아마추어 유망주들이 미국 진출하는 데에 신중을 기하게 했다. 지금도 그 효과는 상당히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선수가 아닌 지도자(감독·코치)로 복귀하는 것까지 제약을 둘 필요가 있을까 싶다.최근 KBO리그에선 비활동기간 선수들이 자비로 해외 아카데미에서 연수받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MLB 출신 강정호의 사설 레슨장은 매년 선수들이 방문하는 인기 장소가 됐다. 교육 비용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저연봉 선수들까지 다녀오고 있다. 그만큼 배움에 대한 선수들의 열망이 강하다. 비록 KBO리그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은 해외파 선수들이 있다면 문호를 개방하는 게 적잖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일본 프로야구(NPB) 선수 출신인 백인천 전 감독은 번뜩이는 타격 기술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해 백 전 감독이 기록한 타율 0.412는 아직 깨지지 않는 단일 시즌 최고 타율이기도 하다. 선수에 감독까지 겸한 그는 프로야구 개념이 희미했던 초창기에 초석을 다졌다. KBO리그로선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리그의 질을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쇄국보다 '개방'이 더 어울리는 옷일 수 있다. '제2의 백인천'이 나올 수 있는 길을 막을 필요는 없다.전 SSG 랜더스 단장정리=배중현 기자 2025.03.04 05:30
프로야구

[류선규의 다른 생각] 벌써 뜨거운 아시아쿼터, 네트워크 선점이 성패 가른다

2026시즌 도입되는 KBO리그 아시아쿼터를 두고 현장 반응이 뜨겁다. 아시아쿼터는 기존 외국인 선수 정원(팀당 3명)과 별도로 아시아 지역 국적 선수를 포지션 구분 없이 1명 추가 등록할 수 있는 제도. 시행까지 1년이 남았지만, 구단마다 물밑 준비가 한창이다. 올해 1차 스프링캠프를 호주에서 진행한 3개 구단(두산 베어스·KT 위즈·한화 이글스) 관계자에 따르면 KBO리그 아시아쿼터에 대한 호주 프로야구(ABL) 소속 선수들의 관심이 크다고 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1차 캠프를 소화한 LG 트윈스는 ABL 시드니 블루삭스 소속 오른손 투수 코웬 윈(호주)을 초청, 테스트하기도 했다.호주뿐만 아니라 일본 독립리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일본 독립리그는 아시아쿼터의 주요 선수 시장으로 거론되는데 지난 시즌 투수 시라카와 게이쇼가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돼 '단기 알바'를 뛰기도 했다.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를 거친 시라카와는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 중인데 '아시아쿼터를 통해 KBO리그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내 잘 알려지지 않은 대만 프로야구(CPBL) 소속 선수들도 아시아쿼터의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다. CPBL은 각각 3년과 8년 요건을 채우면 해외 진출이 가능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이 주어진다. KBO리그 아시아쿼터 선수에는 연봉, 계약금, 이적료 등을 모두 포함해 최대 20만 달러(3억원·월 최대 2만 달러)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CPBL 선수에게 적은 수준은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NPB)를 제외하면 ABL이나 CPBL은 리그 연봉 수준이 낮아 한국 진출이 일종의 '코리안 드림'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KBO리그 구단의 아시아쿼터 선호 지역은 아무래도 일본이다. NPB는 물론이고 독립리그를 비롯해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매년 11월에는 NPB 미소속 선수 대상 합동 트라이아웃이 열리는데 KBO리그 구단 스카우트가 집결할 가능성이 크다. NPB 육성선수도 체크 후보다. NPB 육성선수로 3년간 활동하다가 이듬해 정식 선수가 되지 못하면 FA로 풀린다. 4군까지 운영 중인 NPB 명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경우 뎁스(선수층)가 두꺼운 팀 사정상 정식 선수로 전환되지 못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 NPB 유망주라면 NPB 내 이적이 우선순위겠지만, 아시아쿼터를 통한 스텝업을 시도할 수도 있다. 지난해 NPB 2군에는 2개 구단(쿠후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오이식스 니가타 알비렉스 베이스볼 클럽)이 창단, 선수 풀이 더욱 다양해졌다.아시아쿼터는 새로운 스카우트 영역이다. KBO리그 구단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는 미국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시아리그 네트워크가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각 구단으로선 발 빠르게 움직여 해당 네트워크를 선점하는 게 중요할 전망이다. 미국이나 중남미와 비교해 정서적 관계가 우선시되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분위기라면 KBO리그 초창기 외국인 선수 제도처럼 에이전트에 의존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아시아쿼터 선수를 '제4의 외국인 선수'로 활용한다면 리그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시행까지 1년이 남았지만, 어느 구단이 먼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전 SSG 랜더스 단장정리=배중현 기자 2025.02.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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