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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은 공포의 대상" 다섯 번 만나 다섯 번 졌다, 만리장성보다 높은 한국 양궁의 벽 [2024 파리]
다섯 번 만나 다섯 번 졌다. 중국이 또 한국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이 호흡을 맞춘 여자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 중국을 5-4(56-53, 55-54, 51-54, 53-55, <29-2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이로써 한국 여자 양궁은 올림픽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 종목 10연패를 달성했다. 세 선수 모두 올림픽 경험이 없어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편견을 보란 듯이 깨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반면, 중국은 또다시 고배를 들었다. 이 종목에서 다섯 차례나 결승전에 올랐으나 번번이 한국에 막혔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선 최윤정-김수녕-이은경 조에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건 중국은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까지 3연속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은메달에 그쳤다. 이후 12년 만에 다시 결승에 올라 한국을 마주했지만 한국의 벽은 높았다. 중국은 지난 4월과 5월에 열린 1, 2차 월드컵에서 한국을 누르고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4 파리 대회에선 다른 결과를 얻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올림픽은 달랐다. 중국의 양샤오레이는 AP 통신을 통해 "올림픽은 (다른 대회와는) 조금 다르다. 더 종합적이다"라고 전했다.
체육 철학자인 김정효 서울대 외래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선수가 양궁 및 펜싱, 사격에서 강한 이유는 선천적으로, 역사적으로 집중력이 좋고 손기술이 좋기 때문"이라면서도 "한국의 세계최강 이미지는 이미 세계적이다. 협회의 투명성과 치열한 선발 과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9연패라는 업적도 타국 팀에겐 이미 공포의 대상이다. 확률적 마인드에서 지고 들어간다. 심리적 위축도 동반된다"라며 현상을 짚었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의 성적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0-4에서 3, 4세트를 내리 이기며 슛오프까지 이끈 저력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슛오프에선 두 번째 샤수 양샤오레이가 과녁 정중앙에 꽂히는 'X텐'을 쏘며 역전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전훈영과 임시현의 화살이 9점에 그쳤다면 'X텐'으로 중국이 우승했겠지만, 두 선수의 화살이 10점으로 인정이 되면서 중국은 다섯 번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양샤오레이는 "이날 경기에서 4-4를 기록한 것이 이미 우리가 많은 것을 증명했다.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한국 출신의 권용학 감독도 중국의 신화통신을 통해 "팀원들은 열심히 뛰었다. 경기 내내 끈기 있는 정신을 보여줬다. 이제 우리는 다가올 경기(개인전)를 준비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양샤오레이도 "오늘 우리가 이룬 성과는 우리 팀이 더욱 결의를 다지게 했다. 다음 대회(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준비를 준비하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윤승재 기자
2024.07.29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