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가을이 왔다, 강승호가 터진다..."작년엔 '어어어'하다 끝, 욕심 안 부려야 잘할 듯" [IS 스타]
"욕심 부리면 결과가 안 좋은 때가 많았어요. 지난해는 '어어어'하다 끝났는데, 올해는 이기려는 마음은 같아도 욕심 부리지 않고 해보고 싶습니다."올해도 가을은 강승호(30·두산 베어스)의 계절이다.강승호는 지난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전에 8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해 2회와 4회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2홈런) 3타점 3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강승호를 앞세워 10-5로 승리한 두산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고, 4위 수성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강승호는 이날 경기 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장염 증세가 도진 탓에 21일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쉬었고 23일 SSG 랜더스전 때도 빠졌다. 꿈꿨던 전 경기 출장이 무산됐지만, 강승호는 다시 페이스를 찾고 돌아와 홈런으로 이를 증명했다.
첫 타석 때는 수 싸움이 통했다. NC 이재학을 상대로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존에 들어오는 직구를 밀어서 오른쪽 담장 너머로 보냈다. 이어 두 번째 타석 때 이재학을 다시 만나서는 높게 들어온 체인지업 실투를 넘겼다. 잠실 구장이라는 게 믿지기 않는 두 타구였다.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강승호는 "첫 타석도 그렇고, 두번째 타석도 잘 맞긴 했지만 잠실이라 넘어갈까 생각했는데 기분 좋다"고 기뻐하면서 "첫 타석 홈런은 나도 놀랐다. 앞서서 스트라이크 하나와 볼 하나가 들어왔고, 직구로 잡으러 들어오겠다고 생각하고 방망이를 돌렸는데 잘 맞았다"고 복기했다.
홈런 18개. 잔여 경기가 적어 데뷔 첫 20홈런은 어려워도 종전 커리어하이(10홈런)는 일찌감치 넘어섰다. 2013 신인 드래프트 당시 LG 트윈스에 1라운드로 입단하던 강승호였기에 이제야 어울리는 성적표라고도 말할 수 있다.강승호는 홈런 숫자보다 출장 경기 수가 아쉽다고 했다. 강승호는 "사실 가장 큰 목표가 전 경기 출장이었는데, 장염으로 이루지 못해 정말 아쉽다"고 전했다. 그는 홈런 수에 대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성적에 대한 욕심은 언제나 없었다. 어느 정도 이상은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만 있었다"고 했다.경기 수가 많아진 건 건강이 아닌 실력 문제에 가깝다. 그동안 강승호는 높은 잠재력에도 심한 기복을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시즌 초 부진하면서 주전 경쟁에 밀렸다가 9월에 잘하면서 시즌을 마치는 일이 잦았다. 올해 뛴 139경기는 강승호가 실력적으로 성장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 시즌을 버텨낸 강승호가 이젠 가을을 준비한다. 통산 타율 0.259 OPS(출루율+장타율) 0.712를 기록 중인 강승호는 9월 이후가 되면 통산 타율 0.290 OPS 0.770 타자로 변신한다. 최근 3년으로 좁히면 9월 성적은 타율 0.318 OPS 0.850까지 높아진다.올해는 9월의 기세를 10월 가을야구까지 이어가는 게 목표다. 2021년 플레이오프 타율 0.625를 기록했던 가을 활약이 필요한 때다. 지난해엔 단 한 경기로 가을이 끝났고, 그 과정에서 강승호 본인도 수비 중 외야수 김태근과 충돌하던 아쉬운 기억이 있었다.강승호는 "지난해는 한 경기만 하고 끝났다. 그냥 '어어어'하다가 끝난 것 같다. 올해는 조금 길게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가을에서 어느 팀과 만날지는 아직 모르지만, 상대가 누구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야구를 한다면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목표를 묻는 말에 "한국시리즈까지 하고 싶다"고 한 그는 "누구나 다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겠지만, 큰 경기에서 욕심을 부리면 결과가 안 좋을 때가 많았다. 이기려는 마음은 가져도, 욕심 부리지 않고 지난해와는 다르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9.25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