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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멋스토리] 이쯤되면 '악연'…테일러메이드로 한판 붙은 F&F와 더네이쳐홀딩스

세계 3대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의 전략적 투자 파트너(SI)로 중견 패션 기업 F&F가 확정됐다. 또 다른 패션 기업인 더네이쳐홀딩스는 테일러메이드의 SI로 선정됐다면서 일찌감치 축포를 터뜨린 바 있다. 그러나 더네이쳐홀딩스가 자금력 부족으로 인수전에서 철수하면서 그 자리를 F&F가 차지하게 됐다. F&F와 더네이쳐홀딩스는 각각 '디스커버리'와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다큐멘터리 채널의 판권을 사와 국내에서 의류 브랜드를 론칭, 큰 성공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발 주자가 F&F였고, 더네이쳐홀딩스는 이를 벤치마킹한 후발 주자다. 국내 패션 업계가 테일러메이드를 둘러싼 양사의 치열한 인수전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본 배경이다. 점입가경 인수전 패션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MLB 등을 운영하는 F&F는 지난 5일 미국 골프용품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참여하기 위한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F&F는 이번 딜을 완성하기 위해 인수 목적 사모투자합자회사(PEF)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센트로이드PE)에 총 5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테일러메이드는 지난 6월 13일 패션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전개하는 더네이쳐홀딩스가 SI로 선정된 브랜드다. 센트로이드PE는 더네이쳐홀딩스가 1000억원을 지분 형태로 투자하고, 향후 우선 인수할 권리도 확보할 것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약 한달 만에 더네이쳐홀딩스는 "성공적인 인수 및 운영을 위해 오랜 시간 상호 협의했으나 양 사 모두의 최선의 결과를 위해 본 인수 건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합의했다"며 SI 선정 및 출자 확약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결국 자금력이 SI를 갈음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F&F는 결과적으로 더네이쳐홀딩스의 1000억원 보다 5배 많은 5000억원에 테일러메이드를 거머쥐었다. 센트로이드PE는 지난달 다른 사모펀드로부터 테일러메이드를 2조원 규모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센트로이드PE로서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더네이쳐홀딩스보다 F&F가 더 유리하다. 일부에서는 센트로이드PE가 더네이쳐홀딩스를 SI로 선정했는데 갑자기 경쟁사인 F&F로 파트너를 바꾼 것을 두고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 인수전은 돈에 따라 얼마든지 향방이 갈린다. 더네이쳐홀딩스가 어떻게든 센트로이드PE와 계약을 성사시키고 싶었다면, 계약서에 근거해 다른 방법을 찾거나 추가 자금을 마련하면 된다. 업계에서는 더네이쳐홀딩스가 '양 사 모두 최선의 결과를 위해'라는 정리된 입장으로 마무리한 것은 그 나름의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대규모 딜을 경쟁사에 억울하게 빼앗긴 것 치고는 더네이쳐홀딩스의 마무리가 너무 점잖다. F&F 관계자는 "F&F가 먼저 센트로이드PE에 연락해 테일러메이드 사업권을 따내려고 연락을 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연히 센트로이드PE로부터 먼저 요청을 받고 SI에 참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당초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투자금이 늘어났으나, 이는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며 동원할 수 있는 액수였다"고 말했다. 재조명되는 '악연' "더네이쳐홀딩스는 F&F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성장 과정이 F&F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원래 해외 디지털 소형 가전을 수입하던 업체였다.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2013년 과학·탐험·문화 비영리재단인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판권을 사와 패션잡화 부분에 접목했다. 초기에는 가방을 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해 사세를 키웠고, 이후 의류까지 외연을 확대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이 '대박'을 터뜨리자 한국 외 중화권 판권도 사들여 폭을 넓히고 있다. 2020년에는 NFL(미국프로미식축구연맹)과 라이선스를 맺고 의류 브랜드를 론칭했다. F&F가 걸었던 길과 흡사하다. 내년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F&F는 1997년 MLB(메이저리그베이스볼)의 한국 판권을 들여와 패션 사업을 펼쳤다. 베네통, 시슬리, 레노마스포츠, 엘르 등 굵직한 해외 브랜드가 F&F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2012년에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판권을 사들여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론칭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아웃도어와 일상복의 사이인 '라이프스타일웨어' 분야를 선점하면서 국내에 없던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F&F는 2019년 MLB 중국 판권도 획득해 수익을 내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해외 라이선스를 들여와 의류 브랜드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F&F와 닮은꼴이다. 그러나 양사의 업력과 매출 규모, 시총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F&F는 지난해 매출 8376억원, 영업이익 1226억원을 기록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2020년 매출 2915억원, 영업이익 553억원을 거뒀다. 8일 기준 더네이쳐홀딩스의 시가총액은 2400억원 수준이며, F&F는 4조8000억원이다. 두 회사를 견인하는 브랜드의 소비자군도 구분된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소비자 연령대가 20~30대에 맞춰있다. 마케팅 타깃과 제품이 고급스럽고 단가도 높은 편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은 중·고등학교 학생 사이에 인기다. 업계 관계자는 "F&F가 다큐멘터리 채널을 의류로 돌려 라이프스타일웨어 장르를 연 것은 분명한 성과다. 이후 F&F를 따라 각종 라이선스를 국내로 들여와 패션 사업을 펼치는 업체가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F&F로서는 특히 더네이쳐홀딩스를 보면 속이 끓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채널이라는 모티브가 비슷할뿐더러, 몇해 전에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 선보인 일부 제품 디자인을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에서 비슷하게 출시했다는 지적이 나와서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 매장을 내면 바로 근처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이나 더네이쳐홀딩스가 보유한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F&F는 (더네이쳐홀딩스와) 비교 선상에 놓이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글로벌 체력 다진 F&F F&F는 테일러메이드의 전략적 투자자가 되면서 체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F&F는 센트로이드PE가 투자비 회수에 나설 때 회사를 우선 인수할 권리(우선매수청구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일러메이드는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북미·유럽·일본·오세아니아 등 글로벌 단위 매출이 테일러메이드 전체 매출 비중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카테고리별로는 골프 클럽 및 볼이 90%, 기타 용품 8%, 어패럴이 2%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다. 메탈우드·아이언 등 골프장비 부문에서는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테일러메이드 매출액은 9억 달러(약 1조원), 영업이익은 1100억원 안팎이다. F&F 관계자는 "우리 목표는 테일러메이드의 본사 경영권 인수다.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단위에서 사업을 펼치기 위한 것"이라며 "F&F는 센트로이드PE와 함께 테일러메이드 본사 인수 후 지배회사 지위까지 확보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08.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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