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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몇 개 안 남은 매장 또 폐점…출구 없는 토종 뷰티 기업 에이블씨엔씨

토종 화장품 기업 에이블씨엔씨가 갈림길에 섰다. 코로나19로 뷰티 시장이 고전하는 가운데, 매출도 내림세다. 자체 멀티숍인 '눙크' 매장과 '미샤플러스' 매장을 잇달아 폐점하면서 적자 폭만 줄여나가는 처지다. 혁신적인 제품은 물론, 눈에 띄는 마케팅도 보이지 않는다. 매장 폐점 가속화 '눙크 석계점 영업종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감사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석계역 인근에 있는 눙크 매장 앞에 붙은 안내문이다. 눙크는 에이블씨엔씨가 2019년 자체 브랜드인 '미샤', '어퓨' 외에도 타사 브랜드까지 모두 취급하는 멀티플랫폼을 만들겠다면서 론칭한 멀티숍이다. 그러나 석계점이 폐점하면서 한때 100개 점포를 넘보던 눙크는 13개로 쪼그라들었다. 남은 곳 역시 대부분이 장기간 계약을 맺은 대형마트에 입점한 점포로 사실상 문을 연 눙크 가두점은 1~2개뿐이다. 에이블씨엔씨는 눙크의 대체안으로 키우던 미샤플러스도 줄여나가고 있다. 눙크 출점 속도가 느리자 종전에 있던 미샤 매장에 '플러스'란 글자를 더 붙인 멀티숍이다. 그러나 700여 곳에 달하던 미샤 매장은 현재 400여 개까지 줄었다. 매장문을 닫아 손실을 메우는 형국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670억원 대비 14% 감소한 577억원이었다. 영업손실 규모는 작년 동기 150억원에서 46억원으로 줄였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분기부터 원가율 개선, 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 광고비 효율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손실 폭을 축소 중"이라고 분석했다. 비용 효율화는 한계가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동력이 절실하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일본과 미국 실적 확대, 온라인 사업 개편, 오프라인 채널 효율화로 반전을 일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개똥쑥', '보랏빛 앰플' 등 과거 에이블씨엔씨의 반등을 이끈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진부한 수상 소식이나 '1+1행사'로는 실적 개선이 힘들다. "LG생건에 매각 불발" 에이블씨엔씨의 최대 주주인 IMM PE는 지난해 6월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그룹 대표를 신임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했다. 5개월 뒤인 11월에는 신유정 전 KG할리스에프앤비 대표를 신임 상무로 앉혔다. 모두 IMM PE의 투자 성공사례로 꼽히는 '할리스커피'의 매각을 이끈 주역이다. IMM PE가 두 사람을 에이블씨엔씨로 모은 것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19로 K뷰티 업황이 급속하게 가라앉았다. 에이블씨엔씨를 품에 안기 위해서는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로써는 이런 빅딜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초 IMM PE 측과 함께 에이블씨엔씨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LG생활건강이 협의가 불가능한 수준의 제시액을 내밀면서 매각 논의도 깨졌다"고 전했다. IMM PE는 2017년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하면서 지부 인수에만 3000억원가량을 쏟아부었다. 이후에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수천억 원을 에이블씨엔씨에 투입한 바 있다. 다만 이에대해 LG생건 관계자는 "인수합병(M&A) 파트에서 에이블씨엔씨 인수와 관련해 검토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블씨엔씨는 전 세계 찾기 힘든 브랜드숍을 만든 기업이다. 또한 토종 화장품 기업으로서 K뷰티계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이 상당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IMM PE의 출구가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에이블씨엔씨라는 뷰티 기업의 존폐 자체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1.11 07:00
경제

미샤·네이처리퍼블릭…K뷰티 이끌던 1세대 원브랜드숍 '존폐 기로'

K뷰티 산업을 이끌어 온 1세대 원브랜드숍이 존폐 갈림길에 섰다. 사드 후폭풍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실상 인공호흡기만 단 신세다. 매년 적자 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오프라인 매장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문을 잠근 매장이 허다하다. 업계는 "이대로 가다가는 원브랜드숍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 많던 원브랜드숍 어디로 2~3년 전까지만 해도 명동과 홍대 등 주요 상권을 점령했던 원브랜드숍이 줄이어 폐점하고 있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1세대 원브랜드숍인 '미샤'는 2018년 가맹점수가 304개에 달했으나 작년에는 214개로 약 30% 줄었다. 2020년 미샤의 계약종료 매장은 48곳에 달했다. 미샤는 2002년 설립된 국내 최초 화장품 원브랜드숍으로 한때 매장 수가 800여 개에 달했다. 또 다른 원브랜드숍인 '네이처리퍼블릭'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8년 247개였던 매장은 지난해 139곳으로 44%가량 줄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3년간 매년 계약이 종료된 매장이 50~60곳으로 지속해서 외형이 쪼그라들었다. '토리모리'와 '스킨푸드'의 사정은 더 딱하다. 토니모리는 2018년 318개의 매장이 3년 만에 223개가 됐다. 지난해 계약 종료된 매장은 80개로 최대치를 찍었다. 스킨푸드는 2018년 228개던 매장 숫자가 2019년 102개, 작년 66개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한때 길거리를 가득 채웠던 원브랜드 매장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업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2019년보다 27.9% 줄어든 304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660억원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작년 20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에 기록한 영업손실액 128억원보다 대폭 확대된 규모다. 토니모리는 2020년에 전년보다 34.05% 감소한 11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55억원이었다. 그야말로 고사 직전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브랜드숍은 세계에서도 굉장히 드문 모델이다. 한 개의 브랜드로 오프라인 매장을 꾸리고, 모든 화장품 라인을 갖춘 독특한 형태로 K뷰티라는 신산업 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관광객에만 의존하다가 중국 사드 보복에 이어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철수 수순을 밟는다고 봐도 될 지경이다"고 말했다. 개점휴업…간판 바꾸고, 신사업 찾기도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에 공개된 매장 자료와 실제는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간판은 내걸었으나 문을 닫은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매장을 열면 인건비와 각종 유지 비용이 투입된다. 하지만 장사를 하지 않으면 임대료는 나가도 유지 비용은 절감된다. 코로나19로 개점휴업한 원브랜드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명동과 홍대, 신촌 등의 상권은 매달 임대료를 내면서도 문을 닫은 곳이 적지 않다"며 "주요 상권에 배치된 직원은 중국어와 영어,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고급 인력이다. 어지간한 월급쟁이보다 받아가는 월급이 더 많다"고 했다. 장사가 안되자 이름만 바꿔 론칭을 거듭하는 뷰티 기업도 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대표적이다. 에이블씨엔씨는 2019년 종합 화장품 플랫폼을 지향한다면 '눙크'를 론칭했다. 2017년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종전 미샤 매장을 리뉴얼해 수년 안에 눙크를 100호까지 확대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면서 유상증자로 확보한 1500억원 중 일부를 눙크에 투자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눙크 매장을 검색하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매장은 2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에이블씨엔씨는 눙크 매출이 신통치 않자 지난해 9월 눙크의 간판명을 '미샤 플러스'로 바꿔 달았다. 최근 3년 사이에 플랫폼 이름 바꾸는 것만 세 번째다. 화장품이 팔리지 않자 뷰티 대신 다른 사업에 손을 대는 기업도 있다. 토니모리는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사료 제조·유통 업체 '오션'을 인수했다. 토니모리 측은 "토니모리의 온라인몰에서 오션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브랜드는 해당 브랜드가 전부다. 오프라인을 특화해 번영하다가 코로나19로 매장 문을 닫고 있다"며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이동한다지만, 대기업 브랜드나 인디 브랜드보다 점유율이 떨어진다. 코로나 사태가 더 길어지면 브랜드 자체를 철수하는 1세대 원브랜드숍도 생겨날 것이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07.22 07:00
경제

잇따른 폐점…대형마트, 구조조정 본격화

온라인에 유통 주도권을 내준 대형마트가 매출 급감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폐점 매장이 늘면서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 변화로 생존 위기에 몰린 오프라인 유통업의 도미노 폐점을 막기 위해서라도 규제 강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 공룡' 옛말…사라지는 대형마트 5일 업계에 따르면 한때 '유통업계 공룡'이라고 불리며 국내 유통 시장을 장악했던 대형마트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3일 대구시 북구 칠성동에 있는 전국 최초 점포 홈플러스 대구점의 자산 유동화를 확정했다. 홈플러스 대구점은 지난 1997년 문을 연 점포다. 앞서 홈플러스는 올해만 3개 점포를 매각했다. 지난 7월 안산점(안산시 상록구 성포동)과 대전탄방점(대전시 서구 탄방동)을 9월에는 대전둔산점(대전시 서구 둔산동 소재)에 대한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마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해 벌써 8곳이 폐점했고 7곳도 폐점 갈림길에 섰다. 당장 오는 30일 서울 구로점과 도봉점(빅마켓)의 문을 닫는다. 여기에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은 향후 3~5년간 롯데마트 50개 곳을 폐점한다고 공언한 상태다. 대형마트 폐점의 배경에는 정부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내세운 영업규제, 이커머스 유통사와의 경쟁 심화, 집객인원 감소, 코로나19의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신규 출점 규제, 의무휴업일 지정 등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지난 10년간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은 것이 직격탄이 됐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각각 1.2%, 4.9%, 2.9%로 성장세를 보였지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시작된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마이너스 성장을 해왔다. 이마트는 급기야 지난 2분기에 창사 이래 첫 적자와 영업이익 -67.4%를 기록했으며 롯데마트는 261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2년 당시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은 34조원이었지만 지난해 32조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으며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은 11.3%에서 8.7%로 줄었다. 대규모 실직 우려…정부는 오히려 규제 강화 문제는 대형마트의 폐점으로 인한 대규모 실직자 양산이 사회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한국유통학회의 '유통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폐점은 대형마트에 관계된 고용뿐 아니라 주변 상권의 직간접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점포의 직접 고용 인력뿐만 아니라 입점 임대업체, 용역업체, 그리고 수많은 납품업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실제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1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 945명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반경 3Km 이내의 범위에서 429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형마트 1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 총 1374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이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폐점 점포 수와 일부 대형 유통업체에서 밝힌 향후 폐점 계획을 반영해 전체 폐점 점포 수가 총 79개 점이라고 가정할 경우, 폐점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는 약 11만명에 달했다. 롯데마트만 놓고 봐도 향후 5년 내 매장 50곳을 폐점할 경우 최소 6만8700명의 실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전통시장 주변 대형마트 입점 제한 규제 존속기한을 5년 더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 대형마트에만 적용하는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앞으로 백화점·면세점·아웃렛·복합쇼핑몰 등으로 확대한다는 유통법 개정안이 2건이나 발의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를 두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모바일로 시장 중심이 옮겨가는 추세에서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위협한다는 발상으로 기존 유통법 잣대를 현재에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무조건적 규제가 아닌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0.1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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