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현장에서] YG의 블랙핑크 지수 열애 인정, K팝 업계 변화의 바람 되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소속 가수인 블랙핑크 지수와 배우 안보현의 열애를 공식 인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 다른 멤버는 물론 소속사 아이돌 가수들에게 열애설이 제기될 때마다 대부분 ‘아티스트 사생활’을 이유로 묵묵부답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각종 추측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K팝 산업을 대표하는 아이돌의 열애 인정에 보수적이었던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수와 안보현의 열애는 최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지수의 집에서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개됐다. 두 사람의 소속사는 각각 열애를 인정하며 “호감을 가지고 알아가는 단계”라고 입장을 내놨다.
사실 YG뿐 아니라 기획사가 소속 아이돌 가수의 열애설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돌 가수의 인기는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열애는 대부분 수익과 직결돼서다. 팬들은 스타들과 ‘유사 연애’ 성향이 있는 터라, 열애 인정은 곧 ‘탈덕’으로 이어진다. 특히 아이돌 스타의 열애는 다른 연예인들과 영향이 비교 불가다. 아이돌이 대개 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열애 인정은 당사자뿐 아니라 나머지 멤버들은 물론 향후 활동 계획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열애 인정이 소속사 입장에선 금전적 손해인 것이다. 과거 전속계약서에 ‘연애 금지’ 조항을 기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점차 아이돌의 열애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커져가면서 열애를 인정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지만, K팝 업계에선 여전히 보수적이고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극단적으로는 멤버 퇴출로까지 이어진다. 과거 포미닛 현아와 펜타곤 던의 열애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의 열애설이 나오자 당시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가, 현아와 던이 직접 인정하자 “신뢰 회복 불가능”이라는 이유로 이들 모두를 퇴출시켰다. ‘열애’를 둘러싸고 소속사와 아이돌 간에 갈등이 직접 표출된 사례로 K팝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전세계에 위상을 떨치고 있는 K팝의 근간은 여전히 아이돌이다. 그리고 K팝 시스템의 문제점으로 소속사의 과도한 사생활 통제 등 아이돌의 ‘상품화’가 지적돼 왔다. 소속사 입장에선 아이돌이 스타 반열에 오르기까지 오랜 기간 ‘투자’를 하는 터라, 손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돌은 오로직 수익 창출을 위한 ‘상품’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보장 받아야 하는 인격권 등 기본권을 지니고 있다. 과거 아이돌 1세대와 비교해 소속사를 상대로 아이돌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열애 문제는 소속사가 이미지 관리 등을 이유로 주도권을 잡고 있는 영역이다. 물론 아이돌이 직접 열애 사실을 공개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일 수도 있다.아이돌에게 언제나 따라붙는 ‘신비주의’ 콘셉트는 자칫 도를 넘는 사생활 통제로 이어지고, 이는 눈부신 K팝 성장의 부정적 이면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번 YG의 입장 발표에 지수와 YG가 열애 인정을 두고 각각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했는지, 지수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사례가 아이돌 열애에 대해 K팝 업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8.06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