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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프랑스에서 열리는 첫 UFC 대회가 더 특별한 이유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가 한국시간으로 오는 4일 새벽 ‘UFC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 가네 대투이바사’ 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 메인이벤트는 헤비급 랭킹 1위 시릴 가네(32·프랑스)와 랭킹 3위 타이 투이바사(29·호주)의 헤비급 매치다. 거의 매주 대회를 개최하는 UFC이지만 이 대회는 특별하다. 바로 프랑스에서 열리는 첫 UFC 대회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파리에 위치한 아코르 아레나다. 파리에서 가장 큰 실내 경기장이자 콘서트홀이다. 파리에서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나 공연 등이 이곳에서 개최된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피겨 그랑프리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곳도, 최근 BTS가 대규모 콘서트를 연 곳도 바로 이곳이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농구, 레슬링, 유도 경기장으로 사용된다. 파리를 대표하는 아코르 아레나에서 UFC가 열린다는 것은 2~3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프랑스는 불과 얼마 전까지 종합격투기 대회를 법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체육부는 2016년 ‘공공 투기 스포츠 이벤트의 기술적인 규제와 안전에 관한 법령’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했다. 종합격투기 경기 금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프랑스에 UFC는 도저히 발을 붙일 수 없었다. 법령의 핵심은 이랬다. ‘투기 대결은 카펫 또는 3~4개 로프가 달린 링에서만 할 수 있다. 링 코너는 안전장치가 부착돼야 한다’. 이 내용대로라면 ‘옥타곤’으로 불리는 철창 안에서 열리는 UFC 대회는 원천적으로 개최할 수 없다. 과거 일본 격투기 대회 프라이드FC처럼 복싱 경기가 열리는 링에서만 경기가 가능했다. 아울러 프랑스 체육부는 ▶쓰러진 파이터에게 펀치, 킥 또는 무릎을 사용해 가격하는 것 ▶팔꿈치를 이용한 가격 ▶박치기와 사타구니, 척추, 뒤통수, 목젖을 가격하는 것 ▶눈이나 입 또는 코를 찌르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이 가운데 쓰러진 파이터에게 펀치나 팔꿈치를 이용해 공격하는 ‘파운딩’ 기술은 UFC 경기의 핵심적인 기술이다. UFC가 아닌 다른 종합격투기 단체에서도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파운딩은 허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프랑스 MMA협회(CFMMA)는 “체육부가 우리를 바보 취급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종합격투기를 금지하는 법은 곧바로 효력을 발휘했고, 2020년까지 5년간 지속했다. 그랬던 프랑스가 달라졌다. 2020년 프랑스는 종합격투기의 합법화를 선언했다. 프랑스 복싱 연맹의 주도 관리하에 1년 가까이 준비 과정을 거친 뒤 그해 10월 프랑스에서 규모 있는 종합격투기 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종합격투기에 배타적이었던 프랑스가 뒤늦게 문을 연 것은 스타 파워 덕분이었다. 카메룬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세계적인 파이터로 성장한 현 UFC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7)가 결정적이었다. 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은가누가 UFC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자 프랑스인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프랑스 출신 시릴 가네마저 UFC에서 맹활약하자 국민적인 관심은 더 높아졌다. 정부도 끓어오르는 관심과 열기를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었다. 프랑스에서 처음 열리는 UFC 대회의 주인공이 프랑스 선수인 것은 당연하다. 이번 대회 메인이벤트를 장식하는 가네는 처음부터 종합격투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무에타이를 시작해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함 뒤 2018년 종합격투기로 전향, 캐나다 등 해외 대회에서 이름을 쌓았다. 이후 2019년 UFC에 입성해 현재 헤비급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현 챔피언 은가누와 타이틀전을 벌여 판정패했지만 팽팽한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가네가 고국인 프랑스에서 종합격투기 경기를 치르는 것은 처음이다. 가네는 최근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그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내 경기를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가족과 친구들이 주변에서 볼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이겨낼 것이고 경기 끝난 뒤 그들과 파티를 즐길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프랑스가 빗장을 풀었지만, 아직도 종합격투기 대회 개최를 금지하는 나라가 있다. 노르웨이는 사실상 세계에서 유일하게 종합격투기가 불법인 나라다. 심지어 프로복싱마저도 합법적으로 열 수 없다. 그렇다고 노르웨이에서 종합격투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일본 프라이드FC 등에서 이름을 날렸던 요아킴 한센 등이 바로 노르웨이 출신이었다. 현재 UFC 미들급 8위에 랭크돼 있는 잭 헤르만손 역시 노르웨이 국적을 가지고 있다. 이미 주변의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에서 종합격투기 인기가 뜨거운 점을 고려할 때 노르웨이도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은 충분하다. 2022.09.02 06:30
스포츠일반

손기정부터 김연아까지, 스포츠의 전당 세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스포츠에 대한 시민들의 목마름이 커졌다. 4년마다 열리던 올림픽은 1년 연기됐다. 프로 스포츠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다. 개인이 소소하게 취미로 즐기는 스포츠마저 제한 조건이 늘었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홈트’(홈트레이닝)와 TV로 경기 중계를 보는 ‘집관’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처지다. 스포츠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국민 생활 체육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비율은 66.6%다. 또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매년 발표하는 다음 해 트렌드에서도 내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이 포함됐다. 스포츠가 생활의 일부이자 큰 즐거움으로 자리매김 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 스포츠 역사는 대한민국 역사 그 자체다. 정치와 경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지속해서 발전했다. 한국 근대 스포츠의 시작은 19세기 말 개화기 때다. 외국인 선교사와 외교관, 해외에 다녀온 유학생이 근대 스포츠 도입의 매개자였다. 일제강점기에 스포츠는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독립을 꿈꾸는 통로였다. 체계적인 스포츠 운동을 위해 1920년 대한체육회의 전신인 조선체육회가 창립했다. 손기정의 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제패 등 이 시기 스포츠는 식민 지배를 받던 시민에게 희망을 줬다. 해방과 함께 조선체육회는 대한체육회가 됐다. 제3공화국 시기는 ‘체력은 국력’이라는 구호와 함께 엘리트 체육이 급성장한 시기다. 1962년 ‘국민체육진흥법’을 제정했고, 66년 엘리트 스포츠의 산실, 태릉선수촌이 문을 열었다. 80년대 들어 한국 스포츠는 강대국에 진입했다. 82년 체육부를 신설했고, 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 개최했다. 이를 발판으로 ‘호돌이 계획’을 세워 국민생활체육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1990년대 초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졌고, 스포츠 활동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눈을 떴다. 전국 곳곳에 체육시설을 확충했고, 생활체육 지도자를 양성했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생활체육 참여 확대와 스포츠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등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박찬호(야구)·박세리(골프)·김연아(피겨)·손흥민(축구) 등은 글로벌 스포츠 스타로서,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한국 스포츠가 단기간 괄목할 만큼 성장했지만, 압축성장에 따른 성장통도 겪었다. 상습 폭행과 성폭력, 폐쇄적 환경의 부정적 단면인 ‘끼리끼리 문화’와 인권침해, 성적 지상주의, 스포츠 단체의 조직 사유화 등의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원회는 7차례에 걸쳐 권고안을 제시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권한 및 기능 강화, 학교 체육 선진화, 엘리트 스포츠 개선 등이 포함됐다. 무엇보다 체육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펼쳐 국민적 신뢰 회복이 필요한 때다. 요컨대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갈 시점이다. 한국 근대 스포츠 100년을 맞아 그 역사를 기리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23년 서울 올림픽 공원 내에 ‘국립체육박물관’을 문을 열 계획이다. 체육 유물을 체계적으로 수집·보존·관리하고, 한국 스포츠 역사의 가치를 일깨우게 된다. 또 체육인에게는 명예와 자긍심을 안겨줄 수 있는 중요한 시설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재기 이사장은 “선대의 노력 덕분에 한국 체육이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체육박물관 설립을 통해 그 정신을 기리고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0.12.30 08:28
스포츠일반

어느새 훌쩍 큰 유망주들, 톱10 넘어 포디움까지 올라선 한국 피겨

더이상 '유망주', '기대주'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현재이자 미래로 훌쩍 큰 선수들이 포디움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다. 시상대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포디움은 1위부터 3위까지 설 수 있는 높이가 다른 단상을 뜻한다. 즉, 포디움에 든다는 것은 3위 안에 입상해 메달을 목에 건다는 뜻이 된다. 지금까지 한국에선 피겨스케이팅의 새 역사를 쓴 김연아(30·은퇴)의 성적을 얘기할 때 주로 쓰였다. 어떻게 보면 '올 포디움(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른 것)'을 달성할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던 '피겨여왕' 덕분에 더 친숙해진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김연아 이후로 한동안 포디움에선 태극기를 두른 한국 선수를 보기 어려웠다.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였던 한국의 저변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결과였다. 그러나 포디움에 선 김연아를 동경해 스케이트를 신은 선수들이 쑥쑥 성장해 국제대회에 나서면서, 멀어졌던 포디움도 조금씩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유영(16·과천고)이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것처럼 말이다. 유영은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끝난 대회 여자 싱글에서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인 223.23점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2009년 김연아가 우승한 이후, 한국 선수가 이 대회 포디움에 선 건 이번이 두 번째. 비장의 무기로 갈고 닦아온 트리플 악셀이 그를 포디움으로 이끌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선 착지 불안으로 수행 점수(GOE)가 깎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선 첫 점프 과제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해 완벽하게 성공하며 고득점의 기반을 마련했다. 상대적으로 불안했던 스텝 시퀀스에선 레벨2를 받았지만 이후 점프 과제도 트리플 플립에서 나온 회전수 부족 판정 하나를 제외하곤 큰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해 포디움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자신이 동경한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그것도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 포디움에 섰다는 건 유영 본인에게도 의미 깊은 일이었다. 시상자로 나선 김연아에게 축하를 받은 유영은 "(김)연아 언니는 한국을 빛낸 선수다. 연아 언니를 보고 피겨를 시작했는데, 앞으로 한국 피겨를 이끌고 빛내고 싶다"며 "연아 언니의 뒤를 이어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포디움에 오른 만큼 자신감도 붙은 유영은 트리플 악셀의 완성도를 높이고, 고난이도 점프를 장착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목표다. 더 반가운 소식은 포디움을 노리는 선수가 유영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영과 함께 출전한 김예림(17·수리고)도 이날 자신의 개인 최고점인 202.76점을 기록하며 6위에 올랐고, 임은수(17·신현고)도 200.59점으로 8위를 기록했다. 이들 모두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 1~2년 차인 선수들이라 앞으로 성장세가 더 기대되는 상황. 유영과 함께 차세대 피겨를 이끌어 갈 '트로이카'로 불리는 이들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아가며 차근히 포디움 진입을 노리고 있다. 물론 체형 변화와 이에 따른 부상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9일 열린 남자 싱글에서도 차준환(19·고려대 입학 예정)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차준환은 이날 끝난 프리스케이팅에서 175.06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 90.37점을 더해 총점 265.43점의 기록으로 5위에 올랐다. 포디움 진입은 실패했지만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성적이다. 올 시즌 구성 난도를 끌어올리다가 슬럼프로 고생했던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시즌 최고점, 프리스케이팅과 총점에선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자신감을 쌓았다. 한편 이번 사대륙선수권 여자 싱글과 남자 싱글은 모두 일본 선수들이 포디움 정상에 섰다. 여자 싱글에선 키히라 리카(18·일본)가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했고 남자 싱글에선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 하뉴 유즈루(26·일본)가 대회 첫 우승을 달성, 김연아 이후 첫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달성자가 됐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2.10 06:00
스포츠일반

[평창겨울올림픽 폐막③] 쇼트·스피드 의존 '빙상 편식' 고쳤다

한국 겨울올림픽 역사는 빙상에서 시작됐다.겨울올림픽 첫 메달이 나왔던 1992 알베르빌 대회. 당시 한국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겨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존재감을 떨쳤다. 이어진 1994년과 1998년, 2002년 대회에선 쇼트트랙에서만 메달이 나왔고 2006 토리노 때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수확했다. 2010 밴쿠버 대회와 2014 소치 대회는 '피겨여왕' 김연아(28·은퇴)가 가세해 피겨스케이팅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사상 처음으로 3종목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메달은 여전히 쇼트트랙에서 나왔고, '효자 종목'이라는 명함 아래 쇼트트랙 의존도는 점점 커졌다.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나 '장거리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 역시 스피드스케이팅의 '메달 기대주'로서 올림픽 때마다 많은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그나마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 은퇴 이후 메달에 대한 기대가 아예 사라졌다. 자연스레 한국 겨울올림픽 메달 판도는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양대 산맥으로 굳어졌다. 겨울올림픽의 메달밭 설상 종목은 명함도 내밀기 힘들었다. 기술과 인프라가 갖춰져야 결과가 나오는 썰매 같은 종목은 경쟁에 끼기도 어려웠다.2018 평창겨울올림픽은 이런 '빙상 편중'에서 탈피해 한국 겨울스포츠의 가능성을 증명한 뜻깊은 대회가 됐다. 금메달 갯수보다 값진, 종목의 다양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시작은 썰매였다. 대회 전부터 막강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윤성빈(24·강원도청)이 설날 아침 한국 썰매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은 압도적인 레이스로 '최강'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함께 뛴 김지수(24·성결대)도 6위에 올라 4년 뒤 베이징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여기에 대회 마지막날인 25일, 원윤종(33) 전정린(29) 김동현(31·이상 강원도청) 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가 뛴 봅슬레이 남자 4인승 대표팀도 은메달을 획득하며 썰매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우리처럼 4년 정도 지원한다면 다른 종목도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이용(41)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의 말처럼,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을 받은 덕이 크다. 투자와 지원 덕분에 꽃핀 재능은 또 있다. 한국에 설상 종목 최초의 메달을 안긴 '배추보이' 이상호(23·한국체대) 역시 평창을 준비하며 체계적인 지원을 받았다. 2014 소치 대회까지만 해도 이상헌(43) 코치 홀로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을 지도했지만, 불과 4년 사이에 외국인 코치를 포함해 5명의 코치진이 꾸려졌다. 덕분에 이상호는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스키 58년 역사상 첫 메달리스트로 기록에 남게 됐다. 이번 대회 최고의 화제 종목으로 떠오른 컬링도 폐회식날 열린 결승전에서 스웨덴을 꺾고 은메달을 획득, '아시아 최초' 행렬에 동참했다. 비인기 종목으로 꼽혔던 컬링은 '팀 킴(Team Kim)' 열풍을 이끌며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첫 경기부터 세계 최강 캐나다에 승리를 거두더니 스위스, 스웨덴, 영국 등 강팀을 잇달아 제압하며 승승장구한 '팀 킴'의 활약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이들의 메달은 단순히 '사상 처음', '아시아 처음'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값진 것이 아니다. 체격 차이, 장비 차이, 그리고 인프라 차이 등으로 인해 이제껏 유럽과 북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종목들에 도전장을 내고 메달을 따내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다. 물론 이들의 메달이 일회성 성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도 함께 증명했다. 전통의 메달밭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도 제 몫을 해냈다. 쇼트트랙에서는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가 나왔고 스피드스케이팅도 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풍성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은 김민석(19·성남시청) 차민규(25·동두천시청) 김태윤(24·서울시청) 등이 단거리와 중거리에서 예상치 못한 메달 릴레이를 벌여 2010 밴쿠버 대회 이후 또 한 번의 '황금세대'의 탄생을 예고했다.강릉=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평창겨울올림픽 폐막①] ‘컬링 동화’도 평창도‘해피엔딩’[평창겨울올림픽 폐막②] 금 같은 은메달… '팀 킴'이 일군 기적[평창겨울올림픽 폐막③] 쇼트·스피드 의존 '빙상 편식' 고쳤다[평창겨울올림픽 폐막④] 1등보다 박수 더 받은 2등, 독일 아이스하키[평창겨울올림픽 폐막⑤]최고의 '감동' 3선, 최악의 '절망' 3선 2018.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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