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 인터뷰]"죄송하다, 죄송하다, 죄송하다"...떠나는 이대호, 부산 야구에 남긴 사죄
선수로 나서는 마지막 인터뷰.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우승하지 못해 롯데팬에게 미안하다는 것. 한국야구 역사의 아이콘 이대호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전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경기 시작 시각은 오후 5시지만, 마지막 팬 사인회에 참가하려는 팬들로 사직구장 앞은 오전부터 인산인해였다. 이대호는 출근길부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 촬영에 응하며 은퇴식 일정을 소화했다. 데뷔 초기 사령탑과 선수로 인연을 맺은 양상문 현 스포티비 해설위원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오후 2시 40분부터는 공식 인터뷰를 소화했다. 21년 프로 선수 생활을 돌아보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대호는 수차례 롯데팬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오늘) 새벽부터 야구장을 찾아주신 팬분들 덕분에 '내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출근길에는) 더 많은 분께 사인을 해드리지 못해 미안했다"고 했다. 지난 7월 올스타전부터 시작된 은퇴 투어. 종착지를 정해두고 후반기를 치른 그도 마음을 모두 다잡진 못한 것 같다. 이대호는 "은퇴사를 준비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오지 않을 줄 알았던 10월 8일(은퇴식)이 너무 빨리 온 것 같다"라고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은 자신의 은퇴식 날 출전한 경기에서 홈런 2개를 치며 최고의 피날레를 보여줬다. 이대호에게 "목표하는 기록"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열심히 준비했고, (7일까지 타격 4위에 오르는 등) 그 결과나 나온 것 같다"고 고개를 젓더니 "KBO리그에 복귀할 때 (롯데의) 우승을 위해 돌아왔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를 이루지 못하고 후배들에게 짐을 떠맡기고 도망가는 것 같아 미안하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대호는 이후에도 수차례 "우승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한 일본인 취재진이 소프트뱅크 소속으로 우승을 경험했던 일본 리그 시절을 돌아봐달라고 묻자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우승 뒤)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쁨을 만끽했다"면서도 "어린 시절 꿈이었던 롯데의 우승을 이루지 못하고, 부산 야구팬에게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후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선수와 구단 프런트, 그룹이 모두 조화를 이뤄 꼭 우승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이날 롯데 소속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영구결번식을 치른다. '무쇠 팔' 최동원의 등 번호(11번)가 자리한 외야 전광판 옆에 그의 등 번호 10번이 새겨진다. 이대호는 이에 대해 소감을 묻는 말에도 "최동원 선배님이 보여준 정신력을 우리 후배들이 잘 이어갔다면 우승을 했을 것이다. 후배들과 올 시즌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그중에서도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런 모습이 더해진다면 더 이른 시일 내에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무대에서 모두 활약한 소외를 묻는 말에도 "미국 무대에 더 있을 수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 롯데의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돌아왔다. 이를 이루지 못해 죄를 짓고 떠나는 느낌이다"고 했다. 자신의 야구 인생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마지막 질문에도 그는 "50점이다. 개인 성적은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롯데에 우승을 안기지 못했다. 그래서 50점"이라고 했다. 선수로 소화한 마지막 인터뷰. 이대호는 시종일관 롯데팬에 사과 인사만 전했다. 그가 얼마나 우승을 염원했고, 또 이루지 못한 채 떠나는 것에 대해 한이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부산=안희수 기자
2022.10.08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