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검찰, '일감 몰아주기' 하이트진로 총수일가에 징역 2년 구형
검찰이 편법 승계를 위해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는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박 부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검찰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 심리로 열린 박 부사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김인규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1년을, 김창규 상무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하이트진로 법인에는 벌금 2억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2018년 기준 자산 총액 5조6000억원인 하이트진로 지배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범행이고, 수사과정에서 자백하고도 재판 때 입장을 번복했다"며 "박 부사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박 부사장 측은 공정거래법 준수를 다짐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박 부사장은 최후진술에서 "물의를 끼쳐 죄송하다"며 "법을 더욱 잘 지켜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누를 끼친 것은 송구하나 공정거래법 위반 의도는 없었다"며 "앞으로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 등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어떠한 불필요한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관리해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호소했다. 박 부사장 등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달 7일로 예정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부사장 등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캔 제조·유통 과정에 박 부사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는 일명 '통행세' 방식 등으로 43억원 상당의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 준 혐의로 기소됐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 기기를 제조해 하이트진로에 납품해오던 중소기업으로 박 부사장이 58.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하도급비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11억원을 우회 지원해 서영이앤티가 100%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유리하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한 혐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하이트진로에 79억5000만원 등 총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박 부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 2월 진행된 소송에서 서영이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정상가격인 14억원 보다 비싼 25억원에 매각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공정위의 결론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부분에 대한 시정명령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정위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여러 개의 위반 행위 중 일부만이 위법하고, 일부 위반 행위를 기초로 과징금액을 산정할 잘가 없을 때는 과징금 납부 명령 전부를 취소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0.04.09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