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연착·이륙 지연, 윤덕여팀 '금의환향’ 길도 험난했다
'기적'을 이룬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귀국길에서 마지막 '고난'을 겪었다.윤덕여(56)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이 13일 김포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중국 베이징 도착 후 곧바로 소속팀 복귀를 위해 개별 이동한 지소연(26·첼시 레이디스)과 홍혜지(21·고베 아이낙)를 제외한 21명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험난했던 평양 원정을 마치고 환한 얼굴로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북한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B조 예선에 참가한 윤덕여팀은 조 1위에게만 주어지는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고 돌아왔다. 3승1무(승점 10)를 기록, 북한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앞선 덕분이다. 아시안컵 본선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예선도 겸하고 있어 2회 연속 월드컵 출전에 도전할 기회도 함께 얻었다.경기가 북한에서 열린 탓에 중계는 없었지만 대표팀의 투혼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어려운 상황에서 기어코 본선 진출권을 따낸 끈기와 집념, 그리고 저력은 '평양의 기적'이라는 평가에 모자람이 없었다. 귀국 후 취재진 앞에 선 윤덕여 감독도 어려운 도전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온 소감을 숨김 없이 전했다. 선수 시절 평양에서 뛰어 본 경험이 있는 윤 감독에게도 이번 원정은 난제였다. 하지만 윤 감독과 선수단은 철저한 준비와 투혼으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한국에 돌아왔고, 기다리던 팬들은 선수단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귀국 후 윤 감독은 "많은 도움과 관심, 응원을 받은 덕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며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한 김혜리(27·현대제철)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결과 내준 우리 선수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대표팀의 귀국길은 '금의환향'에 걸맞지 않게 힘들었다. 기쁜 마음으로 대회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대표팀은 연착과 이륙 지연으로 또다른 고난을 겪었다. 당초 대표팀은 12일 밤 비행기로 출발해 13일 새벽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는 에어차이나 항공기가 지연되면서 일정이 꼬였다. 대한축구협회(KFA)는 평양발 비행기가 늦어지자 촉박한 경유시간을 고려해 베이징에서 1박한 뒤 13일 오전 11시5분 김포행 비행기로 출발하도록 일정을 급히 변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에서 발이 묶였다. 출국 당일 오전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들의 이륙이 금지돼 한참을 기다려야했던 것. 결국 수십 대의 비행기들이 활주로에 멈춰섰고, 대표팀이 탄 비행기도 예정 시간에 뜨지 못했다. 윤덕여호가 탄 비행기는 원래 출발 시간보다 5시간이나 지체된 오후 4시30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이 때문에 도착 시간도 대폭 늦어졌다. 당연히 김포공항에 도착한 선수들은 모두 지쳐있었다. 선수들의 귀국이 턱없이 늦어지면서 소속팀들도 발을 동동 굴렀다. 귀국 다음날인 14일 IBK기업은행 2017 WK리그가 개막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팀 선수 23명 중 9명이나 포함돼 '미니 대표팀'으로 불렸던 인천 현대제철은 14일 열리는 구미 스포츠토토와 개막전을 앞두고 있어 걱정이 클 수 밖에 없다.하지만 누구도 이루지 못한 아시안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룬 대표팀은 피곤도 잊은 모습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센츄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한 조소현(29·현대제철)은 "힘든 여정 속에 돌아왔지만 성적이 좋아 선수들도 기쁜 마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꽃다발을 건네 받고 환한 미소를 지은 대표팀 선수들은은 행복한 표정으로 공항에서 해산,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며 다음 소집을 기약했다. 김포공항=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2017.04.1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