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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기 충전 9월 극장가…‘늘봄가든’→‘바리데기 ’ 늦여름 韓호러 개봉 레이스 [줌인]

더위가 한풀 꺾인 늦여름 극장가에 음산한 기운이 드리운다. 불볕더위 정면 승부 대신 선선해진 날씨에 맞춘 공포 영화들이 추석 전까지 잇따라 개봉한다.할리우드 인기 시리즈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쫄깃한 외계 공포로 지난달 14일 개봉 후 누적 관객 165만 명을 돌파하며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가운데, 올여름 첫 한국 공포영화 개봉은 ‘늘봄가든’이 스타트를 끊었다.‘늘봄가든’은 곤지암 정신병원, 경북 영덕횟집에 이은 대한민국 3대 흉가로 불리는 늘봄가든 괴담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배우 조윤희의 8년만 스크린 복귀작이다. 지난달 21일 개봉 후 개봉 5일 만에 20만 관객을 돌파, 지난해 4월 개봉한 ‘옥수역 귀신’의 첫 주 스코어인 7만 8000명을 훨씬 웃돌며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개봉 주 주말인 지난달 24일에는 전날(3만 1223명)보다 두 배 이상(6만 5417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더블 스코어를 달성하기도 했다. CGV 연령별 예매 분포에 따르면 ‘늘봄가든’은 10대가 29.4%, 20대가 22.2%로 1020관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실 관람지수인 에그 지수는 64%를 기록, 만듦새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으나 지난 1일 기준 누적 관객수 33만 136명을 돌파하며 호러 장르를 향한 관객 수요를 방증하고 있다. 기세를 이어받을 한국 공포영화는 오는 4일 함께 개봉하는 ‘바리데기’와 ‘기기묘묘2’다. ‘바리데기’는 아내와 딸을 잃은 무당이 25년에 걸친 복수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천만 영화에 등극한 ‘파묘’처럼 K오컬트를 내세워 동남아 전역 선판매도 이뤄졌다. 연출을 맡은 이세원 감독은 20여 년 전 무속 관련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면서 만난 다양한 무당들과의 이야기들을 토대로 이번 영화에도 철저한 사실 고증을 추구했다고 밝혔다.‘기기묘묘2’는 5편의 한국형 괴담을 엮은 옴니버스 공포 스릴러 작품이다. 택시부터 요양원, 물류 창고 등 실제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소재를 다룬 단편들을 엮어 마니아층에게 종합 선물세트처럼 다가갈 예정이다. ‘블랙박스’, ‘탄생’, ‘과외 선생님’, ‘이방인’, ‘기억의 집’ 다섯 작품은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유수영화제에 초청, 수상도 하며 작품성과 장르성을 검증받았다. 세 영화는 제작비 규모가 크지 않다. 조윤희, 김주령, 허동원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한 ‘늘봄가든’이 제작비 약 35억, 손익분기점 60만 명대로 알려졌다. 이에 한여름 개봉하는 대작들과 경쟁보다는 늦여름 초가을을 개봉시기로 선택한 모양새다. ‘늘봄가든’ 배급사 측은 일간스포츠에 “여름 유일 한국 공포영화로 포지셔닝 가능한 시기이자, 타겟 층인 10대의 방학과 개학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일자로 잡았다. 그에 맞춰 동명의 웹툰을 먼저 론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이는 지난해 상황과도 비슷하다. 고 이선균 주연 미스터리 영화 ‘잠’은 텐트폴 영화가 자리한 여름을 피해 지난해 9월 개봉, 147만 누적 관객을 모았다. 이를 전후로 ‘신체모음.zip’, ‘치악산’도 연이어 개봉, 각각 6만 2000명, 2만 1000명을 동원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시장이 팬데믹 전에 비해 전체 파이가 작아지다 보니 큰 작품을 피해 배급 시기를 예민하게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다만 동시기 개봉하는 외화 공포물들이 흥행 복병이다. 웰메이드 호러로 정평 난 할리우드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이매지너리’가 지난달 28일 개봉했고, 오는 11일 ‘스픽 노 이블’이 관객을 만난다. 호러 장르는 아니지만 특유의 괴기스러운 세계관을 선보일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도 4일 개봉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장르 마니아층이 형성되며 호러도 계절을 타지 않고 개봉하게 됐다. 또한 극장 비수기에 접어들며 추석 특수 전까지 작은 규모 작품 및 외화들이 개봉하는데, 이번 연휴가 9월인 관계로 틈새 개봉이 된 것”이라고 짚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9.0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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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배드4’ 변칙 개봉에 영진위도 ‘경고’…“시장질서 저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슈퍼배드4’의 변칙 개봉에 경고장을 날렸다.영진위 산하 공정환경조성특별위원회(이하 공특위)는 최근 보도자료를 배포, 지난달 20일과 21일 진행된 영화 ‘슈퍼배드4’의 대규모 유료 시사회 개최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저해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슈퍼배드4’는 유료 시사회라는 명목으로 공식 개봉일 직전 주말에 총 5090회를 상영(평균 상영점유율 12.1%), 76만 8009석(평균 좌석점유율 13.5%)을 선점했다. 공특위는 “영화산업계는 배급사 및 극장 측에 취소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변칙개봉 중단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즉각 대응을 진행했지만, 이틀에 걸쳐 사상 최대 규모의 유료시사회를 강행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정부(문화체육관광부·영진위)와 한국영화산업계(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포함)가 체결한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 영화 상영 및 배급시장 공정환경 조성협약 등을 바탕으로 발표한 ‘영화 상영 표준계약서’를 언급, “개봉 후 최소 일주일간 모든 영화에 대한 정상적인 상영기회를 부여해 관객의 영화선택권을 보장하고, 개봉영화에 참여한 주체들이 영화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고 짚었다. 공특위는 “해당 기간 상영작 총 147편 (7월 20일)과 144편(21일)의 상영 기회와 좌석을 사실상 뺏는 행위”라고 지적하는 동시에 “해당 변칙개봉을 통해 불과 10만3528명의 관객 수를 동원(평균 좌석판매율 13.5%)했고, 결과적으로 빈 좌석 수가 66만4481석이나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아울러 “현재 영화 상영시장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상반기 개봉한 영화 중 관객수 500만명 이상을 기록한 국내외 영화는 3편에 불과하며,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대작의 경우에도 200만명 미만의 개봉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등 심각한 ‘관객 기근’ 현상에 신음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알렸다. 이어 “지난해 정부와 영진위, 상영 및 투자배급 업계는 ‘한국영화 재도약 정책실무협의체’와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정책협의회’를 연달아 결성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된 영화산업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슈퍼배드4’의 변칙개봉은 이와 같은 정부와 영화계 공동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영화 상영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해치고, 한국영화 시장의 정상적이고 공정한 작동을 위해 체결한 협약과 표준계약서의 근간을 뒤흔든 ‘슈퍼배드4’ 변칙개봉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영화상영 및 배급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8.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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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부터 강동원까지 ‘줄줄’…코로나 ‘창고영화’, 쏟아지는 이유는 [줌인]

몇 년간 시장을 표류하던 영화들이 잇따라 관객을 찾고 있다. 엔데믹으로 극장 상황이 호전된 데다 모태펀드 등 지원이 힘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다음 달 개봉하는 변요한, 신혜선 주연의 ‘그녀가 죽었다’다. 관음과 관종을 소재로 한 영화로 지난 2021년 상반기 촬영을 마쳤다. 비슷한 시기 크랭크업한 ‘원더랜드’는 오는 6월 극장에 걸린다. ‘만추’ 김태용 감독이 1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탕웨이, 수지, 박보검 등 스타 배우들의 출연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으나 개봉이 밀리면서 3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이와 함께 6월 나란히 출사표를 던진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와 이제훈, 구교환 주연의 ‘탈주’는 2022년 상반기에 촬영을 마쳤다. 모두 리드타임(촬영 종료 후 개봉까지 걸리는 시간)이 2~3년에 달하는 작품이다. 통상 상업영화들이 크랭크업 후 1년 내 작품을 개봉하는 걸 고려하면 늦은 감이 있다.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 산업이 무너진 탓이 컸다. 실제 팬데믹 기간(2020~2022년)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연 평균 7762만명으로 코로나 직전 3년(2017~2019년) 연간 평균 관객수(2억 2098만명)보다 64.9% 떨어졌다. 매출액으로는 58.9% 감소했다. 그러다 지난 연말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서울의 봄’과 ‘파묘’가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침체됐던 극장가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파묘’가 무섭게 달리던 3월에는 관객수가 1170만명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동기 대비 56.5%(422만명) 늘어난 수치이자 팬데믹 이전 평균 관객수(1378만명)의 84.9%까지 회복한 수준이다. 여기에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벤처투자가 결성한 모태펀드도 힘을 더했다. 출자예산(325억원) 증가, 홀드백 준수 규정 등과 더불어 미개봉 영화 의무 투자 조항을 추가하면서 ‘창고 영화’들에게 기회가 됐다. △운용자산 50% 이상을 2022년 이전 촬영된 영화에 투자하고 △투자 3개월 이내에 개봉해야 하는 조건으로, 시장에서 예측하는 부합 작품은 40여편 이상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그간 영화시장이 너무 안 좋아지면서 투자가 위축됐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 개봉을 못하고 투자비 회수가 안 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실제로 예전과 달리 기관 투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모태펀드가 계속 활성화되면 투자·배급, 제작사 입장에서는 공개를 미뤄왔던 영화의 투자 및 흥행 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어 보다 개봉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산업 분위기가 긍정적일 때 묵혀 있던 작품들을 최대한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 배급사들의 창고에 쌓여 있는 영화는 수십여 편. ‘사흘’, ‘핸섬가이즈’, ‘소방관’, ‘바이러스’ 등이 2020년 촬영을 끝냈고, ‘정가네 목장’, ‘보고타’, ‘승부’, ‘비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등은 2021년 크랭크업했다. 기한을 2022년까지 넓히면 ‘악마가 이사왔다’, ‘설계자’, ‘히든페이스’, ‘행복의 나라’, ‘크로스’, ‘보통의 가족’ 등 미개봉작 수는 더 많다. 물론 이 중에는 배우 이슈 등 불가피한 이유로 개봉하지 못하는 작품도 있지만, 리드타임이 길어질수록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지는 만큼 창고 영화들을 털어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0년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의 경우 리드타임이 짧을수록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범죄도시2’, ‘서울의 봄’은 각각 11개월, 16개월, ‘파묘’는 11개월 후 개봉했다. 리드타임이 10개월 이하인 경우 제작비를 웃도는 박스오피스 달성 비율이 67%였지만, 30개월 이상인 경우 29%에 그쳤다”며 빠른 영화 개봉이 전체 시장 상황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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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데드맨’이 ‘도그데이즈’(무더운 날)를 살아가는 방식

한국에서 영화감독의 세대 교체는 요원한 일인가.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도통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그간의 정설처럼 굳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한국영화계는 박찬욱과 봉준호라는 큰 테두리에 ‘갇혀’ 있다. 그 둘을 중심으로 이준익 김성수와 허진호 김지운 류승완 등이 계속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지영 이창동라는 큰 그늘도 있다. 홍상수도 있다. 그를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대때 일찌감치 영화계로 들어온 류승완을 빼면 이제 대부분 60대이다. 나이를 생각하면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시대 감각이 점점 둔해지기 때문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진작부터, ‘권력’을 ‘이양’할 수 있고 또는 할 만한 감독들을 ‘일부러라도’ 발굴해야 하며 그것도 세대별로 단계적인 방식에 의해 이루어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의 50대 감독들이 앞으로 한 몇 년 간이라도 중심에 서고 40대 감독들은 그 다음 순, 이런 식으로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영화가 문화적으로든 산업적으로든 물 흐르듯 갈 수 있을 것이라고들 본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될 일은 더욱 아니다.그런 면에서 ‘데드맨’ 하준원 감독의 등장은 70년대 생 영화인으로서 올해 첫 등판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하준원은 1976년생이다. 만약 그의 이번 데뷔작 ‘데드맨’이 성공적이란 평가와 그에 걸 맞은 흥행을 한다면 늦깎이 신인감독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 같이 개봉하는 ‘도그데이즈’ 감독 김덕민도 있다. 그는 1974년생이다. 50살이다. 영화감독 데뷔 시기가 언제부터 나이 50을 넘기고 있다. 그리고 그게 그리 불편한 시대도 아니게 됐다. 그럼에도 너무 늦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감독에 관한 한 영화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도 한참이 어긋나 있다는 얘기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데드맨’과 ‘도그데이즈’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늦은 데뷔 탓인지 이들 감독의 영화에는 올드패셔너블한 것과 트렌디한 무엇이 뒤섞인, 기묘한 하이브리드적인 느낌이 들어 있다. ‘데드맨’은 명의를 도용한 블랙 머니의 세계를 그리면서 동시에 현대 정치가 그리는 부조리극을 얹히는 식의 얘기이다. 비리의 권경 유착을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 나가려 애쓴다. 나름 흥미롭다. 장르적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끌고 간다. 그런데 약점은 ‘말의 성찬’이다. 대사를 지나치게 고급스럽게 꾸몄다. 예컨대 베트남 전쟁영웅 지압 장군의 유명한 3불 전략을 여주인공 격 인물이 차 안에서 대사로 주고 받는 식이다. 상대가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다. 상대가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는다. 상대가 생각하는 대로 싸우지 않는다. 요 얘기만 대사로 치면 될 것을 굳이 장군의 이름을 들먹이고 그가 베트남의 이순신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수사까지 덧붙인다. 과하다. 대사는 고급스러워야 하는 게 맞지만 가르치는 느낌이면 안된다. 그것도 김희애의 대사로 나온다. 김희애도 60살에 가깝다. 말이 많고 잘난 체 하는 느낌의 수사를 남발하는 세대는 ‘꼰대’, 구세대로 취급받는다. ‘데드맨’은 이런 대사를 조금 줄였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최근 깔끔하게 늦깎이에 데뷔한 50대 감독은 안태진이다. 그의 2022년작 ‘올빼미’는 장르적으로나, 서사의 전개 면에서나, 무엇보다 시대정신의 면에서나, 계급의 시선에서나 모자람이 없었다. 보다 정확하게 애기해서 과함이 없었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는 첫 데뷔작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50대 감독들의 사명과 같은 것이다. 그래야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래야 한 편 더, 한 편 더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며 그래야 50대 감독들의 줄기를 만들고 그래야 가까스로나마 세대 교체를 이룰 것이다.그런 면에서 ‘도그데이즈’는 다소 지나치게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일단 캐스팅을 스타 급으로 채웠다. 윤여정에 유해진, 김윤진, 김서형, 정성화가 나오고 다니엘 헤니에 탕준상이 붙는다. 거의 인해전술급이다. 여기에 스토리도 진부한 느낌을 줄 만큼 안정적이다. 건물주와 세입자의 갈등이 벌어지고 그 사이에 개가 있다는 식의 얘기가 도입부의 설정이다. 세입자가 수의사인데 건물주는 동물병원 개들 때문에 건물 전체가 지저분 해진다며 진저리를 치기 때문이다. 휴먼 코미디다. 예각이 강한 영화는 아니다. 배우와 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캐릭터가 드라마의 재미를 끌어 가는 작품이다. 감독 김덕민이 성공할 수 있을까. 설날 연휴의 가족 관람객들에게 달렸다.영화감독 데뷔 연령대가 50대인 것은 다소 너무한 감이 있다. 전국의 수많은 영화과에서 연출 전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좀더 북돋기 위해서라도 감독의 등용문이 좀더 넓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안태진에 이어 하준원과 김덕민 두 감독 모두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르기 바라는 마음들이 앞서고 있다. 두 사람도 초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두 작품 모두 2월7일에 개봉한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2.0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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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흥행이 주는 시그널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이 개봉 한달 여 만에 40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괴물’은 지난 2일까지 40만 504명을 모았다. 40억 정도를 벌어 들인 셈이다. 정확하게는 39억 2766만 4083원이다. 여기서 수익이 얼마나 났는지는 면밀히 계산해 봐야 하겠으나 손익분기점은 넘지 않았나 싶다. ‘괴물’ 흥행은 몇 가지의 시그널을 보인다. 작품 내적으로도 그렇고 작품 외적으로도 그렇다. 내용적으로는 이 영화가 말을 안해서 (사람들이 흘려 듣는 척 해서) 그렇지 사실은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의미가 보내는 시그널이 나름 중요하게 느껴진다. 영화 속 아이 미나토(쿠로카와 소야)가 이상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모두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담임인 호리 선생(나가야마 에이타)과 충돌 아닌 충돌이 생기고 그것을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선생의 과도한 체벌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이를 문제 삼는다. 교장과 동료 선생들은 이런 시비를 그저 쉬쉬하며 교육위원회의 정성평가에서 점수가 깎이지 않으려고만 애쓴다. 영화는 일본사회의 극단적인 관료화와, 그 사이에서 소통이 끊긴 인간 관계, 일본 내 아이들과 미래사회의 문제 등에 얘기하려 한다. 한편으로 이 영화의 모든 얘기는 인간에게 동성애의 단초는 언제 생기고, 그것이 얼마나 자연발생적인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걸 기존의 사회규범으로 재단하려 할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 가를 보여주려 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 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 영화에서 동성애 코드를 직접 보여주는 대목은 몇 번 잠깐 나오는 요리의 아버지 키요타(나카무라 시도)를 통해서이다. 그의 행동 동기는 영화 전체적으로 볼 때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는데 아들 요리에게 이상하리만큼 지나치게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건 싱글 파더인 키요타가 아들의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걸 제어하려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키요타는 아들 요리에게서 미나토를 떼어 내려고 애쓴다. 영화는 사회가 운행되는 현 시스템보다 늘 한발 앞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괴물’이 동성애적 코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서브 테마에 불과할 뿐, 메인은 아니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갖는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의식은 역설적으로 일본 사회를 넘어 한국 사회를 좀 더 개방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영화는 늘 사회진화적인 모습을 지닌다. 그 진보성이 일깨우는 점은 분명해 있다. 사회를 열라는 것이다.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작품 외적으로 볼 때 ‘괴물’의 흥행은 일본 영화의 부활을 알리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돌이켜 보면 일본 영화의 국내 상영은 그 연혁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일본 영화는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된 1998년 10월이 지나서야 한국에서 정식으로 상영될 수 있었으니 햇수로 따지면 25년이 갓 넘은 데 불과하다. 일본 영화는 개방 초기에 ‘하나비’ ‘카게무샤’ ‘우나기’ ‘러브 레터’ 등이 개봉되며 연속으로 흥행 정점을 찍었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와 이와이 슌지 영화는 한국 내 일본 영화 흥행 전성기를 가져 왔다. 그러나 현재 일본 영화는 극히 일부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는 중국 영화와 함께 ‘안되는’ 영화로 분류돼 왔다. 그 같은 흐름을 반전시키는 분위기가 ‘괴물’에서 읽히고 있다. 실제로 일본 영화는 2022년 ‘오세이사(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100만명을 훌쩍 넘기는 이상 흥행을 시작으로 서서히 기지개를 켜 왔다. 2023년 3월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전국 557만명 정도를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역시 거장의 이름에 걸맞게 200만명을 넘겼다. 지난 12월 27일에 개봉한 ‘류이치 사카모토 : 오퍼스’는 음악 다큐멘터리임에도 개봉 첫 주만에 3만명을 넘겼다. 대단한 수치다. 흥행면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으나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한 남자’, 이와이 슌지의 ‘키리에의 노래’는 이른바 일본 아트 영화의 생명력을 보여 준 사례로 꼽힌다. 그 연장선상에 ‘괴물’이 놓여 있는 셈이다. 일본 영화는 올해 내내 자주 얼굴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 1일 ‘그리고, 살아 간다’가 개봉했으며, 10일에는 ‘스즈메의 문단속’ 감독판에 해당하는 ‘스즈메의 문단속 : 다녀왔어’가 개봉한다. 흑묘백묘이다. 쥐를 잡는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이 없다. 일본 영화든 중국 영화든 할리우드 영화든 혹은 유럽 영화든 국내 영화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본 영화의 흥행에 눈길을 주는 이유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1.0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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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눈 높아져” CGV, 영화 소비 트렌드 키워드 제시

2023년 국내 상반기 영화시장은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 관객수의 70%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관객들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CGV 모바일 앱 및 홈페이지를 통해 415만명의 신규 고객이 유입되며 여전히 영화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CGV는 코로나19 이후 ▲소확잼 ▲역주행 ▲서브컬처의 부상 ▲비일상성을 영화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했다.CJ CGV는 3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2023 CGV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을 열고, 올해 국내 영화시장 및 트렌드를 발표했다.◇ 2023년 국내 영화시장 분석올해 상반기 국내 영화시장 관객수는 5839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2019년의 상반기 평균 관객수인 8330만명과 비교하면 70% 수준을 회복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방문객이 줄었지만, 2020년부터 2023년 기간 동안 415만명의 신규 고객이 유입됐다.월별로 올해 CGV를 방문한 고객의 연령별 티켓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극장을 방문하는 연령층이 콘텐츠별로 차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월에는 ‘아바타: 물의 길’이 3040세대에서 절반 이상인 56.8%의 티켓 비중을 기록했다. 2월부터 4월까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의 역주행과 N차 관람 영향으로 1020세대 관객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5월과 6월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등 할리우드 대작과 ‘범죄도시3’가 흥행하며 1월에 이어 3040세대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7월부터 현재까지는 여름 성수기 한국영화 기대작과 함께 ‘엘리멘탈’의 장기 흥행에 힘입어 전 연령대의 관객이 극장을 방문하고 있다.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수 점유율은 36%로 나타났다. 이는 2017~2019년의 한국영화 관객수 점유율 평균(57%) 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올해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가 한국영화인 ‘범죄도시3’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실제로 ‘범죄도시3’는 ‘아바타: 물의 길’보다 10일 빠른 3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는 가장 높은 신규 및 회복고객 비중(30.5%)을 나타냈다.CJ CGV 조진호 국내사업본부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관객들의 영화 선택이 까다로워지고, 눈높이도 높아졌지만 ’범죄도시3’나 ‘엘리멘탈’ 같이 볼 만한 콘텐츠가 개봉하면 극장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영화 흥행을 주도하는 세대와 연령대의 폭이 넓어지고, 콘텐츠별로도 세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영화 소비 트렌드CGV는 코로나19 이후 CGV를 방문한 고객의 영화 소비 행태를 분석해 ▲소확잼 ▲역주행 ▲서브컬처의 부상 ▲비일상성 등 4가지를 변화된 영화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했다.우선 ‘소확잼’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재미’의 줄임말로 관객이 확실한 재미가 보장된 작품을 선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평균 관람 시점도 전보다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9년 10.8일에서 최근 1년간은 15.1일로 나타나 4.3일 늘었다. 특히 이런 경향은 1020세대에서 두드러져 10대와 20대의 평균 관람 시점은 2019년 대비 각각 6.3일, 4.7일 늦어졌다.입소문과 SNS 바이럴 마케팅 영향력이 확대되며 주차별 관객 유입이 증가하는 ‘역주행’ 트렌드도 나타났다. 올해 대표적인 역주행 작품으로는 ‘엘리멘탈’이 꼽힌다. ‘엘리멘탈’은 개봉 3~4주차에 1~2주차보다 많은 관객 유입률을 보였다.‘더 퍼스트 슬램덩크’ 또한 주차별 관객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또다른 역주행 사례다. 특히, 개봉 초기에는 3040세대가 흥행을 주도했지만, 개봉 5주차부터는 20대 관객이 30대 이상 관객보다 높은 티켓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CGV가 진행한 영화 ‘바비’의 ‘핑크 덕후 상영회’와 ‘엘리멘탈’의 ‘극공감F관’은 모두 80%가 넘는 평균 객석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다음으로 나만의 가치소비 확산에 따른 ‘N차 관람의 대중화’, ‘재패니메이션 인기’, ‘ICECON(CGV얼터콘텐츠 브랜드) 콘텐츠 흥행 등 ‘서브컬처의 부상’을 세 번째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했다.과거 천만 대작영화 중심의 N차 관람 문화가 최근에는 미들급 영화로 소비 저변이 확대됐다. 최근 1년간의 N차 관람 횟수는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으며, 특히 올해 N차 관람 문화의 대표 주자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재패니메이션 콘텐츠로 나타났다. CGV의 단독 개봉작과 ICECON 콘텐츠 등 CGV ONLY 콘텐츠도 세분화된 관객 니즈를 충족시켰다. 올해 CGV 단독 개봉작의 관객 수는 상반기에만 157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5배가 넘는 수치다.마지막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비일상적인 경험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늘고 있는 ‘비일상성’을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특별관으로 최근 1년 동안 CGV의 특별관 티켓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4.5% 증가했다. 매출액 또한 2019년 대비 7.6% 증가했다.작품별 컨셉에 따라 특별관 수요도 다르게 나타났다. ‘오펜하이머’는 개봉 1주차에 IMAX 평균 객석률이 52%에 달했고,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3면 스크린을 모두 활용해 콘서트장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스크린X관의 매출 점유율이 73%에 달했다. 템퍼시네마(TEMPUR CINEMA)와 프라이빗 박스(PRIVATE BOX) 등의 고급 특별관 인기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론칭한 프라이빗 박스도 평균 객석률이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CGV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지난달 CGV신세계 경기에 전관 특별관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CJ CGV 조진호 국내사업본부장은 “새로운 영화관람 트렌드를 바탕으로 CGV만의 강점인 ONLY 콘텐츠와 특별관 확대, 차별화된 경험 마케팅 등의 노력을 통해 고객의 극장 방문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8.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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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없는 것과 있는 것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는 사실 유토피아가 없다. 대신 디스토피아가 있다. 반어(反語)의 제목이다. 콘크리트도 그다지 많이 있지 않다. 아파트 한 동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평자들이 이 영화 안에 한국 특유의 부동산에 대한 욕망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그건 맞다. 그 욕망은 있다. 하지만 그런 물욕이 어디서부터 기인한 것인지 그 사회구조적 접근은 없다. 아니 의도적으로 뺀 것으로 보인다. 그럼 애기가 너무 복잡해지고 학구적이 되니까. 다만 그게 구조적인 것인 지, 인간이란 게 그런 성정을 지닌 것인지, 계급적인 것인지 프로이트적인 것(심리적인 것)인지 경제적 욕망의 본질에 대하여 한두 번 언급 정도가 있었으면 영화는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기본적인 서사 구조는 주제 사라마구가 쓴 ‘눈 먼 자들의 도시’와 같은 맥락처럼 느껴진다. 브라질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2008년 영화로도 만든 적이 있는데 줄리안 무어와 마크 러팔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나온다. 사람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다들 시각을 잃는다. 정부 권력은 이들을 정신병동에 격리 수용하고 곧 병동 안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불량배들이 식량 배급권을 쥐고 앞 못보는 사람들을 쥐락펴락 한다. 남자들을 죽이고 여자들을 집단으로 강간한다. 인간은 권력에 눈이 멀어 앞을 못보면 생존이란 미명하에, 혹은 그런 정치적 슬로건을 내걸고는 생각과 계급이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착취한다. 곧 자기 중심의 계급을 새로 만들고 공동체 혹은 같이 살아가는 공간을 얼어 붙게 만든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다르지만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작품인 셈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만든 엄태화 감독이 주제 사라마구 급의 세기말 아닌 세기말적 우울증을 앓고 있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충만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시 있다 없다 논쟁으로 돌아 가면 이 영화에는 시대에 대한 그런 고뇌와 사유는 있다. 그런데 다소 아쉽게도 신파와 감동, 공명은 없다. 작품 자체로는 그게 맞고 또 그게 더 좋다. 영화 흥행면에서라든가 대중적 인기 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어둡기 때문이다. 영화가 그리는 현실이 어두운 것을 넘어서 영화가 그 현실을 거쳐 나아가려고 하는 미래 세계가 더 어둡기 때문이다. 예컨대 박서준 박보영이 맡은 민성과 명화 커플의 극 후반의 모습 같은 것이다. 이번 영화는 박서준의 재발견, 박보영의 재확인이라고 할 만큼 두 연기자의 캐릭터가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어쩌면 둘은 감독 엄태화 자신을 투영시킨 얼터 에고(Alter-ego)들이다. 둘은 아파트 내의 ‘사태’를 지켜보며 개입과 중립, 비판적 시선을 떼어 놓지 않는 인물들이다. 민성(박서준)은 권력자 영탁(이벙헌)에게 충성하게 되지만 명화(박보영)는 결국 그의 거짓과 위선을 폭로한다. 비정상적인 권력, 결국 독재화 하는 권력은 그 역시도 대중 스스로 창출해 내지만 또 다시 그것을 혁파하는 사람 역시 그런 대중 안에서 나온다는 역설의 진리를 설파한다. 박보영 박서준 남녀 둘의 캐릭터는 그래서 권력자 역의 이병헌 캐릭터보다 훨씬 더 중요하며 보다 본질적인 역할들이다. 이 둘이 끌고 가는 후반이 좀더 신파의 눈물을 자아내게 했으면 영화는 대중적으로 훨씬 더 성공하게 됐을 것이다. 관객들은 아무리 그것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자 환상이라 하더라도 영화 속 인물들이 그려내는 희생, 사랑, 헌신에 눈물을 흘리기 마련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감동은 있는데 눈물이 없으며 그건 철저하게 감독 엄태화가 의도한 것인 바. 그것 때문에 영화의 대중적 휘발성이 다소 약화됐다. 감독의 그 같은 태도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사실 평론가가 왈가왈부할 문제, 괜스레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그건 불필요한 간섭이자 오지랖이다.‘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 영화의 저력, 내구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서브 텍스트들이 좋다. 동 대표 역의 김선영, 아파트 관리원 역의 이서환 등의 연기는 여전히 좋다. ‘벌새’의 박지후도 열심이다. 독립영화 ‘욕창’의 강애심도 숨바꼭질하듯 나오지만 이 영화에 연기파가 숨어 있음을 보여 준다. 엄태구 김준배의 노숙자 연기는 일품이다. 영화가 퍼덕거리며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지구 최후의 날에서처럼 붕괴의 분위기인 여름 영화시장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영화 속 아파트 한 동 마냥 유일하게 살아 남은 작품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건 기뻐할 일인가 슬퍼해야 할 일인가.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3.08.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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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4DX 등 특별관 2025년까지 1.3배 확대… “하반기 영화시장 회복 기대”

영화 ‘범죄도시3’이 시리즈 ‘쌍천만’을 기록하며 하반기 영화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CGV는 ‘범죄도시3’가 엔데믹 이후 3번째 ‘천만 영화’로 등극한데다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다양한 영화 라인업도 대기하고 있어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밝혔다.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관객 수는 2020년 상반기 3241만 4128명이었던 것이 2023년 5838만 9902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 대비 절반 이상 회복한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전체 관객 수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수치로 다양한 기대작들이 포진되어 있는 하반기 성과에 따라 2023년 최종 관객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범죄도시3’가 1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 시장이 시작되는 7월에도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극장가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첫 포문을 여는 작품은 류승완 감독 연출,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주연의 해양범죄 활극 ‘밀수’다. 8월에는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감독에 오른 김용화 감독의 우주 생존 드라마 ‘더 문’과 ‘끝까지 간다’,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 주지훈 주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버디 액션 영화 ‘비공식작전’ 그리고 인기 웹툰을 각색한 재난 드라마로 이병헌, 박서준이 호흡을 맞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관객들과 만난다.한국 영화 외에 할리우드 대작들도 하반기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탑건: 매버릭’으로 흥행 보증수표임을 입증한 톰 크루즈의 대표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 오는 12일 국내 영화 팬들과 만난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은 오토바이 추격전, 항공 액션 등 다양한 액션 포인트가 담겨 있어 보다 영화를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는 특별관 포맷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탑건: 매버릭’도 지난해 개봉 당시 항공 액션을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4DX와 스크린X 포맷이 큰 인기를 얻었다.CJ CGV는 4DX, 스크린X, 4DX 스크린 등 전 세계에서 다양한 기술 특별관을 운영하고 있다. CJ 4D플렉스는 올해 6월을 기준으로 4DX, 스크린X, 4DX 스크린 등 기술 특별관을 미국, 프랑스 등 72개 국가에서 1147개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까지 운영관을 현재 대비 1.3배 확대할 계획이다.또한 콘서트, 뮤지컬, 게임 등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얼터콘텐츠도 인기를 얻고 있어 하반기 극장가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등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에 힘입어 올 1분기에만 37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실적을 초과 달성했다. 올해 말에는 얼터콘텐츠를 즐기는 관객 수가 1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CJ CGV 문병일 데이터전략팀장은 “2023년 상반기는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10~30대 관람객 회복을 주도하고 ‘범죄도시3’와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40~50대 방문을 이끌어 시장의 포텐셜이 커졌다”며 “하반기에는 제작비 200억 원 이상의 한국 영화 대작과 더불어 할리우드 텐트폴 영화들이 풍성하게 준비돼 있어 보다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7.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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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日애니 韓극장가 공습..반짝? 韓영화 반격?

3월 극장가가 한국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그간 한국영화가 한국관객에게 압도적으로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7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대외비’는 2만 9867명이 찾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일 개봉해 누적 52만 6585명을 기록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이하 ‘귀멸의 칼날’)는 이날 2만 2494명이 찾아 2위에 올랐다. ‘대외비’는 개봉 첫날 18만명을 동원하며 2023년 개봉영화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튿날 ‘귀멸의 칼날’이 개봉하면서 1위를 내줬다가 지난 4일 1위를 탈환했다. ‘대외비’ 스크린수는 1000여개인데다 상영횟수는 3800여회에 달한다. 반면 ‘귀멸의 칼날’은 300여 스크린에 1000여회 가량 상영된 점을 고려하면, ‘대외비’가 ‘귀멸의 칼날’에 힘겹게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귀멸의 칼날’은 특정 팬층이 관심을 갖는 작품인 만큼, 스크린수와 상영횟수가 더 늘어난다고 관객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두 영화의 관객수 차이는, 한국관객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 또는 호의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걸 방증한다.◇‘더 퍼스트 슬램덩크’ 韓개봉 日애니 역대 1위→‘스즈메의 문단속’ 개봉올해 극장가에서 흥행을 주도한 작품을 살피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1월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두 달이 넘도록 롱런 끝에 지난 6일까지 누적 385만 7507명을 기록해 ‘너의 이름은.’(380만)을 제치고 역대 한국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올랐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올해 한국에서 개봉한 모든 영화들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기도 하다. 올해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중 흥행 10위 안에 든 한국영화 ‘영웅’ ‘교섭’ ‘유령’이 모두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했다는 걸 고려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에 비해 한국영화 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반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귀멸의 칼날’에 이어 8일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해 흥행 몰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는 현재 ‘대외비’가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김다미 전소니 주연 ‘소울메이트’가 오는 15일, 개그맨 박성광 연출작 ‘웅남이’가 오는 22일 개봉한다. ‘덕후’(일본말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준말, 한 분야에 미칠듯이 빠진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들의 수요가 명확할 뿐더러 화제성이 풍부한 일본 애니메이션과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에서 한 달 뒤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보다 300만명이 더 관람한 화제작일 뿐더러, 한국에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붐을 일으킨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란 점에서 벌써부터 흥행 전망이 높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간 한국에선 극장판 ‘명탐정 코난’ ‘도라에몽’ 등 일부 작품들이 방학 시즌마다 소소한 흥행을 해왔지만 어린이용으로 치부돼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극장에서 한국영화 빈자리를 일본 애니메이션이 채우기 시작하고, 특전 등으로 덕후들의 N차 관람을 유도하면서 한국 극장가에 무시 못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개봉하지 못했던 영화들이 비로소 줄줄이 개봉하면서, 상대적으로 화제성이 높지 않다. 뿐만 아니라 팬데믹 이전 한국영화산업 거품이 절정이던 시절 투자된 영화들이 많다보니 옥석이 함께 섞여 있기도 하다. 극장요금이 팬데믹 기간 3년 연속 인상돼 관객이 영화 선택에 한층 신중해진 데 반해 한국영화들은 옥석이 섞여 있다 보니 결국 다같이 외면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미가 보장되는 외화를 선택하는 관람형태가 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 같은 흐름에 수혜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애니 붐 지속 가능성은 미지수..수입가 10만불→100만불다만 일본 애니메이션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붐이 일면서 몸값도 대폭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 따르면 그간 일본 작품들은 수입가가 10만 달러 내외였다. 싸게 수입해 소소한 벌이에 만족했다. 그랬던 게 ‘너의 이름은.’(2017)이 당시 일본 작품 최고 수입가인 60만 달러 가량을 기록한 데 이어 수입가가 계속 올라간 끝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00만 달러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즈메의 문단속’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한 일본영화 수입사 대표는 “일본 작품 수입가를 올리는 건 결국 한국 업자들”이라며 “과거에 일본 회사들이 돈보다는 오랜 인연으로 신뢰할 수 있는 한국 회사에 작품을 맡겼다면 이제는 일본 회사들도 돈을 많이 제시하는 곳에 작품을 건넨다”고 토로했다. 수입가가 올라간 만큼 마케팅 비용도 한국영화 못지 않은 수준으로 올라갔을 터. 이런 추세라면 일본 애니메이션을 비싼 값으로 사들여와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곧 오게 될 전망이다. 현재는 수입사가 일본 애니 굿즈 라이선스도 가져오긴 하지만, 한국업체끼리 경쟁이 계속되면 그마저도 쪼개 팔 수도 있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붐을 일으킨 ‘너의 이름은.’을 비롯해 ‘날씨의 아이’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곧 개봉할 ‘스즈메의 문단속’ 등은 모두 일본에서 메가 히트를 거둔 작품들이다. 이런 메가 히트작이 일본에서 매번 등장하는 게 아니기에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붐이 지속될지 미지수다. 비용은 올라가고, 검증된 히트작은 상대적으로 적을 가능성이 큰 탓이다. 한국영화 침체가 언제 끝냐느냐도 관건이다. 올 상반기 선보일 한국영화 야심작들은 5월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이 확정되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일단 ‘범죄도시3’이 5월 개봉을 추진 중이며, 칸영화제 결과에 따라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주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와 류승완 감독의 ‘밀수’, 김용화 감독의 ‘더 문’ 등의 라인업이 꾸려질 전망이다. 당초 7월초 개봉 예정이었던 박서준이 출연한 마블영화 ‘더 마블스’가 11월로 개봉을 연기하면서 7월 한국영화 눈치싸움도 한층 치열해진 터다.◇韓영화산업 지원해야 韓영화-日애니 고른 경쟁 가능현재 한국영화산업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팬데믹 기간 중 개봉하지 못한 영화들을 개봉하느라 신규 영화 투자가 현격히 줄었다. 더욱이 개봉작들 흥행성적이 안좋으면서 벤처캐피탈(VC) 등 부분투자자들이 상당수 신작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 팬데믹 전 한국영화산업이 호황일 때는 메인투자사가 30~40% 가량 투자를 하고, 나머지를 부분투자자가 담당했다면, 지금은 부분투자자들이 한국영화 투자를 꺼리면서 메인투자사들이 투자금의 70~80%를 감당해야 하는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메인투자사들이 신작 투자를 극도로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 거품기가 투자된 영화들이 이제야 개봉하다보니 옥석이 구분 안되고, 극장요금은 올라 관객이 선택에 신중해지고, 그러다보니 한국영화 외면이 이어지고, 돈을 못 버니 신작 투자가 줄고, 신작이 주니 볼 영화가 줄어 다시 흥행이 안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이렇게 한국영화산업이 휘청이자 틈새를 일본 애니메이션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영화산업이 다시 살아나 양질의 영화들이 관객을 계속 만나게 되면 일본 애니메이션과 경쟁은 또 달라질 전망이다. 고정 팬층이 명확한 일본 애니메이션과 관객 확장성이 큰 한국영화가 극장에서 다양하게 경쟁한다면, 한국영화산업은 보다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때까지 한국영화산업이 버틸 수 있느냐다. 한국관객이 팬데믹 이전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 건, 한국관객이 유달리 영화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극장요금이 상대적으로 쌌기 때문이다. 가격은 올랐지만 내용은 부실하면 외면받는 건 당연지사다. 가격을 다양한 방식으로 할인하거나 작품질이 올라가야 하는데, 후자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격을 내리거나 사실상 가격 인하 효과가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 한국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이 고루 국내 극장가에서 경쟁하려면, 결국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K콘텐츠 바람이 불고 있다지만 정작 한국영화산업은 고사 직전이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연 한국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영화시장을 더 풍성하게 할 날이 오게될지, 아니면 한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게 될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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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전쟁활동’ 佛 ‘시리즈 마니아’ 초청..유럽은 왜 K콘텐츠에 열광하나

유럽 최대의 드라마 시상식으로 알려진 프랑스 ‘시리즈 마니아’에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이 초청됐다. 과거 유럽 시청자층에서 K드라마는 일부 마니아층이 즐기는 ‘괴짜(Geek)’의 영역이었지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타고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시리즈 마니아’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유럽 최대의 드라마 시상식이다. 국제 부문에서 주는 상도 있지만, 그동안 수상 이력을 보면 유럽연합(EU) 국가에서 만든 드라마에 대부분 상이 돌아가는 ‘로컬’ 시상식에 가깝다. 그랬던 ‘시리즈 마니아’였지만 2019년부터 K콘텐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특별 상영작에 OCN의 ‘우월한 하루’(2022년 온라인 상영작)가 초청됐다. 2021년에는 tvN의 ‘마우스’, 2020년에는 tvN의 ‘방법’, 2019년에는 OCN의 ‘손 더 게스트’가 국제 파노라마 부문에 이름을 올려 유럽 작품들과 경합을 벌였다.‘시리즈 마니아’측은 “전 세계가 한국의 드라마 시리즈에 주목하며 글로벌 시청자들은 K드라마의 장르를 넘나드는 스토리에 이미 익숙해졌다”고 전했다.‘방과 후 전쟁활동’은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다. 미확인 구체의 침공으로 종말 위기에 놓인 지구에서 펜 대신 총을 든 10대들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미스터 기간제’ 성용일 감독과 신예 윤수 작가가 의기투합했고, ‘눈이 부시게’ 이남규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조명하는 밀리터리 SF를 탄생시켰다.이번에 ‘방과 후 전쟁활동’이 ‘시리즈 마니아’에 초청된 분야는 경쟁이 아닌 비경쟁 부문인 ‘특별 상영작’이다. 22일 티빙 측은 일간스포츠에 “이번 특별 상영작에는 총 6개 작품이 선정됐고 한국 작품 중 유일하게 ‘방과 후 전쟁활동’이 선정됐다”며 “현지에서 ‘방과 후 전쟁활동’ 1, 2화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K콘텐츠에 대한 이런 ‘시리즈 마니아’의 관심은 유럽의 콘텐츠 소비 변화 흐름과 관련이 깊다. K콘텐츠의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유럽인들에 깊이 각인됐다. 유럽시청각연구소(EAO)가 매년 발간하는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영화시장에서 유럽과 미국 외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 점유율은 2.5%에서 2020년 4.9%로 상승했다. 이에 대해 EAO는 “이는 유럽에서 4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오스카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 '기생충'에 의해 주도됐다”고 짚었다. 유럽과 미국 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시장을 K콘텐츠가 흔든 것이다. 콘텐츠 산업 면에서도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유럽 시청자층에 K콘텐츠가 많이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점이 큰 효과를 주고 있다. EAO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OTT 콘텐츠 중 영화의 79%, TV의 67%가 ‘비유럽 국가’ 작품이 점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OTT구독층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비유럽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더 늘어난 셈이다.특히 K콘텐츠의 경우 넷플릭스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도에 넷플릭스 세계 회원 60%가 1개 이상 한국 작품을 시청했다. 2020년도에는 유럽의 K콘텐츠 시청시간이 전년 대비 2.5배 늘었다는 자료도 나왔다.실제로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K콘텐츠는 전부 넷플릭스 시리즈다. ‘오징어 게임’은 영국에서 리얼리티쇼로 리메이크될 만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스위트홈’, ‘지옥’, ‘지금 우리학교는’ 등도 유럽 각국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도 유럽에서 K콘텐츠를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는 기반이 됐다.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최근 만들어지고 있는 K콘텐츠도 기존 로맨스·드라마가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 다수 보인다. 넷플릭스로 선보인 SF영화 ‘정이’가 최근 공개된 데 이어 영화 ‘왕을 찾아서’도 본격 촬영에 나섰다. 올해는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스위트홈2’ 같은 크리처물도 공개되고 디즈니+ ‘무빙’같은 초능력물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새로운 시도에 나선 K콘텐츠가 유럽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된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2.23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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