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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활·총·검' 코리아? 좀비보다 끈질긴 투혼의 유도, 미래가 보인다 [2024 파리]

금메달의 영광은 없었다. 그래도 독하게 버텼다. 내일이 보였다.한국 유도대표팀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과 재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하고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생긴 단체전에서 한국이 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투지의 승리였다. 한국은 6명이 나선 단체전에서 3승 3패를 기록했다. 최종 승리 팀을 가리기 위해 무작위로 체급을 결정해 재경기(7차전)를 치렀는데, 베테랑 안바울(30·남양주시청)이 나가는 73㎏급이 뽑혔다.단체전 규정상 73㎏ 선수로 출전했으나, 안바울의 개인전 체급은 66㎏급이었다. 맞상대 이고어 반트크는 한 체급 위인 데다, 불과 몇 분 전 정규 경기에서 만나 절반패한 상대였다.안바울은 반트크를 상대로 그저 버텨냈다. 힘과 공격에서 우위일 순 없었으나, 그렇다고 쓰러지지도 않았다. 결국 5분 25초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기술을 제대로 걸지 못한 반트크는 지도(반칙)를 하나둘 받더니 반칙패(지도 3개)를 당했다.안바울의 투지가 빛났던 건 재경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는 앞서 반트크를 상대할 때 총 9분 38초 동안 온힘을 소진하며 싸웠다. 그보다 앞서 16강(튀르키예) 8강(프랑스) 패자부활전(우즈베키스탄)전까지 합치면 총 35분 49초 동안 사력을 다했다. 유도 한 경기 정규 시간이 4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는 상대보다 두 배 이상을 뛴 셈이다.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은메달, 2020 도쿄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던 안바울은 파리 대회 혼성 단체전 동메달로 올림픽 3회 연속 수상 기록을 세웠다. 한국 유도 역사상 첫 기록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안바울은 "체력에는 문제없다"라고 웃으며 "우리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베테랑답게 팀 전체도 생각했다. 혼성 단체전은 출전 선수 6명 외에도 후보 선수 5명도 메달을 받는다. 남자 60㎏ 개인전 탈락 후 은퇴를 선언한 맏형 김원진(32)도 올림픽 첫 메달을 목에 걸고 떠날 수 있게 됐다. 안바울은 "여기 있는 선수 말고도 후보 멤버로 함께한 선수들이 정말 많이 생각났다. 그래서 더 힘을 내야 하고, 무조건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동고동락하면서 보낸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혼성 단체전을 마지막으로 한국 유도는 파리 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따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이번에도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양궁, 펜싱, 사격 등 '병장기 종목'들이 금밭이 된 것과 대조적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3회 연속 한국 유도의 '노골드'가 이어졌다. 김민종(24) 허미미(22) 등 기대주에게 바랐던 금메달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결승에 올랐지만, 테디 리네르(프랑스)와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 등 세계 정상급 강자들에게 각각 패했다.그동안 한국 유도는 이원희(73㎏급) 최민호(60㎏급) 왕기춘(73㎏급) 등 경량급 선수들이 주도했다. 힘의 열세를 스피드와 기술로 극복한 것이다. 파리 올림픽 경량급 메달리스트는 허미미(57㎏급)뿐이다. 81㎏급에서 이준환(22)이 동메달을 땄고, 김민종과 김하윤(24)이 최중량급에서 보여준 존재감이 더 컸다.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허미미는 일본에서 성장했지만, 한국 국적을 선택한 '선물'이다. 김민종과 김하윤은 뛰어난 체격을 타고난 선수들이다. 한국 유도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했다고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그러나 파리 대회를 통해 가능성만큼은 분명히 확인했다는 게 유도계의 시선이다. 안바울을 제외하면 20대 선수들이 대표팀 주축으로 올라섰다. 김민종, 허미미, 김하윤, 이준환은 2028년 LA 올림픽 때도 20대다. 한국 유도에서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최중량급에서 메달이 2개나 나온 것도 값진 성과다.지금까지 올림픽 유도 메달은 주로 남자 선수들의 몫이었다. 최근에는 여성부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남녀 개인전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씩을 땄고, 고루 잘해야 이길 수 있는 혼성 단체전에서 치열한 패자 부활전과 동메달 결정전을 통과했다.이들은 벌써 LA를 바라본다. 김민종은 "(금메달을 따려면) 하늘을 감동하게 해야 하는데, (나는) 부모님만 감동시킨 것 같다"며 "결승전 패배가 LA 올림픽까지 가는 4년 동안 큰 힘이 될 것 같다. 다음엔 하늘을 감동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하윤은 "첫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지만, 동메달이라 조금 아쉽다. 다음 대회에서 더 올라갈 곳이 있으니 열심히 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 아직은 내가 부족하니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전했다.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8.0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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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여운 유도 에이스 보셨나요, '푸바오' 닮은 헤비급 강자 김하윤 [별★별 파리]

2024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유도 여자 +78㎏급 대표 김하윤(24·안산시청)은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 보다 밝고 사랑스러운 웃음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선수다. 그는 지난달 26일에 열린 대한체육회의 파리 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유도 대표팀을 대표해서 행사에 나섰다.김하윤은 인터뷰에서 “파리 올림픽을 기대해 주세요”라고 강조했다. 기자들이 “어떻게 기대하면 될까요”라고 하자 장난끼 넘치는 눈빛으로 “음… 많이?”라고 답해 주변을 폭소하게 했다. 이렇게 귀엽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유도 헤비급 최강자는 지금까지 한국 유도에서 보기 어려웠던 캐릭터다. 진천선수촌 치료실에서 테이핑을 받느라 진료 베드에 앉아있는 김하윤의 실루엣은 영락없는 푸바오(판다 이름)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그의 별명은 푸바오다. 김하윤은 “그 별명이 싫지 않다. 특히 흰 도복만 입으면 똑같다고 하더라”고 생글거렸다. 대표팀 내부에선 그에 대해 “항상 웃음을 주는 선수이자 분위기 메이커”라고 말한다. 귀여운 표정만 보고 ‘물렁한’ 선수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김하윤은 한국 유도를 구한 구세주였다. 김하윤은 항저우 AG 여자 +78㎏급 결승에서 쉬스옌(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 유도가 AG 최중량급에서 따낸 사상 첫 금메달이자 항저우 AG 한국 유도의 유일한 금메달이다. 만일 김하윤이 없었다면 한국 유도는 ‘항저우 노골드 참사’를 겪을 뻔했다. 김하윤은 헤비급 선수로서 약점도 많다. 키 1m78㎝에 체중은 최대 120㎏ 안팎을 유지하는데, 국제 무대에서 경쟁자를 압도하는 신체조건이 아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계체에서 김하윤의 체중은 109.9㎏이었고, 결승 상대 쉬스옌은 당시 김하윤 보다 24㎏이 더 나갔다. 유도를 시작한 시기도 늦은 편이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취미로 유도를 시작했고, 본격적인 선수 생활은 부산 삼정고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무서운 속도로 전국대회를 제패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타고난 유연성과 순발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하윤의 확실한 장점은 다리 기술이다. 주기술은 안다리 걸기, 항저우 금메달을 가져온 결승전의 결승점은 밭다리 후리기로 따냈다. 그는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78㎏ 동메달을 획득했다. 동메달결정전에서 아시아 타바노(이탈리아)에게 허벅다리걸기 절반을 따냈다. 1월 포르투갈 그랑프리에서는 우승했다. 유도계에서는 김하윤이 파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 경쟁’을 통해 더 성숙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무서운 고교생’ 이현지(제주 남녕고)에게 한판으로 졌다. 당시 김하윤은 대한유도회 규정에 따라 메이저 국제대회 성적 포인트로 이미 파리 올림픽 대표로 결정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현지가 이 대회에서 김하윤에 이어 또 다른 대표 선수 박샛별까지 한판으로 던져 우승했고, 이어진 아시아선수권에서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소네 아키라(일본)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는 등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 내에서도 ‘이현지의 기세가 김하윤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김하윤에게는 무서운 후배의 등장으로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커졌던 시간이었다. 선찬종 대한유도회 전무는 “김하윤이 마음고생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경쟁 과정을 통해 더 독하게 훈련하고 업그레이드됐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따낸 게 그런 성과를 드러낸 결과”라고 평가했다.대한유도회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허미미(경북체육회·여자 57㎏급), 김민종(양평군청·+100㎏급) 이상으로 파리에서 김하윤의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김하윤은 “코치님들이 나가라고 해서 나갔다”며 웃었지만, 미디어데이 행사에 김하윤을 유도 대표로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하윤은 “프랑스는 유도 인기가 정말 많다. 올림픽 때도 유도장이 관중으로 꽉 찰 거 같다. 기대된다”고 했다. 김하윤의 파리 올림픽 첫 경기는 8월 2일(한국시간)에 열린다. 이은경 기자 2024.07.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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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 도전하겠다”던 안창림 전격 은퇴

한국 유도의 간판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 유도단)이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5일 인터뷰한 안창림은 “심사숙고 끝에 선수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쿄 올림픽 직후 정신·육체적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남자 73㎏급) 우승 후 좋은 후배들을 키워내는 지도자를 꿈꿨는데, 정상에 선 지금이 다음 목표를 위해 움직여야 할 때라고 느꼈다”고 말했다.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대했던 소속팀도 안창림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필룩스 유도단은 지난해 안창림과 국내 최고 대우인 2억5000만원(계약금 포함)에 계약했다. 도쿄 올림픽 포상금으로 2억원을 별도로 지급하기도 했다. 다만 안창림은 당분간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 차원의 선수 생활은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최근 4주 군사훈련을 받았다.안창림은 도쿄 올림픽에서 큰 주목을 받은 스타다. 도쿄 태생 재일교포 3세인 그는 일본 유도계의 귀화 권유를 뿌리치고 2014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세계 랭킹 1위였던 2016년 리우 올림픽 1회전에서 탈락한 그는 도쿄 대회에선 32강부터 4강까지 연거푸 연장전을 치르고, 패자부활전까지 거치는 사투 끝에 동메달을 따냈다. 유도 팬은 ‘투혼의 메달’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안창림은 귀국 후 2024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하겠다고 선언했다.남자 유도 73㎏급은 세계적으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체급이다. 특히 유도 종주국 일본에 1진급 선수가 무려 셋이나 있다. 리우와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노 쇼헤이(29)와 2017년 세계선수권 우승자 하시모토 소이치(30), 세계선수권 3회 우승자(2011·13·14년 당시엔 66㎏급) 에비누마 마사시(31)다. 셋은 73㎏급 ‘3대장’으로 불린다. 특히 안창림은 오노를 상대로 6번 모두 패했다. 유럽세도 만만치 않다.그러나 안창림의 은퇴 결정은 실력이나 자신감 부족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컨디션이 나쁘거나 부상 때문에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도쿄 올림픽에서 새로 연마한 기술로 득점해서 실력의 한계도 느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올림픽 금메달 없이 매트를 떠나니 아쉽긴 아쉽다”며 여운을 남겼다.안창림은 목표는 자신을 대신해 꿈을 이뤄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 꿈에 한발 다가서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2018년 세계 대회 우승이 선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메달뿐 아니라, 우승까지 가는 과정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돼서도 변함없이 부지런하고, 절제하며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필룩스 유도단 소속인 그가 현재 국내 실업팀에서 지도자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표팀 코치진 인선도 최근 끝났다. 안창림은 당분간 어학 공부를 하며 해외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을 계획이다. 이미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해외 대표팀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창림은 “유도에선 메치기를 하는 것보다 당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성장한다. 지도자가 돼서도 많은 메치기를 당하면서 성장하겠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키워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1.12.0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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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에 화낸 아버지 위해, 파리에선 금 딸 것”

“올림픽 준비할 땐 시간이 참 더디게 갔는데, 요즘은 눈 깜짝할 새 하루가 지나가요(웃음).”유도 국가대표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을 서울 용산역 앞 공원에서 만났다. 화보 촬영을 마치고 뛰어왔다는 그는 손 부채질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히느라 바빴다. 안창림은 “예능 프로에서 유재석 아저씨와 김구라 아저씨를 만났다. 올림픽 후 찾아주는 곳이 많아서 스케줄을 분 단위로 짜고 있다. 동메달이 이 정도인데, 금메달이었다면 정말 정신없었겠다”며 웃었다. 과거 인터뷰 때 유도복을 입고 매서운 눈빛을 발사했던 안창림은 이번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 낯설었다.안창림은 도쿄올림픽에서 큰 주목을 받은 스타다. 그는 두 번째 도전 끝에 올림픽 첫 메달을 따냈다. 지난달 26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르조프(아제르바이잔)에게 절반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7초를 남기고 극적인 한팔 업어치기를 성공했다.메달 자체도 그랬지만, 그의 스토리가 더 관심을 받았다. 안창림은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여섯 살 때 교토로 이사한 뒤 요코하마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유도 명문 쓰쿠바대학에 진학했다. 2학년 때 부도칸에서 전국대회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일본 유도계의 귀화 제의를 뿌리친 그는 2014년 용인대에 편입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서였다.한국 국가대표가 되고 7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딴 안창림은 환하게 웃었다. 송대남 대표팀 코치가 그를 번쩍 들어올리며 “그동안 고생 많았다. 열심히 했다”고 축하하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한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감내한 힘든 훈련이 떠올라서였다. 그의 감동 스토리에 많은 이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단 한 사람은 기뻐하지 않았다. 안창림 아버지 안태범(57)씨다. 안창림은 “시상식 전에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했다. 어머니는 기뻐서 울고 계셨다. 그런데 아버지는 전화를 안 받으셨다. 우승하지 못한 게 못마땅하신 모양이었다. 화가 많이 나신 상태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교토에서 접골원을 운영하는 안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가라테 도장 사범이었다. 안창림이 여섯 살 때 유도를 배우게 한 것도 아버지였다. 승리욕이 강한 안씨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일본 최고, 세계 최고 무도가의 꿈을 아들이 대신하길 바랐다.학창 시절 안창림이 대회에 나가 패한 날에는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안창림은 “올림픽이 끝나고 사흘 뒤 아버지가 연락을 주셨다. ‘고생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머니가 시켜서 마지못해 전화하신 것 같다. 아버지 화가 풀릴 때까지 며칠간 대화하지 않은 적이 많아서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고 말했다.무뚝뚝해 보이는 안씨도 보이지 않는 데선 끈끈한 부정을 드러냈다. 안창림의 부모는 올림픽 기간 내내 부도칸 근처 호텔에서 묵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장을 찾을 수 없었지만, 멀리서라도 아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안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매일 송 코치를 통해 전달했다. 송 코치는 “내가 창림이의 ‘반찬 셔틀’을 했다. 아버님이 ‘창림이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 힘이 난다’며 매일 오셨다. 아들 몸 상태를 물으며 음식을 전해주시는 마음에 감동했다”고 전했다.안창림은 아버지의 채찍질로 인해 자신이 더 강해졌다고 믿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지켜낸 국적을 나도 이어간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덕분에 한국 국적과 이름(安昌林)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덤비는 유전자를 무도 선배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했다.안창림은 중학교 시절 일기장에 “내가 지면 가족이 운다. 할아버지를 떠올리자. 동급생, 동포가 응원한다는 걸 잊지 마. 유도는 전투다. 지면 죽음을 의미하고, 이기는 건 삶을 의미한다. 약점을 보이지 말자. 유도는 나 자신의 거울이다. 센스가 없다면 3배 더 노력하자”라고 적으며 힘든 시간을 버텨냈다.안창림은 도쿄에서 귀국한 다음 날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당분간 운동은 쳐다보지 않겠다’는 동료 국가대표 선수들과 다른 행보다. 안창림은 “3년 뒤 파리올림픽이 열린다. 아무리 바빠도 느슨해져선 안 된다. 파리올림픽에서는 꿈에 그리던 금메달 따서 아버지와 통화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1.08.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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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터져도 싸웠다…유도 간판 안창림, 金까지 남은건 두판

안창림이 올림픽 4강에 진출했다. 금메달까진 두 판 남았다. 세계 랭킹 4위 안창림은 26일 일본 도쿄 부토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73kg급 8강전에서 이스라엘의 토하르 부트불(세계 7위)을 골든스코어(연장) 끝에 물리쳤다. 정규시간 4분간 득점 없이 비긴 뒤, 연장전 4분 8초에 안다리걸기 절반으로 이겼다. 안창림은 앞서 열린 16강전에서도 키크마틸로크 투라에프(우즈베키스탄·10위)와 연장 혈투 끝에 승리했다. 말 그대로 혈투였다. 안창림은 공격을 시도하면서 충돌해 코피가 나고 얼굴에 상처가 났지만, 참고 이겨냈다. 그는 연장 2분 26초에 안다리 후리기를 성공했다. 안칭림은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안창림은 이번 올림픽이 열린 부도칸에서 쓰쿠바대 2학년이던 2013년 일본 대학 유도 최고 권위 대회인 전일본학생선수권 우승을 한 경험이 있다. 이후 일본 유도계로부터 귀화 권유를 받았지만, 뿌리쳤다. "한국 사람이라면 태극마크를 달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안창림은 2014년 2월 용인대에 편입했고, 그해 11월 처음 한국 국가대표 1진에 선발됐다. 리우올림픽은 아쉬웠다. 메달을 따지 못한 채 조기탈락했다. 도쿄에서 설욕을 노리는 안창림은 같은 체급의 일본 대표 오노 쇼헤이(28)는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괴물 같은 힘으로 상대를 메치는 강력한 우승 후보다. 안창림은 지금까지 오노와 여섯 차례 맞붙어 모두 졌다. 안창림과 오노는 패하지 않으면 결승에서 만난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1.07.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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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노골드’ 수모 갚는다, 안창림·김원진·안바울

유도 남자 60㎏급 김원진(29), 66㎏급 안바울(27), 73㎏급 안창림(27)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20대 초반 나이였던 이들은 모두 세계 랭킹 1위에 오를 만큼 기세가 좋았다. 한국 유도계는 이들이 금메달을 딸 거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원진과 안창림은 조기 탈락했고, 안바울은 은메달을 땄다. 실력도, 경험도 부족했다. 한국 유도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노골드’ 아픔을 맛봤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도쿄올림픽에서 세 선수는 다시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안창림은 “조국을 택한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쓰쿠바대 2학년이던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안창림은 일본 유도계의 귀화 권유를 뿌리치고 용인대에 편입했다. 리우올림픽에서 오노 쇼헤이(일본)가 금메달을 따자, 일부 일본 팬은 “안창림이 일본에서 대표가 될 자신이 없어 한국으로 도망쳤다”, “오노와 맞붙기도 전에 탈락했다”며 조롱했다. 오노는 이번 올림픽에도 출전한다. 안창림은 오노를 상대로 6전 전패다. 올해 출전한 두 대회(아시아선수권 2월, 마스터스 4월)에서 모두 우승했을 만큼 안창림의 컨디션이 좋다. 그는 “고향(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데다 경기 장소가 대학 시절 전국대회 우승을 경험했던 무도관이다. 기운이 좋다. 오노를 꺾고 반드시 태극기를 휘날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원진은 아버지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는 생각뿐이다. 그의 부친 김기형씨는 지난 1월 심근경색으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카타르 도하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 중이던 김원진에게 가족은 부음을 전하지 않았다. 대회를 잘 마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결국 김원진은 국가대표 1진이 된 후 첫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시상대에서 내려온 뒤 부친의 별세 소식을 듣고 오열했다. 김원진은 요즘 중량급 선수와 훈련한다. 힘 좋은 유럽 선수에 대비하는 특별 훈련이다. 김원진은 “아버지는 아들이 국가대표라는 걸 자랑스러워하셨다. 생전에 금메달을 선물해드리지 못해 속상하다. 늦었지만 도쿄에서 우승해서 아버지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안바울은 리우올림픽 결승에서 당시 세계 26위 파비오 바실레(이탈리아)에게 패했다. 한 수 아래 상대에게 패했지만, 올림픽 첫 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느꼈다. 그러나 주변의 반응은 달랐다. 유도 팬은 “금메달을 놓치고 어떻게 웃을 수 있나”, “무늬만 세계 1위”라며 비난했다. 안바울은 이를 갈았다. 주특기인 왼쪽 업어치기뿐 아니라 반대쪽 업어치기를 연마했다. 매일 10㎞를 30분에 뛰었고, 산에서 크로스컨트리를 3~4바퀴씩 했다. 동료들은 그를 ‘독종’이라고 불렀다. 유도에서 주특기는 평생에 걸쳐 익힌 기술을 말하는데, 안바울은 5년 만에 주특기를 하나 더 체득했다. 노련미까지 더했다. 그는 바둑처럼 4분 경기 시간 내 일어날 모든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한다. 안바울은 “매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부 컨트롤할 수 있다. 금메달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용인=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1.07.21 08:10
스포츠일반

도쿄서 ‘금빛 메치기 꿈’ 재일교포 3세 김지수

“2관왕 못해 아쉬웠지만, 오히려 잘된 일 같아요. 방심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게 됐잖아요.” 생애 첫 메이저 유도 대회 메달을 목에 건 김지수(21) 목소리는 며칠이 흘렀어도 여전히 떨렸다. 그는 10일 키르기스스탄에서 끝난 2021 아시아선수권에서 메달 2개를 땄다. 혼성 단체전(10일) 금메달, 여자 57㎏급(6일) 은메달이다. 세계 랭킹은 19위까지 올라갔다. 현재 순위라면 도쿄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그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출전권을 지키겠다.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특별한 의미라서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수는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유도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했다.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김덕제·70)가 집 앞 창고를 유도장으로 개조하면서다. 아버지는 그에게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킬 줄 알아야 한다. (매트에서) 죽을 힘을 다하라”라고 가르쳤다. 김지수는 2016년 히메지시 슈쿠가와고에 입학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1학년 때 3학년 선배를 제치고 학교 대표가 됐다. 같은 해 전국종합대회 48㎏급에서 우승했다. 지역 예선부터 수천 명이 참가하는 전국 대회 우승에, 학교는 물론 지역이 들썩였다. 그는 효고현의 스타였다. 2학년 때 슬럼프를 겪었다. 키(1m 59㎝)가 크면서 몸무게가 전(53㎏)보다 5㎏ 이상 늘었다. 무리하게 감량하다 쓰러졌다. 지친 김지수는 도망쳤다. 마음껏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한 달 뒤, 복귀할 때 몸무게가 63㎏였다. 그는 57㎏급으로 두 체급을 올렸다. 대회 출전은 포기하고 근력과 체력을 키웠다. 3학년 때 출전한 고교 선수권에서 57㎏급으로 다시 정상에 섰다. 일본 언론은 다른 두 체급에서 전국 대회를 석권한 그를 집중 조명했다. 일본 유도계로부터 주목받던 김지수는 고교 졸업을 앞두고 돌연 한국에 건너왔다. ‘한국인은 태극마크를 달아야 한다’는 소신을 따라서다. 청소년과 성인 대표팀을 오가던 그는 지난해 57㎏급 국가대표 1진이 됐다. 뒤늦게 올림픽 출전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성장은 가팔랐다. 1년 만에 권유정(세계 29위)과 김잔디(34위)를 제쳤다. 2014년부터 남자 73㎏급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안창림(27·세계 3위)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안창림도 재일교포 3세다. 김지수는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시간을 벌었다. (안)창림 오빠 조언으로 한국 훈련과 문화에 적응했고, 실력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배상일 여자 대표팀 감독은 "김지수는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많다. 한국에 와서 언어, 문화 등 어려운 점이 많을텐데 잘 적응했다. 운동 선수는 장점이 많은 선수 보다 단점이 없는 선수가 좋은 선수라고 한다. 김지수 선수는 굳히기 기술이 국내 선수들보다 안정되고 발기술 안다리 걸기 기술이 뛰어나다. 단점만 잘 보완하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면 기대감을 보였다. 안창림이 조력자라면 고교 동창이자, 친한 일본인 친구 아베 유타(52㎏급)는 경쟁자다. 아베는 유도를 넘어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물론 올림픽에도 출전한다. 김지수는 “지난해 이맘때엔 상상도 못 했던 올림픽 출전이 눈앞에 다가왔다. 기회를 잡겠다. 금메달이 꿈”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1.04.16 08:32
스포츠일반

안바울 세계선수권 출전자격 없는데…공정성 논란

대한유도회가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를 세계선수권대회에 파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열린 2019 도쿄 세계유도선수권 남자 66㎏급 경기에 출전한 안바울(26·남양주시청)은 2회전에서 반칙패로 탈락했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경량급 간판이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안바울은 당초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이 없었다. 2019년 유도 국가대표 선수 선발 내규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는 국제대회 파견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도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1·2차 선발전에 모두 참가한 상위권 입상자를 국가대표로 발탁한다. 안바울은 지난해 11월 1차 선발전에선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자격으로, 선발전 1위와 같은 점수를 자동 부여받았다. 하지만 올 3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불참했다. 안바울이 2차 선발전에 나서지 못한 건 병역특례 봉사활동 증빙서류를 허위로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월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6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마치고 매트에 복귀한 건 지난달 15일이다. 국제유도연맹(IJF)은 국가별 세계선수권 출전 인원을 9명으로 제한한다. 7체급에 1명씩 출전할 경우, 두 체급은 1명씩 더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당초 60㎏급과 100㎏ 이상급에 2명씩(1·2진) 내보낼 예정이다. 그런데 73㎏급 1~3진 선수가 줄부상을 당하자 경기력향상위는 73㎏급 출전을 포기했다. 대신 1진 김임환(26·한국마사회) 혼자 출전하기로 됐던 66㎏급에 안바울을 추가로 내보냈다. 경기력향상위는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출전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력향상위가 이렇게 결정한 건 안바울의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돕기 위해서다. 올림픽에 나가려면 국제대회에서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세계선수권은 국제대회 중 가장 많은 우승 포인트가 걸려있다. 유도회 선찬종 전무는 “안바울은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선수인데, 반 년간 국제대회에 나가지 못해 랭킹 포인트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도계에선 이와 관련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다. 한 실업팀 선수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룰을 어기면서까지 대회에 나가는 건 문제다. 선발전을 통과해 선수촌에서 땀방울을 흘린 후보 선수들 노력은 어떻게 보상할 건가”라고 분개했다. 공정성을 차치하더라도 안바울의 실력이 압도적인지도 의문이다. 오랜 기간 실전에 나서지 않아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다. 체력과 근력도 지난해에 못 미친다. 왼쪽 발목 부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소속팀인 남양주시청 팀 관계자는 “현재 70~80% 몸 상태”라고 말했다. 유도계의 한 지도자는 “안바울이 좋은 선수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 해도 그를 세계선수권에 내보낸 경기력향상위 결정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선찬종 전무는 “실수를 인정한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2019.08.29 08:36
스포츠일반

스트레칭 시간엔 DJ 변신···'여심' 꿰뚫는 '유도박사'

한국 유도는 역대 올림픽에서 11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효자 종목이다. 하지만 여자 유도만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금 2개를 따낸 남자 대표팀과 달리, 1996년 애틀란타 대회에 나섰던 조민선이 마지막 금메달리스트(66kg급)다. 지난 24년간 침체기를 겪은 여자 유도는 2020 도쿄올림픽 1년 앞두고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리우올림픽 이후 발굴한 신예들이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세대교체의 중심에는 배상일(50) 여자 대표팀 감독이 있다. 최근 서울 방이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 감독은 "지난달 30일 자그레브(크로아티아) 그랑프리에서 돌아오자마자 진천선수촌으로 복귀했다"며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했지만 세대 교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 휴식보다는 회복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선수들도 분위기를 아는 지 더 열심이다"고 말했다. 배 감독은 국내 유도계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여자 유도 전문가다. 여자 유도에서 대표팀 코치와 감독을 모두 지낸 지도자는 배 감독이 유일하다. 1996년 선수 생활을 마친 배 감독은 화봉공고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은 뒤 2004년 신생 여자팀 동해시청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후 그는 여자 대표팀 코치(2010~2012년)와 현 사령탑 기간을 포함해 15년째 여자팀만 지휘하고 있다. 체육과학연구원과 함께 연구해 한국 선수들이 취약한 굳히기(누워서 하는 유도)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여자 유도의 성적 향상에 기여한 경력도 있다.배은혜(2010년 아시안게임 은), 김민정(2014년 아시안게임 은), 박유진(2018년 아시안게임 은) 등은 배 감독이 길러낸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대표팀에서 지도한 선수들까지 더하면 제자는 셀 수 없이 많다. 여자팀 부임 초기에는 여자 선수의 생각을 읽지 못해 종종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 그는 "동해시청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표팀이 차출돼 오랜만에 팀에 복구한 선수가 '감독님, 다른 선수들만 너무 예뻐하시는 거 아녜요'라고 서운함을 드러낸 적이 있다. 다른 선수들도 대표팀에 뽑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도 시간을 할애했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남자들과 동고동락하다보니 여자 선수들의 생각과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며 웃었다.이후 배 감독은 여자 운동선수를 연구한 논문을 닥치는대로 다 찾아 읽었다. 동시대에 대표팀 생활을 한 여자 국가대표 출신 조민선(47·한체대 교수), 정성숙(47·진천선수촌 부촌장), 현숙희(46·광영여고 감독)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한동안 중단했던 학업도 다시 시작했다. 그는 트레이닝 주기와 방법에 대해 파고들어 2010년 용인대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배 감독은 '여심'을 궤뚫어보는 '유도 박사' 됐다. 배 감독은 본격 훈련을 앞둔 스트레칭 시간엔 DJ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는 직접 선곡한 최신곡을 직접 들고온 스피커로 튼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몸을 풀다보면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조금씩 풀린다. 그렇다고 훈련이 느슨한 건 아니다. 그는 훈련 중엔 직접 몸을 던져 시범을 보이는가 하면 20여 명의 대표팀 선수들을 일일이 쫓아다니느라 더 많은 땀방울을 흘린다. 그러면 선수들도 기합이 들어간다. 훈련장에선 자상하고 평소에는 친구처럼 다가오는 그를 두고 선수들은 '훈련장 아빠' '매트밖 오빠'로 부른다.배 감독은 "고민이 있는 선수는 훈련 때 몸을 푸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자와 남자 선수의 훈련은 완전히 다르다. 서두르기보다는 충분히 기다려주며 소통해야 동기부여와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결국 '디테일'의 차이"라고 말했다. 진심을 다해 지도한 선수들은 세대 교체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자카르타아시안게임 여자 52kg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다솔은 용인대 시절까지 국내용 선수에 그쳤다. 하지만 배 감독을 만나 세계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박다솔은 작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여자 유도는 이 대회에서 7체급 중 5체급(금1·은4)이나 결승에 오르며 세계 최강 일본(금6·은1)을 위협했다. 아시안게임 이후부터 두각을 나타낸 강유정(48kg급)과 권유정(57kg급)은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했다. 재일교포 김지수(57kg급)과 조목희(63kg급)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족은 배 감독의 든든한 응원군이다. 배 감독은 스포츠 집안이다. 아내 연수미(49) 씨는 대한테니스협회에서 근무중이고, 아들 배강열(22)와 배규열(19)은 나란히 유원대와 여주대 야구부에서 프로 선수를 꿈꾸고 있다. 배 감독은 "국제대회, 전지훈련, 선수촌 합숙생활을 병행하면 1년에 집에 가는 건 50일도 안 될 만큼 고되다"며 "다행히 아내와 두 아들 모두 스포츠계에 몸을 담고 있어 많을 힘을 준다. 나도 가족을 떠올리며 각오를 다시 다진다"고 했다. 배 감독은 내년 이맘때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금빛 메치기를 꿈꾸고 있다."현역 시절 모든 대회에 다 나가봤는데, 올림픽 무대 만큼은 밟아보지 못했습니다.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금메달의 한도 풀고, 국민에게 오랫동안 전하지 못한 여자 유도 금메달 소식을 전해야죠."피주영 기자 2019.08.05 06:00
스포츠일반

[단독] 男 유도대표팀, 도쿄올림픽 1년반 앞두고 코치 교체...사유는 어학 연수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는 남자 유도대표팀이 대회 1년반여를 남겨두고 코치를 교체했다.대한유도회 관계자는 "안정환 코치가 지난 1월 사직서를 내고 대표팀을 떠났다. 이후 공개 모집을 통해 지난달 김재식 코치를 선임했다"라면서 "감독이 아닌 코치 교체였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라고 25일 밝혔다. 대한유도회에 따르면 안 코치의 사직 사유는 어학 연수다. 그는 현재 캐나다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2016년 10월 남자 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안 코치는 종주국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한 일본통이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66kg급에서 동메달을 차지했고, 그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은메달, 파리그랜드슬램 동메달을 따냈다. 이후 스페인 대표팀에서 코치 생활을 지도자를 경험했다.유도계는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젊은 지도자로 선수들 사이에서도 덕망이 높은 지도자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빠진 건 대표팀에 큰 손실이다. 원하는 만큼 영어를 배워서 돌아오는 날을 기대한다"라며 아쉬워하고 있다.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쇼크를 경험한 남자 유도는 도쿄 대회에서 명예 회복을 준비 중이다. 리우 대회 당시 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 선수만 4명이 포진해있어 '어벤저스'라 불렸지만,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에 그쳤다. 한국 유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16년 만이었다.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9.04.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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