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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김태완 감독의 '행복축구론'

상주 상무의 '돌풍'이 매섭다. 상주는 K리그1(1부리그) 10라운드에서 '거함' 전북 현대를 1-0으로 잡았다. 상주의 홈 구장인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전북을 격침하는 최초의 순간이었다. 상주의 거침없는 기세에 모두가 놀랐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 상주는 전북(승점 24) 울산 현대(승점 23)에 이어 리그 3위에 당당히 위치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전북과 울산의 '양강체제'를 전망하기는 쉬웠다. 그러나 상주가 이토록 선전할 지는 아무도 몰랐다. 상주는 올 시즌을 끝으로 K리그2(2부리그)로 내려가는 것이 확정된 상황. 동기부여가 없어진 상주에 기대를 거는 이는 없었다. 기적을 일궈낸 상주다. 시즌 전 가장 기대받지 못한 팀이 지금 가장 뜨거운 팀으로 변모했다. 도대체 상주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일간스포츠는 전북을 잡은 다음 날인 6일 상주의 수장 김태완 감독을 인터뷰했다. 김 감독은 상주 돌풍의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자신이 한 일은 선수들이 행복하게 축구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 뿐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 축구를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자고 선수들을 이끌었다. 또 선수들이 처음 축구를 시작할 당시의 '초심'을 꺼내 진심으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 감독의 '행복축구론'. 상주 돌풍의 원동력이다. -전북을 잡은 느낌은 어떤가. "전북을 잡는 일이 다 생겼다. 상주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는데 이겼다. 상주에서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또 느낌이 다르다. 그동안 이겨보려 했지만 안 됐다. 다른 팀은 강한 압박을 하면 밸런스가 무너지는데 전북은 아무리 압박을 해도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았다. 정말 강한 팀이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이번에 홈에서 이겼고, 선수들이 너무 대견하다.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해줬다. 성장과 팀 발전을 위해 그렇게 해주니까 감독으로서 더 바랄 것이 없다. 고맙다." -다음은 울산인가.(25일 울산과 13라운드 대결) "울산도 잡아야지. 역대 전적으로 봐서는 울산에 이긴 적은 있는데 작년에 한 번도 못이겼다. 올해 개막전에서도 좋지 않았다. 울산에는 상주 출신 선수들이 많아 서로를 잘 알다보니 제대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만나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 -현재 전북, 울산에 이은 3위다. "지금 순위에 만족하냐고? 만족이 아니라 오버를 했다.(웃음) 아직까지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다음 인천전이 지나면 한바퀴 도는 것이다. 지금 순위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상주가 3위라는 사실이 놀랍기는 하다. 순위보다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준비한 것을 잘 해내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목표 순위는 없다.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도전해보고 싶다. '한계 깨기'가 목표다. 편한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다." -2부리그행이 결정된 상황에서 어떤 동기부여가 있나. "휴가도 제대로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른 종목은 우승을 해야 휴가를 나갈 수 있다. 수당도 많이 주지 못한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뛴다. 상무는 불사조니까.(웃음) 선수 자신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 축구를 하면서 행복했을 때 마음, 이런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하고 경기에 나간다. 프로 팀에서 누릴 수 없는 마음일 수 있다. 팀 동료와 경쟁, 팀 순위 싸움도 해야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이다. 이런 건 내려놓고, 상주에서는 축구 인생을 돌아보며 행복감을 찾고, 소속 팀에 돌아가 더 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만들고 있다." -올해 유독 '행복축구'라는 말을 많이 한다. "행복해야지. 선수들이 행복해야 한다. 선수들이 즐거워야 행복해지는 거고, 재미가 있어야 창의성도 생긴다. 즐겁게 볼을 차면 행복하지 않을까. 선수들에게 항상 말하는 것이 있다. '무조건 이기자가 아니라 우리가 주도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자'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결과는 상관이 없다. 준비한 것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경기장에서 증명하면 된다. 선수들이 이 말을 이해하고 잘 따라준다. 돈도, 휴가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축구를 하면서 찾는 스스로의 행복이다. 즐겁게 하면 개인 기량도 당연히 향상된다. 처음 축구를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게 지도한다. 지금 부상 선수가 10명 정도 되는데도 모든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따라와주니까 경기가 잘 풀리는 것 같다. 승리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전술적으로도 행복이 담겨있다. "K리그가 그동안 약팀은 내려섰다. 수비에 집중하면서 역습을 했다. K리그 팬들 보기에도 재미가 없을 수 있다. 솔직히 선수들도 수비만 하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수비만 하는 선수들은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다. 상주에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안 되더라도 공격적으로 도전을 하고 있다. 수비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 이론상 아무리 좋아도 선수들 마음에 닿지 않으면 안 통한다. 나와 선수들의 마음이 닿은 것 같다. 울산과 개막전에서 대패하며 이런 전술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다음 경기부터 승리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주고 있다. 이런 철학이 선수들 몸에 배여 연승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알 상주와 펩태완이라는 말에 대해서. "레알 마드리드에는 외국인 선수도 많지 않은가.(웃음) 우리는 순수하게 국내 선수로 구성돼 있다. 물론 모두 능력이 있는 선수다. 그렇기에 프로 팀을 거쳐 상주까지 올 수 있었다.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레알 상주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모두 국가대표급은 아니다. 2부리그에 온 선수들도 있다. 소속 팀에서의 습성과 철학을 버리고 상주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이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선수마다 다르다. 한 팀으로 만드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좋은 선수들이 모여있기에 서로 훈련하고 경기 뛰면서 모두 발전되는 부분이 있다. 외국인 선수는 없지만 국내 선수로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펩태완에서 제발 '펩'자는 빼달라. 아닌 거 같다.(웃음)" -코치 시절을 포함해 상무에만 19년 차다. "가장 큰 매력은 선수 선발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다. 선수 선발을 만족스럽게 잘 해준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경기 실적이 떨어져도 내가 가르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유망주들이 보이는데, 내가 뽑을 수 없어 안타깝다. 선수 선발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지만 선수들이 전역할 때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이제 조금 무언가 맞아서 잘 될 것 같으면 전역해 버린다. 그러면 신병들에게 또 상주 문화와 철학을 심어야 하고,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또 걸린다." -K리그 팬들이 상무에만 있기에 아깝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단 상무에서 나가면 선수 수급이 잘 안될 것이다. 내가 감독 4년 차다. 경험해보니 어떤 팀이든 팀이 안정되고 자리를 잡으려면 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K리그 구단 중 그렇게 기다려 줄 수 있는 팀이 있을까 싶다. 물론 확실한 건 없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팀 성적이 좋으니까 나까지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선수들 덕분이다. 레알 선수들 덕분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연고지 상주를 떠난다. "2011년부터 10시즌을 상주에서 했다. 상주 상무가 입에 붙었다. 너무 아쉽다. 허무하다라는 표현이 약할 정도다. 10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또 10년 동안 희로애락을 같이 한 도시다. 이렇게 떠나게 되니 많이 아쉽다. 코로나19 때문에 상주 팬들을 보지 못하는 것도 너무 아쉽다. 항상 감사한 분들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꼭 한 번 안아드리고 싶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20.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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