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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미국 시장 진출 꼬이는 GC녹십자 실마리 찾을까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GC녹십자가 고전하고 있다. 숙원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은 해를 넘겼고, 관계사의 나스닥 상장도 미뤄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알리글로)의 허가가 지연되고 있다. FDA는 지난 2월 GC녹십자에 최종보완요구서(CRL) 제출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올 하반기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알리글로의 허가는 물 건너갔다. GC녹십자는 오랫동안 FDA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는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5% 품목허가를 신청해 예비심사까지 통과했지만 불발됐다. 이로 인해 알리글로로 품목을 바꿔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품목허가서를 2021년 2월에 FDA에 제출한 바 있다. GC녹십자의 계열사인 GC셀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미국 관계사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의 나스닥 상장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GC셀은 지난 4일 "아티바가 지난해 4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계획을 자진 철회한 것은 인플레이션,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경제 상황 악화와 제약사 아피메드와 파트너십 계약을 앞두고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아티바는 2019년 GC셀과 GC녹십자홀딩스가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법인이다. GC셀이 기술이전한 세포치료제 등을 개발한다. 아비타는 GC녹십자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기업이다. 아비타와 GC셀은 지난해 미국 머크(MSD)에 고형암 타깃의 CAR-NK 치료제를 2조원 규모로 기술 수출하며 관심을 끌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NK 세포치료제 기술력을 보유한 GC녹십자랩셀과 매출 1위 항암제를 보유한 GC녹십자셀을 결합하며 GC셀의 닻을 올린 바 있다. 당시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기에 대응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성실히 준비하고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승인 지연과 환경 변화 등으로 미국 시장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2020년 캐나다 혈액제제공장과 미국 혈액원의 매각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당시 GC녹십자는 매각자금 5500억원을 손에 넣으면서 과감히 신사업에 투자했다. GC녹십자는 알리글로가 FDA 허가를 얻는다면 오창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IRA 시행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당시에는 GC녹십자가 제값을 받고 매각을 잘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 환경이 바뀌면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올해 3분기에 전통의 제약사 중 유한양행을 제치고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지만 내년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 3분기 매출 4597억원으로 유한양행의 4315억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7%나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독감 백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내년 GC녹십자의 어려움을 전망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중단했던 독감 생산을 재개하면서 GC녹십자의 실적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의 경우 올해는 힘들고 내년 상반기에 FDA 실사가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1.11 06:58
경제

다시 뛰는 제약·바이오…세계시장 겨냥 신약 화려한 라인업

제약·바이오 산업의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2022년 임인년에는 더욱 풍성한 결실이 기대되고 있다.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규모는 지난해 13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는 토종 코로나19 백신과 먹는 치료제의 탄생을 비롯해 미국 시장을 겨냥하는 신약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종 코로나 백신·알약 치료제 기대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임상 3상 중인 GBP510의 경우 상반기 중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8월 3차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에 대해 정부는 이미 선구매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2상 중간결과 투약군의 99% 이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가 형성돼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확인했다. 세계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GBP510의 부스터샷 임상도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일 부스터샷에 대한 연구자 임상을 승인했다. 임상은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만 19세 이상 50세 미만의 성인 55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임상에 대해 애초 2회 접종하는 방식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3차 접종을 염두에 두고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허가된 다국적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의 3차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역시 부스터샷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백신은 28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합성항원 방식으로 임상 3상에서 500여 명에게 접종을 완료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 임상 3상 참여자의 검체에서 중화항체를 분석하는 등 백신의 효능을 평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6대 대기업 총수와의 오찬에서 국산 백신 출시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3상 임상실험 중으로 이를 마치면 전 세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가보지 않은 길이라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빠른 기간에 상용화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국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 지원을 위해 올해 예산을 대폭 늘렸다. 이와 관련한 올해 예산은 5457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830억원(108%)이나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과 임상시험 지원에 3210억원을 투입한다. 먹는 치료제의 경우 일동제약이 임상 진행 중인 S-217622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2·3상 계획 승인을 받았고,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내년 2월까지 임상을 마치고 4월에 상용화를 한다는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물질은 하루에 한 번, 알약 하나를 5일간 복용하는 먹는 코로나 치료제다. 200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진출 겨냥 화려한 라인업 올해 세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 대형제약사들의 신약들도 눈에 띈다. 먼저 한미약품은 13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개의 후보물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2월 자체 개발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의 FDA 시판허가 절차가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약품의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 및 전이성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형(HER2) 엑손 20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치료범위)으로 이 신약의 시판허가 신청서를 FDA에 제출했다. 포지오티닙은 FDA에서 패스트트랙(신속심사) 대상 지정을 받은 바 있고, 현재까지 해당 적응증으로 FDA가 승인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국산 신약 33호로 허가받은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도 올해 1분기 중으로 생물의약품허가(BLA)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4일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파트너 스펙트럼에 24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이번 투자는 스펙트럼의 전략적 방향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다. 스펙트럼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성공적인 상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도 FDA 승인을 바라보고 있다. 렉라자는 31호 국산 신약으로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 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유한양행은 얀센에 렉라자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고,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FDA 승인을 받으면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의 비상을 꿈꾸는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글로벌 50위권 제약사로 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긍정적, 창의적, 열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가야 한다”고 신년 출사표를 던졌다. GC녹십자도 올해 주력사업인 혈액제제를 내세워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면역글로불린 제제 GC5107의 성과가 기대된다. GC녹십자는 지난해 2월 FDA에 GC5107의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희귀의약품 '헌터라제ICV'를 일본에서 허가받고,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를 중국에서 허가받는 등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대형 제약사는 아니지만 메지온의 ‘유데나필’도 FDA 승인을 바라보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유데나필은 혈관 확장 치료제다. 메지온은 폰탄 수술 이후 운동능력 향상을 돕는 유데나필에 대한 신약 허가 신청서를 지난해 5월 제출한 상황이다. 폰탄 수술은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심실이 하나뿐인 단심실증을 가진 환자를 위한 것이다. 아직 이에 대한 치료제가 없고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1.14 07:02
경제

주춤한 대형 제약사들…GC녹십자 나홀로 선전

올해 3분기에 제약·바이오업계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GC녹십자가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 매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40% 이상 증가하며 성장세를 드러냈다. 녹십자는 올해 3분기 매출 465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분기 매출이 4600억원을 뛰어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영업이익이 7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010년 1분기 이래 최근 10여년 간 가장 높았다. 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조1355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876억원이다. 올해도 매출 1조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녹십자는 주력 사업인 백신과 처방약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 부문별 매출은 혈액제제 사업이 1096억원, 백신 1043억원, 처방의약품 978억원, 소비자헬스케어 등 기타 656억원이었다. 특히 처방의약품 사업이 전년 동기 대비 32.6% 성장하면서 전반적인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처방의약품 사업이 순항한 데에는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해외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3분기 독감 백신의 국내 매출이 925억원으로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냈다. 연결 대상 상장 계열사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GC녹십자랩셀은 해외 기술이전료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매출 383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GC녹십자웰빙은 주사제 매출 성장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 개편으로 실적이 호전됐다. 반면 지난해 전통 제약사 중 1조6199억원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던 유한양행은 주춤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79억7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364억4600만원으로 4.8%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40억2500만원으로 24.1% 증가했다. 수익성이 악화한 데 대해 외부로부터의 기술료 수익이 반영되지 않은 영향이 컸다. 지난해 실적에는 얀센바이오테크로부터 수령한 마일스톤(단계별 성공에 따른 기술료)이 포함됐다. 유한양행의 올해 3분기 별도기준 누적 매출액은 1조2145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487억7300만원이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 중 매출 1위(1조8491억원)를 기록했던 셀트리온도 역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셀트리온은 매출 5279억원, 영업이익 2183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 3.8%, 11% 감소한 수치다. 종근당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7% 줄어들었다. 매출액은 3413억원으로 같은 기간 4.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3억원으로 96.3%나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 원인은 매출 감소와 연구개발비 상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나파벨탄'의 국내외 임상 3상 시험, 이상지질혈증 치료 후보물질 'CKD-508' 등의 해외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1.02 12:03
경제

말만 무성했던 GC녹십자, 얀센 백신 논의 결실 맺을까

GC녹십자가 미국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을 협의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과 관련해 말만 무성했던 녹십자가 과연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MO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녹십자가 얀센과 접촉하고 있다. 이번 주 얀센의 관계자가 녹십자 CMO의 전진기지인 청주 오창공장에 방문하기로 하는 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녹십자가 지난해 10월 생산능력을 인정받아 코백스 산하의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과 맺은 5억 도즈 이상의 백신 시설 계약 중 일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녹십자의 오창공장은 연간 10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생산에 녹십자가 한발 앞서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허은철 녹십자 대표도 CMO 사업 본격화를 위해 전남 화순과 오창공장에 흩어졌던 백신과 혈액제제 공정을 일원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치료제와 백신 생산은 녹십자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혈액제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녹십자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에 나서자 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고, 허은철 대표는 “혈장치료제를 국내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해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 불허로 꿈을 접어야 했다. 임상 2상 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암울한 평가를 받았다. 혈장치료제 개발을 미련 없이 접은 녹십자는 CMO 사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지난해 CEPI와 맺었던 5억 도즈에 관한 본계약조차 1년 가까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 오창공장 활용 극대화를 위해 녹십자는 러시아 백신의 CMO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세 번째 백신으로 긴급 승인된 코비박의 CMO를 녹십자가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비박을 개발하고 있는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는 지난 3월 녹십자의 오창, 화순공장을 방문한 바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CEPI 계약과 관련해 “어떤 제약사의 백신을 얼마만큼 생산할지에 대해 CEPI와 논의하고 있다.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8.30 07:01
경제

[제약CEO] 오너 2세 허은철, 대형 합병·매각…과감한 '뉴 녹십자' 행보

GC녹십자가 대형 매각과 합병, 신사업 전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너 2세 허은철 녹십자 대표는 과감한 결단과 선택으로 ‘뉴 녹십자’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가 계열사의 대형 합병으로 세포치료제 신약 개발과 함께 위탁개발생산(CDMO) 영역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녹십자는 이달 계열사인 GC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을 합병한다고 밝혔다.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NK세포치료제 기술력을 가진 GC녹십자랩셀과 매출 1위 항암제를 보유한 GC녹십자셀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녹십자는 “이번 결정은 상호보완적인 계열사간 합병의 틀을 벗어나 1+1을 3 이상으로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은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양사 주주총회 등을 거쳐 올해 11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합병비율은 1대 0.4로 녹십자셀 주식 1주 당 녹십자랩셀의 신주 0.4주가 배정된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녹십자랩셀이고, 상호는 지씨셀(GC Cell)로 변경될 전망이다. 허은철 대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기에 대응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성실히 준비하고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녹십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세포치료제의 역량을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녹십자랩셀은 NK세포치료제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인다. 올 초 녹십자랩셀은 2조원대 세포치료제 관련 기술수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미국 관계사인 아티바 테라퓨틱스가 고형암에 쓰는 CAR-NK 세포치료제 3종을 공동개발하는 계약을 미국 머크사와 맺었다. 녹십자랩셀은 이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녹십자셀은 매출 1위 국산 항암제 '이뮨셀LC'를 통해 세계 최다 세포치료제 생산 타이틀을 갖고 있다. 여기에 두 회사의 주력 분야인 세포치료제는 매년 40% 이상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강자가 없기 때문에 허 대표는 이번 합병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관련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6억8000만 달러다. 2025년에 5배 이상 커져서 37억 달러(4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미련 없이 접은 녹십자는 위탁생산(CMO)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CMO 사업 본격화를 위해 오창공장에 통합완제관을 완공한 바 있다. 전남 화순과 오창공장에 흩어졌던 백신과 혈액제제 공정을 일원화한 시설이다. 오창 통합완제관은 고객사 의약품의 충전과 포장 서비스를 맡는다. 오창공장은 연간 10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허 대표는 대형 매각으로 실탄도 충분히 마련했다. 지난해 7월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삼았던 캐나다 혈액제제공장과 미국 혈액원을 과감히 매각했다. 지지부진했던 사업을 털어내는 대신 매각자금 5500억원을 손에 넣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녹십자는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유비케어를 인수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 확장에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녹십자는 연이은 인수와 합병으로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벼르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7.23 07:01
경제

[제약 CEO]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백신·치료제 CMO 사업 확장 승부수

GC녹십자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생산 관련 이슈로 시선을 끌고 있다. 오너가 2세 허은철 대표가 이끄는 녹십자는 비록 코로나 혈장치료제 개발을 사실상 중단했지만 청주 오창공장에 위탁생산(CMO) 전진기지 구축 등 사업 다각화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통합완제관 구축 CMO 사업 확장, 모더나 백신 유통 시너지 녹십자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혈액제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이다. 혈장에서 단백질을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해낸 뒤 만드는 고순도 작업이다. 이런 녹십자가 코로나 혈장치료제 개발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허은철 대표가 “혈장치료제를 국내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해 더욱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녹십자의 혈장치료제 개발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문가 자문회의인 검증자문단은 지난 11일 녹십자의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불허했다. 자문단은 녹십자의 임상 2상 시험은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조건부 허가를 얻어내지 못한 녹십자는 임상 3상을 포기하는 등 치료제 개발을 사실상 접었다. 녹십자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빠르게 포기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과감한 결단이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해야 하는데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개발을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국내에서 코로나19의 고위험 환자들이 드물어 임상을 위해 환자를 모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혈장치료제를 접는 대신 녹십자는 CMO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백신과 치료제 등 다양한 의약품 CMO를 준비하고 있다. 녹십자는 2분기 도입 예정인 모더나 코로나 백신의 허가와 유통을 맡고 있다. 식약처 검증자문단이 모더나 백신의 예방 효과를 인정하면서 국내 공급을 앞두고 있다. 모더나 백신은 2분기 도입 예정이고 정부는 4000만 회분을 확보했다. 12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모더나 백신에 대한 수송 모의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모의훈련은 유통업체인 녹십자가 참여한 가운데 충북 오창읍의 녹십자의 물류창고와 대구·김포의 거점창고 및 지역접종기관에서 진행됐다. 녹십자 관계자는 “정확히 언제 도입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모의훈련까지 했기 때문에 조만간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으로부터 모더나 백신 유통과 관련해 약 400억원을 수주한 녹십자는 모더나에게도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얻게 되는 구조다. 북미공장과 치료제 과감한 손절, 수익성 확대 초점 녹십자의 모더나 백신 유통은 CMO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CMO 사업 본격화를 위해 오창공장에 통합완제관을 완공했다. 이는 전남 화순과 오창공장에 흩어졌던 백신과 혈액제제 공정을 일원화한 시설이다. 오창 통합완제관은 고객사 의약품의 충전과 포장 서비스를 맡는다. 오창공장은 연간 10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모더나가 국내에 백신 생산 시설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을 맡은 녹십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10월 생산능력을 인정받아 코백스 산하의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과 5억 도즈 이상의 코로나 백신 시설 계약을 맺기도 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어떤 제약사의 백신을 얼마만큼 생산할지에 대한 본계약을 CEPI와 논의하고 있다. 아직 생산을 시작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CEPI는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출범한 국제 민간기구다. 러시아 백신과 관련한 위탁생산에도 근접하고 있다. 러시아의 세 번째 백신인 코비박의 CMO를 녹십자가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비박을 개발하고 있는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는 지난 3월 녹십자의 오창, 화순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녹십자는 “관계자들이 3월에 방문한 건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일정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코비박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사전적격성평가를 신청하는 등 글로벌 수출 절차를 밟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허은철 대표의 선택과 집중이 부각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삼았던 캐나다 혈액제제공장과 미국 혈액원을 과감히 매각했다. 지지부진했던 사업을 털어내는 대신 매각자금 5500억원을 손에 넣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유비케어를 인수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 확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CMO 사업 등 신사업들을 살펴보면 수익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렇지만 최대 과제인 글로벌 진출 목표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면역글로불린 제제 GC5107(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10%)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녹십자는 내년 2월쯤 FDA 최종적인 심사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 규모는 81억 달러(약 9조1000억원)에 달한다. 허은철 대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기에 대응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성실히 준비하고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며 채찍질을 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5.14 07:01
경제

'백신 효과' GC녹십자, 1.5조원 역대 최대 매출 달성

GC녹십자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GC녹십자는 9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2020년 매출액이 1조5041억원으로 전년보다 10.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늘었다.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45억원과 893억원을 기록했다. GC녹십자는 2015년부터 매출 1조원 이상을 줄곧 기록하고 있다. GC녹십자 측은 주력 백신 사업의 내수 및 해외 실적 모두 견고하게 성장했고, 연결 종속회사들도 주력 사업을 키우면서 실적 호전세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GC녹십자 별도 기준으로 부문별 매출을 보면 혈액제제 매출 4184억원, 백신 3,614억원, 일반제제 2826억원, 소비자헬스케어 161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백신 사업이 매출액 상승률 20.4%로 큰 폭으로 성장했고, 소비자헬스케어 부분의 경우 40.4% 외형이 커졌다. 연결 대상 계열사들도 호실적을 냈다. GC녹십자엠에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포함한 현장진단(POCT), 혈액투석액 사업 분야에 집중하며 연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GC녹십자랩셀은 주력 사업인 검체검진사업 부문의 성장세와 기술 이전료 유입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7.8% 증가한 856억을 기록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올해에도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 확대와 더불어 경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2.09 16:29
경제

'백신 선두' 녹십자 허은철 대표, 돌연 방향 선회한 이유는

국내 백신 점유율 1위 GC녹십자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요성이 커진 백신 호재로 3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고 주가도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기치 아래 집중했던 북미 시장의 혈액제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너가 3세 경영자인 허은철 녹십자 대표는 2015년 북미 시장을 겨냥해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 착공한 뒤 5년 동안 두드렸던 사업을 정리했다. 허 대표는 제약업계 최초로 북미 현지 바이오 공장을 설립해 미국 시장 진입을 노렸다. 그러나 2017년 준공 후에도 계획대로 풀리지 않자 매물로 내놓았다. 녹십자홀딩스는 지난 7월 스페인 혈액제제 회사 그리폴스와 4억6000만 달러(약 5400억원) 매각 계약에 합의했다. 지난 10월 혈액제제 북미 생산 법인 GCBT와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 GCAM 지분 100%를 그린폴스에 넘긴 매각대금도 수취했다. 5400억원은 국내 제약사의 국경 간 거래(크로스보더 거래)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2000억원이상이 들어간 캐나다 공장에 대한 설비를 비롯해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보다는 적지만 후한 가격을 받았다는 평가다. 녹십자 관계자는 “국내 전문가들이 캐나다 공장으로 건너가 기술 등을 전수했지만 숙련도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며 “적자가 계속 불어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제약이 커지면서 정상 가동까지 더욱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매각대금으로 확보한 재원을 경영효율화와 신사업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등 내실 경영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미 시장 진입 속도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노크하고 있는 혈액제제 품목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요원한 상황이다.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던 허 대표의 ‘글로벌 녹십자’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럼에도 녹십자의 성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주력인 백신 분야에서 호조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 4195억원으로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6년 만에 최대치인 507억원을 찍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874억원으로 2015년 이후 계속해서 ‘매출 1조원’을 넘기고 있다. 직접 생산하는 독감 백신의 경우 영업이익률 50% 이상으로 높다. 녹십자는 한국 최초로 독감 4가 백신을 개발했고, 국내 백신 점유율 50% 이상을 점하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3일 자료에 따르면 만 12세 이하 어린이의 독감 백신 접종률이 71.2%로 높았다. 지난해 만 12세 이하 어린이 접종률은 51%였다. 녹십자는 독감 백신과 더불어 코로나19 백신 신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이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21일 전염병대비혁신엽합(CEPI)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본계약 전 부킹계약이지만 내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5억 도즈 이상의 위탁생산에 합의한 것만으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허 대표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CEPI와 손잡고 전염병에 대한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코로나19 치료제 역시 개발 속도가 빠르다. 혈장치료제(GC5131A) 임상 2상을 진행 중이고, 의료기관에서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녹십자는 의료기관의 혈장치료제 요구가 커지면서 3차 생산까지 완료한 상황이다. 3개 의료기관(경북대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아주대병원)에서 혈장치료제 사용 승인을 받았고, 계속해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백신의 호재 등으로 녹십자의 주가도 껑충 뛰었다. 올 초 13만1000원에 머물렀던 녹십자의 주가는 4일 38만2500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11.05 07:00
경제

[제약 CEO] ‘글로벌 혈액제제 공룡’ 꿈꾸는 젊은 CEO 허은철…이번엔 미국 문 여나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규모는 23조원(2018년 기준)이다. 세계 12위 수준의 시장 규모다. 이에 반해 글로벌 혈액제제 시장 규모는 25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혈액제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GC녹십자가 이 시장을 겨냥하는 이유다. 청주 오창과 중국, 캐나다 공장(가동 준비 중)을 합쳐 270만L의 혈장처리 능력을 갖춘 녹십자는 세계 5위 수준으로 올라서며 글로벌 진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선제적 투자·적극 공략…백신·혈액제제 독보적 기업 우뚝 2017년 녹십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녹십자는 최초라는 도전과 최고라는 신뢰로 건강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인류가 꿈꾸는 건강한 삶’을 목표로 도전과 노력을 늦추지 않았다.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에 의해 시작됐고, 그의 둘째 아들인 허영섭 선대회장이 회사를 성장시켰다. 선제적인 설비 투자와 적극적인 공략이 세를 키우는데 주효했다. 1971년 국내 최초로 혈액제제를 생산했고, 유로키나제도 최초로 만들었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이다. 혈장에서 단백질을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해낸 뒤 만드는 작업이라서 고순도 기술을 요한다. 혈액제제는 선천적 면역결핍질환·백혈병·혈우병·화상 등의 치료제로 사용된다. 그리고 약 50% 국내 백신 생산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혈액제제와 백신 모두 선제적인 시설 투자가 없으면 생산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았지만, 녹십자는 과감히 투자해 성과를 내며 인간의 건강한 삶 증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보편적 의료 복지 증진을 위해 힘쓴 녹십자는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이다. 허영섭 선대회장은 “누구나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제약기업을 넘어 생명 존중과 헌신을 바탕으로 생명과학을 이끄는 건강산업의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녹십자를 키웠다. 허은철 대표는 이런 아버지의 신념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녹십자의 정신과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2015년 43세의 젊은 나이에 대표이사가 된 그는 50주년에 맞춰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 실현을 준비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큰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 세계화를 위해 야심차게 발을 내디딘 허 대표는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이 될 순 없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기준도 분명했다. 그는 “글로벌이란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것이다. 미국에 진출한다면 매출 규모는 물론이고 매출 구성도 확 달라질 것”이라며 장밋빛 ‘글로벌 녹십자’ 전략을 밝혔다. 2018년 글로벌화를 겨냥해 녹십자에서 GC녹십자로 새 출발했다. GC녹십자는 2014년 독감 백신 누적생산 1억 도즈를 돌파했다. 그리고 그해 제약업계 최초로 2억 달러 수출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는 등 글로벌 녹십자의 초석을 닦았다. 2015년부터 연매출 1조원 이상을 계속 찍고 있으며, 2019년에는 1조3697억원을 기록했다. 좀처럼 안 열리는 미국, 글로벌화 최대 난제 허 대표는 2015년 북미 시장을 겨냥해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제약업계 최초 북미 현지 바이오 공장 설립이었다. 준공 및 투자 비용만 2000억원이 들어갔다. 2017년 캐나다 공장이 준공됐는데 계획대로라면 미국 시장 진출도 이뤄졌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번번이 쓴잔을 마시고 있다. 녹십자는 2016년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혈액제제 품목(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허가를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미션을 완수하지 못했다. 반세기 동안 혈액제제와 백신 등 필수 의약품 국산화에 주력해온 녹십자는 세계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지만 가장 큰 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지 않은 셈이다. 혈액제제는 녹십자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면역결핍 치료제인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과 알부민으로 중국 등 전 세계 30여 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GC차이나를 1995년에 설립했고, 혈액제제 시장 점유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 2013년 제조시설에 약 150억원을 투자해 혈장 처리량 30만L 공장 규모로 업그레이드했다. 허 대표는 계속해서 허가가 불발되자 북미 진출을 위한 전략도 새로 세웠다. GC녹십자는IVIG-SN 10% 제품에 대한 미국 허가를 올해 연말에 신청할 계획이다. 당초 허가를 준비 중이었던 5% 제품은 10% 제품의 미국 허가 신청 이후에 한다는 시나리오다. 10% 제품이 전체 시장의 70%가 넘는 4조 원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시장성이 큰 제품부터 허가를 준비해 나간다는 포석이다. GC녹십자는 독감백신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2019년 범미보건기구(PAHO)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약 403억원 규모의 독감백신 수주를 끌어내며 6년째 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켜내고 있다. 지금까지 GC녹십자가 독감백신을 수출한 국가만 해도 전 세계 45개국에 달한다. 또 희귀진환 치료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의 경우 지난해 1월 캔브리지에 수출 계약을 했다. 9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로부터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중화권에서는 아직 허가받은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헌터라제의 경우 희귀질환이라 연간 인당 2억~3억원의 구매 비용이 드는 치료제다.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도 중국에서 허가 신청을 내고 기다리고 있다. 허 대표는 “GC녹십자가 추구하는 기업정신의 본질과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작지만 중요한 목적을 감당해야 한다”며 정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가 혈액제제 분야에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셀트리온처럼 설비에 대한 투자도 아낌없이 하고 있어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2.28 07:00
경제

2017년 풍년 맞은 제약업계, 2018년 1조 매출 기업 더 나온다

올해 매출 '1조클럽'에 가입할 제약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지난해 이미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유한양행과 녹십자, 광동제약을 포함해 대웅제약과 셀트리온 등도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현재 국내 제약업계의 규모는 타 산업군과 비교해 작은 편이다. '톱 3'로 꼽히는 유한양행(약 1조4770억원), 녹십자(1조3000억원), 광동제약(1조1500억원·이상 업계 추정치)의 2016년 매출을 모두 합해도 4조 원에 미치지 못한다. 의약품군 특성상 관련 규제가 많고 '파이' 자체가 크지 않다.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각종 신약 개발과 미국·유럽·북미권 사용 허가,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둔 제약 업체가 즐비하다. 이미 제약업계에서는 꿈의 매출로 불리는 1조클럽에 가입할 기업이 최대 5~7곳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중에서도 창사 이후 최대매출 달성이 낙관되는 곳으로 꼽힌다.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9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웅제약은 1945년 창사 이후 1조 원 매출을 달성한 적이 없었다.대웅제약 관계자는 "1조 매출은 제약기업으로서 큰 의미가 있는 숫자다. 다들 열심히 뛰는 분위기"라며 "올해 자체개발한 '나보타(보툴리눔톡신)'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성사될 경우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의 계열사인 한올바이오파마가 일본계 제약사와 자가면역질환 항체신약(HL161) 기술수출 본계약을 성사할 경우 수익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혈액제제의 북미 시장 판매 허가를 목전에 둔 녹십자의 전망도 밝다. 녹십자는 오는 6~9월 면역결핍증 치료제(IVIG-SN)의 북미 시장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면역치료제시장이 연평균 6% 이상 증가하고 있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것이 업계 평가다. 그동안 꾸준하게 매출 1조 원을 기록해 온 녹십자 측 관계자는 "우리는 '1조클럽' 자체를 큰 목표로 삼지 않는다. 연구개발과 사업을 하다보면 매출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으로 본다"며 "현재 혈액제제 미국 판매 승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2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셀트리온은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쓸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유럽에서 오리지널약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했다. 지난해 2분기 출시한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판매가 순항 중이고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는 유럽에서 올해 1분기 내 승인을 받아 2분기 중 출시가 유력하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약 기업들이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 앞을 다퉈 글로벌 진출을 꿰하고 있다. 미래가치가 큰 시장이고 각 기업이 연구개발 투자 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니만큼 '1조클럽' 가입 기업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서지영 기자saltdoll@joongang.co.kr 2018.0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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