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학개미 울리는 LG화학·대림산업…같은 듯 다른 물적분할
‘동학개미’들이 LG화학과 대림산업의 물적분할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물적분할 추진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 16일 배터리 사업 분사 소식이 알려진 뒤 잘 나가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11% 넘게 떨어졌다. 분사 소식 이후 72만6000원에서 20일 현재 66만6000원으로 급락한 상황이라서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주들은 LG화학의 물적분할에 대해 ‘반도체 빠진 삼성전자, 방탄소년단 빠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라고 비유하며 분노하고 있다. 대림산업도 지난 10일 인적·물적분할과 지주사 전환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 9일 9만4900원이었던 대림산업의 주가는 10일부터 17일까지 1만3700원 떨어지며 14% 이상 하락했다. LG화학과 대림산업의 분할은 성격이 다르다. ‘홀로서기’를 위한 선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대림산업의 경우 취약한 지배구조 강화에 초점이 더 맞춰졌다. LG화학은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배터리 사업 분사를 최종 의결했다. 오는 10월 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12월 1일부터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LG화학은 분할의 이유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들었다. 하지만 주주가치가 외면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소액주주들은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했다. 신설법인에 대한 기존 주주들의 이익이 배제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G화학 측은 “신설법인은 2024년에 매출 30조원 이상 달성하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LG화학의 가치는 48조원 수준인데, 이중 세계 1위인 배터리 부문 전지 사업부의 가치가 38조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몸통’이 신설법인으로 분사하는 것이다. 반면 대림산업의 경우 홀로서기에 어려움 겪을 가능성이 커 주주들이 더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림산업은 건설사 이미지에서 벗어난 DL그룹의 발판 마련을 위한 분할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배력 약화가 지적됐던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의 지배구조 강화에 도움이 되는 분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림산업은 이번 결정으로 이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62.3%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이 지주사인 디엘과 디엘이앤씨의 대주주가 된다. 앞으로 대림코퍼레이션→디엘→디엘이앤씨(건설)·디엘케미칼(석유화학)의 지배구조가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 측은 “건설과 석유화학 두 사업 부문이 독립적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해나갈 최적의 시점을 모색해왔다. 기업가치 재평가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림산업의 경우 석유화학 사업 분야에서 인지도가 낮아 ‘홀로서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취임한 이 회장은 대림산업의 지배구조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대기업 총수의 자녀세대 비중이 5년 전보다 가장 많이 증가한 곳으로 대림산업이 뽑혔을 정도다. 현재 이 회장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은 52.3%에 달한다. 이 회장은 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 및 분할을 결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9.21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