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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돈 안 되는 사업 위해 '알짜 계열사' 파는 SK그룹

SK그룹이 돈 되는 ‘알짜 계열사’를 계속 정리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계열사들이 매각 우선 대상이 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SK그룹은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통해 배터리 등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방향성을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SK실트론 최태원 지분 포함되나 15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의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 지주사 SK㈜는 한앤컴퍼니 등의 사모펀드와 접촉하며 SK실트론 경영권 매각 방안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지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SK㈜의 보유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묶인 19.6%를 합친 70.6%가 매각 대상이라는 의견이 유력하다. 하지만 여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29.4%도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SK실트론의 몸값은 5조원 안팎이다. 만약 SK가 70.6%를 매각한다면 현금 3조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지분만 따져도 1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기업이다. 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할 만큼 알짜 회사로 꼽힌다. SK실트론은 지난해 매출 2조1268억원에 영업이익 315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SK실트론은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2017년 LG그룹으로부터 인수한 LG실트론이 모태인데 당시 최태원 회장이 개인적으로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 보유 지분 29.4%를 확보한 바 있다. 이 같은 과정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각 8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최 회장은 공정위의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고, 2024년 1월 법원은 최 회장을 손을 들어줬다. 이에 공정위가 상고하면서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법적 리스크가 있다지만 경영권 매각은 별개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입을 시도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지분까지 포함하는 협상을 원할 수도 있다. 대법원의 선고가 나더라도 지분 매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21년 12월 공정위에 직접 출석해 SK실트론의 사익편취 의혹과 관련해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을 뿐이고,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은 ‘이혼소송 재산분할’ 지급을 위한 ‘종잣돈’으로 종종 연결되기도 한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2심에서 1조3800억원이라는 재산분할 판결 금액이 선고됐다. 이에 최 회장이 해당 자금 마련을 위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곤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는 대표적인 사업기회 제공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바, 이번 기회에 SK실트론 지분 29.4%를 SK㈜에 증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K실트론 노동조합은 매각을 원천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고용안정, 근로조건 완전 승계, 인수자의 책임 검증, 공식적이고 구속력 있는 약속과 이행 등 이 모든 게 보장되지 않는 매각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K 리밸런싱 작업 언제까지 SK는 SK스페셜티에 이어 SK실트론까지 반도체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SK는 지난해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100% 자회사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해 약 2조7000억원을 확보했다. SK그룹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리밸런싱 작업을 하고 있다. 사업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등 고강도 쇄신 작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적극적인 자산 효율화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굵직한 매각이 성사되고 있다. SK스퀘어는 크래프톤 지분 2.2%를 처분해 2660억원을 챙겼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100%를 팔아 8200억원을 확보했다. SK㈜는 베트남의 마산그룹과 빈그룹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지분을 팔아서 현금화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는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내실을 다지기 위함이다. 그룹 차원의 순차입금과 부채비율을 낮춰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겠다는 계산이다. 만약 SK실트론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SK(주)는 순차입금을 10조원에서 5조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SK㈜는 2017년 이후 순차입금이 10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부채비율 감소도 리밸런싱의 핵심 목표 중 하나다. SK그룹은 부채비율 100% 미만을 리밸런싱의 쟁점으로 꼽고 자산효율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3년 145% 수준이던 SK의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SK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부 매각 등을 추진하며 슬림화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리밸런싱 차원에서 계열사 매각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성장동력 SK온 살리기 안간힘 SK는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한 자금을 인공지능(AI)과 에너지솔루션 등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의 큰 축으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의 실적 개선과 부채비율 감소가 핵심 과제다. SK온은 북미 공장 등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투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까지 겹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에도 설비투자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캐즘 이후의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SK온은 2021년 설립 이후 적자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2023년 영업손실 5818억원에서 2024년 1조86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되기도 했다. 2022년 영업손실도 1조727억원 수준이었다. 심각한 건 SK온의 부채비율이다. 2023년 190% 부채비율이 2024년 198%로 확대되는 등 200%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로선 SK그룹의 부채비율 100% 미만 목표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돈 먹는 계열사’인 셈이다. SK는 SK온이 캐즘 등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올해도 연간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계열사 매각 등으로 확보한 유동성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입장이다. 배터리업 불황으로 힘들어지자 전기차 충전기 업체인 SK시그넷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희망퇴직을 받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SK그룹이 SK시그넷을 재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계속해서 리밸런싱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돈이 되는 반도체 계열사도 미래 성장성이 큰 AI 관련 업체를 제외하곤 과감히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2025.04.16 06:30
산업

총수 1분기 주식재산, 한화 김승연 웃고 셀트리온 서정진 울고

올해 1분기 주식평가액에서 김승연 한화 회장은 웃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울었다. 기업전문분석 한국CXO연구소는 9일 대기업 집단 중 3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 이상인 그룹 총수 43명을 대상으로 1분기 주식 평가액 변동(1월 2일과 3월 31일 종가 기준)을 조사했다고 밝혔다.43개 그룹 총수의 3월 말 주식 평가액은 총 57조7401억원으로, 1월 초(57조9212억원)와 비교해 1811억원(0.3%↓) 줄었다. 27명은 평가액이 증가했고, 16명은 감소했다.김승연 한화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1월 초 5175억원에서 3월 말 7552억원으로 2377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45.9%으로 단연 최고였다.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보통주의 주가가 2만7050원에서 4만950원으로 3개월 사이 51.4%나 오르며 평가액 증가를 견인했다.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증가율 39.3%),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35.6%), 이순형 세아 회장(33.9%)의 주식 재산도 1분기 동안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주식재산 증가액이 가장 큰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주식 재산은 2조5816억원에서 3조971억원으로 3개월 사이 5155억원(20.0%) 증가했다.다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1조9099억원에서 12조2312억원으로 3213억원(2.7%)가량 주식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평가됐다.43개 그룹 총수 중 1분기 주식가치 감소율이 가장 큰 총수는 방준혁 넷마블 의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 의장의 주식 평가액은 1조489억원에서 8115억원으로 2374억원 줄어들어 감소율은 22.6%에 이른다.이어 장형진 영풍 고문(18.6%↓),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5.3%↓),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12.6%↓), 정의선 현대차 회장(11.5%↓), 구광모 LG 회장(10.5%↓) 순으로 하락했다. 주식재산 감소액이 가장 큰 총수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으로, 서 회장의 주식재산은 3개월 사이 6537억원(6.3%↓) 줄어들었다.정의선 현대차 회장(4930억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2752억원↓), 방준혁 넷마블 의장(2373억원↓)도 올 1분기에만 주식재산이 2000억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3월 말 기준 주식재산이 1조 이상인 총수는 15명으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빠지며 올해 초보다 1명 줄어들었다.주식재산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2조2312억원)이 유지했다. 이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9조7770억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4조1249억원),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7982억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3조971억원),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2조6334억원) 순이었다.최태원 SK 회장(1조6851억원), 구광모 LG 회장(1조6212억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조5233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1조5190억원), 이재현 CJ 회장(1조4691억원), 김남정 동원 회장(1조4269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1조2805억원),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자(1조2449억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1조1707억원)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의 그룹 총수가 아니어서 이번 조사에는 제외됐다. 3월 말 기준 주식 평가액이 11조9152억원에 달했다. 김두용 기자 2025.04.09 17:59
산업

주주 반발과 금감원 압박에 빠르게 움직인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오너가 승계용 의혹과 금융감독원 압박에 결국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했다. 한화그룹 삼형제가 100% 지분율을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 3개 계열사의 제3자 유상증자 배정으로 승계용 잡음에 마침표를 찍고 주주 불만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에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신주 발행 가격은 기존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15% 할인됐다. 청약예정일은 6월 4일에서 6월 5일로 하루 밀렸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유상증자 공시 일주일 전에 1조3000억원의 자금을 들여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해 총수 일가의 이익을 고려한 결정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이날 금감원 요구에 따라 공시한 유상증자 축소 결정은 기존 3조6000억원의 자금 확보는 계획대로 진행하되,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조정한 것이 핵심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축소된 1조3000억원을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식이 확정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조3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그러면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에 주식(한화오션) 매각대금으로 지급한 1조3000억원이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되돌아가는 셈이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날 결정은 ‘1조3000억원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승계용 자금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삼형제에게 ㈜한화 지분을 11.32%를 증여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한화 지분 22.65%에서 절반을 증여하며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1조3000억원의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였고, 실제 자금 일부가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쓰였다”며 “불필요한 승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등과 관련한 법률적인 부분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필요성에 대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소액주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부작용을 감소시키면서 필요한 자금 3조6000억원을 모두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이날 언론 설명회에서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주, 언론,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따가운 질책과 염려의 말씀이 있었다”면서 “아무리 경영적으로 옳은 방향이더라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유상증자 규모 축소와 제3자 배정 증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김두용 기자 2025.04.09 06:30
산업

[IS시선] 대통령 공백으로 기업가들 '외로운 싸움' 하지 않기를

한미 동맹 70년 무용지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에서 한국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자 큰 파열음과 우려가 일고 있다. 최대 우방국이라 생각했던 미국이 한국에만 유달리 냉랭한 한기를 내뿜고 있어서다. 미국은 추가적인 ‘상호관세’와 관련해 한국에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에서 25% 폭탄을 받았다. 미국은 FTA 체결국 중 한국에 최대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복관세까지 주고받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선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한국처럼 미국과 똑같은 FTA 체결국인데 차별을 둔 셈이다. 한국에 관세 폭탄을 매긴 미국의 논리는 ‘무역 적자’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큰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 15개국을 ‘더티 15’로 지정하고 불공정 무역관행을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국 순위에서 멕시코는 2위, 캐나다는 9위로 높은 위치에 있다. 한국은 8위로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더티 15’에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70년 이상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에 유달리 적대적인 이유는 ‘내란’에 있다. 오랫동안 탄핵 정국이 이어지다 인용된 상황에서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게 ‘관세 폭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트럼프 1기 당시 개정된 한미FTA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었던 것도 전면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국가수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혼란 속에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관세 협상에 커다란 약점으로 꼽힌다 하더라도 한국의 외교력은 비참한 수준이다. 정부의 대미 통상 관계자들이 수시로 미국을 방문했지만, 우리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관세 폭탄’을 지켜봐야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해 민관 협의체인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여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포함됐다. 민관 협력 체계를 통해 ‘원팀’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차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은 정부가 기업의 돈주머니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대 그룹의 대미 투자 규모 확대를 종용하고 이를 취합해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확실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에 투자하는 것보다 ‘기업의 투자 보따리’가 보다 현실성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210억 달러(약 31조원)의 대미 투자를 발표했다. 기업들은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처럼 ‘각개전투’로 관세 해법을 찾는 등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8일 미국으로 건너가 관세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가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과 관련한 전략적인 개별 협상으로 기업들의 부담을 낮춰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김두용 기자 2025.04.08 06:20
산업

미국·중국·일본으로 이재용과 총수들 '관세 대응' 글로벌 움직임 분주

트럼프 행정부의 25% 상호관세 부과 등으로 ‘관세 전쟁’이 현실화되자 총수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 글로벌 공급망 확대와 대응책 마련이라는 숙제를 떠안은 총수들은 미국, 중국, 일본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용, 가까운 중국·일본서 협력 도모 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며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최근 일주일 행보는 총수 중 가장 분주했다. 지난달 말 중국을 다녀온 이 회장은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등과의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전략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뒤 2일 곧바로 일본으로 떠났다. 이 회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자신의 일정에 대해 “지난주는 중국에 있었고, 5~6일 정도 일본에 간다”며 “일본이 회계연도가 3월 31일에 끝나서 항상 4월 첫째 주를 인사하는 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에게는 중국과 일본은 최대 협력국으로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가까운 이웃이다. 중국에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시진핑 국가주석과 면담하는 자리에 참석했고, 중국발전포럼 2025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고위급 인사들과 교류하며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회장과 시 주석의 만남은 2015년 중국 보아오 포럼 이후 10년 만이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삼성의 입장에서 중국 시장이 매우 중요해진 시점이다. 미국이 중국에 34% 상호관세를 매기자 중국도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하며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애플은 전 세계 90% 이상의 아이폰 물량을 대만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주사위가 던져진 미중의 관세 전쟁으로 아이폰의 가격이 상승하면 삼성전자가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반사 이익을 노려볼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또 중국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64조9000억원으로 삼성전자의 최대 매출 시장이기도 하다. 삼성은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세트 제품 판매·생산법인 등 29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일본은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시절부터 두터운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회장도 2023년 삼성 영빈관 승지원에서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 ‘LJF’ 정례 교류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번 방문에서 이 회장이 일본 내 소재·부품 협력사 등과 만나 협력 관계를 다졌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 행보에서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사업’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 회장은 중국 출장에서 샤오미 전기차 공장과 BYD(비야디) 본사를 찾으며 전장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일본에서도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과 회동이 점쳐지는 등 전장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회장 취임 2주년이었던 지난해 10월 이 회장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방문한 아키오 회장과 만나 친분을 드러낸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가깝고 가장 우군이 많다고 볼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의 인맥과 공급망 등을 다지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대응책 모색하기 위해 유럽과 중동 등으로 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정의선, 트럼프 행정부와 교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관세 전쟁’의 근원지인 미국과의 교류를 더욱 긴밀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수장이기도 한 최태원 회장은 한국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지난 2월 말 미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20대 기업 CEO로 구성된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의 수장을 맡았던 그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났다. 최 회장은 러트닉 장관 외에도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 재무부 관계자 등을 만나 조선과 에너지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양국간 전략적 산업 협력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한미가 흔들림 없이 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SK그룹 차원에서도 북미 대관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를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SK는 복잡해진 미국 정세 대응을 위해 북미지역 통합 대외협력 법인인 SK아메리카스를 신설한 바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이미 계획된 투자가 있는데 그건 그대로 갈 것이다. 보조금과 정책 등 여러가지 상황이 있어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 관세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SK하이닉스의 경우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5조6600억원)를 투자해 AI(인공지능)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가장 먼저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적극적인 관세 대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을 찾은 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 회장이 큰 선물 보따리를 풀었지만 ‘관세의 무풍지대’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101만5005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향후 현지 생산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더라도 50만∼70만대는 관세 영향권에 남는다.정 회장은 “관세라는 것은 국가 대 국가 문제이기 때문에 한 기업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그 관세 정책이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우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향후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을 늘려 미국 관세 폭탄의 충격을 완화해 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해 현재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로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 분야는 지난 2일 발표된 상호관세는 피했지만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등 핵심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등은 5월3일 이전에 발효될 예정이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두용 기자 2025.04.07 06:30
산업

통상 위기 극복 위해 머리 맞댄 4대 그룹 총수들

4대 그룹 총수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나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미국의 상호관세 도입을 코앞에 두고 민관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안보전략 회의에서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 권한대행,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가졌다. 경제안보전략 TF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 경제안보를 논의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다. 한 권한대행은 2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미국의 상호관세와 관련해 “어려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산업을 포함해 각 산업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원 조치를 긴급하게 마련하겠다”며 “회장님들이 대표하는 각 분야의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보완·강화하는 쪽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개별 품목관세에 이어 전 세계 국가들의 대미 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을 고려해 상호관세를 발표할 방침이라 북미 시장에 힘을 주고 있는 4대 그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대행은 “상호관세가 발표되면 우리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민관 협력 체계를 통해 우리가 ‘원팀’으로서 도전을 극복하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은 상호관세와 관련한 대응과 지침 등을 담은 서류를 들고 경제안보전략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 대행, 최 부총리 등과 손을 맞잡고 사진 촬영을 하는 등 민관 협력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인사들도 총출동하는 등 적극적인 관세 대응을 예고했다.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경제안보전략 TF로 격상시킨 한 대행은 “우선 미국의 각계각층에 전방위적인 아웃리치(대외 소통·접촉)를 하겠다. 그리고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는 “우리 자체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선진화해서 우리의 전체적인 국가 경쟁력도 높이고 외국으로부터 오는 도전을 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원팀’을 강조한 그는 “국민과 기업, 정부가 같이 뛰어야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기업에서는 과감한 도전과 혁신의 정신을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 기업의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주요 국가와 대한민국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4대 그룹 총수들도 이 자리에서 국익 확보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 이들은 미국의 반도체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축소, 관세 부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세제 등의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두용 기자 2025.04.02 06:30
산업

허태수·구광모·구자은 '범 LG가' 총수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GS그룹의 창립 20주년을 맞아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범 LG가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GS는 ‘변화와 도전’ 창업정신을 되새기며 의지를 다졌다. GS그룹은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GS 창립 20주년 및 GS아트센터 개관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 기념식에는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구자은 LS 회장, 구본상 LIG 회장 등 과거 한 식구였던 LG, LS, LIG 등 범 LG가 총수들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해 각자 사업을 펼치는 기업 총수들이 만나 동행과 화합의 정신을 보여주며 격려와 협력의 메시지를 나눴다는 설명이다. GS와 LG는 분할 당시에도 ‘아름다운 이별’이라 불릴 만큼 원만하게 분리됐다. 이날도 동행과 화합의 정신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GS그룹은 2005년 LG에서 분리해 GS 브랜드를 선포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정유와 유통, 건설로 시작했던 사업은 에너지 발전, 종합상사, 호텔, 벤처투자까지 영역을 확장했다.출범 당시 18조7000억이었던 자산규모는 80조8000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고, 매출도 23조원에서 84조3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또 이날 행사에는 허태수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과 GS칼텍스, GS에너지, GS리테일, GS건설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아울러 허창수 GS 명예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 등 원로 경영인들도 모습을 비췄다.허태수 회장은 환영사에서 "GS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적인 석유 수출기업을 키웠고, 생활 편의를 높이는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창립 20주년을 맞아 변화와 도전이라는 자랑스러운 창업정신을 일깨워 향후 20년간 더 큰 성장, 전진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GS그룹 관계자는 "디지털과 친환경 중심의 미래 전략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와 도전'이라는 창업 정신을 기반으로, 고객, 사회, 파트너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한편 기념식이 열린 GS아트센터는 과거 역삼동 LG아트센터 부지에 새롭게 문을 연 문화예술 공간이다. GS는 향후 GS아트센터를 고객과 사회에 감동과 영감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김두용 기자 2025.03.3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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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서진석 "합병 과도기 지나, 실적 성장 기대" 서정진은 불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년 더 경영 지휘봉을 잡았다.25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 제3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서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이 통과됐다. 앞서 서 회장은 2021년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가 2년 만에 리더십 필요성 등을 앞세워 사내이사·이사회 공동의장으로 복귀했다.기존 임기는 이달 만료되나 이번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서 회장의 경영 참여는 2년 더 연장됐다. 이사회는 서 회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한 배경에 대해 "제품 개발, 생산, 판매 전략 등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며 "재선임을 통해 회사가 글로벌 제약 산업 내 선도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매번 정기주총 때마다 등판해 주주들과 소통했던 서 회장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정기주총에서는 주가 등과 관련한 주주 측 불만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정기주총이 개회한 지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부의 안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도 했다.서 회장 장남인 서진석 경영사업부 대표는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은 불안정한 정세와 더불어 국내 정치적 변화, 미국 관세 이슈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증시 또한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셀트리온은 작년 합병 후 과도기를 지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시적인 실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정기주총 폐회 이후에는 기우성 제조·개발 사업부 대표(부회장), 김영기 글로벌 판매 사업부 대표(부회장) 등이 주가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이날 정기주총에 참석한 주주는 약 4700명으로 소유 주식 수는 약 1억2400만주다. 이는 셀트리온이 발행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60.67%에 해당한다.셀트리온은 지난 21일 올해 연초부터 진행한 약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절차를 마무리한 데 이어 바로 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24일부터 장내 매수를 통해 자사주 매입이 진행되고 있다. 김두용 기자 2025.03.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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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한화그룹, 유증과 소송 '폭탄' 왜?

조선·방산 산업의 호재로 승승장구하던 한화그룹이 유상증자 ‘폭탄’으로 시끌벅적하다. 여기에 한화그룹 내 동일 계열사 간 소송 사건도 터졌다. ㈜한화를 포함한 모든 그룹의 계열사가 들썩였던 상황에서 쏟아진 ‘찬물’이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유상증자 논란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조6000억원 유상증자의 ‘후폭풍’이 거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 아니라 한화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처럼 상승 곡선을 그렸던 계열사 주가들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조정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포함한 최고 경영진의 48억원 주식 매입 소식을 알렸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약 30억(4900주) 규모로 매수하고,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도 각각 9억원(1450주), 8억원(약 1350주) 규모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3조6000억원 유상증자를 의결한 뒤 나온 경영진의 움직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국내 증시 사상 최대액 ‘기습 유상증자’는 증권사와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린 바 있다. 유상증자 폭탄에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3.02%나 급락했다. 또 ㈜한화가 –12.53%, 한화시스템 –6.19%, 한화솔루션 –5.78%, 한화오션 –2.27% 등 한화그룹의 계열사 주가가 와르르 무너졌다. 초대형 유증 결정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주주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방산 호황기를 맞아 2024년 1조7000억원대의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고, 향후 2년 간 추가로 6조원대의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기습 유증 카드라 의문을 낳았다. 노무라 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IR 행사에서 “방산 회사로 좋은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데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이어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5년간 설비투자는 2025년 연결 영업이익 3조5000억원과 이후 꾸준한 이익에서 충분히 조달 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투자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자금 조달 방식은 아쉽다”고 밝혔다. 유증 예정 발행가는 유증 발표 전 주가 대비 낮은 60만5000원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률은 13%에 달한다. 80만원을 향해 순항하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가 60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유증을 통한 주식가치 희석으로 주주들은 뿔이 났다. 이로 인해 25일 예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총회는 유증과 관련한 성토의 장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방산 시장 ‘톱 티어’ 도약을 위한 선제적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유증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자금 확보를 하는 수단은 내부 보유 현금 활용부터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 증자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한화는 주식 시장에서 ‘악재’로 여겨지는 유증 카드를 선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증 3조6000억원 중 1조6000억원을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 및 합작법인(JV) 설립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추진장약(MCS) 스마트팩토리 설립에 9000억원, 미국의 해양방산 및 조선 산업기반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외 조선소 확보에 8000억원, 무인기 엔진 및 체계 양산을 위해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해외 경쟁들과 수주전에서 주요 평가 요소인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차입이나 채권발행이 아닌 유증 카드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손재일 대표는 “투자 시점을 실기하면 반짝 호황으로 끝나고 도태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동일 계열사 간 두 번째 소송 석유화학과 태양광 업황의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한화그룹 계열사 간 손해배상 소송전도 벌어지고 있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8월 한화솔루션을 상대로 147억75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첫 변론기일이 열리는 등 본격적인 재판 절차에 들어갔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의 고순도 크레졸(화학소재) 생산 공장 가동 지연을 문제 삼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의 공장에 스팀 열을 공급하기로 했는데 공장 가동이 계속 지연되자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한화솔루션의 고순도 크레졸 공장은 당초 2023년 6월 가동 목표였으나 생산 안정성 문제로 가동이 연기됐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0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고, 화학 업계 침체로 인해 고순도 크레졸 공장과 같은 신사업 진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 간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과의 24억5002만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한화에너지는 2013년 1월 1일부터 10년 동안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장에 필요한 열을 생산·공급하기로 했지만, 계약이 이행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한화솔루션이 2020년 2월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 및 공장 폐업 결정했기 때문에 계약을 이행할 수 없었다며 한화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일각에서는 같은 그룹의 계열사 간 소송은 승자 없는 소모전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계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한화에너지는 계열사일수록 준법경영을 철저하게 지키는 등 더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에너지 관계자는 “열 공급 계약에 의거, 관계사 여부를 떠나 계약 미준수에 따른 손해가 발생돼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준법경영 차원에서 적절한 절차”라고 설명했다.최대 수혜자는 한화 오너가 한화그룹 오너 일가의 안일한 대응도 논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논란이 일자 책임경영과 주주들의 미래 가치 제고를 위한 일환으로 경영진의 48억원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주주들은 “향후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3조6000억원 유증에 겨우 48억원 매수로 퉁 치려 한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한화 대상 민사소송을 위해 주주들을 모으고 있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유증이 그룹 차원에서 총수 일가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0일 한화오션 지분 7.3%(한화에너지 2.3%, 한화임팩트파트너스 5.0%)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율이 42%로 증가했고, 결국 김동관 부회장의 방산 부문 지배력 강화로 연결됐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시차를 두고 진행된 일련의 지분 매입과 유증 결정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족해진 투자 재원 마련 부담을 주주들에게 넘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2025.03.25 06:30
산업

'2.4%', '5.6%' 어라? '총수 연봉이 줄었네'

경기 침체와 실적 저하 등으로 총수의 보수가 줄어드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의 보수가 전년 대비 축소됐다. 18일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이 지난해 실적 개선을 이룬 이마트에서 전년보다 적은 36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이마트에서 급여 19억8200만원과 상여·성과급 16억2700만원 등 모두 36억900만원을 받았다. 이는 2023년 36억9900만원보다 9000만원(2.4%) 줄어든 수치다. 정 회장은 급여는 전년과 동일하게 받고, 상여·성과급을 9000만원 적게 받았다.이마트는 지난해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판결로 2000억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발생했음에도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며 '실적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일궜다. 이런 성과에도 정 회장은 보수를 전년보다 2.4% 적게 수령해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영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 회장의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과 부친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 이마트에서 17억6700만원씩을 받았다. 이는 전년 대비 12억9800만원(42.3%) 줄어든 금액이다. 이 총괄회장 부부는 전년 대비 급여는 적게 받고 성과급은 받지 않았다.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회장단의 작년 연봉 감액은 회사의 쇄신 노력에 앞장서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정용진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지난해 35억9600만원을 수령했다. 역시 전년보다 9000만원(2.4%) 줄어든 수치다. 정의선 회장의 연봉도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정 회장이 현대차로부터 받은 보수는 급여 40억원에 상여 및 기타 소득 30억8700만원으로, 총 70억8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82억100만원)보다 11억1400만원(13.6%) 감소했다.정 회장은 등기임원을 맡은 현대모비스에서도 급여 25억원, 상여 17억5000만원, 기타근로소득 1억8100만원을 합해 44억3100만원을 수령했다. 이를 합산하면 정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115억1800만원 수준이다. 전년 122억100만원 대비 5.6%(6억8300만원) 감소한 것이다.다만 정 회장의 2025년 연봉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기아에서도 보수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회장은 기아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만 보수를 받아왔다. 김두용 기자 2025.03.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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